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수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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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1012
작품등록일 :
2024.10.12 12:53
최근연재일 :
2024.10.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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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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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은근슬쩍

DUMMY

방송 준비는 수월했다.


사실, 딱히 준비라 할 게 없었다.

몽선경에 자체 스트리밍 시스템이 구축된 덕분이었다.


어찌 보면, 일반적인 방송 준비에서 가장 큰 고비라고 할 수 있는 세팅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유현이 한 일이라곤 스트리밍 신청서를 입력한 것과 후원금 출금을 위한 계좌 정보를 제공한 것뿐.


정작, 바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응응. 그렇지, 그렇지!”

“······”

“아니, 그런 식으로 말고. 은근슬쩍!”


유진은 방송이 결정된 이후 계속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잠시 후.

유현이 마침내 휴대폰을 내려놓은 동생에게 말했다.


“나 때문에 네가 고생하네.”

“고생은 무슨. 내가 방송하라고 등 떠밀었는데, 책임은 져야지.”

“오올-”

“엣헴.”


유진이 자기만 믿으라는 듯 허리에 손을 올렸다.

이제 두 남매는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사이였다.


유현이 작게 웃었다.


“방송 홍보한 거야?”

“홍보 비슷하긴 한데···”


말을 끊은 유진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마치 이제부터 강의를 시작할 테니까 잘 들으라는 듯.


“오빠, 이게 있잖아. 시청자들은 청개구리야.”

“청개구리?”

“응, 말을 안 들어!!”


무언가 쌓여있었는지, 유진이 울분을 토해냈다.

그 기세에 놀란 유현이 잠시 주춤했다.


“···아, 그래?”

“응. 그래서, ‘몇 시 몇 분에 첫 방송 할 거니까 보러 오세요-’하면, 오히려 안 와.”

“그러면 어떻게 해?”

“이럴 땐, 은근스을-쩍 흘려야 해.”

“오···”


꽤 그럴싸한 말에 유현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친구들한테 오빠 방송할 거라고 얘기했거든?”

“응.”

“그래서 걔들이 커뮤니티나 유투부 같은 데에 흘릴 거야.”


유진이 열심히 통화하던 내용이 바로 그거였다.


“지금 오빠에 대한 관심이 엄청 많잖아?”

“그런 거 같더라고. 아까 유투부 잠깐 보니까 조회수도 50만 넘었던데?”

“아, 벌써···?”


한창 기세등등하던 유진이 조금 풀 죽었다.

순간 머릿속으로 자신의 찌그러진 얼굴이 스친 탓이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린 유진이 말을 이어갔다.


“어, 어쨌든! 관심이 엄청 많은 상황에서 소문을 슬쩍 흘리는 거지.”

“어떤 소문?”

“내일 점심 쫌 지나서 오빠가 방송 켤지도 모른다고!”

“아···”


유현이 생각하기에 확실히 효과가 있어 보였다.

시대를 막론하고 입소문은 언제나 성공적인 홍보 전략이었으니까.


게다가.


“커뮤니티 같은 게 소문이 엄청 빠르거든?”

“응응.”

“거기에 소문 돌면, 자기들끼리 ‘어, 이거 진짠가?’하고 찾아본단 말이야?”

“아, 그러겠네.”

“질문도 올리고, 서로 막 얘기도 하고, 이런 분위기가 퍼지는 거지!”

“아···!”


유현이 감탄의 눈빛으로 동생을 쳐다봤다.

유진은 이런 쪽으로 꽤 빠삭해 보였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

“원래 관심 없던 사람들도 ‘오, 뭐지? 그렇게 대단한 건가?’하면서 관심 갖게 되는 거지.”

“오···!”


유현의 시선엔 감탄을 넘어 존경심도 조금 담겨 있었다.


그 시선을 느낀 유진이 기세등등해졌다.


“어때, 어때?! 내가, 어?! 방송 4년 차라 이거야!”

“와- 방송 선배님이시네요?”

“그렇지, 그렇지! 그러니까 커흠, 갑자기 목이 좀 마른데, 이거 어디 물이 없으려나···”


유진이 자기 목을 붙잡고, 과장되게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유현이 냉큼 가서 물을 가져와 건넸다.


“크으- 아주 시원하고 좋구만!”

“만족하셨습니까, 선배님?”

“으음, 아주 좋아.”


컵을 내려놓은 유진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빠, 내가 팁을 하나 알려줄게.”

“뭔데?”

“이게, 방송할 때 엄청 중요한 건데.”

“응.”

“바로···”


잠시 뜸을 들이던 유진이 말을 이어갔다.


“시청자 기강 잡기야!”

“아, 기강 잡기··· 근데 너는 못 잡은 거 같던데?”

“···그니까 내가 몸소 겪은 걸 얘기해준다는 거지.”


유진이 조금 시무룩해졌다.


“이게 있잖아, 시청자들이 다 자기 하고 싶은 말 하는 거거든?”

“응.”

“그리고 막 이거 해줘, 저거 해줘, 그건 뭐예요, 막 이런단 말이야.”

“아, 그래?”

“응. 근데 이걸 다 반응해 주면, 진짜 한도 끝도 없어져.”

“아···”


유현은 대강 어떤 느낌인지 깨달았다.

기강 잡기가 시청자들에게 휘둘리지 말라는 것과 비슷해 보였다.


“게다가 오빠는 나처럼 소통 위주 방송이 아니잖아.”

“그렇지. 나는 나 하고 싶은 거 할 거니까.”


방송은 부가적일 뿐, 하고 싶은 대로 몽선경을 즐기는 것.

그게 유현의 마음가짐이었다.


물론 지금 그의 마음속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경지 상승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니까 기강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지.”

“오···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유현은 동생 덕분에 점점 방송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강 잡을 때 또 팁이 있거든?”

“뭔데?”

“오빠 하고 싶은 거 하면서도, 너무 대놓고 시청자들을 무시하면 안 돼.”

“아, 그래?”

“가끔씩 땡기거나, 재밌는 채팅 보이거나 그러면 은근스을-쩍 언급을 해줘.”

“아··· 이것도 은근슬쩍?”

“응응!”


잠시 목을 가다듬은 유진이 말을 이어갔다.


“이게 그런 거랑 비슷하거든? 막 평소에도 엄청 잘해주면 익숙해져서 고마움을 잘 모르잖아.”

“응.”

“근데 평소에 그냥 무덤덤하다가, 슬쩍 와서 툭- 잘해주면 엄청 감동하고, 그런 거 알지?!”

“아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약간 밀당 비슷한 거네?”

“어, 맞어!”


밀당,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한다는 거였다.


“이게, 가끔 반응해 주고 채팅 읽어주고 그러잖아.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

“그거 채팅 쓴 사람 ‘오! 저 사람이 내 채팅을 읽어주다니!’ 이렇게 감동해서 더 채팅 열심히 치고, 다른 애들도 ‘나도 반응해 줘!’ 이렇게 생각하면서, 관심 끌 만한 재밌는 드립 치고 그러는 거야.”


그러자 유현의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에이, 설마 무슨 그렇게까지··· 채팅 한번 읽어준 걸로?”

“맞다니까?! 이거 진짜임!”


유현의 마음속엔 조금 의문이 남아있었지만,

일단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리고 저런 방송 분위기가 돼야, 오빠는 오빠 할 거 하고, 시청자들은 시청자들끼리 채팅 치면서 놀고 이렇게 돼.”

“아아, 어떤 느낌인지 알 거 같아.”


인터넷 방송은커녕 유투부도 거의 보지 않았던 유현에게 이번 강의가 큰 도움이 됐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린 유진이 말했다.


“맞다! 오빠, 무극현신 효과는 어떻게 하게?”

“아, 그거···”


유현의 오성 수치는 이미 공개된 상태였으나,

선천운명인 무극현신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아까도 유투부 댓글 보니까, 자기들끼리 추측하고 난리던데···’


새로운 유일급 선천운명의 등장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유현이 방송을 켜면 채팅창이 그 효과를 묻는 채팅으로 도배 될지도 몰랐다.


“유진아, 다른 유일급 선천운명은? 다 공개했어?”

“내가 알기로 1명만 했을 걸? 이름은 잘 기억 안 나는데, 효과가 영근 자질 전부다 100으로 시작하는 거였어.”

“아아, 뭐, 오행신체 이런 건가 보네.”

“어? 맞어! 그런 이름이었어!”


유진이 놀라서 손뼉을 쳤지만, 사실 유현 입장에선 추측하기 어렵지 않았다.


단전 자체도 오행단전이라 불렸고.

무슨 신체, 이런 건 무림에서 흔했으니까.

이쪽도 이름 짓는 게 비슷한 거 같기도 하도.


“유일급이 총 몇 명인데?”

“오빠까지 4명인가 그럴걸?”

“아하. 그러면 나머지 2명은 공개 안 했다는 건데···”


잠시 고민하던 유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도 비공개로 가자.”

“어, 괜찮겠어? 채팅창 난리 날 텐데?”

“은근슬쩍 넘기지 뭐. 그리고 자기들끼리 추측하고 놀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겠지.”


그러자 유진이 팔꿈치로 자기 오빠를 툭-쳤다.


“오올, 이제 방송 좀 아시나 봐?”

“선배님이 워낙 잘 알려주셔서 그렇죠.”

“헤헤.”


유진은 들뜬 얼굴이었다.


“오빠 방송 켜면 시청자 몇 명이나 오려나···”

“대충 예상은 돼?”

“으음. 한 1만 명 정도일지도?”


그러자 유현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많이 온다고?”

“난 이것도 좀 낮게 잡은 건데? 오빠 방송 처음이고, 아직 경지도 낮고 그래서.”

“허···”


실시간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본다니.

유현으로서는 처음 겪는 세계였다.


“근데 이게, 처음엔 확 관심이 쏠려서 그 정도고, 점점 줄어들긴 할 거야.”

“아아, 그래도 몇백 명만 돼도 엄청 많은 거 같은데···”

“그렇긴 하지.”

“그리고 방송 켜면 시청자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거야. 우리가 시간을 점심 쫌 지나서라고 애매하게 소문 냈으니까!”



***



다음날.


소운은 미리 와서 영기를 흡수했다.

이제부터 매일 빠짐없이 해야 할 일과였다.


[축기경 중기 병목을 돌파했습니다.]


[축기경 중기에 도달했습니다.]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무극현신의 효과1이 적용되었습니다.


‘이번엔 병목을 하나밖에 못 넘었네.’


연기경 때보다 확실히 필요한 영기 양이 늘어났다.


하지만 소운은 전혀 아쉬워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빨라서 난감할 지경이었다.


‘이 속도라면··· 3일이면 축기경 결기에 도달하겠는데.’


축기경의 축기築基는 ‘기초를 쌓는다’를 뜻했다.

즉, 축기경은 수선자로서의 기초를 다지는 기간이라 할 수 있었다.


몽선경에선 이 부분이 오행단전의 형태로 구현돼 있었다.

목영근과 금영근에 자질이 있는 소운은 두 가지 심법을 구해 익혀야 했다.


또한 새롭게 활성화된 ‘산해경’을 활용해 대요수 사냥도 시작해야 했다.

결정경 돌파 시 대요수의 재료를 바탕으로 등급이 나뉘기 때문이었다.


물론, 특품으로 돌파하기 위해선 유진이 전에 언급한 ‘지네’까지 잡아야 했다.

여태껏 아무도 잡은 사람이 없다던 그 지네였다.


그런데, 보통이라면 이 과정을 대략 30일, 즉 한 달에 걸쳐 수행했다.


하지만 이미 소운은 보통의 범주를 넘어섰다.

남들보다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래도··· 결기에 도달했다고 해서 바로 돌파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소운이 앞으로의 할 일을 되새기고, 마음을 다잡을 때쯤.


누군가가 연공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소운이 자네, 와 있었구먼!”

“비 아저씨, 오셨어요?”

“어, 밥은 먹었고?”

“먹고 바로 접속했죠. 아저씨는 드셨어요?”

“나도, 뭐, 적당히···”


소운을 바라보는 비천잠룡의 눈엔 애정과 동경이 담겨있었다.

어쩌면 대리만족일지도 모를.


“오늘 방송 시작한다면서?”

“네, 그래서 좀 빨리 오긴 했는데, 너무 빨리 왔네요.”

“아이고, 그랬구먼.”


그러다, 비천잠룡이 은근슬쩍 말했다.


“소운이 자네, 무협 소설 좀 본 거 같던데?”

“···네, 예전에 조금. 무협 소설은 왜요?”

“혹시 재밌게 본 거 있으면 추천해 줄 만한 게 있나 싶어서.”

“아아-”


소운은 비천잠룡이 정말 무협 소설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그러다.


“아, 혹시 제가 본 거 얘기해 드릴까요? 마침 시간도 좀 남는데.”

“좋지, 좋지! 어떤 얘긴데?”

“으음- 무림에 삼검일참이란 남자가 있었는데요.”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와···! 어떻게 전투를 이렇게 생생하게 얘기해 줘? 마치 직접 본 사람 같구먼.”

“하하, 뭐···”

“정말 잘 들었구먼!”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침내 첫 스트리밍을 시작할 때가 됐다.


‘유진이 말로는 방송 켜고 좀 기다려야 시청자들 온댔으니까, 슬슬 켜볼까.’


Live On.


그런데 잠시 후.


-실시간 시청자 수: 2,092

-실시간 시청자 수: 11,203

-실시간 시청자 수: 16,950


시청자 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올라가는 숫자를 지켜보던 소운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이···?’


그 이유는 바로 유진이 무언가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전날 스트리밍 신청 접수가 완료돼 이미 소운이 ‘스트리머’였다는 점.

그리고 ‘팔로우’가 가능한 상태였다는 점이었다.


결국 소문을 접한 대다수가 이미 소운을 팔로우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당연히 방송 시작 알람이 갈 수밖에.


유진은 괜찮은 계획을 세우고, 좋은 강의를 펼쳤지만,

그녀답게 마지막에 조금 허술했다.


게다가, 역대 최고 오성과 유일급 선천운명을 동시에 지녔다는 부분을 간과했다.


즐겜 유저인 유진에게 있어서 강해진다는 건 중요도가 낮았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겐 아니었다.


-실시간 시청자 수: 22,426

-실시간 시청자 수: 29,170

-실시간 시청자 수: 34,020


계속해서 늘어나는 시청자 수를 지켜보던 소운의 눈빛이 조금 떨렸다.


이와 중에.


[ 1,000,000원 후원 메시지 ]

[ 믿고 있었습니다!(소운 님의 1호 팬이) ]


은근슬쩍 들어와 있던 1호 팬,

운영자 취몽의 후원까지.


“···이, 이게 무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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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도탈자 +2 24.10.21 112 5 9쪽
9 9화. 첫 스트리밍 24.10.20 152 6 11쪽
» 8화. 은근슬쩍 24.10.19 173 11 14쪽
7 7화. 축기경 특품 돌파 24.10.18 199 9 11쪽
6 6화. 주인공 24.10.17 215 11 16쪽
5 5화. 유진 24.10.16 230 8 13쪽
4 4화. 꿈에 취해 하늘을 보다 +1 24.10.15 245 18 14쪽
3 3화. 무극현신 24.10.14 258 16 15쪽
2 2화. 오성 +3 24.10.13 280 19 13쪽
1 1화. 몽선경 +4 24.10.12 352 2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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