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수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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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1012
작품등록일 :
2024.10.12 12:53
최근연재일 :
2024.10.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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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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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4화. 꿈에 취해 하늘을 보다

DUMMY

소운은 지금 날카로웠다.


창을 쥔 순간부터 시작된 묘한 익숙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전투가 1시간 가까이 계속돼 전신의 감각도 예리했다.


거기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자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뭡니까?”


자연스레 소운의 말에도 날이 서렸다.


“그러는 넌 누구냐.”

“허허. 그야···”


하늘을 등지고 서 있던 자가 하강했다.

부동자세로 서서히 내려와 어딘지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탁.


이제는 땅을 딛고 선 자가 말했다.


“그야 이 게임의 평범한 운영자입니다만.”

“게임 운영자···”


아차.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몸의 감각이 너무 현실적이라 잊고 있었는데.

전투의 열기에 휩싸여 다른 생각을 떠올리지 못했었는데.


여기, 몽선경 안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튜토리얼 중.


현실 감각을 되찾은 소운이 작게 헛기침하며 말했다.


“운영자님이 여긴 어쩐 일로···?”

“어쩐 일이고 자시고. 버그, 그러니까 뭔가 오류가 있는지 살피러 온 겁니다.”

“버그?”

“보통 튜토리얼이 어떻게 진행되냐면···”


운영자가 여전히 허우적거리는 제회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놈, 저거. 그러니까 쟤가 제회라는 녀석인데, 쟤한테 맞고 죽어야 짠! 하고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겁니다.”

“아···”

“그런데 다음 단계가 너무 오랫동안 발동을 안 하니 당연히 살피러 와야지요.”


어쩐지, 지나치게 질기더라니.


“아이고. 보는 제 도가니가 다 아프더라, 이 말입니다.”

“흠흠.”

“도가니 하니까 갑자기 도가니탕이 먹고 싶은데, 도우께서는 좋아하십니까?”

“?”


운영자는 말도 많고, 종잡을 수도 없는 자였다.


그는 소운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다른 말을 이어갔다.


“허허, 이거, 참. 튜토리얼 과정 자체도 심플하고, 혹시나 길을 잃을까 염려가 되어 여기로 통하는 길도 오직 단 하나로만 구성한 건데···”


운영자가 지그시 소운을 바라봤다.


“이런 식으로 길에서 벗어나는 자가 나타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어쨌든 튜토리얼 보스를 잡았으면 된 거 아닌가요?”

“물론 결과적으론 그렇습니다만, 때론 과정도 중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운영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지금 난감한 얼굴이었다.


“제 운영자로서의 본분은 여러분들을 도道의 길로 인도하는 것인데, 이거 참 큰일입니다.”


소운은 다소 황당했다.

게임사만 그런 줄 알았더니, 운영자 역시 컨셉에 심취해 있었다.


“딱히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요.”

“도우께선 그렇게 여기시겠지만, 제 입장에선 조금 곤란합니다.”


여전히 난감한 얼굴을 하던 운영자가 검지를 펴 슬쩍 하늘을 가리켰다.


“위에 계신 분들께 혼날지도 모르거든요.”

“······”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제가 도우께 강제로 공법을 전수하겠습니다.”


운영자가 열 손가락을 펴고, 손바닥을 소운 쪽으로 들이밀었다.

그러더니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원래는 그냥 입력만 해도 되는데, 뭔가 있어 보이려고 이러는 중입니다.”

“···?”


잠시 후.


[ 공법(창) 구룡파九龍波를 습득했습니다. ]

- 숙련도 1/10


[ 공법(뇌) 연섬추뢰술連閃追雷術을 습득했습니다. ]

- 숙련도 1/10


소운의 시야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무영 자질과 영근 자질을 바탕으로 각각 하나씩 습득한 모양이었다.


눈에 띄게도 공법 이름 부분만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과연 어떤 공법일지,

소운의 마음속에서 호기심이 치밀었다.


“원래 과정으로 진행했으면 희귀급 공법을 익히는 건데, 제가 특별히 두 단계 높은 영웅급으로 넣어 드렸습니다.”

“오···”

“그러니까, 흠흠.”


말을 끊은 운영자가 주위를 살피더니, 은근히 말했다.


“고객센터에 ‘나 튜토리얼 못했다’라거나, ‘개똥겜’이라거나, 이런 글 남기시면 안 됩니다.”


결국 그게 문제였나.


“원래도 그럴 생각 없었습니다.”

“휴우- 그렇다면 다행입니다만.”


운영자가 과장되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켜보던 소운은 작게 웃더니 말했다.


“이 공법은 어떻게 쓰죠?”

“그게 어떻게 하냐면···”


운영자가 공법을 장비하는 방법과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튜토리얼이 정상적으로 됐으면 이럴 일이 없었다느니’, ‘운영자가 과외를 해주는 게 맞냐느니’ 계속 구시렁대며.


잠시 후 방법을 익힌 소운은 공법을 시험할 대상을 찾았다.


“꾸아악-”


바로 여전히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는 제회였다.

원래라면 공법을 통해 물리쳐야 하는 요수이기도 했다.


소운이 배운 대로 오른 손바닥을 앞으로 뻗고 구룡파를 떠올렸다.


그러자.


-슈아앙.


검은빛으로 물든 한줄기 창이 튀어 나가 제회를 덮쳤다.

그렇게 단단한 가죽을 자랑하던 제회는 그대로 창에 꿰뚫렸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돼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


소운은 신기했다.

강기를 방출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튀어 나간 창도 어떤 기운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유형화된 모양이었다.


“에임이 참 좋으십니다.”


한쪽에서 지켜보던 운영자는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집중력을 꽤 요구하고, 목표를 정확히 맞추려면 처음엔 연습이 좀 필요한데, 제법이십니다.”

“흐음. 그런가요?”

“그렇고 말고요. 뭐, 나중에는 손을 뻗지 않아도 되실 텐데, 그전까지는 뻗는 게 연상이 더 수월해 조준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아하.”


소운이 적당히 대꾸했다.

듣던 도중 다른 의문이 떠오른 탓이었다.


“그런데 처음 접속한 사람들이 어떻게 제회를 맞추죠?”


방금은 제회가 바닥에 고정돼 있었지만, 그건 도가니가 나간 덕분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움직이는 제회를 맞췄어야 한다는 뜻인데.

소운이 느끼기에 공법을 처음 익힌 초보자가 하기엔 쉽지 않아 보였다.


“오호, 곱상한 외모와는 다르게 상당히 날카로운 분이시군요. 맞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죠. 그래서 죽을 경우 따로 안배된 장소로 이동해 공법을 익히고, 연습까지 하고 나옵니다.”

“아···”

“물론 도우께선 그곳에 가보실 기회를 놓치셨지요. 그러니까 아쉬워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소운은 딱히 아쉬울 게 없었다.


“흐음. 그럼 튜토리얼도 끝났으니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공법 알려주신 건 감사드립니다.”


마침 제회가 사라진 장소 부근에 전송진이 나타나 있었다.

마치 ‘여기로 들어오세요’라고 부르는 것처럼.


운영자와 더 대화를 나눴다간 기가 계속 빨릴 것 같았던 소운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는 말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물론 여동생은 빼고.


그때.


“도우님, 잠시만!”


다급한 음성에 소운이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무슨 일이시죠?”

“아직 제가 처음에 여쭤봤던 질문에 답변을 안 해주셨습니다만···”


처음 했던 질문이라.


기억을 거슬러 가던 소운은 자신의 정체를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꺼냈다.


“그냥 평범한 백수입니다.”

“백수, 그러니까 직업이 없는 분이라는 말씀이시죠?”

“······”


소운은 왠지 모르게 운영자 특유의 저 말투가 상당히 거슬렸다.

지금은 특히 더.


그래서 그냥 떠나려 했는데.


“도우님! 잠시만!”

“아, 또, 왜요?”

“왠지 모르게 도우님이 좋아지려고 합니다.”


소운은 순간 잘못들은 줄 알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뭐요?”

“그러니까 도우님한테 관심이 생겼다는 말입니다.”

“전 남자 좋아하는 취향 아닙니다.”

“···네?”

“그러니까 저는 운영자님한테 관심 없다는 말입니다.”

“······”

“······”


짧고도 긴 정적이 흐른 후.


사태를 파악한 운영자가 다급히 말했다.


“아니, 아니. 제가 오해하게끔 말씀을 드렸네요. 정확히는 같이 도를 논하는 친구 입장에서 관심이 생겼다는 뜻이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절대 오해하지 마시길.”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인지.

운영자가 저래도 되나 싶었다.


그때.


“이거 받으시죠.”


운영자 손에는 어느새 나타난 막대기 하나가 들려있었다.

은빛 몸체에, 한쪽 끝에는 주홍색 실로 엮인 술이 붙어있는 막대기였다.


“법보라는 겁니다.”


법보法宝. 일종의 매직 아이템이었다.


유진과 밥을 먹으며 계속 강의를 들어야 했던 소운은 법보를 알고 있었다.


“그걸 왜 저한테?”

“개인적으로 도우님한테 관심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아까 보여주신 치열한 전투가 뇌리에 박혀버렸거든요. 완전 반했습니다.”

“···그게요?”


물론 치열하게 싸우긴 했다.

죽지 않기 위해 최선도 다했다.

상황에 몰입해 적을 무찌르려 애쓴 것도 맞다.


하지만.


‘하루 종일 도가니만 찔렀을 뿐인데.’


단순히 게임이란 틀 속에서 놓고 보면,

그 정도인가, 싶었다.


“그럼요! 지켜보는 내내 쫄깃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저걸 과연 잡을 수 있을까?’ 했는데, 결국 무력화시키시다니.”

“······”

“그러니까 혹시 스트리밍해 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저희 회사 측에서 자체 지원하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있는데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소운이 멈칫했다.


유진은 방송하는 걸 즐겼지만, 자신은 동생과 달랐다.

그녀처럼 말이 많지도 않았고.


“생각 없습니다.”

“아- 정말 아쉽습니다. 방송만 하시면 정말 대박일 텐데.”


운영자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아, 혹시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게 되면, 이거 하나는 꼭 기억해 주시길.”

“뭐를요?”

“제가 1호 팬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팬이 주는 첫 선물입니다.”


운영자가 다시 법보를 건넸다.


“···아직 방송 시작도 안 했는데요.”

“저는 아까 이미 직관을 했으니 상관없습니다. 그냥 제 마음이라 생각하고 받아 주시죠.”


소운의 시선이 법보로 향했다.

햇볕에 반사된 은색 막대기가 유난히 빛나 보였다.


‘으음.’


예전의 그였다면 거절했을 터였다.

무림엔 무조건적인 선의가 없다는 걸 몸소 겪었기 때문이었다.


크고 작은 은원恩怨으로 엮여있어, 작은 은혜가 커다란 원한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세계가 무림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보였다.


일단 이 세계는 게임이었고,

저 운영자에게서 딱히 적의가 느껴지지도 않았다.


결정적으로.


| 오빠! 법보라는 게 있거든? 이게 엄청 좋은 건데, 처음에는 얻을 방법이 없고, 무조건 결정경부터 얻을 수 있는 거야.


접속 전, 밥상머리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거절하는 건 바보였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오오. 잘 생각하셨습니다!”


소운이 건네받은 법보를 유심히 살폈다.


‘이게 사람들이 얻기 위해 그렇게 용을 쓴다는···’


몽선경은 레벨 대신 등급이 존재했고,

다음 단계로 올라서려면 돌파라는 수단이 필요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어느 순간 누구나 벽을 마주친다는 것을 뜻했다.


벽을 돌파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기 위해.


누구나 주어진 상황을 극복할 수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법보였다.


운영자는 법보를 이리저리 살피는 소운을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슬며시 말을 꺼냈다.


“진소운 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저는 취몽醉夢입니다. 그러니까, 꿈에 취한다는 뜻이죠.”

“꿈에 취한다···”


소운은 저 취몽이란 남자가 평범한 운영자 같지 않다고 느꼈다.


어쩌면 그 이름처럼, 꿈에 취해있는지도 몰랐다.

몽선경이란 꿈에.


그리고.


“소운 도우님, 이제 가실 시간입니다.”

“그렇죠. 튜토리얼을 끝냈으니, 저도 본격적으로 꿈에 빠져야 할 시간이겠죠.”

“후후.”


소운이 전송진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아, 잠시만!”

“?”


이번에 부른 건 취몽이 아니었다.

바로 소운 쪽이었다.


소운이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섰다.

그리고 의아한 눈을 하던 취몽에게 말했다.


“이왕 법보 주신 김에, 사용법도 알려주시죠?”

“후후. 도우께서는 한번 마음먹으면 확실히 하자는 주의신가 봅니다.”

“확실히 알고 가는 게 좋죠.”

“맞는 말씀이십니다. 우선 이쪽으로 와보시죠.”


취몽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운을 보며 어떻게 법보 사용법을 잘 설명해 줘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다.


“이왕 알려드리는 김에, 저도 우선 확실히 보여드리죠. 법보를 다시 줘보시겠습니까?”

“여기요.”

“아직 도우의 경지로는 이 정도까진 못 하시겠지만···”


말을 마친 취몽이 법보에 서서히 영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의 도포가 펄럭였다.

은색 막대기엔 잿빛 빛무리가 고동치듯 일렁였다.


-우와앙.

-우와아앙.

-우와아아앙.


심장이 약동하듯 빛무리는 점점 커졌다.

주기도 서서히 빨라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우우우웅···


오히려 고요해졌다.


법보 자체가 터질 듯한 회색빛에 잠겨버렸다.

마치 주변의 모든 에너지가 법보에 모여든 것만 같았다.


그때, 취몽이 법보를 든 손을 위로 뻗었다.


그러자.


-스스스···


순식간에 은빛 무리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허공을 뚫고 나타난 수백 개의 은빛 창이 공간을 감쌌다.

불규칙적으로 늘어져 있어 더 틈이 없어 보였다.


“어어억···”


그 믿기지 않는 광경을 올려다보던 소운은 갑갑했다.

덫에 걸린 사슴처럼 눈망울만 떨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한순간에 쏘아져 내릴 것 같아 숨도 쉬기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꿈만 같았다.


그런 소운의 귓가에 취몽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이 법보의 이름은 창천은라槍天銀羅. 그러니까, 창으로 하늘에 수놓은 은빛 그물이라는 뜻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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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첫 스트리밍 24.10.20 153 6 11쪽
8 8화. 은근슬쩍 24.10.19 173 11 14쪽
7 7화. 축기경 특품 돌파 24.10.18 200 9 11쪽
6 6화. 주인공 24.10.17 215 11 16쪽
5 5화. 유진 24.10.16 230 8 13쪽
» 4화. 꿈에 취해 하늘을 보다 +1 24.10.15 246 18 14쪽
3 3화. 무극현신 24.10.14 262 16 15쪽
2 2화. 오성 +3 24.10.13 283 19 13쪽
1 1화. 몽선경 +4 24.10.12 358 2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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