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陷穽 2
우리와 합류한 뒤 상이가 처음 하는 단독행동이었다. 아닌가? 아무튼 그런 것 같다. 난 바닥을 향해 내려가는 상이를 바라보다가 다른 일행들을 따랐다.
“됐다.”
드디어 광모의 입이 열렸다. 그것은 뉴 시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고, 이전과는 비슷한 분위기의 새로운 뉴시티의 모습이 보였다.
“뭐야? 왜 벌써 왔어.”
공선이형이 놀란 눈으로 모습을 드러낸 우리를 바라봤다.
아, 이 인간 자기집 개판 난 거 모르겠구나?
화혜가 남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지금 오빠집 개판 났어.”
“뭐!? 젠장!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런 일이...”
잔뜩 화가 난 공선이형은 그 뒤로 뭐라뭐라 투덜거리더니 체념한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뭐... 너무 오래 조용하다 싶었어.”
그러더니 공선이형은 많이 힘이 드는지 지화가 만들어준 철판 위에 누워있는 시라누나를 보며 계속 말했다.
“시간... 멈췄냐?”
시라누나는 대답할 힘도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공선이형은 시라누나의 손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넘어 왔으니까 이제 채널 닫아. 그러다 너 죽겠다.”
공선이형의 말대로 이대로 가다가 시라누나가 정말 죽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오라를 보니 이미 오라가 많이 희미해져 있었다.
그러자 시라누나가 힘겹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상이...”
그러자 광모가 이야기 했다.
“채널도 열려있고, 안지형이 계속 보고 있을 거예요. 위험하면 쟤가 데려오면 돼요 누나.”
시라누나가 잠시 눈을 감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말도 없이 스르르 곯아떨어져 버렸다. 쌍둥이와 지화는 잠이 든 누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안지형이 입을 열었다.
“상이가 어떤 사람과 만났어.”
남아있던 모두의 시선이 안지형에게 집중됐다. 아마 안지형은 상이가 우리와 떨어지자 마자 상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안지형의 말을 듣고 있던 공선이형이 물었다.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 말이지?”
“그런 것 같은데... 상이와 대화하고 있는데 상당히... 거친 녀석 같아 보인다.”
계속 이야기를 하던 안지형이 깜짝 놀라 다급히 말했다.
“다른 사람이 나타났어. 저 녀석도 상상할 수 있어. 채널을 열고 있는데 자신감이 상당한 것 같고.”
“두 명이나? 어째 불안한데...”
공선이형이 내 생각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옆에 서있던 광모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손가락 관절에서 소리를 내며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해줘요, 형. 바로 다녀올 수 있어요.”
안지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것 같긴한데... 무슨 일이 있어도 상이의 능력 정도면 둘 정도는 제압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잠시 후 안지형이 고개를 이상하게 까딱거린다.
“음... 뭐지.. 분위기가 이상한데...? 헐... 싸운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안지형의 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광모가 출동할 준비를 하자 공선이형이 광모를 잠시 제지했다.
“잠깐만! 그렇지... 상이가 두 놈 다 제압... 어...?”
안지형이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제길! 광모야 빨리 상이 데려와!”
광모는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순식간에 우리들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사라진 것과 거의 동시에 입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상이를 데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공선이형이 광모를 보며 소리쳤다.
“치료부터!”
“네!”
광모는 상이를 바닥으로 눕히더니 자신의 오라를 상이에게 쏟기 시작했다. 하얀 빛이 광모에게서 상이에게로 옮겨갔다. 잠시 뒤 거칠게 숨을 내쉬던 상이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니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잠들었어.”
상이가 안정을 취하자 공선이형은 안지형를 바라봤다.
“뭐야?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안지형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상이의 상상으로 녀석들을 바닥에 붙여놨는데, 상이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어. 어떻게 된 일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녀석들이 뭔 가를 상상한 게 분명해.”
“녀석들의 상상...”
광모가 안지형의 말을 확인하듯 되뇌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잠이든 상이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냐. 남상”
*
얼마 지나지 않아 상이가 깨어나, 모두가 그때의 일을 듣고 싶어 했다. 당연했다. 그 날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이 밖에 모르니까. 하지만 그 궁금증에 대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상이는 단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말로만 일관할 뿐이었다.
“다들 그만 나가. 상이는 지금 좀 쉬어야 해. 쉬다 보면 기억 나겠지.”
시라누나가 허리에 팔을 올리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러는 댁도 안정을 취해야...”
공선이형의 말에 시라누나가 대번 눈을 번뜩였다.
아니 그런데 저 누나 진짜 생각해보니까 열받네? 나 때는 어? 의심부터 하고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더만. 왜 남상만 편애...
“그러니까! 너희들이 나가야 내가 쉴 거 아냐!”
... 하는 건 아니었군... 고도로 발달된 이기주의는 이타심과 구분 할 수 없지... 암... 그럼 그렇지... 저 인간이...
난 손을 내저으며 공선이형과 같이 방 밖으로 나왔다. 거실에는 이미 안지형이 나와 앉아있었다.
“그래 상이는 좀 어떠냐.”
안지형은 상이가 저렇게 다친 것이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상이가 저렇게 된 이후 상당히 날카롭게 굴었다.
“네, 괜찮은 거 같아요. 잘 먹고 잘 쉬면 괜찮겠어요.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지만.”
난 걱정하는 형을 안심 시키기 위해 긍정적인 말을 쏟아냈다. 안지형은 조금 안심이 됐는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 사람도 그 날 이후 상이가 깨어나기 전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잤던 것 같긴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안지형이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상해... 상이를 저렇게 만든 놈들. 내 눈에 잡히지 않아.”
형의 발언에 듣고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애초에 그런 인간이 존재할 수 있었나? 심지어 캡틴도 형의 눈은 피해갈 수 없었는데?
안지형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그 둘 중 하나의 상상인 것 같아. 감시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숨길 수 있는 상상. 그런 게 아니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맞는 말이다. 우리만 해도 모두 다 다른 상상을 하는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상상이 훨씬 더 많을 거다.
“아오... 생각하면 할 수록 열 받는 자식들이네... 같은 처지에 사람을 저렇게 만들어 놓은 주제에 또 꽁꽁 숨어버리다니... 개 빡치네. 진짜.”
내 말에 안지형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진정해라. 여기 그 놈들 때문에 화가 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안지형이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짜증이 확 가라앉았다. 그리고 기분도 같이 가라앉아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됐어요. 그냥 킹받아서 그랬어요. 그나저나 그 자식들 동료로 받기는 글렀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녀석들도 불안한 상태이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자신과 비슷하게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니까. 당황해서 공격을 했을 수도 있고...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상이가 먼저 공격을 한 건 맞으니까.”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고 하지 않았어?
“미행한 게 뻔하고 만 무슨 그런 호구나 할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 새끼들 애초에 공격할 생각이었을 거라구요.”
안지형은 지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로 젓더니 말했다.
“됐고. 이렇게 된 거 우리끼리라도 쳐 들어갈 계획을 짜는 게 낫겠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아무튼 표현은 그렇게 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우리가 먼저 치러 가는 거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절대 모를 방어자와 우리의 전투.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걸 일년 전에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냥 스타워즈나 좋아했던 오타쿠였지...
난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집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시원하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고,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는 걸 느끼고 있던 그때.
“누구세요?”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내 목소리에 내가 화들짝 놀랐다. 내 앞에 선 사람은 난생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진공간도 아닌 이 곳 중계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 않나. 그 사람은 흔히 모험가라고 부를 수 있는 인상을 한 중년의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한국인에게 좀처럼 보기 힘든 푸른 눈으로 내 몸을 위아래로 훑더니 고개를 돌려 뉴 시티를 둘러보았다.
“여긴 어디지? 넌 누구고?”
당황스럽다. 몇 번 말했지만 난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질문은 제가 먼저 했는데요.”
그러자 그 사람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자신의 크고 이제 검은 색으로 변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난 그리 인자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애송아.”
난 순간 숨이 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물속에 들어온 것처럼 숨을 쉴 수 없게 된 것이다.
아하, 그래 이곳에 들어왔다는 건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군? 그런데 이거 어쩌나? 상상은 나도 할 수 있거든?
난 숨을 꾹 참으며 화랑을 뽑아냈다. 숨을 쉴 수 없는 1분? 그 안에 당신 제압하는 건 일도 아냐.
내가 화랑을 뽑아내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그 아저씨는 피식 웃었다.
웃어?
난 내 위력을 보여주기 위해 아저씨를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그러나 내가 지척에 다다랐음에도 그 사람은 움직일 생각은 커녕 놀란 표정도 듣지 않았다. 그건 내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별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그 순간 난 뭔 가 잘 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내지른 화랑이 그 사람의 몸을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을 때 느낌이 아닌 사실이란 걸 깨달았다. 그의 주변에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느낌이었다.
“특이한 상상을 하는 군? 뭐... 그렇다면 내가 제대로 찾아왔나 보군.”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라졌던 공기가 다시 내 코를 통해 스며 들어왔다. 난 거칠게 호흡을 하며 잠시 동안 마시지 못했던 숨을 몰아서 마셨다.
“제길... 아저씨 뭐야.”
남자는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넌 나랑 같이 지내려면 그 입버릇부터 고쳐야겠다. 이 건방진 자식아. 입 다물고 어서 가서 민공선이 데리고 와라. 영현이 아저씨 왔다고 하면 알아들을 거야.”
젠장! 영현이 아저씨는 또 누구야? 난 화랑을 돌려보내며 서둘러 집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선이형!”
집안에 들어선 난 크게 소리쳤고, 거실에 앉아있던 안지형이 고개만 빠끔히 돌려 날 바라본다.
“왜 공선이 저 안에 있어 지금”
“영현이 아저씬가 뭔가 하는 작자가 쳐들어왔어요!”
내 말에 안지형이 의외로 빠르게 반응했다.
“뭐? 아저씨가? 어디 계시는데”
뭐지...? 이 반응은? 내가 원하던 반응이 아닌데? 그 사람이 누군데? 해야하는 거 아냐?
“바... 밖이요”
안지형이 기분 좋게 웃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뭐야 저 인간... 아는 사람?
그리고 이어서 내 목소리를 들은 공선이형이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냈다.
“집안에서는 조용히 좀 해라. 처음에는 안 그러더니 갈수록 그러네.”
하루라도 나한테 잔소리를 안 하면 아주 입안에 가시가 돋히는 병에 걸린 게 분명했다.
“밖에 영현이...”
“뭐?! 영현이 아저씨?!”
이 인간은 반응이 좀 더 빠르군...
벌써 잽싸게 나를 지나 뛰쳐나가고 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난 어깨를 으쓱이며 집 밖으로 나갔다. 날 두고 밖으로 나간 둘은 그 정신 나간 아저씨와 부둥켜안은 채 기뻐하고 있었다.
“어 그래 수현아 어서 와서 인사 드려라. 영현이 아저씨야.”
난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별 달리 할 말도 없고 인사라면 아까 했으니까...
“저 건방진 애송이는 뭐야? 비잔틴에 다녀온 사이에 별 괴상한 자식이 날 다 맞이해주더구나. 너무 고약해서 내가 버릇 좀 고쳐줬다.”
버... 버릇? 갑자기 화가 확 오른다.
“하하하하 그렇죠? 버릇이 좀 없어서 그렇지. 나쁜 녀석은 아니에요. 아저씨.”
공선이 형이 날 보며 어색하게 웃는다.
이봐요. 부끄럽냐? 내가?!
“그나저나 식구가 좀 늘었나? 시라는 어디 있냐. 몇 명이나 늘었어.”
그러자 이번에는 안지형이 입을 열었다.
“아저씨께서 떠날 때가 광모가 막 들어왔을 때죠?”
“뭐 빛을 상상한다고 했었나? 그렇지”
“그럼 그 뒤로 저 녀석까지 5명 정도 더 들어왔네요. 아저씨. 그리고 아직 동료로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상상하는 자 2명과 더 접촉했고요.”
“그래?”
영현이 할아범의 눈에 이채로움이 담겨있다. 그러더니 씽긋 웃으며 안지형과 공선이형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간다.
하... 싫다 정말. 저 인간들하고 같이 섞이기 싫어서 난 그냥 강가로 가기로 했다. 뭐 서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회포 풀라고 두지 뭐...
“그나저나 그 짧은 사이에 잘도 다시 이딴 곳을 만들었구나. 민공선 그 인간은.”
난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잔디에 몸을 털썩 눕혔다. 하늘이 보인다. 진공간과 별 다를 바가 없는 하늘. 그곳도 여기처럼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불어오겠지...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생각난다. 수희도... 미국에 계신 아버지도... 갑자기 일이 터지는 바람에 시험공부를 핑계로 독서실에서 밤 샌다고 집에 안 들어갔는데... 엄마는 이걸 믿어주기나 하는 걸까? 학교도 엄마도 언젠가는 내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게 분명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을 지도... 학교도 내일은 잠깐이라도 가야 할 텐데... 왠지 학교가 가면 방어자 놈들이 떡하니 날 기다리고 있을 거 같아서 생각만 해도 피곤해 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머리 위쪽으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또?
“지운이?”
뜻밖에도 그곳에 서있는 사람은 지운이었다.
대체... 넌 또 여기 왜 있는 거지?
지운이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내 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다시 지운이의 이름을 불렀다.
“이지운?”
“수현이... 너... 넌 이곳에 있으면 안 돼.”
그건 내가 할 소린데?
“너야말로,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떻게 왔어.”
“아...안 돼 날 널...”
입을 열던 지운이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리고 어느새 날 바라보던 눈빛이 바뀌었다. 뭔 가를 각오한 그런 눈 빛이었다. 지운이는 날 향해 말했다.
“설마 했었지만... 네 그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그냥 믿었지... 이상하면서도 그냥 믿어 넘겼는데... 이제 어쩔 수 없어. 친구로서 부탁한다. 그냥 이 공간에서 벗어나 줘.”
뭔...뭔소리지?
“뭔 헛소리야! 너가 대체 여기를 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빨리 말하지 못해?”
지운이는 슬픈 눈으로 날 바라본다. 대체 이 녀석 정체가 뭐야? 지금 내 앞에 있는 지운이는 이제껏 내가 알고 있는 그 소심하기 짝이 없는 그 지운이가 절대 아니었다.
“내 말 들을 생각이 없는 것 같네... 우선 미안하다. 시간이 없어. 그것이 들이닥친다면 넌 살 수가 없을 거야. 넌 괴물이기 이전에 내 친구니까. 날 원망마라. 이게 내 최선이니까.”
지운이의 말이 끝나고 난 뒤에 느껴지는 것은 강한 인력이었다.
난 어딘 가로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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