제 111화: 공조

“안녕하세요? 강수혁입니다.”
“반갑습니다. 천성민이라고 합니다. 지난번 펀드 사기꾼들 자금 회수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5조원을 전부 회수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과찬이십니다. 차장님께서 박성수 지부장님과 진사범님과 특수부대 동기시니, 편하게 말씀 놓으시죠?”
“어? 그럴까···? 그래, 어차피 알고 있으니···”
“그나저나 이런 대형 사고가 터져서 정신없으시겠네요?”
“그러게 말이야. 서울 한복판에 폭탄 테러라니···”
늦은 밤, 비밀 회의실에서 수혁은 천성민 국정원 2차장과 CIA 지부장 박성수와 마주 앉았다.
서울 도심을 뒤흔든 폭탄 테러로 인해 긴박해진 상황 속에서,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천성민 2차장: (테이블을 손끝으로 두드리며)
"이번 사건이 단순한 테러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느낄 거야.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가 이 정도 충격을 줄 줄은 예상 못 했어. 후~우~ 이 사태의 배후가 누구인지, 제대로 밝혀야지."
박성수 지부장: (심각한 얼굴로 수혁과 천성민을 번갈아 보며)
"맞아. 이번 사건에 상당한 자금과 치밀한 계획이 동원된 거 같더군. CIA 조사 결과, 해외에서 악명 높은 브로커인 크리스라는 인물이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더라. 폭탄 테러 전문가를 의뢰인에게 연결하고, 테러 정보를 전세계에 팔아먹는 정보 브로커야. 정보를 미리 판매해 테러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 거겠지."
수혁: (눈을 좁히며)
"이야, 대~단한 인간이 많네요. 크리스라··· 그 이름,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상당한 자금을 거래하며 각국 정치권과도 연결이 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던데, 이번 사건도 그 녀석이 주도했다는 겁니까?"
박성수 지부장: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지. 크리스는 테러 전문가들을 고용해 서울 시청 인근 타겟 빌딩을 선정하고, 폭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에 폭탄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더군. 현재로서는 이 사건을 주도한 몇 명의 폭탄 전문가와 이걸 연결한 크리스를 추적해야 할 거 같아."
천성민 2차장:
"폭탄 테러 직전 거액의 숏셀링을 통해 천문학적인 차익을 올린 해외 투자자들이 있고, 수조원에 이르는 대부분의 수익이 해외로 빠져나간 정황도 포착됐어. 폭탄 테러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이니, 그 수혜자들이 범인이라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겠지. 크리스가 이 거래에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박성수 지부장 말에 동의한다."
수혁: (진지하게)
"음··· 그럴 가능성이 크겠네요."
천성민 2차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래도 국내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한국을 타겟으로 할 이유가 없잖아. 폭탄을 설치할 때의 동선, 주식 시장에서 숏 셀링으로 얻은 수익이 해외로 엄청나게 넘어간 방식, 국내외 정보망의 소문까지··· 지원 세력도 보통의 인물이 아니라는 건 분명한 거 같아.”
박성수 지부장: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지? 우리가 파악한 정보와 일치하는군. 국내 협력자나 직접적인 의뢰인을 찾아야 할 것 같아. 테러 정보를 사전에 활용해 조단위의 금융 이익을 얻었을 거니까. 크리스와 국내 의뢰인, 이 둘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지."
수혁: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국내 누군가가 크리스와 연결되어 있다면, 이 사건은 더 이상 해외 테러 조직의 일이 아닌 거네요. 국내에서도 자금력과 영향력을 지닌 세력들이 테러 세력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천성민 2차장: (결단을 내리며)
"맞아, 강 대표. 이제 국내외 공조 수사를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때지. 국내의 네트워크를 추적해, 크리스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CIA와 공조해 확인해 볼께.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국가와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테러를 자행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야."
박성수 지부장:
"천 차장, 크리스와 패거리들이 언제든 다른 나라에서도 또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거 아냐? 이번 사건에서 확실한 증거를 잡아 녀석들의 뒤를 끊어버리자고. CIA도 전면적인 협조를 할테니까."
수혁: (단호하게)
"저도 협조하겠습니다. 해외로 빠져나간 숏셀링 수익금 흐름을 추적해 폭탄 테러 자금을 대준 경로를 밝혀내죠. 크리스와 연결된 인물들을 모두 드러내 보겠습니다."
**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수혁은 국내에 연관된 쥐새끼가 CP금융그룹 윤정민 회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의왕시 외곽 창고 35호, CP금융그룹 윤정민 회장의 비밀 금고가 있습니다. 】
폭탄 테러가 발생되고,
방송 보도가 연이어지자 수혁에게 GPS 홀로그램과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린 것이다.
‘아~후, 구린내만 아니면 좋겠는데. 이걸 적당한 냄새로 바꿀 방법이 없나?’
수혁은 즉각적으로 CP금융그룹과 윤정민 회장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금융 부실이 많구나.
경영을 아주 개판으로 했네.
이런 정도로 경영할 거면, 대체 금융회사를 왜 하는 거냐?
그것도 대부분 남의 돈으로 말이다.
아닌가? 남의 돈이니, 오히려 맘대로 사용하는 건가?
지금 수준이면, 거덜이 나고 뱅크런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겠는데?
그래서 딴 맘을 먹은 건가? 해외로 튀어 버릴려고?
빨리 서둘러야겠다.
**
늦은 밤, 의왕시 외곽의 창고 단지에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창고 35호는 평범한 철제 문으로 굳게 잠겨 있다.
수혁은 변장을 하고, 검은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창고 입구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입구 앞에서 핸드헬드 열화상 카메라를 꺼내 주변을 살폈다.
창고 외벽에 설치된 CCTV 카메라와 감지기를 확인하고, 사각지대를 찾아···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버젓이 떳떳하게 움직였다.
입구 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자물쇠를 살펴보았다.
고급 잠금 장치였지만, 수혁에게는 어렵지 않은 물건이다.
장비를 꺼내 몇 초 만에 자물쇠를 해제하고, 문을 소리 없이 밀어 열었다.
내부는 조용했고, 냉랭한 공기만이 흐른다.
창고 내부에 들어선 수혁은 몇 발자국 안쪽에 위치한 철제 선반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찾고자 하는 금고는 창고 깊숙한 곳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다.
선반을 지나면서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작은 붉은 불빛이 감지기에서 깜빡이는 것을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휴대용 해제 장비를 꺼냈다.
“뭐, 이정도 보안이면 어린아이 수준이네. 오래 걸리진 않겠어.”
장비를 연결해 보안 시스템을 차단하고, 금고가 위치한 벽에 도달했다.
금고는 벽면에 완전히 밀착된 상태로, 겉보기엔 하나의 벽처럼 보인다.
금고 위치를 확인하고,
도구를 꺼내 벽을 살짝 두드려가며 은밀히 파악한 후, 비밀 패널을 찾아냈다.
이제 금고를 열 차례다.
정교한 지문 인식 장치와 비밀번호 입력기가 설치되어 있다.
열화상 카메라로 이전 사용 흔적을 추적해 숫자 키패드의 자국을 확인하고,
빠르게 비밀번호를 유추해내 입력했다.
동시에 지문 인식 장치를 바이패스할 수 있는 장비를 연결했다.
몇 분 후,
금고 문이 드디어 철컥~ 소리를 내며 열렸다.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다.
현금과 귀금속이 대략 200억 정도.
차명 계좌와 무기명 채권이 7천억 수준.
해외 차명 계좌가··· 이 인간, 일은 하지 않고 돈만 빼돌렸나?
무려 3조원에 육박한다.
응? 이거는?
브로커 크리스와의 비밀 계약서다.
우와, 많이도 주는구나. 무려 500억을 수수료로 지급한다는 약정이다.
이거는 열혈 너튜버가 활약해야겠는데?
부실 기업들에 불법 부당 대출을 해주고 뒷돈 받은 거까지 모~조~리 까발려서 생매장시켜버려야 한다.
모든 작업을 마친 수혁은 금고 문을 원상태로 복구하고,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현장을 한 번 더 점검했다.
조용히 창고를 빠져나와, 들어왔던 경로를 따라 되돌아갔다.
마지막으로 CCTV 영상 기록을 삭제한 후,
어둠 속으로 완벽하게 사라졌다.
창고 35호는 다시 고요에 휩싸였고,
윤정민이 숨겨온 비밀은 수혁의 손에 들어갔다.
**
며칠 뒤, 해외로 튈 만반의 준비를 마친 윤정민 회장.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비밀리에 의왕시 창고 35호에 도착했다.
이미 가족들은 안전하게 미국으로 보냈다.
자신은 남태평양 어딘가로 몸을 숨길 계획이다.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긴 윤 회장이었지만,
이번에 드디어 성공적으로 모든 게 끝났다는 안도감이 뇌리를 스쳤다.
비자금이 있잖아!!!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아??!!!
금고 앞에 섰다.
조심스럽게 금고를 열면서, 안에 있는 현금과 무기명 채권과 해외 자금 계좌들을 상상하며 기대에 찬 미소를 지었다.
금고 문이 열~리~는 순간,
윤 회장의 표정은 얼어붙었다.
터~엉! 텅~터러러~엉!
텅 빈 금고.
지금껏 키워온 모든 희망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리고 있다.
동공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확장된 상태.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금고 안을 다시 살피고, 손으로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차곡차곡 쌓여 있어야 할 현금 더미와 귀중한 비자금 자료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몇 초간 멍하게 금고 앞에 서 있던 윤 회장은 한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혼란에 빠졌다.
“누구야··· 누가 이걸? 대체 어떻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금고 앞에 주저앉았다.
수십 년 동안 모은 비자금이 순식간에 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모든 걸 물거품으로 만든 이 사태 앞에서 얼굴은 점점 초췌해지고, 온몸이 떨려왔다.
망~연~자~실~~~
아우~ 씨~이~팔~!!!
당차게 설계한 인생 후반기 계획들이 모조리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비참한 절망감 속에 빠져들었다.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돈이라고 생각했던 윤 회장,
텅 빈 금고와 함께 허망하게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순간이었다.
문제는 윤정민이 크리스에게 아직 성공보수 500억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녀석이 이걸 받지 못하면, 세상 끝까지 자신을 쫓아 죽여버리려 할 것이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 곧바로 차명 계좌로 입금하려고 했는데.
입금하지 않으면··· 아마 난리가 날 게 뻔했다.
내일 당장 사냥개들을 보내 추적할 놈이다.
그렇게도 많던 돈이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졌단 사실을 믿어야 하나?
분명, 이건 꿈일 것이다.
**
아니나 다를까, 바퀴벌레들과 쥐새끼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소문을 귀신같이 듣고, CP금융그룹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주로 정보에 빠른, 정치권 인사들과 경제계나 고위 관료들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열혈 너튜버 이지훈이 서울 한복판 빌딩 폭탄 테러의 배후로 CP금융그룹 윤정민 회장과 세계적인 폭탄 테러 브로커 크리스라는 인물을 까발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뱅크런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5천만원까지는 보상이 되는데도,
사람들은 은행 앞에 끝도 없이 줄을 서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그야말로 난리법석이자 아수라장이었다.
과연 윤정민은 어디로 숨은 것일까?
크리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무사히 도망칠 수는 있을까?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꾸욱~!!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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