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자 - 죽음을 상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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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밸리스
작품등록일 :
2024.10.11 10:32
최근연재일 :
2024.12.12 19:22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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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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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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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전入前

DUMMY

결계가 깨졌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더니 사라졌던 네 영의 기척이 다시 나타났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모를 넷 중 둘이 호들갑을 떨며 내게 다가왔다.


"괜찮나? 주인? 다행히 죽지 않았군."

"대장! 와우! 살아 돌아왔어?!"


이전에 경험이 없는 화랑과 전룡이었다. 이미 자신도 한 번 걸어본 적 있는 흑아나 길잡이를 자처하는 도시는 요란 떨지 않고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난 잠시 모두를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들어 올렸다.


"내 재기다!"


환호성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오지 않을 거라 생각치는 않았기 때문에 멀뚱히 손에 든 도끼를 보는 네 영의 반응에 살짝 당황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내게로 다가오던 흑아가 말했다.


"시원하게 학살하고 다니더니 꼭 지 같은 재기를 얻었군."


하! 재기의 모양이 바뀐다는 걸 알지 못하는 모양이군!

난 들고 있던 재기에 손을 가져가 슥 문질렀다. 그러자 재기의 모양이 멋진 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모습에 도시를 제외한 세 영이 깜짝 놀라 날 바라봤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후후후

난 세 영을 보며 비웃었다.


"영들이여... 그걸 아는가... 재기도 오라라는 것을."

"뭔 소리야."


흑아가 이상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반문했고, 내가 시건방지게 구는 흑아에게 한 소리 하려는 찰나 도시가 끼어들었다.


"아! 시끄럽고. 아무튼 재기를 찾았다니 다행이야. 당연히 진명도 알아 냈겠지?"

"어. 당연하지."


그때 전룡이 내 몸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대장! 몸이... 영이 회복됐는데?"


실제 전룡의 말대로 그랬다. 기운이 충만해지면서 실 금이 갔던 몸이 회복되면서 다시 원래의 상태 비슷하게 돌아온 상태였다. 사실 처음 몽행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영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기 때문에 그 목적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 상태에서 돌아가도 상관 없었다. 그리고 도시는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내 뒤통수를 후려치며 말했다.


"허튼 생각하지마. 전부는 아니더라도 내가 붙은 이상 이 몽행에서 적어도 하나의 전생은 모두 확인해야 해.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 하지만 이건 그냥 임시조치일 뿐이야. 곧 같은 문제로 고통스러울 걸. 네 문제의 근본적인 걸 해결하려면 일단 이번 전생까지는 모두 확인해야한다고."

"아, 알았어. 거참 더럽게 말 많네."


도시를 만나기 전 불어왔던 칼바람이 다시 몰아쳤다. 그 빌어먹을 문을 열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럼 길잡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데."

"훗"


도시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웃는 것처럼 콧웃음을 치더니 저 멀리를 향해 손가락질 했다. 날 포함한 세 영이 도시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고, 그곳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고풍스러운 대문이 보였다. 도시가 말했다.


"전생문前生門이다. 저 문을 통해 들어가서 네 전생을 찾아야 해. 그리고 그 전생에게 다른 글자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네 현생을 더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전생인가."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 거야. 우린 영의 상태로 돌아다니니까. 다만 조심해야 할 자들이 있어."

"누군데?"


조시는 문을 가리킨 손을 내리더니 말했다.


"비취군翡翠軍."

"비취군?"


도시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뭐가 그리 소름 돋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게 있어. 아무튼 우리가 저 문을 통해 들어가면 아무도 우릴 못 보는 게 정상이야. 그런데 가끔 우릴 알아보는 것들이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런 놈을 조심해야 해. 그건 비취군일 수도 있고, 그냥 그런 잡귀나 그런 것일 수도 있어. 그런데 유의할 건 우리가 찾아야 할 네 전생의 다른 두 식령도 그들과 비슷하게 보일 거란 말이야."


그러자 듣고 있던 흑아가 짜증을 확 냈다.


"그럼 뭐 어쩌라는 거야. 그런 놈을 보면 어떻게 하라고."


도시는 흑아를 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잡귀면 쫓고, 비취군이면 도망치고, 식령이라면 그들의 시련을 이겨내야지."


도시가 유난히 비취군을 무서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비취군은 어떤 자들일까? 말하는 걸 들어보면 영적인 존재인 것 같긴한데...


"비취군이 뭔데 도망까지 치나. 무사답게. 대결을."

"하지마!"


도시가 기겁을 하며 검을 뽑는 화랑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뒤통수를 쳐맞은 화랑은 놀란 표정으로 도시를 바라봤다.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날 공격하다니... 사실...넌 강한가?"


난 화랑의 무사의 혼이 간만에 타오르는 게 보였다. 그래서 괜히 쓸데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나섰다.


"말해봐. 비취군이 뭔데 그러는 건데?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가는 거보다 나은 게 맞잖아?"


도시는 한숨을 푹 쉬었다.


"뭐 사실 별거는 아닌 놈들인데, 우리 힘만 찾으면 야. 그러질 못하니 무서운 거지. 녀석에게 절대 잡히지 않도록 해. 녀석들은 우리의 재를 직접 붙잡을 수 있어."


그러자 흑아가 이야기 했다.


"그건 나나 수현이도 할 수 있는데?"

"어. 보여줄까?"


그러자 도시가 어딘가에서 꺼낸 부채로 나와 흑아의 정수를 탁탁 치며 말했다.


"그런 차원이 아냐. 재를 봉인해서 끌고 간다고. 그러니까 절대 상대하지 마."


머리를 문지르던 흑아가 이야기 했다.


"어디로 끌고 가는데?"

"모르지. 어디로 끌고 가는지는. 우리처럼 떠도는 몽행인들을 잡아간다고 하더라고."

"그럼 그들을 어떻게 구분하는데? 특징이 있어?"


도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만났다 살아난 자들에 따르면 이런 말이 전해져."


그러면서 도시는 이야길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서 비추는 옥색 광채는 처음엔 뚜렷하지 않다 하더니, 이윽고 내 앞에 가까이 이르니라. 거대한 손이 뻗어 와 나를 사로잡고, 몸은 점차 굳어져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도다. 그렇게 그들은 나를 붙잡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어둠의 곳으로 데려가니라."


전룡은 팔짱을 끼더니 말했다.


"결국 옥색 안광이 비추는 자를 조심하라는 소리잖아."


흑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비취군인가 보구만."


도시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예전에 한 번 만난 적 이었는데, 그때는 이렇게 전생로를 헤매는 신세가 아니었기에 망정이었지... 하마터면 죽을 뻔했네. 뭐 물론 그것때문에 용공龍公과 만나게 된 거기도 하지만. 아무튼 조심하라고! 알았어?! 이 애송이들아. 기억을 되찾기 전까지는 너희는 죄다 애송이야 알겠어?!"


이렇게 잔뜩 겁을 주는 것도 기선 제압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압당할 생각은 없었지만 일단 도시가 길잡이를 자청했고, 내 식령이 된 마당에 말을 따르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난 도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알겠다고. 조심할게. 그런데 있지. 쟤들은 알텐데 내가 그런 속성이 있어. 생각하다 열받는. 지금 조금 네 태도에 생각을 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가 웃으며 이야기 하자 도시가 당황을 하며 내 눈을 피했다.


"뭐... 뭐 어쩌라고."

"자꾸 까불면 뒈진다는 말을 고상하게 해봤는데. 이해를 못했구나?"


왠지 도시를 제외한 세 영이 흐뭇하게 웃고 있는게 보지 않아도 보였다. 난 잔뜩 쫀 도시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깝치지 말고 안내나 잘해. 알겠지? 그걸 기억하라고."

"아... 알았어!"


난 대충 서열 정리를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른 세 영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난 도시한테 지랄해도 괜찮은데 너희들은 아냐. 얘 말대로 너희는 애송이니까. 알겠어? 지금부터 우리가 갈 길은 나도 모르는 길이니까 우리 길잡이의 안내에 따라 잘 가보자고. 눈까리가 이상한 새끼 만나면 그냥 튄다. 오케이?"


세 영들이 저마다의 스타일로 내 말에 대답을 했다. 난 도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다들 준비가 된 거 같은데, 어디 한 번 전생으로의 여행을 떠나 볼까?"


도시는 나와 내 식령들을 바라보더니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전생로 가운데 있는 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는 문에 손을 얹더니 조심스럽게 외쳤다.


"개開"


저걸 여는 것도 뭔 주문이 필요한 가보다.

잠시 후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고, 안에서는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바람에는 여러 냄새가 섞여있었는데 그중 으뜸은 피비린내였다. 나는 문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난 문 안으로 보이는 생소한 풍경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온통 회색의 칙칙한 그곳은 전장이었다. 내 전생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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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재기在器 2 24.12.10 11 0 10쪽
54 재기在器 1(수정) 24.12.04 12 0 9쪽
53 몽행夢行 3 24.12.03 10 0 11쪽
52 몽행夢行 2 24.12.02 11 0 13쪽
51 몽행夢行 1 24.12.01 9 0 11쪽
50 반전反轉 4 24.11.28 10 0 10쪽
49 반전反轉 3 24.11.27 10 0 11쪽
48 반전反轉 2 24.11.26 11 0 14쪽
47 반전反轉 1 24.11.25 10 0 11쪽
46 결렬決裂 24.11.22 8 0 13쪽
45 의심疑心 2 24.11.21 13 1 11쪽
44 의심疑心 1 24.11.20 10 1 11쪽
43 무심無心 24.11.19 13 1 11쪽
42 목적目的 24.11.18 14 1 13쪽
41 심연深淵 24.11.16 15 1 13쪽
40 발전發展 2 24.11.14 13 1 12쪽
39 발전發展 1 24.11.13 12 1 12쪽
38 단서端緖 2 24.11.12 12 1 13쪽
37 단서端緖 1 24.11.11 10 1 11쪽
36 전전戰前 24.11.08 15 1 16쪽
35 통로通路 24.11.07 14 1 18쪽
34 폭발爆發 24.11.06 15 1 12쪽
33 함정陷穽 2 24.11.05 14 1 16쪽
32 함정陷穽 1 24.11.04 15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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