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자 - 죽음을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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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4.10.11 10:32
최근연재일 :
2024.12.12 19:2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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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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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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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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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발전發展 1

DUMMY

“여긴 어디지.”


사라진 남자의 흔적을 쫓아 어딘가로 온 우리는 수풀이 우거진 깊은 산 속에 도착했다. 광모만 볼 수 있는 빛의 흔적이 이곳으로 우릴 인도 한 것이었다. 난 광모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


“대단하네, 이런 것도 하고.”

“그렇지? 나 좀 대단할 지도.”


오늘따라 자화자찬이 심해진 광모를 보다가 난 이 곳이 어딘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그 자식의 흔적을 따라 온 건데 그 자식은 왜 안 보이지? 흔적이 그 자식까지 이어져 있던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건 흔적은 여기까지라?”


응? 갑자기 흔적이 끊겼다고?

녀석이 사라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쫓아온 우리였다. 심지어 광모는 빛을 상상하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흔적도 없이 아예 사라질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그때 광모가 웃으며 말했다.


“상관없잖아? 여기가 어디인지는 일단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 주변을 살펴보고 올테니 기다려봐.”

​ “이럴 때 안지형의 상상이 있으면 바로 찾아낼 수 있을 텐데. 쩝, 아쉽구만.”

“어 그렇지. 안지형은 추격술의 달인이니까. 그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잘 찾나 몰라?”


그 사람은 뭐 직접 볼 수 있으니까. 추격이고 자시고...응? 설마 광모 안지형이 진짜 사람을 어떻게 찾는지 몰라서 묻는 건가? 말투가 꼭 그런 느낌이다.

난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앞에 서 있는 광모의 뒷 모습이 이질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뭐 다 알면서 그래? 어떻게 찾는지.”

“그러니까.”


어색하게 끊기는 말. 난 낮은 어조로 광모에게 물었다.


“어떻게 찾는데?”


내 말을 들은 광모가 침묵했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 이어졌고, 광모가 웃으면서 날 돌아봤다. 생각해보니 웃는 소리도 평소와는 달랐다. 난 광모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어떻게 찾는데? 안지형이.”

“아, 야 왜 그래? 갑자기 무섭게.”

“아니 말해 보라니까? 안지형이 어떤 상상을 하는지? 어떻게 사람을 찾는지?”


하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 난 한숨을 깊게 내 쉬었다. 언제부터지?


“이 가짜 새끼가.”

“가짜라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언제부터 내 옆에 붙어있던 걸까? 지하철에서 날 찾아왔을 때는 분명히...

하... 젠장... 처음부터 였나? 생각해보면 저 녀석 내 이름을 한 번도 부른 적이 없었다. 최대한 말을 아끼고 내 말에 적당히 호응 해줬을 뿐.

난 광모, 아니 광모로 보이는 녀석에게 달려들어 녀석의 복부를 후려 갈겼다. 하지만 맞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녀석이 어떤 상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도 광모와 같이 빛을 상상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앞에 있었던 녀석은 이미 멀찌감치 떨어져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 친구에게 다짜고짜 공격을? 너 미쳤냐?”

“친구? 친구 좋아하시네. 그러고 보면 넌 내 이름을 한 번도 안 불렀단 말이야. 안지형이 어떤 상상을 하는지도 모르고, 형하고 가장 많이 붙어다녔던 놈이 말이야. 생각해보니까 교묘하게 날 속였군. 이 빌어먹을 새끼야.”


그러자 광모는 조금 전과 다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난 짜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너도 한패였지? 그 식인종 새끼나, 이지운, 남상! 이 개 같은 새끼들하고. 안 그러냐? 내게 접근한 목적이 뭐야?”


하지만 그 녀석은 내 질문 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이 더 쏠려있었다.


“이상하네? 잘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봐. 이렇게 나 닮지 않았어?”


그저 닮았다고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아마 영원히 모를 수준이었다.


“흉내를 내려면 더 철저히 조사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냐? 아무튼 그딴 건 상관없고! 뭐냐니까?! 내게 접근한 목적이?! 하루종일 붙어 있었는데 날 죽이려 한 것도 아니고! 너... 혹시... 변태냐? 관음증 있어?”


그러자 광모의 모습을 한 그 놈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럴리가 있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을 뿐이지. 계획이 조금 틀어졌을 뿐이라고. 플랜B가 확실히 있었는데. 아쉽네.”


녀석의 말을 들어보니까 플랜A가 그 식인남이 날 제압하는 시나리오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내가 강했는지 녀석들의 계획은 통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런 산기슭으로 날 데려와 다음 계획을 실행하려고 했었나 보다. 내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져 있을 그때였다.


“수현아 뒤로 물러나! 내 행세를 했던 거냐? 이 개자식아!”


내 뒤에서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광모의 모습이 보였다.


“광모야!”

“그래 수현아 나야! 그 자식한테 떨어져!”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옆에 서 있는 광모의 모습을 한 어떤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오리지날이 납시었네.”


그리고 앞에 있던 가짜 광모의 모습이 순식간에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변했다. 지금까지 광모 행세를 하며 날 속였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난 그 녀석을 노려보며 으르릉거렸다.


“생각하니까 열 받네...”


내가 녀석에게 험한 말을 내 뱉고 있는 사이, 광모가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말했다.


“빛을 상상하는 군.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우리가 봤을 때는 분명히 보이지 않거든... 너 혼자 있는 걸로 보였는데, 내가 갑자기 이곳으로 이동을 해서 깜짝 놀라서 온 거야. 그런데... 저 자식 나도 보이는 걸 보면 신기루는 아닌 것 같은데... 이거 혼란스러운데.”


광모와 같은 상상을 한다고 해서 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나 보다. 그 말은 상상하는 사람에 따라 상상하는 종류가 같아도 조금씩은 다른 상상을 한다는 뜻이었다. 광모의 말을 들은 녀석이 우릴 보며 말했다.


“병신이냐? 당연히 사람이 다른데 상상하는 게 다른 것 아니겠어? 사람에 따라 상상을 발전시키는 게 다 다른데 똑같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잖아. 수준하고는... 그나저나,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조졌네 이거.”


그렇게 말한 놈은 나와 광모를 슬쩍 보더니 씩 웃었다. 난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젠장! 도망치려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손을 들어올려 우리를 향해 흔들더니 말했다.


“아무튼 계획은 물거품이 된 것 같으니 난 이만 가본다. 다음에 또 봐~ 바이바이.”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자취를 감췄다. 난 다급하게 광모에게 소리쳤다.


“같은 빛이잖아? 녀석을 쫓을 수 있지?”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광모는 움직이지 않았다. 광모는 그 자가 사라진 곳을 응시하다가 날 보며 말했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아. 그러려고 온 게 아니거든”


난 지금 다른 사람들과 나 사이에 화연이의 복수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올 때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광모 역시 그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의견이었나 보다. 마지막으로 광모를 봤을 때 화연이의 복수를 하겠다고 난리치는 것을 봤었기 때문에 난 당연히 광모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럼 뭐 하러 온 건데 여긴.”

“널 데리러 왔지.”

“날 데리러? 하... 지금까지 날 보고 있던 거였지? 다들?”


광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네가 나간 순간부터 네 걱정 만했어.”

“걱정? 그럼 내가 그 녀석들을 쓸어버리려고 강변으로 찾아간 것도 봤겠네. 걱정했다면서 정작 찾아오지도 않았잖아. 차라리 저 가짜가 나은 걸?”

“비, 비아냥 거리지 마. 영현이 아저씨가 말리지만 않았다면 당연히 널 붙잡으러 갔을 거라고.”


영현이 아저씨라...

내 눈썹이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이 꿈틀거렸다. 난 광모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 아저씨가 언제부터 우리 리더였다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 어이가 없네. 그럼 그 아저씨가 눈 앞에서 내가 죽는 걸 그냥 내버려 두라고 하면 내버려 둘 거냐?”


내 말에 광모가 반박을 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한 숨을 푹 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영현이 아저씨는 우리가 좀 더 체계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고 말했어. 방어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남은 사람들도 다 동의했고. 그리고 지금 그 사람이 리더야. 넌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원래 이렇게 오는 것도 안 되지만 내가 억지를 부려 온 거라고. 일단 우리가 새로 방어자에 대항할 조직을 만들었으니까 너도 날 따라가서 우선은 사람들하고 이야기부터 해보자. 너 혼자 뭘 할 수 있다고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거야. 화연이는 화혜의 복수를 바라지 않다고 했다며. 일단 같이 돌아가서 다 같이 이야기 해보고 같이 행동 해보자고.”

“그딴 조직 누가 들어가고 싶다고 이야기 한 적 있어? 그리고 이건 내 복수야. 내가 내 친구를 위해 하는 복수라고. 이제 화혜랑 상관없어. 가족은 복수를 포기했을지 모르지만 난 아냐.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뭐? 조직? 대항해서? 체계적? 웃기고 있네. 우린 그냥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돕자고 하는 사이 아니었어? 광모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무슨 조직을 꾸려. 왜 사적인 모임을 이렇게 딱딱하게 만들려는 거야.”


광모도 화가 났는지 내게 고함을 질렀다.


“정신 차려야 하는 건 너야! 우릴 봐. 우리가 피해 다닌다고 해서 방어자가 우릴 그냥 놔두니? 우리가 숨어 들어간다고 해서 우릴 못 찾아내?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게 아니잖아. 진공간에서 삶이 어려우니까 중계로 숨었던 우리야. 그런데 그곳까지 찾아와 이 깽판을 치는데! 그리고 화연이도...! 그렇게 됐고. 나도 너처럼 복수를 포기하는 건 못마땅해. 하지만 난 화혜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것 뿐이야. 그리고 복수에 눈이 멀어서 당장 우리가 해야할 것을 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영현이 아저씨도 다 우릴 위해서 그러시는 거야. 적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것 뿐이라고. 조직? 그래 뭐 마음에 안 들 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그건 그냥 수단이야. 우릴 지키기 위한 수단. 그 속에서 우리의 관계는 예전과 다를 바가 없을 거야.”


난 광모를 슬픈 눈으로 바라봤다.


“내가 유별나다 생각하겠지. 화혜도 포기한 걸, 네가 뭔데 나서서 지랄이냐고. 광모야. 그런데 난 화연이의 복수를 끝내지 않으면 다른 것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었다는 증거겠지.”

“수현아... 그렇게 생각 하지...”


난 손을 들어올려 광모의 말을 멈췄다.


“그만 가라. 여기까지 와준 건 고맙다.”


광모는 말없이 날 지켜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다시 생각해봐. 이걸 죽은 화연이가 바라고 있을지 말이야.”

“...가라”


광모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사라졌고, 모두가 사라진 그 숲 속에 홀로 남은 난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에는 중계의 하늘에 있는 영 같이 생긴 별들이 떠있었다.


“그쯤... 어딘가에 있는 거니? 화연아?”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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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재기在器 2 24.12.10 11 0 10쪽
54 재기在器 1(수정) 24.12.04 12 0 9쪽
53 몽행夢行 3 24.12.03 9 0 11쪽
52 몽행夢行 2 24.12.02 11 0 13쪽
51 몽행夢行 1 24.12.01 9 0 11쪽
50 반전反轉 4 24.11.28 10 0 10쪽
49 반전反轉 3 24.11.27 10 0 11쪽
48 반전反轉 2 24.11.26 11 0 14쪽
47 반전反轉 1 24.11.25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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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의심疑心 1 24.11.20 10 1 11쪽
43 무심無心 24.11.19 13 1 11쪽
42 목적目的 24.11.18 14 1 13쪽
41 심연深淵 24.11.16 15 1 13쪽
40 발전發展 2 24.11.14 13 1 12쪽
» 발전發展 1 24.11.13 12 1 12쪽
38 단서端緖 2 24.11.12 12 1 13쪽
37 단서端緖 1 24.11.11 10 1 11쪽
36 전전戰前 24.11.08 15 1 16쪽
35 통로通路 24.11.07 14 1 18쪽
34 폭발爆發 24.11.06 15 1 12쪽
33 함정陷穽 2 24.11.05 14 1 16쪽
32 함정陷穽 1 24.11.04 1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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