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4화: 네트워크

박성수 지부장에게서 폭탄 테러 브로커 크리스가 체포되고,
실제 폭탄을 설치한 패거리 4명이 모두 사살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그때 희한하게도 GPS 홀로그램과 목소리가 들려왔다.
【 캘리포니아주 죠슈아트리 국립공원 인근 10킬로미터 지점 지하시설물에 크리스 비밀 금고가 있습니다. 】
응?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도 확인이 되나?
지금까지 경험상 가장 먼 거리를 확인한 거다.
간만에 제로와 제임스 얼굴이나 보러 갈까?
**
LA의 고급 호텔 스위트 룸에서 셋이 함께 만났다.
“요우, 브로~!!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
“제로!! 잘 지냈지? 제임스도 잘 지내고?”
“네, 대표님 덕분에요. 지난번 들렀던 남태평양 생각이 자주 납니다.”
수혁이 제로와 제임스가 준비해둔 장비들이 놓인 테이블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제임스는 장비들을 점검중이고, 제로는 노트북 앞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다.
“어? 장비가 장난 아니네. 그렇게까진 필요 없을 건데.”
“응, 혹시 몰라서 그런 거니까. 지하시설이라면, 들어가는 입구가 암호화된 생체 인식 장치로 잠겨 있고, 내부는 보안 레벨이 높을 거 같아서.”
“사막지대에 이런 지하시설을 숨겨 두다니··· 이 자식 대단하지? 제임스, 장비 다 챙겼어?”
“물론이죠. 준비 끝났어요.”
“오케이, 렛츠 고우!!”
**
죠슈아 트리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거대한 사막 지대가 나온다.
하늘은 어스름한 회색빛으로 가득 차 있고,
해가 저물어 가면서 대지는 차가운 어둠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늘진 붉은 바위와 건조한 사막 식물들이 길 양쪽에 듬성듬성 늘어서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위 틈새로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울려 퍼진다.
멀리 사막의 산등성이가 흐릿한 실루엣으로 보인다.
거친 대지가 한없이 펼쳐진 풍경 속에 일행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사막에는 수백 년 동안 마른 채로 남아있는 나무가 곳곳에 있다.
갈라진 나무 껍질이 허물어진 세월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어두워지다보니, GPS 홀로그램을 따라가고 있다.
사막 바닥에 오래된 바위가 일렬로 배치된 듯 자연스레 만들어진 경로가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가면 숨겨진 지하시설로 이어지는 통로로 안내될 듯하다.
“캬~아. 멋지지 않아? 밤이 깊어지니 수많은 별이 빛나고, 달빛이 사막 전체를 은은하게 비추니, 모래 입자까지 반짝이고 말이야···”
“오우~! 수혁, 시적이었어~!! 멋진데?!!”
“하하. 그런가? 어? 저기인 거 같다.”
드디어 위장된 지하시설 입구가 보인다.
입구는 바위와 모래 언덕에 감춰져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GPS홀로그램이 아니라면,
이곳을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비로소, 생체 인식 패널과 작은 LED 불빛이 은밀하게 깜박인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주변을 바라보니,
끝없는 사막의 고요 속에 묻힌 듯한 은밀한 지하시설.
얼마나 철저하게 감춰져 있는지 새삼 느껴진다.
“저기 불빛이 반짝이는 곳, 저게 입구야. 오래된 방식 같지만, 생체 인식 시스템이고.”
“오케이, 내가 처리할게.”
제로는 간단한 장비를 꺼내 입구 패널에 연결,
순식간에 패널이 깜박이며 잠금 해제 신호가 뜬다.
철문이 스르륵 열리며 지하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가 드러난다.
지하 통로는 낮은 천장과 거친 벽돌로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양쪽 벽에는 희미한 비상등이 간헐적으로 빛나고 있다.
바닥이 모래와 먼지로 덮여 있어,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제임스, 감시 시스템은 어디까지 설치되어 있어?”
“소형 드론을 먼저 띄워 볼게요··· 화면상으로 첫 번째 감시 장치는 다음 갈라진 통로 근처예요. CCTV와 열 감지 센서가 복도에 설치돼 있고요. 접근하면서 끊어버리겠습니다.”
제임스가 드론을 보내 CCTV와 센서를 교란시키자,
수혁과 제로가 조심스럽게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
통로는 점점 더 깊숙이 이어지며, 특유의 건조한 공기가 느껴진다.
몇 개의 갈라진 통로를 지나, 드디어 마지막 보안 구역에 도착.
두 겹의 철문과, 지문과 망막 인식 장치가 달려 있다.
금고실의 보안은 한층 더 강화되어 있으며, 곳곳에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마지막 장애물이로군. 여기선 조금 시간이 필요할 듯.”
제로가 장비를 연결하고 해체를 시작하자,
화면에 금고 잠금 장치가 뜨고 일련의 암호화된 코드가 빠르게 풀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제임스는 추가적인 잠금 장치를 드릴과 전자 해킹 장비로 해제하며 이중 잠금 장치를 푼다.
“어디 보자··· 오케이!! 이제 끝났어. 열려라, 참깨···!!”
잠금이 해제된 금고실 문이 서서히 열리며, 내부가 모습을 드러낸다.
눈앞에는 어두운 회색 금속 선반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선반마다 현금, 금괴, 고가의 보석들이 빼곡히 쌓여 있다.
“크리스 녀석, 오랜 시간동안 브로커와 정보 장사로 많이도 챙겼구만.”
현금이 대략 2천만불 수준.
금괴와 귀금속이 1천만불 정도.
차명 계좌가 5억불.
해외 비밀 계좌가 10억 5천만불.
“어? 이게 중요하네. 전세계 네트워크 리스트. 이 녀석이 테러할 때 정보를 팔아먹는 VIP리스트 말이야.”
“우와, 많기도 하구나. 거의 500명은 되겠는데?”
“그렇지? 세상의 불행을 돈으로 바꾸고 있는 놈들이지. 이거는 CIA에 넘겨서 박살내라고 해야겠다.”
“여기!! 상업상으로 활용하는 폭탄 테러 조직들도 있네. 이야, 완전히 글로벌 네트웍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구나.”
···
“현금이랑 금괴랑 옮기고, 챙길 거 챙겼으니 떠나볼까?”
어두운 통로 끝에서 마지막 보안 패널을 지나 출구로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사막의 차가운 공기가 다시 피부에 닿는다.
하늘에는 여전히 별들이 빛나고, 사막을 가로질러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
라스베가스 특급 호텔에서 간만에 숙면을 취했다.
제로와 제임스에게 사설 금고 시설을 방문해 현금과 금괴 같은 거를 보관해 달라 부탁하고,
수혁은 박성수 지부장을 만났다.
“여기 이거, 크리스가 만든 선물입니다. 폭탄 테러 같은 남의 불행을 돈으로 바꾸는 쓰레기들 리스트더군요.”
“어? 정말이야? 전세계에 걸친 네트워크로구나.”
“거의 500명이나 되니, 이게 오픈되면 파장이 아주 커지겠는데요?”
“그렇겠군··· 거기다 유력 인사들이 많으니, 반발도 심할 거고. 그래도 밀어붙여 모조리 체포해야지. 쥐새끼 같은 놈들···”
“이거도 가져가시죠. 크리스와 연결된 돈을 위해 움직이는 폭탄 테러 조직 리스트요.”
“오~호!! 아주 가치 있는 리스트일세. 미국으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녀석들이지. 고맙다. 하하.”
“지부장님을 포함해서, CIA나 FBI나 각국 정보기관들이 한동안 바빠지겠군요.”
“수혁 네 덕분이지. 여기서 며칠 쉬다 갈거냐?”
“네, 미국 온 김에 수아에게 들렀다 가려고요.”
“그래, 수아에게 안부 전해라. 나중에 또 보자.”
제로와 제임스는 라스베가스에 며칠 더 쉬면서 크리스의 해외 비자금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수혁은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
스탠포드 대학 주변의 팔로 알토, 맨로 파크, 애서턴 지역의 고급 주택들.
실리콘 밸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기술 업계 고위 임원과 창업자들이 많이 거주한다.
수아가 사는 집은 스탠포드에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맨로 파크에 있다.
“오빠!!!! 어서 와!! 기다리고 있다 목 빠지는 줄 알았어.”
“어? 수아야!! 잘 지냈지? 이야, 수아 네게 잘 어울리는 집이구나.”
몇 달 지나지도 않았는데, 한참동안 껴안으며 격한 반가움을 드러내는 수아.
“오빠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 여길 처음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니까. 너무 좋아서 펄쩍펄쩍 뛰면서 말이야.”
정원이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져 있다.
언덕을 따라 자리 잡고 있어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주위에 늘어선 오크나무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전경이 기가 막히다.
“이야, 전망 봐라. 끝내 준다. 친구들 데려와서 놀고 그래라.”
“그러잖아도 지난 번에 몇 명 데려왔는데, 나보고 재벌집 막내딸 아니냐고 묻더라. 하하.”
“재벌 동생이라 그러지 그랬어?”
“응? 그럴까? 재벌 동생, 좋네!!”
집의 외관은 모던한 건축 양식과 전통적인 북유럽 스타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화이트 스톤과 유리창이 빛을 반사해 주택 전체가 밝고 환한 느낌을 준다.
통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창 밖으로는 손질된 잔디밭과 꽃밭이 펼쳐져 있다.
정원에는 다양한 야자수와 분수,
잘 가꿔진 산책로가 있어 이국적인 풍경과 함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구조다.
“이야, 뒤쪽도 멋지구나!!”
“그렇지? 여기서 넋 놓고 있다 보면, 공부하기 싫어지더라고.”
“그럴 만도 하겠는데?”
뒷마당에는 인피니티 풀과 자쿠지가 있어,
온 가족이 사적인 공간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풀 너머로는 맨로 파크의 나무들 사이로 숨겨진 듯한 경치가 펼쳐지며,
석양이 지는 시간에는 노을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황금빛을 띠며 분위기를 더한다.
“학교 생활은 어때?”
“생각보다 더 좋아. 1학년인 지금은 경영 기본기를 다지는 필수 과목을 이수하는 중이지. 전략, 금융, 마케팅, 경제학, 조직 행동··· 다양한 경영학 분야를 폭넓게 공부하는 과정이야.”
“여긴 실리콘 밸리가 가까워서 스타트업 관련해서 많이 배우겠구나.”
“창업이나 벤처 투자에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창업을 위한 멘토링도 있고, 투자 유치 기회도 많이 생기나 봐.”
“너도 나중에 스타트업을 한번 해봐. 오빠가 팍팍 밀어줄 테니까.”
“2년 동안 해보고 아이디어가 생기면 이야기할게. 아직은 잘 모르겠어.”
“그래, 지난번에 이야기한 대로 천천히 놀면서 해라. 너무 공부에만 매달려 스트레스 받지 말고.”
“하여튼 오빠는··· 알았어. 그렇게 할게. 저녁 먹으러 갈까? 저기 아래쪽에 수제 햄버거 아주 맛있는데.”
“오~호, 진짜야? 이런 데서는 수제 햄버거가 진리지. 가자. 배고프다.”
“여기 며칠 있다 갈거지?
“응, 기왕에 왔으니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맛있는 거도 먹자. 네 수업 스케쥴 봐서 적당히 짜면 되잖아.”
“오케이!! 시간을 잘 짜볼게.”
**
며칠 뒤, 뉴스에 크리스의 VIP 리스트가 공개되었다.
의도적으로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그걸 사전에 연락 받아 숏 셀링을 하며 남의 불행을 돈으로 바꿔온 인간들.
바퀴벌레들이 무려 500명이나 되다 보니,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각국 정부와 정보기관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주요 인사들이 포함된 리스트에 대해,
각국 정보기관들이 정밀 조사와 함께
자금 출처 및 사용 내역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리스트에 오른 이들···
정재계 거물부터 고위 관료와 비밀스럽게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들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들에 대한 자산 동결이 논의되는 가운데,
많은 국가가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비밀리에 이동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폭탄 테러 관련 자금줄을 추적하고, 자금 흐름을 통해 공범들을 파악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5명의 VIP가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어,
국내 정보기관과 세무 당국은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전세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상업적 폭탄 테러 조직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체포 작전이 진행되는 중이다.
크리스가 만든 자신만의 내밀한 네트워크.
갑자기 사막에서 튀어나와,
엄청난 영향력과 폭발력을 가지며 확산되는 중이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 꾸욱~!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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