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뤄주는 괴물과 괴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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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터
작품등록일 :
2024.10.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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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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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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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2

DUMMY

겨울의 무릎에 따듯한 뭔가가 느껴졌다.

고개를 내려 보니 강아지가 있었다.

겨울은 강아지의 검은 털을 보고 얼어붙었다.


"봄이?"


겨울의 말을 들은 강아지가 고개를 돌려 겨울을 바라봤다.


'아니구나...'


괴물이어서 완전히 검은색이었던 봄이와 다르게 강아지는 흰 바탕에 검은 털을 가진 평범한 웰시코기였다.


'그런데 여긴 어디지?'


겨울이 주변을 둘러봤다.

그가 있는 곳은 야구장이었다.

그는 분명 야구장에 있긴 했지만, 좌석이 아니라 필드 한 가운데에 있었다.

계절은 겨울이었고 바닥엔 눈이 쌓여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좌석에 있었고 야구장 전체를 관중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필드에선 유니폼을 입은 야구 선수들이 경기를 진행 중이었다.

눈이 내리던 하늘에선 쨍쨍한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에서 새어 나온 땀 한 방울이 겨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겨울이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자리엔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양손을 모은 채로 공을 던지기 직전의 투수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여자.

그녀는 겨울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 나루?"


겨울의 머릿속에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로 삐져나와 있던 나루의 팔이 떠올랐다.

분명히 죽었을 그녀가 겨울의 옆에 멀쩡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겨울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겨울의 손끝이 나루의 뺨에 닿기 직전, 그녀가 함성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나루뿐만이 아니라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함께 함성을 내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홈런이다!!!"


겨울이 바라본 전광판에 8-7로 출력되었던 점수가 8-9로 바뀌었다.


"자기야! 홈런이라구!!"


나루가 멍한 표정을 한 겨울의 어깨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활짝 웃으며 좋아하는 나루의 목소리는 겨울이 기억하던 것과 같았다.


-


야구가 끝나고 강아지를 품에 안은 겨울은 멍한 표정으로 나루를 따라 주차장으로 나왔다.


"이야, 끝내기 역전 홈런이라니, 대박이었네. 그렇지?"


겨울은 벙찐 표정으로 나루를 쳐다보기만 했다.


"왜 그래?"


"아, 아냐."


"뭐야? 됐으니까, 우리 푸딩이 이리 줘."


"푸딩?"


겨울은 품에 안고 있던 강아지를 나루에게 건넸다.

나루는 푸딩이를 건네받고 검은 세단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조수석으로 돌아갔고 겨울은 운전석 앞에 멈춰 섰다.


"저, 네가 운전하면 안 되겠나?"


겨울의 운전 실력은 썩 좋지 못했다.

특히 차가 많은 도심에서 주행하면 높은 확률로 사고가 일어났다.

게다가 겨울은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루는 겨울의 말을 듣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면허 없잖아."


"아, 그랬지..."


겨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운전석에 앉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방황하던 겨울의 앞에 내비게이션이 보였다.

겨울이 내비게이션을 켜자 자주 간 장소라는 항목이 보였다.


'다행이군, 집이 있어.'


겨울은 집 버튼을 눌렀다.


-안내를 시작합니다.


내비게이션에서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뭐야, 집에 가려고? 미술관 가기로 했잖아."


"아, 아니... 실수로 누른 거야."


나루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겨울을 보고 있던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아, 엄마네."


'엄마라고?'


겨울이 놀란 표정으로 나루를 바라봤다.


"여보세요. 어, 엄마 왜?"


-지금 네가 확인해야 할 서류가 생겼으니까, 회사로 와라.


"엥, 꼭 지금 가야 해? 나 오늘 휴무잖아."


-너희 아빠가 출장을 가서 네가 확인해야 해. 네 부서 일이잖아. 기한이 오늘까지니까 빨리 오렴.


"하아, 알겠어."


나루가 전화를 끊었다.


"자기야, 지금 바로 회사로 가자."


"어?"


"급하게 할 일이 생겨서 그래."


"어, 그래..."


겨울이 다시 내비게이션의 자주 간 곳 항목을 클릭했다.

다행히 집 밑에 회사라는 항목이 있었다.

겨울이 그걸 누르자, 내비게이션이 다시 안내를 시작했다.

겨울은 안내를 따라 도로로 나갔다.

그가 있던 곳과 비슷했지만, 약간씩 다른 것들이 보였다.

예를 들자면 한강 옆에 있던 63빌딩이 보였는데 외부를 감싸고 있는 유리창의 색이 청록색이었다.

더 이상했던 것은 겨울의 운전 실력이 나아지기라도 한 건지 나루의 회사로 갈 동안 단 한 번도 위험했던 순간이 없었다.

불안정했던 코너링은 완벽한 곡선을 이뤘고 조급했던 차선 변경은 자로 잰 듯 타이밍이 딱딱 맞았다.

현수의 운전 실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어딜 가도 운전 못 한다는 소리를 듣진 않을 것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겨울이 안내 음성에 따라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난 뒤에 내비게이션 화면엔 작은 폭죽 이펙트와 함께 문구가 나타났다.


[AI 드라이빙 서포트 적용 횟수 : 73회

사고를 피한 횟수 2회

축하드려요!

오늘도 안전 운행하셨군요. 주인님!]


'그런 거였군.'


겨울이 감탄하는 사이 나루는 벨트를 풀고 헝클어졌던 머리를 뒤로 묶었다.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까, 먼저 집으로 가."


"어, 그래. 알겠어."


나루가 안고 있던 푸딩을 뒷좌석으로 옮기고 조수석 앞에 있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좌석이 움직이더니 강아지가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있는 형태로 변했다.

그런데 나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겨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왜, 왜 그러나?"


"뭔가 오늘 좀 딱딱하네."


"아냐. 평소랑 똑같은데..."


나루가 겨울에게 불쑥 다가갔다.

겨울은 당황해서 몸을 뒤로 쭉 뺐다.


"아니야, 평소였으면 몇 시간이고 기다리겠다고 했을 텐데."


겨울이 나루의 시선을 피해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삐졌구나?"


"뭐?"


"미술관은 다음에 같이 가면 되잖아. 일이 있는 걸 어떡해."


나루가 겨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뒤로 돌아갔다.


"대신, 오늘 밤은 기대해도 좋아."


나루가 싱긋 웃으며 한쪽 눈을 찡그려 윙크를 날리곤 차에서 내렸다.

겨울은 벙찐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뒤에 있던 차가 울린 클락션 소리에 급하게 액셀을 밟았다.


-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통해 도착한 집은 원래 세계의 나루가 살던 펜트하우스였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잠금장치부터 집의 잠금장치까지 모두 홍채 인식으로 이루어져서 어렵지 않게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현관 안으로 들어온 겨울은 품에 안고 있던 푸딩을 내려놓았다.

푸딩은 발톱으로 바닥을 치는 타다닥 소리를 내며 집안으로 달려갔다.

집 내부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나루의 집은 여자 혼자 살기엔 지나치게 크기도 했고 나루가 이것저것 가져다 놓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단출했고 그것과 어울리는 흰색과 회색 계열의 바닥과 가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집은 전체적으로 연한 하늘색이나 분홍색의 밝은 파스텔 컬러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런저런 가구도 훨씬 많았다.

겨울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냉장고였다.

원래 텅텅 비어있던 냉장고엔 음식이 가득했다.

음료부터 고기, 야채, 생선, 가공식품에 각종 소스들까지 전문 요리사의 주방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많은 식재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다음으로 겨울의 눈에 띈 것은 벽에 걸린 커다란 액자였다.

아름답게 조각된 백금색의 액자 프레임 안에 웨딩사진이 걸려 있었다.

나루는 반짝거리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엔 초록색 에메랄드와 분홍색 루비로 만든 꽃 모양 헤어 브로치를 끼고서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겨울은 바로 옆에 있었다.

사진 속 겨울은 검은 예복을 입고 뭔가 긴장한 듯한 미소를 띤 채로 나루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여긴 다른 세계인 모양이군.'


겨울이 거울로 향했다.

외관은 원래 세계의 모습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머리카락이나 수염의 정리 상태와 피부가 이쪽 세계의 겨울이 좀 더 깔끔했다.


'몸이 넘어온 게 아니라 정신만 넘어올 수도 있는 모양이야.'


겨울은 주머니를 더듬거려 지갑을 찾아냈다.

검은색 반지갑엔 Winter라고 적힌 금색 뱃지가 달려 있었다.

안엔 이런저런 카드와 함께 겨울의 명함이 있었다.

새하얀 공백에 몇 개의 문자만이 검은색으로 적혀 있었다.


[네이처 모던 아티스트 한겨울]


'네이처 모던 아티스트는 또 뭐야?'


겨울은 인상을 찌푸리며 명함을 던져버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소장님의 괴물이 성장하기 전에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해.'


겨울은 일단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푼 뒤 연락처를 열었다.

그런데 나루를 제외하곤 아는 이름이 한 명도 없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겨울은 잠깐 고민하다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자, 화면에는 최영덕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여보세요. 진인가?"


-진? 그게 누군데?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진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냐."


-뭐야? 왜 전화한 건데?


"사람을 하나 찾아줬으면 해서 말이야."


-뭐? 우리 부대에 있는 사람이야?


"부대? 공군에 있는 건가?"


-당연하지. 난 공군 소속이니까.


"그, 공군에 있는 사람은 아닐 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전화한 거야?


"너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서."


-... 뭐야 갑자기 소름 끼치게. 그래서 누굴 찾는 건데?


"류일호"


-류일호? 그분을 왜 나한테 찾는데?


"알고 있나?"


-그러면 넌 모르냐?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과학자인데? 노벨상을 두 개나 타셨잖아.


"그래, 그렇단 말이지... 혹시 지금 만날 방법이 있겠나?"


-그런 방법이 어디... 아, 철호한테 연락해 보면 되겠는데.


"철호?"


-그래, 철호네 회사가 그분이 운영하는 연구소랑 거래를 하고 있으니까 부탁하면 짧은 면담 정도는 하게 해줄 거야.


"철호네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데?"


-무슨 일을 하긴, 강철 제철 회장이잖아? 아니, 너 오늘 진짜 이상하네. 어디 아픈 거야?


"아냐,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데 혹시... 너 결혼은 했나?"


-했지.


"여자랑?"


-당연한 거 아니야. 너도 결혼식에 왔었잖아. 재미없으니까, 농담 그만해."


"그래, 미안하군. 아무튼 빨리 철호한테 연락이나 좀 해주겠나."


-그래. 알겠어.


전화를 끊은 뒤 겨울은 인터넷을 켜서 류일호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그가 받은 노벨상에 관한 기사가 여러 개 쭉 올라왔다.


[류일호 박사, 중력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 수상.]


[대한민국 최초 노벨상 수상 류일호 박사, 암흑 물질 연구로 두 번째 노벨상 수상 쾌거]


'대단한 사람이군.'


겨울은 기사를 눌러 내용을 대충 훑어봤다.

일호는 자신의 이름을 딴 il.o 물리학 연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유명한 연구소였기에 인터넷에서 간단하게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차로 한 시간인가. 일단 출발해야겠군.'


겨울이 밖으로 나가려는데 푸딩이 따라 나왔다.


'그래, 너도 같이 가는 편이 좋겠지.'


겨울은 푸딩을 품에 안고 밖으로 나갔다.


-


il.o 연구소는 서울 외곽에 있었다.

산을 깎아 만든 드넓은 평야에 세워진 일호의 연구소는 단순한 연구소가 아니었다.

공장, 연구소, 체험관, 특수한 목적을 가진 교육 시설 등의 서로 다른 수십 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정문의 울타리 너머로는 유명 패스트푸드와 카페의 체인점을 비롯한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 안의 보도에는 일정 거리마다 파릇파릇한 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바닥은 울퉁불퉁한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그 위로는 백의를 입은 사람들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뒤섞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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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미국에서 온 친구 - 3 25.01.11 4 0 14쪽
63 미국에서 온 친구 - 2 25.01.09 8 0 13쪽
62 미국에서 온 친구 - 1 25.01.07 7 0 13쪽
61 내 이름은 신디 - 2 25.01.04 9 0 12쪽
60 내 이름은 신디 - 1 25.01.02 6 0 12쪽
59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5 24.12.31 6 0 12쪽
5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4 24.12.28 7 0 12쪽
5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3 24.12.26 7 0 15쪽
»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2 24.12.24 8 0 12쪽
5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1 24.12.21 8 0 13쪽
54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0 24.12.19 7 0 13쪽
53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9 24.12.17 7 0 12쪽
52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8 24.12.14 7 0 14쪽
51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7 24.12.12 8 0 11쪽
50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6 24.12.10 8 0 12쪽
49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5 24.12.08 9 0 12쪽
4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4 24.12.07 10 0 11쪽
4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3 24.11.27 12 0 11쪽
46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2 24.11.26 9 0 12쪽
4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 24.11.18 11 0 14쪽
44 두 명의 신 - 7 24.11.17 10 0 13쪽
43 두 명의 신 - 6 24.11.16 11 0 12쪽
42 두 명의 신 - 5 24.11.15 13 0 12쪽
41 두 명의 신 - 4 24.11.14 10 0 12쪽
40 두 명의 신 - 3 24.11.13 10 0 12쪽
39 두 명의 신 - 2 24.11.12 11 0 11쪽
38 두 명의 신 - 1 24.11.11 11 0 12쪽
37 컴백 - 3 24.11.10 12 0 14쪽
36 컴백 - 2 24.11.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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