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뤄주는 괴물과 괴물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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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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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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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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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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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5

DUMMY


지호는 순백의 공동에 웅이와 함께 대자로 뻗어 있었다.

괴물을 해치우고 몇 시간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누구 없냐고 소리치는 것도 이젠 질릴 대로 질려버렸다.

지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남은 건 아무것도 없는 이 영원과도 같은 공간에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대단하더구나."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지호가 벌떡 일어났다.


"어? 소장님!"


순백의 공동에 일호가 서 있었다.


"워후!"


지호는 살았다는 생각에 환호성을 내지르며 일호를 향해 달려갔다.


"어디 계셨어요?"


"여기 있었지. 네가 싸우는 걸 지켜봤단다. 거대한 발톱과 날카로운 이빨, 엄청난 힘. 그리고 괴물을 불태우는 불꽃까지. 비교하는 건 좋지 않지만, 네가 겨울 군보다 훨씬 강한 것 같구나."


지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한 뒤 일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물론이죠. 단순 힘만 해도 제가 두 배는 강했는데 특별한 능력까지 얻었으니까 이젠 세 배, 아니 열 배는 더 강할 거예요."


일호가 피식 웃었다.


"다행이구나."


"뭐가요?"


지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자기가 태워 없앤 괴물이 떠올랐다.

괴물의 몸을 타고 번쩍이던 얼룩덜룩한 색들.

괴물과 소원의 주인 사이의 연결이 강해졌다는 걸 의미했다.

그 상태에서 괴물을 죽였으니, 일호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 이제 다 끝난 건가요?"


"그래, 조금 있으면 난 떠나게 될 거야."


"..."


지호가 슬픈 표정으로 일호를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일호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할 것 없어. 내가 원했던 일이야. 이미 알고 있던 결과이고. 네겐 감사하고 있단다. 네 덕분에 내 소원이 이루어졌으니까."


일호가 지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잘 해줬다. 정말로."


지호는 슬픈 표정을 거두고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은 잘 처리한 모양이군요."


"아, 겨울 군."


일호가 걸어오는 겨울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팀장님!"


지호가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제가 괴물을 죽였어요!"


"그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하자. 소장님, 여긴 어딥니까? 전 다른 세계에 갔었습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곳에 있었고요."


"괴물이 내 소원을 이루어 준 걸세. 자네가 그 세계에 가서 괴물의 비밀에 관해 알아냈잖나."


"알고 계신 겁니까?"


"물론이지. 다 알고 있다네. 자네들이 본 것은 나 또한 봤으니까. 다행이네. 소원을 이루고 떠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겨울은 조금 쓸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일호를 바라봤다.

떠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렇습니까."


일호가 지호와 겨울을 번갈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자네들 정말 수고 많았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야. 비밀을 알아냈다면, 그 비밀로 세상을 구해야 하네. 괴물 하나를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 될 걸세."


"그렇겠죠."


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난 자네들을 믿네. 이번에도 잘 해냈듯이 앞으로도 잘 해낼 거야."


"당연하죠. 오늘 해낸 것처럼 아니, 앞으론 오늘보다 더 잘 해내겠습니다."


괴물을 잡아서 기세등등한 지호가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일호는 마지막 미소를 남기고 등을 돌렸다.


"둘 다 고개를 숙이고 발밑의 순백을 바라보게."


지호와 겨울은 일호의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발밑은 여전히 새하얬다.

바람이 불어왔다.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이었다.

겨울이 한쪽 발을 들었다.

새하얀 눈에 선명하게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와! 돌아왔어요!"


지호가 소리쳤다.

두 사람은 처음에 있었던 눈 쌓인 야구장 한가운데로 돌아왔다.

겨울은 눈 위를 지나, 일호가 있던 자리에 남은 하늘색 우산을 주워 들었다.


"돌아왔군."


"이제 어떻게 하죠?"


겨울이 하늘색 우산을 지호에게 건넸다.

지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우산을 건네받았다.


"돌아가자."


겨울이 출구로 걸어갔다.

지호는 우산을 손에 쥐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저기요. 팀장님, 괴물의 비밀을 알아냈다면서요?"


"그래, 내가 갔던 세계의 소장님한테 괴물의 비밀에 관해 들었어. 괴물이 뭔지.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지, 진짜요?"


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없애면 되겠네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왜요? 방법이 어떤 건데요?"


"일단, 조용한 곳으로 가자. 여기서 하기엔 이야기가 길어."


"알겠습니다."


-


눈 덮인 설산의 정상.

지호와 겨울이 그 위에 마주 섰다.


"헉, 헉..."


그들을 뒤따라온 현수는 정상에 도착하자 무릎에 손을 올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머리 위로 올렸다.


"뭐 하는 거야?"


"자, 잠깐... 기다리.. 라고요... 헉... 헉..."


현수가 헐떡거리는 숨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안 따라와도 된다니까, 뭐 하러 따라온 거야?"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졌고 그 밑에 언 얼음 때문에 발이 미끄러지기도 했다.

게다가 겨울과 지호가 오른 산은 산세가 험하고 높이가 어중간한 데다 전경도 별로고 근처 도로가 전부 돌이 잔뜩 있는 비포장도로였기에 등산객이 거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오래전에 등산로가 만들어진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수를 하지 않았기에 오르기가 더욱 힘들었다.

물론 지호와 겨울이야 괴물의 힘 덕분에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상태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왔지만, 현수는 아니었다.

그래도 현수는 꾸역꾸역 눈밭을 해치며 그들을 따라 산에 올랐다.


"궁금하잖아요. 괴물의 비밀... 헉... 아, 더는 못 버티겠다."


현수가 눈밭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겨울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지호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현수를 따라 눈밭에 대자로 뻗었다.

지호가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휘젓자, 눈에서 뽀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


겨울은 눈밭에 뻗은 둘을 그대로 바라보다가 그 옆에 나란히 누웠다.

옷 너머로 올라오는 차가움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


겨울은 눈밭에 누운 채로 다른 세계에서 알게 된 내용을 전했다.

현수와 지호는 나란히 누워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암흑물질이라... 들어도 잘 이해가 안 가네요."


현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해할 필요는 없어. 괴물을 없애는 방법을 찾았다는 게 중요하지."


"괴물 사냥꾼 때문에 괴물이 나타난다... 그럼, 팀장님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설마 괴물 사냥꾼을 전부 없앤다거나..."


현수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아니야.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역시 그렇죠?"


현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괴물 사냥꾼들도 다 살아 있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팀장님처럼 세상을 지키려고 괴물이랑 죽어라 싸워온 사람들이잖아요."


"그래, 그리고 애초에 전부 죽일 수도 없어. 다들 괴물 같은 사람들이니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죠. 제가 괴물 사냥꾼들이 싸우는 영상을 종종 찾아보는데, 당장 바로 옆에 있는 이슬 님만 봐도 싸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지금부터 그 방법을 찾아내야지."


"어떻게요?"


"먼저 빌리를 고문할 생각이야."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고문. 응?"


눈밭에 누워있던 지호가 벌떡 일어났다.


"고문 한다고요?"


"그래, 빌리는 아마 나와는 또 다른 세계에서 왔을 거야. 괴물의 비밀을 알고 있는 세계. 물론 빌리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룰 수 없는 소원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던 걸 보면, 아마 내가 알게 된 사실 대부분을 알고 있겠지. 어쩌면 괴물 사냥꾼을 없애는 거 말고도 괴물을 없앨 방법을 알고 있을 수도 있어. 게다가 난 그것 말고도 궁금한 게 아주 많아. 왜 다 알고 있으면서, 그걸 숨기고 있었는지. 어째서 우릴 전 세계로 퍼트려서 괴물을 나타나게 만들고 그걸 사냥하게 만든 건지. 그놈이 알고 있는 사실을 전부 다 털어 낼 때까지 잔혹하고 끔찍하게 고문해서 모든 걸 알아내겠어."


겨울의 목소리가 분노로 떨렸다.

지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 그렇군요. 그럼, 바로 출발할까요?"


지호의 물음에 겨울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먼저 빌리는 미국에 있어. 그리고 전 세계의 괴물을 전부 추적할 수 있지. 괴물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을 땐 추적할 수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빌리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괴물의 힘 없이 미국까지 가야 해. 그런데 우린 카르멘 소속으로 신분이 널리 알려져 있어. 버스나 비행기 같은 걸로 이동하면 당연히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들킬 테고,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도 들킬 거야. 그럼, 우릴 수상하게 여긴 카르멘 대원들이 조치를 취할 거고 빌리가 대책을 세울 수도 있지. 그러니,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빌리가 있는 곳까지 간 뒤에 빌리를 고문해야 해."


"확실히 그렇네요."


"그리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야. 빌리는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다고 했지? 그런 사람이 빌리 하나일 수도 있지만, 여러 명일 수도 있어. 빌리와 같은 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만약 빌리를 잡아서 고문하게 된다면,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을 거야. 우린 빌리를 상대하는 동시에 그들에 관한 대책도 세워야 해."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빌리랑 한 패일까요?"


"몰라. 애초에 있는지 없는지도 불확실해. 하지만 있다고 상정하고 움직여야 해. 없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가 계획이 어그러지면 어떻게 되든 좋게 끝나진 않을 거야."


"그, 그렇겠죠."


"하지만 빌리와 한패가 아닌 것이 확실한 괴물 사냥꾼들이 있어."


겨울이 고개를 돌려 지호를 바라봤다.


"너처럼 이쪽 세계에서 나타난 괴물 사냥꾼들이야. 그들은 대부분 빌리와 만난 적도 없을 테니까, 빌리와 한 패일 가능성은 거의 없지. 그리고 나와 같은 세계에 있던 괴물 사냥꾼 중에도 빌리와 한패가 아닐 거라고 생각되는 사냥꾼들이 있어. 나보다 늦게 우리 무리에 합류한 사람들. 그들은 빌리와 같은 세계가 아니라 나랑 같은 세계의 사람들이 확실하니까."


"그렇네요! 몇 명이나 있어요?"


"두 명."


"두 명이요?"


"그래."


"좀 적네요. 그래서 그게 누군데요?"


"빌리와 함께 미국에 있는 신디와 인도에 있는 카밀라야."


지호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슬 님은 아니네요."


겨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 세계에서 나타난 괴물 사냥꾼들이랑 팀장님이 말하는 두 명, 그리고 우리 둘까지. 벌써 4명이 넘잖아요. 그리고 운이 좋다면 빌리의 동료가 없을 수도 있고요. 꼭 그렇진 않더라도 전부 다 빌리와 한패는 아닐 거예요. 거기다 괴물 사냥꾼들은 전부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괴물과 싸우는 영웅들이니까, 우리가 도와달라고 하면 다들 최선을 다해 도와줄 거예요."


지호가 활짝 웃었지만, 겨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든 괴물 사냥꾼이 그런 건 아니야."


"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너처럼 세상을 지키고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괴물을 사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괴물을 사냥하지 않으면 죽으니까, 죽여야만 살 수 있기에 괴물을 사냥하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야."


"그, 그렇군요. 그럼, 앞서 말한 두 명은요?"


"그 두 사람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알 순 없지. 하지만 적어도 네가 생각하는 영웅 같은 사람들이 아닌 건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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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미국에서 온 친구 - 2 25.01.09 8 0 13쪽
62 미국에서 온 친구 - 1 25.01.07 7 0 13쪽
61 내 이름은 신디 - 2 25.01.04 9 0 12쪽
60 내 이름은 신디 - 1 25.01.02 7 0 12쪽
»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5 24.12.31 7 0 12쪽
5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4 24.12.28 8 0 12쪽
5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3 24.12.26 8 0 15쪽
56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2 24.12.24 8 0 12쪽
5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1 24.12.21 9 0 13쪽
54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0 24.12.19 7 0 13쪽
53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9 24.12.17 8 0 12쪽
52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8 24.12.14 8 0 14쪽
51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7 24.12.12 8 0 11쪽
50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6 24.12.10 8 0 12쪽
49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5 24.12.08 9 0 12쪽
48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4 24.12.07 10 0 11쪽
47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3 24.11.27 13 0 11쪽
46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2 24.11.26 9 0 12쪽
45 이 세계의 괴물 사냥꾼 - 1 24.11.18 11 0 14쪽
44 두 명의 신 - 7 24.11.17 10 0 13쪽
43 두 명의 신 - 6 24.11.16 11 0 12쪽
42 두 명의 신 - 5 24.11.15 13 0 12쪽
41 두 명의 신 - 4 24.11.14 10 0 12쪽
40 두 명의 신 - 3 24.11.13 11 0 12쪽
39 두 명의 신 - 2 24.11.12 11 0 11쪽
38 두 명의 신 - 1 24.11.11 11 0 12쪽
37 컴백 - 3 24.11.10 12 0 14쪽
36 컴백 - 2 24.11.09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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