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정권

13화
“어? 알테리온..?”
“아. 이거? 너무 길어 방해되는 거 같아 짧게 잘랐는데 어때?”
알테리온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지만.
정리되지 않은 긴 머리카락을 뒤로 올려 묶었던 알테리온의 머리가 짧게 정리돼 있었다.
길었던 이전과 달리 짧게 정리되며 잘생긴 외모가 더욱 돋보였다.
“잘 어울리는데? 열심히 기른 거 아니었어?”
“음. 기르기보단 귀찮아서 놔둔 거였는데..”
“갑자기 자른 이유라도 있어?”
“그냥. 다짐 같은 거랄까..?”
“다짐?”
“나도 그동안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너를 보니까 내가 그동안 정말 노력한 게 맞나 싶어서.
뭐 검술 쪽은 이제 시작이지만.”
어제 유리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알테리온이었지만 비단 자극은 알테리온만이 받은 게 아니었다.
“맞아. 정말 대단했어. 정말 훈련하다 사망자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다니까?”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너는?”
“난 루카스 레바르. 레바르가의 셋째야.”
“레바르?”
초록 머리카락 색과 두꺼운 뿔테안경이 돋보이며 자신을 루카스 레바르라 소개한 소년이었다.
“어휴. 유리 넌 아는 게 뭐야. 전에는 에일린도 모르더니. 레바르는 명문 가문 정도는 아니지만, 정보 관련해서는 제일인 가문이야. 평소 읽는 신문도 레바르 가문에서 발행하고.”
그때 막 교실에 도착했던 세리나가 대화를 들었는지 유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아 몰라봐서 미안. 알려줘서 고마워 세리나.”
“아냐. 이제 이튿날인데 모를 수도 있지. 앞으로 잘 부탁해. 유리 루디안 그리고 알테리온이랑 세리나도.”
“응. 나도 잘 부탁해.”
“잘 부탁해, 루카스”
“나도~”
루카스의 말에 나와 알테리온, 세리나가 대답했다.
“어쨌든 어제는 정말 대단했어. 루디안 가문은 평소에도 그렇게 훈련하는 거야?”
“그러니까! 첫날부터 기절했다는 소문 듣고 깜짝 놀랐다고!”
“그건 아니고. 내가 좀 부족해서 남들보다 좀 더 해야겠다 싶어서.”
“그걸로도 부족하다니.. 대단한데?”
유리의 말에 루카스가 감탄하며 알테리온과 세리나도 덩달아 루카스와 같은 생각인지 맞장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루카스 너도 무투학쪽이야?”
“아. 나는 둘 다 들어.
난 언젠가 가문 일 이어서 많은 사람에게 진실 된 정보를 전하고 싶어서.
무투학쪽에서는 체력단련 위주로 듣고 마법 쪽도 배우고 있어“
그러고보니. 특수한 직군은 무투와 마법 모두 수업을 듣는다고 들었던 게 생각났다.
루카스 또한 무투에서 체력과 호신술 위주로 배우며 마법 쪽에서는 기록 마법 위주로 배우는 것 같았다.
“둘 다 듣다니 대단한데?”
“뭐. 유리 너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지.”
드르륵. 탕
그때 교실 문이 세게 열리며 한 남성이 들어왔다.
“그래. 부족할 수 있지. 하지만 저놈처럼 제 몸 깎아가며 훈련하진 마라.”
상급반의 담당 교수 칼레온이었다.
“몸은 괜찮나. 유리 루디안?”
“신경 써주신 덕분에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감사하면 다신 그렇게 무리하지 마라.”
“예.. 조심하겠습니다.”
“그래. 그건 이제 넘어가고 오늘 전달사항은 없다.
다들 적당히 시간 때우다 수업 가도록 해라.”
““.....””
그렇게 한마디 남기며 교실을 나서는 칼레온의 모습에.
반 안의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할 말을 잃었다.
그 후로는 어제와 다를 게 없었다.
마법학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세리나를 뒤로하고 나와 알테리온 그리고 루카스는 함께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고.
얼마 후 도착한 칼레온 교수의 지도하에 운동장을 달리며 몸을 풀었다.
어제와 다른 것이 있었는데 어제 체력단련만 했다면 오늘은 근력단련도 함께 했다는 것이었다.
어제 기절하느라 못 들었지만 1학년 한 학기 동안 오전수업은 신체단련 위주로 이루어진다 한다.
‘하긴. 뭘 하든 어느 정도 몸이 밭쳐줘야 할 테니까..’
그렇게 10바퀴 정도 달리며 몸을 푼 학생들은 칼레온의 지도하에 각자의 무게에 맞게 단련을 이어갔다.
유리도 적당한 기구를 골라 무게를 맞춰 단련했지만, 팔찌와 발찌가 없어서 그런지 크게 힘들다고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어제 유리가 보여준 모습과 가볍게 무게를 드는 현재 유리의 모습에 다른 학생들이 자극을 받아 모두가 훈련에 열기를 불태우고 있었다.
* * * * *
오전수업을 마친 유리는 알테리온, 루카스와 함께 세리나와 합류하여 다 같이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며 듣기로 루카스는 오후수업에는 마법 쪽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또한, 오후수업에 관련해서도 들었는데 오후수업은 자신의 주 무기를 위주로 훈련한다고 한다.
검을 다루는 이는 검술을.
창을 다루는 이는 창술을.
각자의 무기를 훈련한다길래 유리는 오후수업엔 여러 교수가 들어오나 싶었지만.
곧바로 루카스가 알려주기를.
오후수업을 담당하는 제라크 론델 교수가 여러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어 무기술의 달인이라 불린다 한다.
하지만 무기를 다루지 못하는 유리였기에 오후수업이 어떻게 될지 유리는 내심 오후에 있을 수업을 기대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다 같이 카페에서 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유리는 알테리온과 함께 오후수업을 들으러 이동했다.
수업 장소는 야외의 넓은 공터에 한쪽에는 여러 다양한 무기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도착한 곳에는 함께 수업을 듣는지 루미엘라가 한쪽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며 유리는 곧바로 몸을 풀며 곧 시작될 수업을 준비했다.
“다들 왔군요, 식사는 잘하셨는지요?”
““예!””
수업 장소에 도착한 제라크 론델 교수는 특유의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라크 론델 교수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던 유리였지만 제라크 교수는 유리도 아는 사람이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제라크 론델 교수는 푸른 머리칼과 고급스러운 검은 정장, 정갈한 넥타이와 함께 빛나는 구두가 그의 품위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마치 신사와 같은 제라크 론델 교수는 유리가 입학시험 당시 칼레온과 함께 앉아있던 교수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자. 오늘은 모두 출석했군요.
유리 루디안 학생 몸은 괜찮나요?“
“예. 어제는 결석하여 죄송합니다.”
“젊을 때 훈련하다 보면 그럴 수 있죠.
다만 자신을 좀 더 아끼길 바래요.”
“예..”
유리는 자신을 돌보라는 인자한 목소리에 스스로를 반성하는 기분이었다.
“그럼 이제 수업을 시작하죠. 어제처럼 각자 훈련을 하면 됩니다.”
제라크 교수의 수업은 학생들 개개인이 다루는 무기가 달라 각자 본인의 무기를 훈련하면 제라크 교수가 학생 한명, 한명 부족한 점을 지적해주거나 보완해 주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누군가에게는 검술을.
누군가에게는 창술을.
혹은 단검을 다루는 학생도 있었지만 제라크 교수는 각각의 학생에게 맞게 조언해 주었지만.
유리는 다루는 무기가 없어 그저 허공에 주먹을 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유리를 제외한 모든 학생에게 간단한 조언을 건넨 제라크 교수는 유리에게 다가왔다.
“유리 루디안 학생. 학생은 분명 무기 없이 주먹을 썼지요?”
“예.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어서요.”
“전에 대련했을 때나, 오늘 다른 학생들을 봐주면서 유리학생이 훈련하는 것을 간간이 봤는데..
권술에도 딱히 재능이 있어 보이는 건 아니군요.“
“.....예”
재능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이지만.
이미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것을 자주 듣기도 하고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한 유리였기에 별생각이 들진 않았다.
“흠..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요.”
“.....”
입학시험 신청 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는 학생들이었기에 각자가 가진 재능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유리는 가문 덕에 시험 없이 입하했기에 가진 능력이나 재능이 없어도 입학할 순 있었다,
물론 이전 원래의 유리 루디안이 그저 방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반강제적으로 입학을 했었다면.
지금의 유리 루디안은 검증을 받더라도 스스로의 육체를 통해 입학시험 신청에 통과했을 것이다.
무엇에도 재능이 없으며 가진 것이라곤 한계 이상으로 단련된 육체뿐.
그런 유리는 기술을 수업하는 제라크 교수에게 어떤 수업을 받을지 궁금하면서도 기대됬다.
“그렇다면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줄 테니 우선 따라 해보시죠.”
제라크 교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선 몸을 곧게 세우고 기마자세를 취하십시오.
-양손은 주먹을 쥐고 명치 높이로 당기듯 허리쯤에 두시고.
-왼팔은 앞으로 목표하는 곳을 향해 뻗으세요.
-자. 이제 몸에 회전을 넣는다 생각해 보시죠.
-오른 다리에서 골반 그리고 오른쪽 주먹을 앞으로 뻗어 내지릅니다.
-동시에 앞을 향했던 왼팔은 다시 허리춤으로 당기며 회전을 더 합니다.
쉬이익-
유리의 강인한 힘이 더해져 뻗쳐진 주먹.
“흔히들 말하는 정권입니다.
앞으로 수업 때마다 이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 됩니다.”
“예?”
“앞으로 수업 때마다 이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 이것만 계속 반복하나요?”
“예. 그것만 반복하면 됩니다,”
“...”
유리의 얼굴에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던 것일까.
제라크 교수는 말을 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를 잘하면 좋겠지만, 유리 학생에겐 힘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하나의 기술을 단련하죠.
비록 다양성은 떨어질지언정 극한으로 단련한 하나의 기술에 긷든 강함은 결코 무엇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겁니다.”
“예! 해보겠습니다.”
그래. 달라진 건 없다.
남들처럼 잘할 필요 없이 난 나대기로 하면 된다.
유리는 아직은 엉성해 보이는 동작을 이어가며 정권을 훈련했다.
“강하게 내지르기보단 몸에 동작을 천천히 움직이며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십쇼.”
제라크 교수의 조언에 유리는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정권을 내질렀다.
이전처럼 무식하게 힘만으로 주먹을 뻗는 것이 아닌.
비록 아직은 슬로우모션처럼 느린 동작이라도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정권이라 부를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게 유리 루디안은 오직 자신의 육체만을 단련하는 이전과 달리 처음으로 기술을 연마하는 순간이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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