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뤄주는 괴물과 괴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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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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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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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신 - 6

DUMMY

겨울은 괴물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저 모습이 괴물이 완전히 성장한 모습이란 거군요."


진목이 상공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거대한 눈알을 바라봤다.


"확실히 제게 힘을 준 괴물과 비슷하게 생겼군요."


"비슷하게 생겼다고요?"


"예, 하지만 제가 본 것은 완전히 검은색이었습니다. 저렇게 크지도 않았고 빛나지도 않았죠."


'단순히 모습만 비슷한 게 아닐 수도 있어.'


괴물의 모습은 저마다 달랐다.

그렇기에 같은 시기에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두 괴물이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혹시 한 괴물이 두 마리로 나눠진 건 아닐까? 같은 소원을 가진 두 사람에게 나뉘어져 나타난 거지.'


그럴듯한 추론이었지만, 명백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만약 겨울의 추론이 사실이라면 괴물이 둘로 나뉘어졌으니,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의 절반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만 했다.

일반적으로 완전히 성장한 괴물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저 갉아 먹은 생명력이 다할 때까지 괴물이 왜곡된 욕망으로 세계를 파괴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겨울의 세상은 그렇게 멸망했다.

완전히 성장한 괴물들이 세계를 뒤덮었기 때문에.


"당신에게 힘을 준 괴물을 지금 불러낼 수 있습니까?"


진목이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불러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진목의 등 뒤에서 여섯 개의 검은 날개를 가진 눈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 찾았는가."


겨울이 괴물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원하는 대로 부르게."


괴물은 겨울의 생각을 읽고 답했다.


"권능은 고작 이름 따위에 좌지우지되지 않으니."


"지금 저기 떠 있는 괴물이 당신과 같은 괴물입니까?"


"같지 않다. 같았었지."


겨울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드리웠다.

겨울이 추론대로 하나의 괴물이 같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둘로 나뉜 것이었다.


"허나, 네 생각처럼 힘이 반으로 나눠진 것은 아니다."


"뭐라고요?"


"우리의 힘의 원천은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력으로부터 나온다. 네가 보고 있는 순백의 괴물은 한 인간의 생명력을 완전히 흡수했다. 고로 절반이 아니라 완전한 힘을 손에 넣었지."


"..."


겨울은 다시 절망했다.


"하지만 힘 자체는 나와 같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우리가 가진 힘은 소원으로부터 기원한다. 같은 소원이라면 같은 힘을 가지지. 그 크기는 다를지언정 권능은 같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순백의 괴물이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라면 나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대지를 뒤덮은 메뚜기떼와 나타났던 거대한 방주 역시 내게도 허락된 권능이지."


"그럼, 저 괴물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긴가요?"


"내 모든 권능은 내가 아닌 소원의 주인이 가지고 있다. 그가 원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


겨울이 진목을 바라봤다.

진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절 도와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지요. 우린 모두 하나님의 자식들 아닙니까."

"하지만..."


겨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났고 검은 갑주가 겨울의 몸을 감쌌다.

투구 너머로 본 괴물의 몸은 조금 빛나고 있었다.

괴물과 진목의 연결은 이미 강해진 상태였다.

그 이야기는 하늘에 있는 거대한 괴물을 막고 난 뒤엔 눈앞의 괴물과 진목을 둘 다 죽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목자여."


괴물이 진목에게 말했다.


"이 청년의 목적은 괴물을 사냥하는 것이다. 저 괴물을 막고 나면 다음은 내 차례겠지. 만약 내가 죽는다면 너도 함께 죽는다. 내가 죽지 않더라도 난 곧 네 생명력을 모두 흡수해 저 괴물과 모습이 될 것이다."


괴물이 검은 날개로 순백의 괴물을 가리켰다.


"그 이야기는 뭘 어떻게 하든 전 죽는다는 뜻입니까?"


"그렇다. 소원의 대가는 죽음이니."


겨울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진목은 피식 웃었다.


"형제님, 왜 고개를 숙이십니까? 어서 가시지요."


겨울이 고개를 들어 진목을 바라봤다.


"괜찮은 겁니까?"


"물론이지요. 이미 정해진 길을 바꿀 수 없다면,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겨울이 비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진목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멈춰 있었다.


"뭐 하는 겁니까?"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에게 우리 모두를 구원해달라 기도하고 있지요. 이제 갑시다."


겨울이 고개를 저었다.

하늘의 거대한 눈이 겨울과 진목을 향해 있었다.


"내 권능을 의심하는 자들이 더 있구나."


순백의 괴물이 단어 하나를 내뱉을 때마다 대기가 흔들렸다.


"권능에 도전하는 자에겐 죽음뿐이다."


땅에서 강렬한 파도와 함께 방주가 솟아올라 산 능선을 따라 겨울과 진목에게 돌진해 왔다.

그 순간 겨울의 뒤에서부터 파도가 밀려왔다.

겨울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발밑에서부터 수면 위로 방주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돌진해 오고 있는 방주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속도는 훨씬 빨랐다.

진목과 겨울을 실은 방주는 파도를 따라 돌진해 오는 방주를 피해 하늘의 거대한 괴물에게 향했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메뚜기떼였다.

먼지 같던 메뚜기떼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개굴"


방주를 실은 파도 속에서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물밑에서부터 수많은 개구리가 튀어 올라 메뚜기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형제님, 이제 곧 도착합니다."


거대한 동공이 겨울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검은 갑주를 두른 그는 뛰어오를 준비를 했다.

그 순간 집채만 한 파도가 허공에서 솟아올랐다.

대홍수, 세상을 집어삼켰다던 거대한 해일이 진목의 작은 방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겨울은 뛰어올랐다.

작열하는 태양이 겨울의 등을 비췄다.

가뭄을 부르는 빛에 겨울을 집어삼키려던 해일이 증발해 사라졌다.

피어오른 수증기를 꿰뚫고 겨울이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의 점프력은 그다지 출중하지 못했고 괴물의 각막 바로 앞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발밑에서 물컹한 뭔가가 느껴졌다.

여섯 개의 검은 날개를 가진 커다란 눈알.

진목의 괴물이 겨울을 싣고 거대한 동공의 중앙으로 날아갔다.

겨울은 다시 뛰어올라 푸른 눈동자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


겨울이 착지한 곳은 거대한 동굴과도 같았다.

괴물의 눈 속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푸르고 물컹한 벽을 가진 웅장한 동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겨울의 힘을 평가하자면, 평범한 인간보다 강한 정도였다.

이슬처럼 비행기를 들어 올리는 초월적인 힘을 낼 순 없었다.

일단 괴물의 안에 들어오는 것은 성공했지만, 이 괴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검은 갑주에 싸인 주먹을 휘두르는 것뿐이었다.


'해야 할 일을 한다.'


진목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푸르고 물컹한 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의 주먹은 벽 안으로 움푹 들어갔다가 폭하고 빠졌다.


"젠장."


그가 보기에 자기 주먹은 의미 없는 공격이었다.

겨울은 동굴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깊은 어둠이 보였다.

그는 검은 고래의 안에 들어갔던 때를 떠올렸다.


'괴물은 인간처럼 장기를 가지고 있진 않지만, 안에 뭔가 있을 수도 있어.'


겨울은 괴물의 깊숙한 곳으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망설임은 없었다.

힘이 부족해도, 공격이 들어가지 않아도 괴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어둠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있는 건 지나온 것과 같은 푸르고 물컹한 벽뿐이었다.

겨울은 하는 수 없이 주먹을 날렸다.

있는 힘껏.

지금까지 단련해 온 대로 전력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


밖에선 권능과 권능이 충동하고 있었다.

개구리와 메뚜기, 거대한 방주들이 서로 맞부딪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서 벼락이 치고 있었고 방주를 태운 해일은 서울을 집어삼켰다.

잠시 후 파도들은 작열하는 태양에 수증기로 변해 구름으로 변했다.

구름에선 막대한 양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구름 너머에서 작열하는 태양이 다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비가 증발하고 가뭄이 찾아와 대지가 바짝 말랐다.

번개가 치고 해일과 폭우가 쏟아지고 동시에 가뭄이 찾아오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이슬을 덮쳤던 메뚜기떼의 기세는 점점 약해졌다.

이슬이 폭우와 가뭄에 짓뭉개진 밀밭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검은 갑주는 너덜너덜해졌다.

투구의 입 부분은 완전히 부서져서 아래턱과 긴 생머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그녀는 뭔가를 잘근잘근 씹으며 하늘에 있는 거대한 괴물을 바라봤다.


"퉷-"


그녀가 씹던 것을 뱉어냈다.

가시 돋친 메뚜기의 뒷다리였다.


"고소하긴 한데 입에 좀 걸리네."


바닥에서 낫과 같은 팔로 메뚜기를 잡아 뜯고 있던 사마귀가 이슬의 말에 먹던 것을 내려놓고 함께 하늘을 올려다봤다.


"폭우에 해일 그리고 가뭄. 세상이 난장판이 된 걸 보니까 우리한테 기회가 온 것 같네."


검은 사마귀가 이슬의 어깨로 폴짝 뛰어올라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이슬이 숨을 내쉬었다.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거대한 검은 칼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낫처럼 굽혀진 칼날은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를 가지고 있었다.

검은 사마귀의 거대한 날개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바람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연기가 걷히기 시작했다.

모습이 드러난 검은 사마귀는 비행기를 들어 올렸을 때보다 훨씬 거대했다.

크기로만 따지면 하늘에 있는 순백의 괴물과 맞먹었다.

사마귀는 태풍 같은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


겨울은 괴물의 몸 안에 계속해서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한 방, 한 방에 전력을 담아 정권을 내질렀다.

갑주 안이 땀으로 흥건했고 근육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겨울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건 꽤 효과가 있었다.

괴물은 평범한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작은 벌레가 거대한 바위를 치는 것 같았지만, 같은 괴물의 힘을 두른 갑주는 착실히 거대한 괴물에게 충격을 주고 있었다.

겨울의 공격은 천천히 괴물의 내부를 파괴하고 있었다.

처음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지만, 그 작은 충격이 쌓이고 쌓여 괴물이 그 충격을 눈치챈 순간 그간 쌓였던 충격이 한꺼번에 전해졌다.

괴물은 고통에 움찔했고, 그 때문에 등 뒤에서 거대한 사마귀가 접근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벽을 치고 있는 겨울의 머리 위로 거대한 검은 칼날이 쑥 들어왔다.

겨울은 당황해 뒤로 고꾸라졌다.


-


거대한 사마귀의 칼날이 괴물의 등을 관통했다.

하늘에 있던 괴물이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여덟 개의 날개를 퍼덕였지만, 사마귀의 날카로운 칼날에 저항할 순 없었다.

검은 사마귀는 괴물을 갈가리 찢기 시작했다.

찬란한 빛을 내는 날개가 우수수 떨어지고 거대한 눈알이 산산조각 났다.

에메랄드빛 푸른 동공은 갈가리 찢어져 바닥에 흩어졌다.

괴물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지고 혼란스럽던 상황이 점점 진정되기 시작했다.

구름이 걷히고 나타났던 파도와 방주의 잔해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메뚜기들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가뭄을 불러오던 태양의 작열도 본래의 따스한 빛으로 되돌아갔고 메뚜기를 잡아먹던 개구리들도 모두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여전히 빛을 내는 거대한 괴물의 조각들도 마치 그것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연기가 되어 사라져갔다.

하지만 해일과 방주의 잔해에 박살 난 건물들은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여러 재앙과 거대한 괴물들의 싸움에 휩쓸렸던 도시는 거의 폐허가 되어 있었다.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로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 애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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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미국에서 온 친구 - 2 25.01.09 4 0 13쪽
62 미국에서 온 친구 - 1 25.01.07 5 0 13쪽
61 내 이름은 신디 - 2 25.01.04 7 0 12쪽
60 내 이름은 신디 - 1 25.01.02 5 0 12쪽
59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5 24.12.31 5 0 12쪽
5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4 24.12.28 6 0 12쪽
5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3 24.12.26 6 0 15쪽
56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2 24.12.24 6 0 12쪽
5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1 24.12.21 7 0 13쪽
54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0 24.12.19 5 0 13쪽
53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9 24.12.17 6 0 12쪽
52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8 24.12.14 6 0 14쪽
51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7 24.12.12 7 0 11쪽
50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6 24.12.10 7 0 12쪽
49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5 24.12.08 8 0 12쪽
4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4 24.12.07 9 0 11쪽
4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3 24.11.27 11 0 11쪽
46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2 24.11.26 7 0 12쪽
4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 24.11.18 10 0 14쪽
44 두 명의 신 - 7 24.11.17 9 0 13쪽
» 두 명의 신 - 6 24.11.16 10 0 12쪽
42 두 명의 신 - 5 24.11.15 11 0 12쪽
41 두 명의 신 - 4 24.11.14 9 0 12쪽
40 두 명의 신 - 3 24.11.13 9 0 12쪽
39 두 명의 신 - 2 24.11.12 10 0 11쪽
38 두 명의 신 - 1 24.11.11 9 0 12쪽
37 컴백 - 3 24.11.10 1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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