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뤄주는 괴물과 괴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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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터
작품등록일 :
2024.10.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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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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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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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두 명의 신 - 3

DUMMY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덕만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욕조의 물은 여전히 요동치며 좌우로 갈려 있었다.

덕만은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가 한데 모았다.

천천히 욕조의 물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욕조에 달린 거품기에서 부글거리는 거품이 올라왔다.

그는 천천히 욕조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물 위로 올라섰다.

부글거려서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는 물 위에 우뚝 섰다.

그는 탄성을 내뱉으며 감동스러운 순간을 만끽했다.

물을 가르고 물 위를 걷는 권능, 그는 그토록 고대하던 신이 되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검은 괴물을 바라봤다.

성경 속 천사의 모습을 한 괴물은 그 거대한 눈과 깊은 어둠으로 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신입니까?"


눈이 고개를 저었다.

괴물은 눈알밖에 없었기에 정확히 표현하자면 좌우로 눈동자를 흔들었다.

그리고 뇌에 직접 닿는 것처럼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은 너다. 네 권능을 보라."


그는 고개를 내려 물 위에 서 있는 자신의 발을 바라봤다.


'난 이제 신이다.'


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괴물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그는 물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갔다.

축축하던 몸은 말끔히 말라 있었고 예수가 입었던 새하얀 천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가시 박힌 월계관이 그의 머리에 씌어져 있었으며 전구를 매단 것도 아닌데 그의 등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왕좌라 이름 붙인 값비싼 의자에 앉은 덕만이 황홀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그는 힘을 갖게 되었다.

퍼포먼스와 속임수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술수가 아니라 물을 가르고 물 위를 걷는 진정한 신의 권능을 얻게 되었다.


'이 힘으로 뭐부터 해야 하지?'


고민하던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김성호'


진목의 친구이자 새빛교회의 목사인 김성호.

그가 운영하는 새빛교회는 덕만의 교회에서 고작 4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성호는 항상 자신의 교회, 자신의 사업을 더 성장시키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신자가 필요했고 그런 그에게 덕만의 교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는 천상천하유아독존 예수교의 신자들을 데려와 덕만을 비난하고 덕만이 말하는 교리는 모두 사기이며 진짜 신의 축복을 받기 위해선 장로회 소속 정통 기독교회인 자신의 교회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찰에게 덕만이 자기 신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물론, 이미 세뇌된 신자들은 성호가 아무리 회유해도 덕만을 향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성범죄 건도 덕만이 경찰 윗선의 연줄을 이용해 처벌을 피해 갔다.

하지만 성호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그의 교회를 공격했고 지금도 덕만을 사이비 사기꾼이라 비난하며 덕만의 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을 자기 교회로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서 덕만은 성호를 증오했다.

사실 덕만은 1년 전에 신의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열렬한 신자들을 이용해 성호를 해치고 그의 교회를 불태우려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덕만이 수십억을 들여 만든 연줄로도 사람을 죽이고 대형 건물에 방화를 저지르는 위법행위를 무마할 순 없었다.

그가 저지른 성범죄를 덮는 것도 간신히 한 일인 데다가 그 사건이 뉴스를 타고 세간에 알려지기도 해서 그는 몸을 사려야 했다.

그러나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에겐 힘이 있었다.

꾹꾹 눌러왔던 증오를 열매로 맺게 할 권능이 있었다.


'사탄의 자식. 지금까지 잘도 내 권세에 마수를 뻗쳐 왔겠다. 이제 네놈은 끝이야.'


-


일요일, 점심.

성호가 운영하는 새빛교회의 앞마당에 예배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이 식사를 위해 모여 있었다.

기다란 배식대에 스테인리스 솥 6개가 일렬로 늘어 서 있었다.

각각의 솥에는 밥과 국 반찬이 담겨 있었다.

배식대 뒤에는 6명의 아주머니들이 주걱과 집게 그리고 국자를 들고 서 있었다.

그중 한 아주머니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김진목 목사님은 오늘 안 오셨네요?"


"그러게요. 저번에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시더니 오늘은 못 나오신 모양이에요."


"저런, 괜찮으셨으면 좋겠네요. 참 좋은 분이시잖아요."


"그렇죠. 하나님이 꼭 도와주실 겁니다."


"그렇지요. 아멘."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12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고 본격적으로 배식이 시작되었다.

마당에 모인 사람들은 테이블 사이를 지나 일렬로 줄을 섰다.

사람들이 가지런히 놓인 식판을 들어 음식을 받기 시작했다.


"보라!"


그때 하늘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빛교회 마당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덕만이 있었다.

로프도 달고 있지 않은 그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잠시 후 그를 뒤따라온 천상천하유아독존 예수교 소속 신자 수천 명이 새빛교회 앞 거리를 가득 채웠다.

그들은 양손을 모아 감격한 얼굴로 덕만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성호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덕만이 고개를 내려 그를 바라봤다.


"어이, 김성호."


덕만이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와 성호의 앞에 착지했다.

덕만이 성호를 바라보곤 씨익 웃었다.


"뭐, 뭡니까?"


성호가 조금 뒷걸음질 쳤다.


"내가 누구로 보이나?"


"뭐요?"


"내가 누구로 보이냐고 물었다."


성호는 그가 입고 있는 새하얀 천과 가시 돋은 월계관을 바라봤다.

예수가 입었던 옷이었지만, 그는 예수가 아니라 덕만이었다.


"당신은 조덕만 아닙니까."


"조덕만?"


"그래요."


"난 조덕만이 아니다."


덕만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성호는 지레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정신 나간 사이비 교주도 아니고."


덕만이 눈을 부라렸다.

성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신자들을 성폭행하는 파렴치한 사탄의 자식도 아니야."


정신 나간 사이비 교주, 신자들을 성폭행하는 파렴치한 사탄의 자식.

모두 성호가 덕만을 까 내릴 때 사용한 표현들이었다.


"난 신이다."


덕만이 양팔을 활짝 펼치며 뒤로 돌아 성호의 신자들을 바라봤다.


"내 이름은 알프스, 예수의 아버지이자, 이 세상의 모든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


"우와아!!"


거리에 모인 덕만의 신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난 신이다."


"우와아아악!!!!"


신자들이 거리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근처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창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 길을 걷던 행인들도 걸음을 멈춘 채 괴성을 지르는 덕만의 신자들을 바라봤다.

덕만이 다시 몸을 돌려 성호를 노려봤다.


"다시 한번 묻지, 내가 누구로 보이나?"


"..."


성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왜 대답하지 못하지? 자넨 목사가 아닌가?"


성호는 그의 시선을 피해 눈을 이리저리 굴릴 뿐이었다.


"대답해!"


"모, 목사입니다."


성호가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목사는 기도를 드리지, 자넨 누구에게 기도를 드리나?"


"예수님에게..."


"그래! 예수! 그는 내 아들이다. 너도 마찬가지지."


덕만이 불쑥 앞으로 다가가 성호의 어깨를 잡았다.


"그런데 왜 내게 예를 갖추지 않는 거지? 네가 섬기는 이의 아버지, 네가 섬기는 이보다 더 높은 권능을 지닌 위대한 신이 네 앞에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고개를 빳빳이 들고 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거지?"


"죄, 죄송합니다!"


성호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덕만은 만족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지막으로 물으마. 내가 누구로 보이느냐?"


"신, 당신은 신이십니다."


성호가 덕만을 올려다봤다.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해라."


성호가 머리를 땅에 처박자, 덕만의 신자들이 아까보다 더 큰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다 점점 목소리가 낮아졌다.

낮아진 목소리들 사이로 들려온 것은 사이렌이었다.

여러 대의 경찰차가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성호의 귀에 들어갔다.

성호는 고개를 들어 덕만을 바라봤다.

두려운 기색도 경외스러운 표정도 없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덕만을 노려봤다.


"...?"


덕만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성호는 작게 실소를 내뱉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정말 확실하게 신이야."


"병신."


"뭐?"


성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과 손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덕만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덕만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수천 명의 신자들 사이를 비집고 경찰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당신이 무슨 마술을 부려서 하늘에서 날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대낮에 이런 대군을 끌고 적지에 발을 들이면 어떡하나?"


"뭐?"


"난 언젠가 당신이 이런 짓을 벌일 거라고 예상했었지."


성호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덕만의 앞에서 흔들었다.

통화 기록에 112라는 경찰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당신 교회 신자 중에 내가 보낸 스파이가 몇 명 있었거든."


성호가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했다.


"불법 조직 운영에 그 조직을 끌고 와서 공갈 협박 거기에 지금까지 사이비 교주로서 저질러 온 모든 죄악들. 네 연줄 때문에 혐의를 증명하진 못하더라도 몇 달은 유치장에서 지내야 할 거야."


성호가 팔을 뻗어 덕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몇 달간 네 신자들은 걱정하지 마. 내가 잘 가르쳐서 예수님의 자식들로 만들어 줄 테니까."


덕만이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성호는 그런 그를 비웃으며 경찰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경찰분들 여깁니다! 이 사람이 조직원들을 데리고 저희 교회를 습격했어요!"


경찰들이 하나둘씩 덕만의 뒤로 모였다.


"선생님, 서로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그때 등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덕만의 열렬한 신자들이 경찰들의 명령에 불복해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경찰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폭행했고 결국 테이저건을 맞아 바닥을 굴렀다.


"여러분, 상황이 정리되는 데로 식사 마저 하시면 됩니다."


성호가 자신의 신자들에게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덕만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화가 났다.

신의 힘을 얻은 그는 넓은 아량으로 성호가 자신에게 무릎 꿇고 예를 갖췄다면, 성호를 용서해 주려 했다.

하지만 그는 몰래 첩자를 심고 겁먹은 척 연기를 해서 자신을 함정에 빠트렸다.

그 기만은 신을 향한 도전이자, 권위를 물 먹이는 행위였다.

덕만이 몸을 돌려 성호를 바라봤다.


"선생님, 멈추세요. 더 움직이면 제압할 수도 있습니다."


경찰이 테이저건에 손을 올렸다.

덕만은 경찰을 보고 피식 웃었다.


"해 봐."


"예?"


"그 테이저건인지 뭔지 쏴 보라고."


그의 앞에 모인 경찰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쏘지 않을 건가?"


덕만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가 향하는 방향은 성호가 서 있는 곳이었다.

그때 신입 순경 하나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테이저건을 뽑아 발사했다.

날카로운 바늘이 덕만의 몸에 박혔고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하지만 덕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찰들이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파트 위에서, 거리 너머의 건물에서 그 광경을 구경하던 이들도 모두 같은 표정이었다.

덕만은 몸에 박힌 바늘을 뽑은 뒤 하늘로 떠올랐다.


"이 고통은 십자가에 못 박힌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난 너흴 미워하지 않는다. 벌하지도 않는다. 난 자비로운 하나님 알프스니까."


성호가 고개를 돌려 덕만을 바라봤다.


"내가 벌하는 건 오로지 사탄과 사탄의 자식들뿐이다. 바로 저놈 같은."


덕만이 성호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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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미국에서 온 친구 - 2 25.01.09 8 0 13쪽
62 미국에서 온 친구 - 1 25.01.07 7 0 13쪽
61 내 이름은 신디 - 2 25.01.04 9 0 12쪽
60 내 이름은 신디 - 1 25.01.02 7 0 12쪽
59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5 24.12.31 6 0 12쪽
5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4 24.12.28 7 0 12쪽
5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3 24.12.26 7 0 15쪽
56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2 24.12.24 8 0 12쪽
5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1 24.12.21 8 0 13쪽
54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0 24.12.19 7 0 13쪽
53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9 24.12.17 7 0 12쪽
52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8 24.12.14 7 0 14쪽
51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7 24.12.12 8 0 11쪽
50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6 24.12.10 8 0 12쪽
49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5 24.12.08 9 0 12쪽
4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4 24.12.07 10 0 11쪽
4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3 24.11.27 12 0 11쪽
46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2 24.11.26 9 0 12쪽
4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 24.11.18 11 0 14쪽
44 두 명의 신 - 7 24.11.17 10 0 13쪽
43 두 명의 신 - 6 24.11.16 11 0 12쪽
42 두 명의 신 - 5 24.11.15 13 0 12쪽
41 두 명의 신 - 4 24.11.14 10 0 12쪽
» 두 명의 신 - 3 24.11.13 11 0 12쪽
39 두 명의 신 - 2 24.11.12 11 0 11쪽
38 두 명의 신 - 1 24.11.11 11 0 12쪽
37 컴백 - 3 24.11.10 12 0 14쪽
36 컴백 - 2 24.11.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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