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데이트(2)

21화
15년 전 갑작스레 모습을 감춘 무저갱과 수만의 마물.
하지만 모든 마물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륙 곳곳에 남아있는 마물은 간혹 마을이나 도시로 내려와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힘 있는 영지는 비교적 마물로부터 안전하지만 모든 영지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결국, 마물에 의해 부모를 잃은 아이들도 생기는데 이런 아이들은 빈민가 혹은 영지 내의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고아원마다 시설이나 분위기는 모두 다르다.
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이 있기도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카이서스 가문의 영지 내 외곽에 있는 한 고아원.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어 사람의 왕래가 잦은 편은 아니지만, 이곳은 언제나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선생님 같이 놀아요!”
“꺄하하- 저도요. 저도요!”
“잠시만, 한 명씩 말해야죠.”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을 주며 이곳의 원장인 여성 ‘이자벨’
고아원의 아이들은 그녀를 믿음과 사랑으로 따르며 이자벨도 아이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다.
똑. 똑.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고아원에 어느 한 남성이 들어와 담벼락을 두드리며 시선을 모은다.
40대 정도로 보이는 깡마른 외형에 남성.
““아저씨!~””
“오셨나요. 프로메토님.”
아이들은 반가운 듯 남성을 향해 달려가고 이자벨은 남성의 이름을 부르며 알은 채 했다.
“허허. 욘석들 잘들 있었나요?”
““네에!~””
“오늘은 아저씨가 한 가지 기쁜 소식을 가져왔지요.”
“그게 뭔가요!?”
“오랜만이군요. 오늘은 몇 명인가요? 프로메토님.”
어떤 소식인지 궁금해하는 아이들과 이미 무언가 알고 있는 이자벨이었다.
“헙! 설마!?”
“이런 이미 눈치챈 거 같군요. 맞아요. 이번에 모로의 입양이 결정되었습니다.”
“헉! 정말요! 축하해 모로!”
“흑...”
포로메토라 불린 남성은 간혹 고아원에 찾아와 아이들의 입양소식을 전해준다.
그는 그렇게 선택된 아이들을 양부모에게 데려다주는데.
어째선지 입양이 결정된 아이는 눈물을 흘린다.
“축하해요. 모로. 드디어 모로에게도 부모님이 생기네요.”
“흑.. 선생님.. 그치만. 그치만..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떨어지기 싫어요..”
갑작스러운 이별의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모로를 이자벨이 꼭 안아주었다.
“헤어지는 게 아니에요. 모로. 나중에 모로가 크고 나면 다시 볼 수 있어요.”
“흑.. 선생님..”
“맞아! 모로! 우리들도 언젠가 크고 나면 그때 만나자!”
“애들아..”
“모로. 이거 하나만은 약속해요. 오늘 모로는 이곳을 떠나지만 전 언제나 이곳에서 기다릴게요. 그러니 멋지게 성장해서 다시 만나요.”
“선생님.. 흐어엉-”
이자벨과 아이들이 이별에 슬퍼하는 모로를 위로해준다.
비록 지금은 헤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며..
짝-
“자 그럼 새로운 부모님이 기다리실 테니 우리는 가볼까요. 모로?”
“흑.. 네. 선생님, 애들아 나 꼭 다시 올게. 그때 다시 만나자!”
새로운 부모를 맞이하러 떠난 모로와 프로메토.
갑작스러운 이별에도 눈물을 꾹 참고 모로를 축하해준 아이들은 모로가 떠난 것을 보며 뒤늦게 이별의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눈물을 이자벨이 닦아주며 한명 한명 소중히 위로해 주었다.
* * * * *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
미약한 조명만이 어둠 속을 작게나마 비춰준다.
어두운 공간에는 몇몇 가구와 수많은 책뿐이었다.
흐흥- 흐응-
어둠 속 소파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한 소녀.
15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어두운 공간이 익숙한 듯 그곳에서 혼자 놀고 있었는데.
저벅- 저벅-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한 남성이 소녀를 향해 걸어왔다.
“프로메토 왔어욥!?”
소녀는 갑자기 나타난 남성을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겼다.
남성의 정체는 ‘프로메토’
“이번 실험체는 어떤가욥!?”
“이자벨이 잘 키워서 그런지 이번에도 꽤 괜찮은 물건이었습니다.”
“역시 이자벨이네욥!”
“메이도 잘 구해왔나요?”
“넵! 빈민가에 가면 널려 있으니까욥!”
“다행이군요. 너무 과하게 가져온 건 아니겠죠?”
“넵! 켈리카님이 조금씩만 쓰라고 하셔서 몇 개만 구해 왔어욥!”
메이라 불린 소녀는 프로메토에게 걱정 말라는 듯 경례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최근에 있던 실험체는 켈리카님이 가져가셨으니 이번에 들어온 실험체에는 다른 실험을 해보죠.”
“넵!”
어둠으로 뒤덮인 공간은 무저갱의 아지트로 남성과 여성 또한 무저갱의 일원이었다.
둘은 새로운 실험체에 이번에는 어떤 실험을 할지 고민하며 토론했다.
그러다 문뜩 무언가 생각난 메이가 말했다.
“켈리카님 제국에는 잘 도착하셨을 까욥?”
* * * * *
한편 유리와 루미엘라는.
“전에 대련할 때 마지막에 특성을 썼다고 했잖아. 그럼 루미엘라 네 특성은 빨라지는 거야?”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겨우 생각난 예전 대련 때의 작은 의문.
“음.. 비슷하지만 좀 달라. 내 특성은 ‘시간가속’인데 뭔가 나 빼고 주위가 느려지는 기분이랄까?”
대충 생각나서 물어보긴 했지만, 자세히 말해줄 줄 몰랐다..
“그렇구나. 근데 그렇게 자세히 말해줘도 괜찮아?”
“응. 딱히 비밀은 아녀서. 한번 당하면 바로 눈치채는 사람도 꽤 있고.”
여러 사람과 대련해 본 것이 아닌 자신도 그녀의 기묘한 움직임에 이상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알아차린단 건가..
“그렇구나. 아직은 갈 길이 머네.”
“뭐 강한 사람은 많으니까..”
둘이 짧은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음식이 나왔다.
식전 음식부터 차례대로 나오는 음식. 다만 그 양이 많지가 않아 아쉬움을 느끼긴 했다.
그럼에도 음식 하나하나의 맛이 뛰어난 편이어서 꽤나 만족스러웠다.
차례대로 나오는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루미엘라와 음식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
다행히 그녀도 음식이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렇게 유리와 루미엘라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며 식당을 나왔다.
둘은 잠시 소화도 시킬 겸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이런 곳은 처음인데 엄청 맛있네. 루미엘라 너는 어땠어?”
“응. 꽤 괜찮은 곳이었어. 오늘 사줘서 고마워.”
“아냐.아냐. 너한테 신세 진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딱히 신세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런가.. 말이라도 고마웠다.
“뭐. 전에 내가 무리하게 대련 신청한 것도 있으니까.”
“그건..! 나도 좋은 경험이었어서 괜찮아.”
잠시 멈춰 선 루미엘라는 순간 대련 권유를 다른 것으로 착각했던 자신이 떠올랐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맞다. 루미엘라 어디 가고싶은 곳 있어?”
“응?”
“예쁘게 입고 나왔는데 바로 들어가기엔 아쉽잖아.”
!!?
이 남자는 도대체 저런 말들이 쉽게 나오는 걸까..
저번에도 그렇고 의도하고 일부러 저런 말을 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아니..딱히..아. 한군데 있어.”
* * * * *
유리의 말 머뭇거리던 루미엘라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데려간 곳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다.
“어.. 와보고 싶은 곳이.. 여기야?”
“응.”
깡- 깡-
치이익-
그녀가 데려간 곳은 도시 내의 대장간 거리였다.
“검은 이미 있지 않아?”
“응. 오늘은 유리 네꺼 보러온 거야.”
“내꺼..?”
유리는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당황했다.
“응. 맨몸이면 대련하기 힘들 테니까.”
생각났다. 그녀는 분명 유리에게 무기가 없어 본인도 기초검술만 사용했다 말했다.
“무기가 아니어도 방어구라도 있었으면 대련은 훨씬 어려웠을 거야.”
벙쩌있는 유리에게 루미엘라가 추가로 설명했다.
방어구. 유리도 방어구를 생각을 못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무기를 못 다루는 것뿐 장비를 착용하지 못 하는 아니니까.
하지만 그가 그동안 방어구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벌써 그런 거에 의존하냐는 루나의 강압적인 말과 두 번째로 심하게 맞을수록 맷집을 늘려주는 자신의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유리의 주먹은 검과 부딪치고도 주먹에서 쇳소리가 날 정도로 단단해졌다.
모두 유리의 특성과 루나와의 실전 같은 대련(일방적인 폭행) 덕분이었다.
‘몽둥이에 신성력 담아 때리는 건 참 대단했지..’
몽둥이에 맞아 뼈가 부러져도 안에 담긴 신성력이 곧바로 회복시키는 지옥 같은 경험.
이제는 추억으로 자리 잡은 기억을 잠시 회상했다.
“굳이 안내키면 안 봐도 되고..”
“아냐. 잠시 딴생각하고 있었어. 루미엘라 네가 같이 봐준다면 나야 고맙지.”
생각해보니 대련 때 입을 용으로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구경만이라도 해볼까..?’
루미엘라라면 좋은 물건을 골라줄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유리는 루미엘라를 따라 어느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런데 루미엘라. 어디 아는 곳 있어?”
이미 목적지가 정해진 듯 걸음을 옮기길래 물어보았다.
“응. 전에 친구가 알려준 곳이야. 꽤 괜찮더라고.”
그러고 보니 친구 따라 고급식당도 많이 가봤다 했었나..
어떤 친구일지 궁금했지만, 유리는 묵묵히 루미엘라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데려간 곳은 도시의 중심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가게의 위치나 외관으로 봤을 때 상당히 고급스러운 대장간처럼 보였다.
유리는 익숙한 듯 대장간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띠링-
“어서오십쇼- 어? 아가씨?”
‘아가씨?’
50대 정도로 보이는 덩치 큰 남자는 이미 루미엘라를 알고 있는 듯했다.
“장비 좀 보러왔어요.”
“전에 레이피어는 벌써 망가졌나유?”
“아뇨. 아직 잘 쓰고 있어요. 오늘은 제 장비를 보러온 게 아니고.,”
루미엘라는 마치 이 사람의 장비를 맞출 거라는 듯 유리를 바라본다.
“아. 제가 쓸 장비를 보러 왔습니다.”
그녀의 시선에 유리가 말을 이었다.
“음.. 남자친구?”
!!?
잠시 유리를 쳐다보며 생각한 남성이 무심코 꺼낸 말에 루미엘라가 놀라 정정했다.
“아뇨.아뇨. 절대. 그냥 친구에요.”
“그런가유? 난 또 둘이 같이 오길래.. 그럼 한번 봅시다.”
유리에게 다가온 남성은 유리의 몸 이곳저곳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스윽- 텁-
거기다 유리의 손과 팔을 만지기도 한다.
“저.. 뭐하시는 건가요?”
잠시 대답하지 않고 무언가 생각한 남성이 이내 말을 꺼냈다.
“흠.. 따로 사용하는 무기는 없나 보군.”
“어떻게 아셨나요?”
“무기마다 사용하는 근육은 다 다르니 그 정도야 알 수 있지.”
“아.. 네. 그래서 방어구라도 맞는 게 있나 해서요.”
“뭐 그 정도는 있...”
콰앙-!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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