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안 입는 게 취향...?
15화
툭- 툭-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토닥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손길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
유리는 전과 같이 당하지 않겠다는 듯 손길이 느껴지는 어깨의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콕-
하지만 그런 유리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유리의 한쪽 어깨를 토닥인 에일린의 손가락은 반대쪽 어깨너머를 향해 곧게 뻗어있었다.
“콕!”
“.....”
손가락에 볼이 눌린 채로 에일린을 지긋이 바라본다.
“히시시시-”
자신이 이겼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에일린.
“.....”
유리는 또다시 당했다는 생각과 분함에 침묵을 유지하며 미소짓고 있는 에일린을 바라보기만 했다.
“음,, 삐졌어?”
“.....”
“전에 맡긴 아이템 가져왔는데?”
“반가워 에일린. 내가 애도 아니고 삐지기는 무슨.
그냥 웃는 게 예뻐서 멍하니 보고 있었어.”
“정말? 하긴 내가 예쁘긴 하지!”
“맞아, 맞아. 그래서 아이템은?”
시간이 걸린다며 에일린이 가져간 아이템.
일주일 정도 걸릴 줄은 몰랐지만, 평소 매일같이 착용하다 없이 생활하려니 너무 허전한 기분이었다.
짧고도 긴 시간이었지만 드디어 달라진 아이템이 돌아온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유리는 손가락 찌르기든 뭐든 다 당해 줄 수 있었다.
“엄청 기대했나 보네? 그럼 한쪽 팔 내밀고 눈 감아봐!”
한 쪽팔?
양팔이 아닌 한쪽 팔이란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유리는 에일린의 말대로 눈을 감고 왼팔을 내밀었다.
직접 착용해 주려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후우-
귓속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입바람.
!!!!!
눈을 감고 팔에 채워질 아이템을 기대하며 온 신경을 팔에 집중하던 순간.
갑자기 귓속을 향해 느껴지는 따듯한 공기에 팔에 집중하던 신경이 귓속으로 집중되었다.
귀속을 해 집는 따듯한 공기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듯한 느낌이었다.
온몸에 전해지는 소름과 함께 깜짝 놀란 유리는 벤치에 가운데 앉아있던 엉덩이를 급하게 에일린과 떨어지도록 벤치 끝으로 이동시키며 눈을 크게 뜬 채로 에일린을 바라봤다.
“히시시시-”
에일린은 특유의 웃는 소리를 내며 몇 걸음 떨어진 채 놀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놀란 나는 말도 더듬으며 한 손으론 아직도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한쪽 귀를 막고 에일린에게 소리치며 물었다.
“그치만~ 예뻐서 봤다는 뻥이나 치고!
아이템만 기다린 게 괘씸한걸.”
아니! 먼저 장난친 건 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거짓말한 것도 사실이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그.. 미안.”
“뭐~ 내가 먼저 장난친 것도 있으니까~
그럼 서로 쌤쌤인걸로!”
“.....”
도대체 뭘까..
다음에는 또 에일린이 어떤 장난을 칠지 이제는 무섭게 느껴졌다.
“자! 장난은 그만하구. 이제 줄게.”
그러면서 에일린은 손을 내밀었는데 손 위에는 하나의 팔찌가 놓여 있었다.
전에 에일린이 가져간 것은 한 쌍의 팔찌와 발찌였는데 지금은 어째서 한 개인 걸까?
그렇게 에일린의 손 위에 올려진 팔찌 하나를 멀뚱히 보고 있었는데.
“전에 건 네 개나 차야 되니까 불편할 거 같아 하나로 줄였어.”
“어? 그게 가능해?”
“웅! 말했잖아 무게를 늘리는 게 아니라 중력을 가한다고.
전에는 무게만 늘어났다면 지금은 팔찌가 착용한 사람이 느끼는 중력을 더욱 배가 되게 해서 몸을 움직이기 무거워질 거야.”
“엄,, 어?”
뭔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쨌든 네 개가 하나로 줄고 편해졌단 걸까?
“그리고 중력에 영향은 오직 착용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줘서 아이템을 낀다고 무게가 오르거나 하진 않아, 그걸 낀 상태로도 전처럼 의자가 부러진다거나 하진 않을 거야”
“음... 응”
전처럼 어디 앉거나 누울 때마다 일일이 무게 조정할 필요 없다는 말 같았다.
“성능도 좀 손봤어. 전보다 무게 한도가 늘어났을 거야. 최대 10단계 정도? 한 단계당 100kg이니까 조심하구.”
오.. 안 그래도 무게 한도가 좀 더 늘었으면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그 뒤로도 에일린의 설명이 이어졌는데.
아이템의 단계를 하나씩 올리고 내릴 때마다 한 단계당 2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어차피 한번 단계를 설정하고 잘 바꾸질 않으니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리고 만약 팔찌를 급하게 빼야 할 경우 그냥 빼면 된다고 한다.
다만 착용자에 신체로 향하던 술식의 목표가 사라지며 단계를 올린 만큼 팔찌의 무게가 무거워지긴 하지만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내구력도 강화해서 어지간해서는 부서지진 않을 거야!”
“그.. 고마워,, 이렇게까지 좋아질 줄은 몰랐는데. 무리한 거 아니야?”
에일린이 가져갈 때만 해도 성능이 조금 좋아지거나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에일린이 건네준 아이템은 이전과 같은 것이라고도 할 수 없는.
같은 팔찌의 모양만 취할 뿐 새로우면서 더욱 뛰어난 성능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에이. 무리라니. 이 정도는 거뜬하다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마법사가 아이템을 제작하거나 개량할 시 아이템에 술식을 새기거나 고쳐 쓴다고 한다.
하지만 술식을 새기는 과정에서 마법사는 고도의 집중력과 본인의 마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집중이 흐트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칫 자신의 역량을 초과하는 고도의 술식을 새길 경우 술식이 마법사의 마력을 한계 이상까지 빨아들여 간혹 사망자가 생긴다고도 한다.
그리고 이는 에일린도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멀쩡한 척하지만
사실 에일린은 한 주 동안 아이템에만 열중했으며 메일을 자신의 방대한 마력을 소모해 아이템을 개량했다.
“정말 고마워. 에일린. 앞으로 소중히 간직할게..”
“그럼~ 누구 작품인데. 속옷처럼 매일 매일 소중히 착용하라고~”
“아니.. 속옷이라니..”
하필이면 저런 비유인걸까..
“히시시시- 그마큼 소중히 하라는 거지~
아니면 유리.. 설마 안 입는 게 취향...?”
놀란 듯 눈을 번쩍 뜨고 활짝 핀 양손으로 입을 가린다.
하지만 벌려진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이 참 얄밉게만 보인다..
“아니!! 제발 좀!!”
“히시시시-”
자신의 아이템을 개량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지..
이런 엄청난 아이템을 선뜻 건네준 게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다.
분명 고맙다..
고마웠다..
하지만 얄미운 건 얄미운 거다..
* * * * *
어느 한 어둠 속 밀실.
적막과 불길함이 서린 어두운 밀실에는 창문 하난 없이 단 하나의 문만이 굳게 닫혀 있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밀실 속 가운데에는 촛불 하나만이 미약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시간이 잠시 지나자 어둠으로 가득 한 밀실 속에 여섯의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갑자기 호출이라니. 몇 년 만인지 모르겠군요.”
“무슨 일 있나욥!?”
“하아암- 졸려.”
“키기긱- 키킥-”
“15년만인가?”
“모이는 건 1년 뒤이지 않았는지요. 켈리카님?”
끼이이잇익-
마지막 목소리의 질문과 함께 밀실 속 한 쪽에 있는 굳게 닫힌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여인이 들어왔다.
“그래. 원래라면 1년 뒤에 모였을 터.
허나 운명이 앞당겨 졌다.”
“예? 운명이 앞당겨지다니요?”
“운명이 당겨져? 그게 가능해?”
“Zzzz...”
“키익- 킥-”
켈리카라 불리는 여인의 말에 검은 인영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몇몇 검은 인영은 여인의 말에 의문을 표했고,
처음부터 졸려 보이던 검은 인영은 아예 드러누워 자는 듯했으며.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검은 인영은 또다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분명한 건 내년쯤 빛나기 시작할 영웅의 별이 어째선지 몰라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켈리카님. 오히려 영웅의 별이 누구인지 더욱 빨리 찾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별에 운명인가 모시기. 그거. 고장 난 건 아냐?”
“켈리카님께 말조심하십쇼. 쓰레기.
쓰레기답게 신체를 조각내 포장해 드릴까요?”
“앙?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검은 두 인영이 싸우려는 듯 신경전이 펼쳐졌지만.
“그만.”
““.....””
여인의 한마디에 검은 두 인영은 입을 다물었다.
“아직은 미약하게 움직일 뿐.
특정해내긴 어렵다.
하지만 운명이 앞당겨진 이유는 있을 터.
나도 알아볼 테니 우선 그걸 찾아보아라.”
“그럼 겸사겸사 부족했던 재료 수집도 다시 해도 될지요.”
“넵!”
“Zzzzz...”
“키기익- 그..그럼.. 이제 하..한명씩 안 먹어도 되..?”
“나 참. 언제는 날뛰지 말라고 금제까지 걸어두더니.
완전 맘 대로구먼.”
“예. 알겠습니다. 켈리카님”
여인의 말에 각자 반응은 다를지언정 거부하진 않는다.
“너무 시선을 끌지 않는 선에서 허락한다.
적당히 하도록.”
여인의 말을 끝으로 여섯 인영은 사려졌으며 어느샌가 밀실에는 여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어둡던 밀실 속 자그맣게 빛을 내던 촛불마저 꺼지면서 밀실에는 오직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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