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몽선경
“공허하구나···”
어느 이름 모를 산봉우리에서 정좌하던 중년인이 내뱉었다.
장장 50년.
그가 이 낯선 세계, 무림에서 보낸 세월이었다.
남들은 천금을 주고도 오르지 못할 자리에 올랐고,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었다.
하지만 천하제일인의 마음속에도 언제나 족쇄가 뿌리내리고 있었으니.
귀향歸鄕.
어째서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천하를 떠돌아도 작은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가슴에 답답함이 차오르고,
그만큼 공허해졌다.
“후우-”
중년인이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마음을 달래줄 유일한 위안이었으니까.
그러다 잠시 후.
-쿠르릉.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중년인이 눈을 떴다.
“이··· 이건!”
어느새 천지가 뒤바뀌어 있었다.
새벽은 이미 저물어 온통 캄캄했고,
끝도 보이지 않던 맑은 하늘은 검푸른 구름에 가려졌다.
그리고 구름 속을 헤집고 다니는 불길한 뇌전까지.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니다!’
중년인이 내공을 극한으로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그러나 나약했고, 초라했다.
-콰르릉! 쾅-!
요동치는 천지 속에서, 그는 스스로 초라함을 느꼈다.
‘무의 정점에 올랐어도 한낱 인간일 뿐인 것을···’
무언가 깨달은 그 순간,
무언가 느꼈다.
그때.
한줄기 벼락이 중년인에게 꽂혔다.
그가 반응하려던 순간 귓가를 때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쾅!!
음속보다 빠르게 내리친 벼락.
평범한 인간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이 담겨있었다.
중년인은 죽음을 직감했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가 떠올린 것은 하나였다.
‘유진아···’
***
“유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
무척 희미했지만, 진유진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오··· 오빠!!”
장장 5년이란 시간 동안 닫혀있던 입이 열렸다.
유진이 놀란 마음을 붙잡고 목 놓아 외쳤다.
눈에는 순식간에 차오른 물기가 가득했다.
“나 여기 있어!”
“유, 유진아···”
“흐흑··· 흑, 오빠!”
그녀는 오빠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눈물 탓에 모든 게 흐릿했다.
그 흐릿한 물결 너머로 자신의 유일한 혈육, 진유현이 눈을 뜨는 모습이 비쳤다.
“유현 오빠···!”
***
“내가, 내가 5년 동안 잠들어있었다고···?”
“응, 의사 선생님도 원인을 모른댔어.”
그 모든 게 한낱 꿈이었다니.
유현은 불현듯 허탈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엔 공허한 빈자리를 유일한 가족, 여동생이 채웠다.
“오빠, 이거나 좀 먹어봐.”
유진이 사과가 꽂힌 작은 포크를 건넸다.
‘낯설다···’
유현은 모든 게 낯설었다.
주변을 둘러싼 현대식 건물도.
지난 5년 동안 부쩍 커버린 동생도.
한없이 보잘것없는 자기 자신까지도.
“···과일은 싫어하는데.”
“참나. 맨날 싫다고 해도, 막상 갖다주면 잘만 먹더니.”
“······”
낯섦 속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을 만끽하며,
유현은 점점 현실에 적응해 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두 남매는 병원을 나섰다.
“유진아, 나 때문에 고생했다. 미안하고···”
“아, 또! 난 괜찮아. 그 얘기 이제 하지 마.”
일찍이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자연히 생계는 유현이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살아왔다.
학업도 포기하며 뒷바라지했는데.
‘결국 동생이 날 보살펴주다니···’
지난 5년 동안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어떤 고생을 했을지.
자세히 말은 안 해도 대학 진학을 포기한 것 같았는데···
“후우.”
“아오, 한숨 좀 그만 쉬어! 나 진짜 괜찮았다니까? 게임에서 운 빨로 돈도 잘 번다고!”
“······”
또 저 소리였다. 게임에서 운으로 돈을 번 다니.
그것도 꽤 많이.
쉽사리 믿기 어려웠지만,
저렇게 자신만만하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오빠, 저기 공원에서 잠깐 쉬다 가자. 산책도 좀 하고.”
“···그냥 집으로 바로 가면 안 될까? 바로 이 근처라며.”
“아오! 병원에서 재활훈련 했어도 평소에 좀 걸으랬잖아.”
유현이 자기 팔을 잡아끄는 동생에 이끌려갔다.
그러던 중 무심코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무림에선 감히 날 함부로 하는 자가 없었는데···’
이상하게 유독 여동생에게만은 약했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수십 년의 세월을 거슬러 돌아온 지금도 마찬가지.
어쩌면 그게 가족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정말 단순한 꿈이었을까?’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고, 현실적이었는데.
밑바닥부터 시작해 점점 경지가 오르던 때의 쾌감이 아직도 선명한데.
그때, 한창 감상에 젖어있던 유현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여기 좀 봐봐. 나비가 있어!”
유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 끝에서 나비가 한 마리 날아다녔다.
금빛 날개에 검은 줄무늬가 새겨진 호랑나비였다.
“와! 나 여기 자주 산책하는데, 나비 있는 거 처음 봐!”
“아, 그래?”
지난 일을 떠올리던 유현은 적당히 대꾸하며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비는 여전히 춤추듯 나풀거렸다.
***
“바로 이거야, 내가 하는 게임.”
“캡슐···?”
자신이 잠들기 전에도 상용화된 게임이 있었다.
호기심에 캡슐방에 가서 해본 적도 있고.
‘별로 재미있진 않았던 거 같은데.’
길었던 꿈 탓에 기억이 희미하긴 했지만,
별로였던 건 확실히 떠올랐다.
“응응! 4년 전쯤에 나온 건데, 그전에 나왔던 거랑은 완전 달라! 진짜 미쳤다니까.”
“뭐 하는 게임이야?”
“오빠, 선협 알아?”
“잘 모르는데.”
무협 비슷한 장르라는 건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확실히 알진 않았다.
“어휴. 그럼 무협은 좀 알아?”
“···무협은 꽤 알지.”
모를 수가 없었다.
“선협이 무협이랑 쫌 비슷한 건데, 쫌 달라. 막 요괴 같은 거 나오고 마법 같은 거 쏘고 그러는 거야.”
“너도 잘 모르는 거 같은데?”
“···아, 아무튼 그래! 막 경지 올리고 그런다니까?”
유진은 조금 당황한 모습이었다.
지켜보던 유현은 작게 웃을 뿐,
더 이상 파고들지는 않았다.
괜히 더 추궁해 봤자 결과가 좋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왜 기계가 2대야?”
“오빠 깨어나면 같이 하려고 미리 사놨지.”
“아···”
유현이 언제나 집에 돌아가기를 염원했듯,
유진도 오빠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매우 신나 보였다.
“헤헤. 오빠, 일단 들어가서 머리에 뭐 쓰고, 전원 켜고, 계정부터 만들어.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지금 바로 해? 난 이 집에 처음 왔으니까 구경도 하고, 좀 쉬다가···”
“아까 공원에서 잔뜩 쉬었잖아! 계속 앉아서 멍때리고 있더만.”
“······”
말로는 도저히 동생을 이길 수 없었던 유현은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
[ 몽선경夢仙憬에 진입했습니다. ]
로그인하고 처음 나타난 화면은 캐릭터 생성 화면이었다.
별다른 정보 없이 외모만 설정할 수 있었다.
‘이게··· 나?’
자신의 신체가 투영된 모습.
오랜 입원 생활 탓에 비쩍 말라 있었다.
무림에서 가졌던 몸과의 괴리감도 느껴졌다.
‘틈틈이 운동 좀 해야겠는데.’
전반적인 외모뿐만 아니라 나이까지 조절할 수 있었지만, 건들지 않았다.
다만 근육량만 조절할 뿐.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이름 설정이었다.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던 유현은 자신이 무림을 주유하던 시절의 이름을 입력했다.
- 진소운.
그러자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빛이 번쩍였다.
잠시 후, 몽선경의 세계가 드러났다.
“와···”
정말 그래픽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의 화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상적인 광경.
지금 유현이 있는 장소는 하늘 위에 떠 있는 거대한 고대 중국식 건물이었다.
유현 주위엔 처음 계정을 생성한 동기들이 가득했다.
“범부 오빠! 여기야, 여기!”
익숙한 목소리에 유현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그곳엔 유진이 있었는데···
‘뭘 타고 있는 거야?’
그녀는 허공에 둥둥 뜬 새빨간 가마 위에 앉아 있었다.
유현이 그쪽으로 다가갔다.
“범부 오빠라니?”
“후후. 대충 뉴비라는 뜻.”
“응···?”
“이쪽 세계에선 처음 접속한 사람들을 범부라고 하더라고.”
범부凡夫. 말 그대로 평범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동생의 모습은 절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가마는 그렇다 쳐도.
그녀 옆에는 하얀 여우처럼 보이는 동물도 한 마리 앉아 있었는데, 꼬리 쪽이 지나치게 풍성했다.
게다가 복장도 뭔가 요란하고,
아까부터 그녀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푸른색 광체도 신경 쓰였다.
“나 어때? 놀랐지?!”
“···그래. 조금 놀랍긴 하네.”
“그렇다니까! 내가 얼마나 잘 지냈는데.”
유진의 말을 들은 유현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었다.
왜 이렇게 접속하라고 호들갑 떠나 싶었는데.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였다.
오빠 없는 동안에도 나 이렇게 잘 지냈다고.
대학 안 가도 괜찮다고.
그러니까 자기 때문에 마음고생하지 말라고.
“헤헤. 오빠, 나 방송 켰는데, 괜찮지?”
“어, 괜찮아.”
병원에 있을 때 이미 들은 얘기였다.
이 게임에 연동된 스트리밍 모드가 있다고.
그쪽으로도 쏠쏠한 수익이 나온단다.
무엇보다···
‘방송하는 게 재밌다던데.’
사실 오빠 입장에선 동생이 방송하는 모습이 상상이 잘 안됐다.
잘할지도 모르겠고.
“얘들아, 인사해. 우리 친오빠임!”
유진이 신나서 떠들었지만,
유현 입장에선 그녀 방송의 채팅이 보이질 않았다.
“잘생겼지?”
“······”
“커마(=커스터마이징) 아냐! 진짜 딱 저 모습 그대로야.”
“······”
“열폭(=열등감 폭발) 뭔데? 부러운 거 티 내지 말고 채팅창 불 꺼라!”
대략 상황을 짐작한 유현은 걱정스러웠다.
‘시청자들이랑 싸워도 되는 건가?’
하지만 걱정과는 무색하게 유진은 즐거워 보였다.
“오빠, 얘들 냅두고 우린 가자.”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원래 그냥 방송 보면서 자기들끼리 드립치고 노는 거야.”
“아, 그래?”
게임 방송은커녕 유튜브도 잘 보지 않았던 유현으로서는 잘 모르는 생리였다.
“평소에도 나 잘 모른다고 막 놀린다니까? 아오!”
말은 그렇게 해도 유진은 한껏 들떠 보였다.
유현은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녀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몇 개의 계단을 오른 후.
“와··· 뭐야.”
드러난 광경은 유현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거대한 광장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줄의 맨 앞에는 제단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바닥에만 있지 않았다.
하늘 위에는 백 명도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공중에 떠 있었다.
대부분은 검을 타고 있었으며, 유진처럼 가마를 탄 사람도 종종 보였다.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고, 특이한 새 위에 서 있는 자도 있었다.
‘무림인들이 이 장면을 보면 아주 자지러지겠는데.’
그쪽 동네는 검 타고 조금만 날아도 박수를 백 년은 쳐줄 텐데.
이쪽 동네는 기본 소양인 것 같았다.
“어때, 어때? 이게 선협이라고.”
“아하, 이런 느낌···”
무림과 비교했을 때 깊이는 아직 모르겠지만,
확실히 스케일은 더 커 보였다.
그러다 문득, 유현은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여기 처음 시작 지점 아니야?”
“응, 맞아.”
“그런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그것도 고인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아직 부모님이 계시던 시절,
유현도 온라인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와 비교해 보면, 지금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뉴비들이 접속하는 걸 고렙들이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그게 두 가지 이유가 있거든? 첫 번째는···”
유진이 말을 하던 도중.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한줄기 얇은 벼락이 내리쳤다.
그 벼락은 제단 위에 서 있던 사람 정수리에 그대로 꽂혔다.
그러자 맞은 사람이 과하게 움찔거렸다.
“저거, 저거! 저거 보려고 모여 있는 거야. 하하, 저 언니 리액션 맛있네.”
자신을 꿈에서 깨운 거대한 벼락을 떠올린 유현이 얼굴을 조금 굳힌 채 말했다.
“···저 벼락이 뭔데?”
“이거 게임 시작하려면 저 벼락부터 맞고 시작해야 해.”
“응?”
일단 맞고 시작하는 게임이라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저게 천겁天劫이라는 건데, 의미가 뭐였더라? 얘들아, 뭐였지?”
채팅창을 지켜보던 유진이 무수히 올라오는 답변을 읽었다.
“수선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라 벌을 내리는 거, 라는데?”
“아···”
“그리고 저게 다음 경지로 들어설 준비가 됐는지는 평가하는 일종의 시련이래.”
얘기를 들던 유현은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었다.
‘내가 있던 세상과는 신선에 대한 인식이 다른 세계관이구나.’
듣다 보니 과연 그런 식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 중, 아까 벼락을 맞았던 여성의 머리 위로 무언가 떠올랐다.
보랏빛으로 물든 문구였다.
[ 소요선자逍遥仙者 ]
그러자 공중에서 지켜보던 몇몇 사람들이 탄식했다.
“저거! 두 번째는 저거 보려고 모여 있는 거야.”
“저게 뭔데?”
“일종의 특성 같은 건데, 좋은 게 뜨면 엄청 좋거든.”
유진이 대충 얼버무렸지만, 정확한 명칭은 선천운명이었다.
플레이어마다 오직 하나의 선천운명만 부여받을 수 있었다.
“저기 모여 있는 사람들이 저거랑 오성悟性 파악해서, 좋으면 자기들 종문으로 스카우트하려고 여기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하늘에 떠 있는 사람 중 대부분은 손으로 특정 형상을 취해 살피는 모양새였다.
“그럼 저 사람들이 하는 게 오성 파악하는 건가 보네?”
“어, 맞어! 저거 법술 이름이 통, 통··· 어, 통찰안通察眼!”
유현이 돌아가는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무림으로 치면 자질이 높은 인물을 찾아 선점하는 것과 비슷했다.
‘아무래도··· 무림보다 이쪽이 힘의 논리가 더 강조되는 세계인가 본데?’
나름대로 몽선경의 세상을 알아가던 유현이 줄에 섰다.
자신도 저 천겁이라는 걸 겪고, 본격적으로 수선자의 길로 들어설 때였다.
“오빠, 오성 200 넘으면 무조건 확정해! 알겠지?”
“그래.”
“혹시 150보다 낮게 나오면 나한테 말하고. 두 번··· 무리해서 세 번까지는 내가 다시 뽑게 해줄 테니까!”
“응? 알았어.”
잘 모르는 유현은 적당히 대답했지만,
사실 선천운명과 오성을 바꾸는 비용은 절대 적지 않았다.
더구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했으니···
걱정과 기대를 품은 유진이 멀찍이 떨어지고,
유현이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잠시 후.
마침내 유현이 제단 위에 섰다.
바닥에 그려져 있는 문양이 눈에 꽤 익었다.
‘뭐가 그려져 있나 했더니, 음양오행이었구나.’
그 순간.
유현의 시야에 어떤 문구가 떠올랐다.
그에게만 보이는 시스템 메시지였다.
[ 그대여, 순리를 거스르고 역천逆天의 길로 들어서려 하는가? ]
‘이게 아까 그거구나.’
아무래도 이 몽선경이란 게임이 컨셉에 충실한 모양이었다.
“네.”
유현이 작게 대답하자, 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 인간의 도道를 저버리고 ]
[ 하늘의 도를 거슬러 ]
[ 우주의 도를 추구하라 ]
‘이건···’
갑자기 무슨 말인지,
유현이 생각하려던 찰나.
-쿠르릉.
기묘한 소리와 함께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거뭇한 구름이 하늘을 덮을수록 주변도 점차 어두워졌다.
구름 속에선 뇌전이 뻗어나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요동쳤다.
갑작스러운 조화에 놀란 사람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 이거 뭐야? 갑자기 왜 천겁이···”
“아니, 이 정도 천겁은 본 적도 없는데··· 이거 천겁 맞아?”
“버그 X망겜.”
“혹시 김 회장 온 거 아니야?!”
-콰르릉르릉.
뇌전이 일렁이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점차 커졌다.
하지만 그 소리가 무색하게도,
유현의 얼굴은 점점 식어갔다.
‘이거··· 그때랑 똑같다.’
자신을 길고 긴 잠에서 깨운 벼락.
그 벼락이 떨어지기 직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때.
-콰아앙!
굉음을 동반한 벼락이 유현을 덮쳤다.
그의 전신을 전부 덮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벼락이었다.
“꺄악! 오빠!!”
“시발, 깜짝이야!”
“뭐야, 저거!”
주변에서 비명과 괴성이 난무했지만,
정작 벼락을 맞은 당사자는 평온했다.
‘이건··· 비슷한 듯 다르다.’
전에는 이러다 죽겠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오히려 무언가를 전하는 듯한···
고통조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먹구름이 순식간에 흩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천지는 평온했다.
그리고.
푸른 하늘에서 금빛 문구가 찬란히 빛났다.
소운의 머리 위에서 피어오르듯 떠오른 문구였다.
[ 무극현신武極現身 ]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