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陷穽 1

그 일이 일어난 뒤, 이렇다 할 소식이 없었다. 별다른 소식이 없는 걸로 보아서, 우리는 녀석들이 우리를 포기했다고 생각할 뻔 했다.
“녀석들의 최대의 약점은 자신들의 정체가 세상에 드러나는 거야. 그래서 일반인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모르길 바라지. 그런 의미에서 가족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만약 너희 부모님이 상상하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이 가족을 건드는 일은 없을 거야. 왜냐면 방어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상상을 하는 우리의 가족들도 본인들이 지켜야 하는 존재거든.”
노출 되었다는 사실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어서 표정이 좋지 않자, 그 모습을 본 상이가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그러냐며 이야기 했지만, 갑자기 방어자 그 새끼들이 규칙을 바꿔서 '상상하는 놈들의 가족도 다 똑같은 새끼들이다!' 라고 선언하고 가족을 괴롭힐 수도 있는 일 아닌가.
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에게 내 분노를 쏟아내야겠다 생각했다.
“지금 조방헌 그 자식 어디 있어요.”
“본부에 숨어있어. 그런데 수현이 너 몸은 괜찮냐?”
열이 오르고 내리길 반복했던 이틀. 40도 근처까지 치솟은 열 때문에 모두가 조마조마 했던 모양이다.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온도니까 당연히 그렇겠지만, 아무튼 예정에 없던 힘을 마구잡이로 사용한 댓가치고는 싼 편이긴 했다. 어디 하나 불구 될 줄 알았는데.
“괜찮아요. 그런데 이제... 학교는 못 나가는 거죠?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 얼굴을 아는 놈도 있고. 또 G.H.가 다시 시작되면 영락없이 죽는 거잖아요. 우리?”
“너를 빼면 맞는 말이지.”
잘 못 말한 한 가지를 꼬집어 준 공선이형은 나머지 말은 맞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해. 위험하겠지만 어쩔 수 없어. 다 노출된 마당에 더 이상 소극적으로 나갈 상황이 아냐. 그래서 말인데, 지금 인력으로는 그 녀석들을 상대하는 건 확실히 버거워. 새로운 사람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새로운 사람? 그런 거 쉽게 찾았으면 이 인원이 계속 가진 않았을 텐데. 상상하는 사람들을 찾을 다른 수라도 생긴 건가?
“밖에서는 채널을 열기도 힘든데, 무슨 수로 찾겠어요.”
“아냐. 적어도 몇 명은 있다는 게 확실해. 수현아 기억하니? 왜...있잖아. 우리가 그 상자들을 회수하러 갔을 때 말이다.”
난 공선이형 방 한 곳을 차지하며 쌓여 있는 상자를 바라봤다.
“그때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잠깐 모든 기계가 정지 되었던 때 있었지 않았어? 채널이 열렸던.”
나는 화장실에서 녀석들과 싸우던 때 도시가 암전되었던 때를 기억해냈다.
“아!”
내가 기억해 낸 것을 알아차린 안지형이 공선이형을 대신해 말했다.
“그때 올가미의 작동을 방해하는 뭔가가 일어났던 게 분명한데, 그 일이 누군가의 상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 이거지.”
그런가? 하지만 도시의 전기를 나가게 하는 건 굳이 상상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안지형의 말을 듣던 상이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우리 다시 중계로 안 가요? 여기 계속 있으면 위험할텐데? 언제까지 이렇게 조용할지 알고...”
상이의 말도 일리가 있어 나도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공선이형이 손뼉을 짝 치며 이야기 했다..
“안 그래도 다시 만들고 있어. 뉴 시티. 이전 보다 더 잘 만들려고 노력 중이지... 걸작 중 걸작이었는데, 전편을 뛰어넘는 후편을 만드는 게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예술가의 길은 멀고도 험한 법이야.”
상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공선이형을 보며 말한다.
“디테일은... 나중에 챙기고... 지금 바로 가죠... 네?”
“아... 그럴까?”
결국 자기 욕심때문에 중계로 가지 않고 있다는 게 탄로 나자 공선이형은 민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방 문을 열어 새로운 뉴 시티로 가는 공간을 열었다. 그 전에 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런데... 이거 열어봐도 돼요?”
내 말에 그 곳에 있던 세 쌍의 눈이 날 바라본다. 그리고 내 손에 들려 있는 상자로 시선이 내려갔다. 안지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난 곤약덩어리에 손가락 쑤셔넣는 것 처럼 상자에 손가락을 박고 넣고는 한 면을 찢어다. 그 모습에 상이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누가 보면 그거 종인 줄 알겠어...”
응? 종이 아니었나?
나와 상이가 눈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안지형은 상자 안에서 전에 봤던 실험관을 꺼내 들었다.
“이게 지난번 수현이 네가 말했던 문제의 실험관인가 보네. 여기 중에는 저 상자를 온전히 뜯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지... 채널을 안 열고 말이야.”
“아. 그런 문제가... 다른 것도 뜯어 드림.”
난 빈 상자를 바닥에 버리고 다른 상자도 뜯어냈다.
상이가 내 손에 무참히 뜯겨져 나가는 상자를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뭐 혹시 오프너 같은거라도 숨겨 놨냐?”
“꺼져.”
실험관에 든 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안지형이 눈살을 찌푸렸다.
“음... 이거 배아같은데... 뭔 짐승이지? 잠시 살펴볼까?”
그렇게 말한 안지형은 실험관에 손을 얹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뒤 눈을 뜨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거. 사람의 배아야... 그것도 상상을 하는...”
그곳에 있던 셋이 모두 놀라 안지형을 바라봤다. 안지형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다른 5개의 실험관을 방에 있던 주머니에 넣고는 말했다.
“다녀올게.”
안지형이 중계의 문을 닫고 진공간에서 문을 연 뒤 방 밖으로 나갔다. 안지형은 방어자에게 이용당한 그 불쌍한 영혼을 잘 달래주려고 간 것 같았다.
“그럼 나도 뉴 시티로 돌아가 마무리 좀 할테니까. 다들 있다가 와라.”
공선이형은 진공간이 아닌 중계로 통하는 문을 열어서 이내 모습을 감췄다. 안지형과 공선이형 둘이 나간 문은 하나지만 통하는 길은 서로 달랐다. 그리고 상이는 방에 나와 둘만이 남게 된 게 별로였는지 불만 있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네 녀석과는 정말 할 말이 없는데...”
그때였다. 방어자를 만날 때면 들던 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가만 놔두질 않는 건가. 채널을 열자 창문 밖에서 형형색색의 오라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흐르는 것을 보니 상상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
“상아 채널 열어.”
내가 갑자기 진지한 눈으로 상이에게 말하자, 녀석은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 보더니 내 시선을 따라 창가로 다가갔다.
“뭔 일인데 그...?!”
말을 하다 멈춘 상이가 이를 앙 물고 내게 소리쳤다.
“제길 안티필드Anti-Filed가 쳐져 있어. 우리가 여기 있는지 알아.”
뭐... 뭔 필드?
“상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한 곳에 머물러 있을 경우 주변의 공간하고 분리시키는 작업을 하는 거야. 그 말은 조만간 여기로 들이닥친다는 소리지.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이 발각된 거야!”
“안지형은?”
내 말에 상이가 방문 박차고 나가며 말했다.
“내가 찾아볼게. 넌 광모를 깨워.”
난 고개를 끄덕이며 광모가 자고 있다는 방으로 뛰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광모 녀석은 이런 상황에서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야 오광모!”
내가 소리쳤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광모 녀석이 눈을 껌뻑거리며 피곤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왜, 무슨 일이야.”
난 다짜고짜 녀석을 일으켜 세워 녀석의 손을 잡고 끌었다.
“으악! 뭐야 인마!”
“지금 포위 되었어. 너 채널 열어. 어서!”
내 말이 광모가 잠에서 확 깬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젠장. 잘 시간도 제대로 안 주는 구만. 기다려봐. 주변 좀 확인하고 올게.”
그렇게 말한 광모는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정확히 5초 뒤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녀석의 옆에는 방의 다른 곳에 흩어져 있던 여자애들이 붙어 있었다.
“광모형은?”
“뉴 시티?”
상이는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아, 다시 만들었나 보구만. 손 잡아. 일단 뉴 시티로 다 같이 가있게. 너희 데려다 준 후에 상이랑 안지형 찾아서 내가 뉴 시티로 데려갈게.”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광모의 손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때 들리면 안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딜!”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방어자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광모가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젠장, 채널이 닫혔어.”
저기요... 그걸 그렇게 광고하듯 말씀하시면 안되는 거잖아요?
아마 방어자 중 하나의 '절교'에 당한 것 같았다. 하지만 광모와 다르게 내 채널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공선이형 방까지 난장판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으니까. 난 우릴 향해 달려 드는 방어자를 향해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염지念紙!”
내 외침과 동시에 방어자들의 가슴 팍에서 하얀 종이가 튀어나왔다. 각각의 종이에는 검은 먹으로 어떤 내용이 깨알 같이 적혀있었는데, 난 그것이 이 영혼들의 존재 이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흑아가 모든 기억을 찾아서 알 수 있는 정보였다. 난 손을 뻗어 종이들을 움켜쥐고는 거칠게 잡아 뜯었다. 그러자 그 종이의 주인들은 힘없이 고꾸라졌다.
모든 방어자들이 한 순간에 쓰러지자 보고 다른 사람들이 당황해 하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떠들 시간 없어!”
난 그 종잇조각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쓰러진 녀석들의 육신을 향해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절교', '불능', '축지'”
더 이상 술법을 사용할때 수인을 맺을 필요가 없었다. 이건 노유목령의 도움은 완전히 각성한 흑아의 능력이었다. 난 이 자들이 가고 있는 기계들을 모두 '무'로 돌려보내며 말했다.
“그런데 이 녀석들 '불능'은 가지고 있지 않은데?”
우리가 모르는 다른 기계가 개발 된 것 같았다. 난 광모에게 물었다.
“광모야. 너 채널이 여전히 열리지 않는 거지?”
광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때마침 상이와 안지형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상이가 말했다.
“왜 아직도 안 가고 여기 있어? 혹시 채널을 열지 못한 거야?”
“열었는데 놈들한테 당해서 열리지 않고 있어.”
상이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큰일인데. 이 주변에는 공간으로 문을 열 수 없던데...”
그때 잠자코 있던 시라누나가 앞으로 나섰다. 누나는 뭔가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세계력에 무조건 걸리겠지만, 지금 상황에 더 따질 것도 없으니까...”
곧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라누나의 능력... 그러니까 내가 이 그룹에 합류한 뒤로 제대로 본 적 없는 누나의 상상이 시작된 것이다. 시라누나는 눈을 감더니 천천히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누나의 노란색의 오라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 보였다. 오라를 볼 수 있는 광모와 나 안지형이야 그 변화를 눈치 채겠지만 보통의 시선에서 봤을 때 시라누나는 지금 현재 ‘아무것도’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누나의 오라는 누나의 인중 근처에서 거칠게 움직이고 있었고, 어느 순간에 정지했다. 태풍과 같은 모양을 한 그 오라는 물 흐르듯 움직이더니 하나의 물건으로 변화했다.
“창?”
시라누나는 천천히 눈을 떠 자신의 앞에 만들어진 기창氣槍을 집었다. 그리고 공중을 향해 창을 힘껏 내던졌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기창의 창이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더니 이내 하늘의 한 구석에 날아가 처박혔다. 챙!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됐어. 상상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의 시간을 잠시 멈췄으니까. 이곳을 벗어날 시간은 벌 수 있을 거야.”
시간을 상상하는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시라누나에게 까부는 건 이제 그만 둬야겠다. 이 인간이 시간을 멈추고 뭔 짓을 할 지 모르니까... 그나저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시라누나의 오라는 상당히 약해져 있었다. 난 걱정되는 마음으로 누나에게 다가갔지만, 시라누나는 그런 나를 향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혼자 움직일 수 있어. 그나저나 혹시 모르니 네가 앞장서 그럼 모두 안심 할 거야.”
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서 집 밖으로 나섰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화단에 젖은 흙바닥과 그 주변으로 보이는 깨어진 실험관이었다. 난 실험관에 들어있던 생물들이 묻혀있을 그 흙 밭을 바라보다가 지금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난 온 몸의 신경을 주변에 숨어있을 방어자들에게 집중했다. 화랑의 능력으로 어둠 속에 숨어있는 많은 자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조금 시간을 들여 그 모든 기척을 기억하며 손을 앞으로 힘차게 뻗었다.
“염지念紙!”
수많은 종이들이 나를 향해 뻗어 나왔다. 난 모든 종이를 낚아채어 잡아 뜯었다.
“염炎!”
검은 오라가 손으로부터 뻗어 나와 검은 불길이 되어 종이에 옮겨 붙었다. 그리고 종이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렇게 한다면 조금 전 집 안에서 2종이를 잡아 뜯긴 사람들과 달리 이 자들은 다시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자들 존재이유까지 신경써 줄 시간이 없었다.
주변으로 더 이상 느껴지는 기척이 없다는 걸 깨달은 난 주변에 말했다.
“가자. 채널이 열릴 만한 곳까지 가서 다시 뉴 시티로 향하는 거야.”
모두가 내 말에 동의를 하며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리고 그때 모두의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사람들이 당황해 할 때 나는 우리를 공중에 띄운 것이 바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뒤에 있는 화연이를 보자 화연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직 채널이 닫히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하면 빠르게 벗어날 수 있을 거야. 내가 알기로 저 창 계속 사용하면 시라언니 위험하다고 들었어.”
화연이가 시라누나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실제로 시라누나의 몸에서 흐르는 오라의 일부가 계속해서 창을 향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괜찮아.”
‘아직은’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나마 시간이 정지해 있는 지금 이렇게 마음껏 상상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그때였다. 안지형이 눈살을 찌푸리며 시라누나에게 물었다.
“잠깐. 뭐지? 시라야. 시간이 정지해 있는 거 맞지?”
“맞아. 우리같이 상상하는 사람들 빼고는 모두 정지해 있어.”
“그럼 지금 움직이는 사람은 우리 같은 사람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라고? 상상을 하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고? 이 근처에?
시라누나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화가 시라누나의 모습이 안쓰럽던지 자신의 소매 옷을 찢어 얇은 철판으로 만들어 시라누나에게로 보냈다.
“누워도 돼. 언니는 가벼우니까.”
시라누나는 그것도 거절하고 싶었는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는지 쓰러지듯 지화의 철판에 몸을 쓰러뜨렸다.
“그럼 상상하는 사람이 분명해. 그런데 이상하네... 거리를 유지하며 우리를 따라오고 있어. 마치 미행하는 것 처럼 말이야.”
안지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잠자코 있던 상이가 말했다.
“제가 가볼게요.”
그러자 안지형이 고개를 저었다.
“너 혼자 어떻게 하려고.”
상이는 보기 드물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떻게든 되겠죠. 먼저 돌아가 있어요.”
그렇게 말한 상이는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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