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자 - 죽음을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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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4.10.1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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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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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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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端緖 2

DUMMY

새로 디펜더에게 얻어낸 그 자식의 캡틴의 이름은 양현두였다. 수도권 지역을 총괄하는 자식인데, 위치를 알아낸 난 내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간 느낌을 받았다. 내게 정보를 준 녀석은 약속대로 기억만 지운 채 내버려뒀다. 아마 동료들이 그를 찾으러 왔을 때는 왜 자기 혼자만 살아남았는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난 양현두가 있다는 강변 쪽으로 몸을 향했다.​


‘전에도 이야기 했는데, 영을 올려 보내는 건 이제 그만 해야할 것 같아. 이 정도로 대량으로 올려 보냈는데, 염라가 아무 반응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고. 사자가 올려보낸 영은 그 흔적이 남으니 절대 모를리 없는데 말이지. 그러니까 당분간만이라도 좀 자제해.


흑아의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울려퍼졌다. 최근에 폭주하고 있는 내 행동을 우려해 하는 소리였다.


‘야! 내 말 듣고 있어?’


대답이 없자 기어코 한 마디 한다.

듣고 있어. 그 정도면 어차피 걱정해도 상관없는 거잖아? 미리 고민해봐야 소용 있어? 닥쳐봐야 알지 이제와서 뭘 어쩌라고.


‘혹시 모르니까 자제하라고 하는 거 아냐. 이 모지리 주인 놈아. 이 이상 더 올려보내면 특이점이 올 것 같단 말이다.’


그딴 건 난 모르겠고, 화연이를 죽인 그 개자식 목을 딴다면 그만 둬 주지.


‘미치겠군... 마음대로 해라. 난 분명 경고했다. 염라를 우습게 보지 않는 게 좋을 걸.’


올테면 오라지.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빌어먹을...’


그때 화랑의 고상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주인, 난 다른 의미에서 우려가 된다. 이대로 계속해서 폭주를 한다면 자신을 잃게 될 거야. 염조령인 우리 셋을 다루기 위해서는 온전한 정신이 필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루하루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게 우리에게도 느껴질 정도니 우리 모두를 위해서라도 조금 쉬는 게 어떤가.’


오랜만에 둘의 의견이 일치했다. 흑아는 화가 나서 더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아마도 화랑이 자신을 도와주는데 고마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너희 둘이 같은 의견을 내다니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 재미있어. 그나저나 새로 온 신참은 어때?


'아직은 수면 중이다. 하지만 곧 깨어 날 거야. 그자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말에 조금 귀를 기울여 줬으면 한다.'


싫은데.

흑아와 화랑의 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난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며 고개를 돌렸다. 최근에 이런 식으로 내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아무튼 내게 접근 하는 자들은 죄다 내게 적의를 가진 자들 뿐이라 습관적으로 그렇게 됐다. 다행히 주먹을 내지르기 전에 내 어깨를 붙잡은 사람이 광모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광모라면 이렇게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접근하는 게 말이되었다. 어쨌든 빛 보다 빠른 신호는 없으니까.


“얌마, 혼자 가는 게 어딨어. 같이 가야지.”

“광모야.”

“혼자 멋지게 보이려고 뛰쳐나갔다며?”


먼저 화를 내버리고 간 광모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보지 못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절대 안 돌아가. 그 자식들 죽이기 전까지는. 화연이 사진 앞에서 많이들 울라고 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마음이 풀리는 지 모르겠지만 난 아냐. 이 찢어 죽일 새끼들을...”


그러자 광모가 부르르 떠는 내 어깨툭툭치며 웃었다.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거든. 나도 짜증내며 나간 거 잊었냐? 나도 녀석들을 용서 할 수가 없어. 같이 가자. 네가 어떤 정보를 입수 했는지도 알고 싶어.”

“강변에 양현두라는 캡틴이 숨어있는 장소를 알아냈어. 그 자식한테 가디언에 대해 물어볼 거야. 최종의 목표는 대변인이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물어보다 보면 결국 다 알아 낼 수 있을 거야. 이게 내 계획이야.”


광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 그렇게 해보자. 그나저나 그날 왔던 그 새끼들은 뭐야? 공격하는 걸 보면 방어자인데? 또 상상을 했잖아? 우리처럼.”

“방어자이긴 한데... 방어자들도 모르는 그런 비밀 조직인 것 같아. 그중 하나가 내가... 아는 사람이었는데, 내게 같이 행동하자고 했었거든... 그리고 아마... 남상도 같은 제안을 받았던 것 같고...”


그러자 평화로웠던 광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자식 이름 꺼내지도 마.”


광모가 으르렁거렸고, 난 그런 광모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내게 제안했던 놈이 나한테 그랬어. 그 놈들의 존재는 비잔틴에서도 몇몇 밖에 알지 못한다고, 조방헌도 녀석을 알고 있었지만 비잔틴에서 온 녀석이라고만 알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았고. 그래서 생각해 본 건데. 대변인이라는 놈은 우리나라의 방어자 중에 가장 높은 녀석이니까 그들의 정체를 알지 않을까 했어.”


광모는 내 말을 차근차근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이제 확실히 알아겠어. 대변인이라는 놈 꼭 잡아야겠네. 그 새끼들 정보 알려면.”


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광모야. 내일 아침에 가보자. 놈들은 우리가 가는 걸 모를 거야. 일단 조금 쉬면서 작전 좀 가다듬어 보자. 나 혼자 쳐들어갈 생각을 했지, 너도 함께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 그리고 오늘 하루는 내게 너무 고달팠어.”


내 말에 광모는 날 위아래로 훑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의 복수를 하겠다고 친구를 잃을 수는 없지. 알겠어. 근처에 찜질방이라도 있나 보자.”


*


다음 날. 광모와 나는 방어자 놈이 알려준 녀석들의 아지트 앞에 서 있었다. 강변의 한 정류장 근처의 낡은 건물. 너무 오래 돼서 안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심되는 그런 곳이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녀석들이 본거지로 사용하는 건물 내는 '절망'이 가동되고 있을 것이란 걸 알아서 선두에 선 건 나였다.


“왜 절망이 가동이 되지 않고 있지?!”


하나 같이 이런 엿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절망' 안에서도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나는 그런 개성없는 소릴 하는 방어자를 만날 때면 대가리를 깨주곤 했다.


“너희 캡틴을 만나고 싶다.”

“저리 꺼져.”


또한 이런 대답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대답이 어쩜 이렇게 식상하고 상투적이고 뻔하고 암튼 그러냐.”


'절망' 덕에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광모는 내가 녀석들의 머리를 깰 때마다 깜짝 놀라서 움찔거리는 반면, 뒤에서 까불거리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

우연히 찾아낸 '절망'의 본체를 깨부순 후에는 광모도 상상이 가능해져서 녀석들을 제압하는 일에 가담했다.

채널이 열린 뒤에는 재기를 사용해서 더 간단하게 녀석들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난 흑아와 화랑의 잔소리를 더 이상은 듣기 싫어 그냥 채널 열리기 전에 사용했던 목검을 계속 이용하기로 했다.


“저리 꺼져라든지. 왜 절망이 가동되지 않느냐든지 아무튼 쓸데 없는 소리 하면 죽여버린다.”


난 다음에 만난 방어자에게 달려들어 녀석의 팔다리를 적당히 몽둥이 찜질해주며 말했다. 아직까지 자신이 왜 구타를 당하고 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방어자는 고함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양현두 그 새끼 어딨냐?”

“몰라! 내가 그걸...”

“알려 줄 것 같냐 같은 조연 3이 할 만한 말 할래?! 빨리 안 말해? 뒈지고 싶어?!”


내가 고함을 지르자 녀석의 목소리가 뚝 멈췄다. 난 처음으로 내 협박이 먹혀 들었다 생각했다. 이전까지 만났던 놈들은 하나같이 아무리 협박을 해도 같은 소리만 해서 이제 질릴참이었다.


“오호... 넌 이야기 할 생각이 있나 보구나.”


하지만 난 이 자가 말을 멈춘 이유가 단순히 내 협박때문이 아님을 깨달았다. 난 녀석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뒤로 돌렸고, 그곳에는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남자가 서 있었다. 내 시선을 따라 남자를 발견한 광모가 식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드라큘라?”


그러자 그 남자는 입가에 묻은 피를 옷 소매로 슥 닦으며 말했다.


“그럴리가 사람을 뭐로 보고 드라큘라니 흡혈귀니 떠드는 거야?”


광모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흡혈귀는 난 말 안했...”​

“닥쳐라!”


박력있게 소리를 지르며 광모의 말을 막은 남자는 나와 광모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아무튼 배가 고팠었는데, 힘 쓸 일 없게 만들어줘서 고맙군.”


난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남자도 우리와 같이 상상을 하는 사람이란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담 저 남자는 적일까 아니면 우리가 몰랐던 다른 사람일까? 그런데 저 모습을 보자니 이지운과 한 패거리가 아니더라도 상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내가 물었다.


“여기서 뭐하는 거지?”

“식사”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하는 남자는 지금 한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듯 손에 들고 있던 누군가의 팔에 붙은 살을 한입 뜯어 먹었다. 광모가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뒤로 돌아 토악질을 했다. 그리고 내게 두들겨 맞아 쓰러져 있던 방어자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구토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즐거운 듯 웃었다.


“사람 식사하는 데 면전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실례 아닌가? 그래도 놀라지는 마. 항상 이런 식으로 식사를 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인육이 땡길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난 이곳을 이용했지. 원래는 아무도 모르게 한 마리 정도 사냥해 먹었는데, 오늘은 이거 참 진수성찬이 따로 없구만.”

“당신의 특이한 식성에 대해 자세히 들을 생각은 없어. 그래도 한 가지 확인할 필요는 있겠군. 상상을 하는 사람이라도 모두 같은 편은 아니라는 걸 최근에 깨달아서 말이야. 당신은 적인가 아군인가.”


그 남자는 붉은 눈를 번뜩이며 들고 있던 팔을 바닥에 팽개쳤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손과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 냈다. 품위가 묻어 나오는 행동이었지만 그의 바람대로 피는 잘 닦이지 않았다. 남자는 그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 못 한 채 손수건을 주머니에 다시 넣으며 말했다.


“그거 참 이분법적인 질문이군. 적이 아니면 아군인가?”

“최근에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남자는 피가 묻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웃었다.


“그런데, 너희는 식인을 하는 날 이상하게 보지 않는군?”


난 싸늘한 시선으로 남자를 노려봤다.


“그보다 더 한 것도 봤으니까. 물론 역겹기로 따지만 댁의 식사하는 모습이 더 끔찍하긴 하다만. 그런데 당신 상상을 하나?”

“그렇다면.”


그렇게 말한 남자는 나른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 거리더니 검지로 날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뭐 짐작을 했겠지만, 난 너희의 적일 거야.”


그리고 말을 마친 남자는 오른쪽 눈을 찡긋 감으며 윙크했다. 광모는 남자에게 받은 윙크에 소름 돋아 했고, 그때 그 작자는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우리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그리고 양손으로 우리 둘의 목을 동시에 낚아 채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남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우리 둘 다 놈보다 빨랐다.


“이런”


남자는 허전한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더니 굽혔던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꽤 하잖아.”

“광모야 뒤로 물러나 있어라. 네가 빠르긴 해도 완력으로는 상대가 안될 것 같아.”


난 그 자가 움직일 때 박살이 난 바닥을 가리키며 광모에게 말했고, 광모도 그 사실을 인지 했는지 전투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뒤로 살짝 물러났다. 난 화랑을 불러냈다.


“너...?! 아하! 매릭이 말하던 녀석인가 보군?!”


매릭?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그래 들었어. 만나면 조심하라고 했었지. 뭐라더라... 채널이 닫혔어도 상상할 때랑 다름 없이 강한 새끼랑 뭐든 다 지워버리는 새끼가 있다던데. 그리고 앞에 말한 새끼는 큰 사이드Scythe를 들고 설친다 거나 불을 뿜낸 검을 휘두른다고 들었어. 네가 그 놈이구나?”


그렇게 말한 남자는 잠시 고민을 하는 표정으로 나와 광모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리고 남자는 입고 있던 양복의 옷 매무새를 단정히 바로잡더니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무래도 도망치는 게 좋겠네?”


남자의 의도를 알아차린 난 고함을 지르며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가! 이 자식아!”


하지만 놀랍게도 남자는 화랑이 그의 몸에 닿기 전에 사라졌다. 난 직감했다. 저놈은 그 자식들하고 한 패라고. 이지운, 남상과 한 패라고 말이다.


“제길. 저 녀석이야. 화연이를 그렇게 만든 새끼들!”


내가 분에 못 이겨 소리를 지르자 광모는 내게 다가와 내 어깨를 붙잡았다. 난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광모를 바라봤고, 같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줄 알았던 녀석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광모가 말했다.


“저쪽에도 빛을 상상하는 자가 있어. 흔적을 남겼군. 멍청한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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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재기在器 1(수정) 24.12.04 13 0 9쪽
53 몽행夢行 3 24.12.03 10 0 11쪽
52 몽행夢行 2 24.12.02 11 0 13쪽
51 몽행夢行 1 24.12.01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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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반전反轉 3 24.11.27 10 0 11쪽
48 반전反轉 2 24.11.26 11 0 14쪽
47 반전反轉 1 24.11.25 10 0 11쪽
46 결렬決裂 24.11.22 9 0 13쪽
45 의심疑心 2 24.11.21 13 1 11쪽
44 의심疑心 1 24.11.20 10 1 11쪽
43 무심無心 24.11.19 13 1 11쪽
42 목적目的 24.11.18 15 1 13쪽
41 심연深淵 24.11.16 15 1 13쪽
40 발전發展 2 24.11.14 13 1 12쪽
39 발전發展 1 24.11.13 12 1 12쪽
» 단서端緖 2 24.11.12 13 1 13쪽
37 단서端緖 1 24.11.11 10 1 11쪽
36 전전戰前 24.11.08 15 1 16쪽
35 통로通路 24.11.07 14 1 18쪽
34 폭발爆發 24.11.06 15 1 12쪽
33 함정陷穽 2 24.11.05 14 1 16쪽
32 함정陷穽 1 24.11.04 16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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