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첫 스트리밍
초보 스트리머, 소운의 첫 방송이 시작됐다.
-실시간 시청자 수: 38,135
현재 시청자 수는 대략 3만 8천 명.
첫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였다.
소운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조금 놀랐지만,
금방 평정심을 되찾았다.
세상 모든 일이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았으니까.
‘그러면, 미리 계획한 일정대로 움직여 볼까.’
높은 오성 덕분에 경지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 다른 사람보다 주어진 시간이 적었다.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아, 그전에.
“익명의 후원자님, 백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할 건 해야 했다.
‘운영자가 방송 보고 있어도 되는 건가···?’
자칭 1호 팬, 운영자 취몽.
역시나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기소개는 하고 시작해야겠지.’
어떤 멘트가 좋을지,
잠시 고민하던 소운이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스트리밍 시작한 진소운입니다. 성장하는 스트리머가 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간단하면서도 핵심이 담긴 소개였다.
성장.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에게 던지는 말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했다.
소운은 스트리머로서도, 플레이어로서도 계속 성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후우- 이제 본격적인 시작인가.’
그렇게 소운이 첫 발걸음을 뗐다.
***
소운이 도착한 곳은 근처에 있는 숲이었다.
‘비 아저씨가 이쯤에 요수가 많다고 했는데,’
그가 있는 곳은 일종의 초보자 사냥터였다.
연기경들이 주로 활동하는.
과연, 저쪽에 요수 무리가 보였다.
거대한 닭같이 생긴 요수, 요계妖鷄였다.
소운은 본격적인 사냥에 들어갔다.
아, 그전에.
“비검 구입에 필요한 영석을 얻으러 여기 왔습니다.”
유진이는 하고 싶은 걸 하더라도,
앞으로 뭘 할지는 알려주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었다.
| 님 연기경 아님?
| 비행법보는 축기경부터
| 연기 따위가 무슨 ㅋㅋ
| 축기경일수도 있지
| 축기겠냐
| 여기가 요즘 핫하다는 방송이냐
| ♬안전한 놀이터☞Link☜♨
| 무극현신 효과 뭐임??
| 뚜벅이는 좀 그렇긴 해
| 무극현신 효과 좀
다양한 반응이 끊임없이 올라왔지만,
소운은 신경 쓰지 않고 할 일을 했다.
즉시 손을 뻗고 공법을 시전했다.
-파지직.
한 줄기 뇌전이 튀어 나가 가장 앞에 있던 요계를 덮쳤다.
그러더니 뇌전이 이동하며 차례차례 다른 요계를 헤집었다.
마치 체인 라이트닝처럼.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요계 전체가 푸른 뇌전으로 연결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펑펑펑···펑.
요수 무리가 한 순간에 사라지며,
검은 연기만 공터에 흩날렸다.
[ 공법(뇌) 연섬추뢰술 ]
- 숙련도 상승
- 현재 숙련도 2/10
‘오. 공법 사용하면 숙련이 오르는 식이구나.’
지난번 튜토리얼 당시 취몽이 알려준 공법.
광역 기술이라 사냥에 매우 유용했다.
| ???
| 방금 뭐임??
| 연섬추뢰술 아님?
| 그걸로 어떻게 요계를 한방에 잡냐
| 님 연기경 맞음??
| 축기 같은데 ㄷㄷ
| 하루만에 축기경이라고??
| 축기경도 한방 컷은 안될텐데
| 무극현신이 번개 딜 쎄지는 건가?
| 뭐지???
| 무극현신 효과 뭐임?
연섬추뢰술, 정확히는 뇌영근 자체가 광역 공격에 특화돼 있었다.
대신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데미지가 약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소운의 능력치는 그런 단점조차 사소할 정도였다.
-파지직.
-펑펑펑···펑.
-치지직.
-펑펑펑···펑.
그렇게 요계 사냥은 계속됐다.
영석도 차곡차곡 쌓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 캬
| 보기만 해도 시원하네
| 파지직치지직
| 어우 시원해
| 편-안
| 이게 파밍이지
| 캬아
놀랍게도 채팅창이 점점 정제됐다.
걸러진 사람은 점점 걸러지고,
남은 사람들은 그저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채팅창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계속 닭과 비슷한 요계를 잡던 소운도 변화된 채팅창 분위기를 느꼈다.
그러던 중, 어떤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 이거 완전 전기구이 통닭인데
‘하하, 전기구이 통닭이라니.’
왠지 기발한 채팅 같았다.
소운 자신도 통닭이 생각날 정도로.
이게 유진이 언급한 ‘드립’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은근슬쩍 툭- 반응을 해줘야 할 때.
“저도 전기구이 통닭 먹고 싶어지네요.”
| 나도 통닭 먹고싶다
| 진짜 치킨 땡기네
| 통닭 아저씨
| 통닭아저씨ㅋㅋㅋ
| 이집 통닭 잘 굽네
소운과 시청자들은 서서히 상황과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유대감일지도 몰랐다.
| 오늘 방송 얼마나 함? 오래 하면 치킨 시키게
“오늘 꽤 오래 할 거 같네요. 목표가 대요수 최소 2마리 이상 잡는 거라.”
| 오
| 미쳤다
| 하루에 2마리?
| 가능한가???
| 즉시 치킨 주문
| 님 진짜 축기경임?
“네, 저 어제 축기경으로 올라왔습니다. 돌파는 특품으로 했고요.”
| 와
| 하루 만에?
| 하루??
| 특품 재료 어디서 구했지
| -특-
| 부럽다
| 이게 오성 1000이지
무수히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소운이 눈을 빛냈다.
‘뭔가··· 즉각적인 반응이 나쁘지 않은데?’
유진이 방송하는 게 재밌다고 하더니,
어떤 기분인지 조금 느껴졌다.
채팅을 통해 전해지는 날것 그대로의 반응이 신선한, 그런 느낌이었다.
***
지금 소운이 있는 장소는 경양진 근처의 초보자 사냥터였다.
그런데, 이 게임은 이미 출시한 지 4년 가까이 돼 초보자 숫자가 적었다.
거기다 땅이 넓어 다른 소도시에 위치한 사냥터도 많았다.
결국, 주변에 사냥감들이 널려있다는 소리.
소운은 아낌없이 사냥하며 영석을 쓸어 담았다.
주변의 요계들이 전부 구워졌다.
그렇게 한동안 요계를 잡아가며 모은 영석은 총 251개.
‘적당히 쓸 만한 비검이 영석 100개 정도라 했으니··· 슬슬 돌아가도 될 거 같은데.’
앞으로는 활동 범위가 넓어 비행법보가 필수적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비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소운이 걸음이 도시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꺄악-!”
어디선가 공간을 찢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의 비명이었다.
소운이 즉시 그곳으로 향했다.
‘저건···’
어떤 여자가 다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 뒤에선 10여 마리는 돼 보이는 요계가 그녀를 쫓고 있었다.
-꼬꼬댁, 꼬꼭.
요계가 우는 소리 가득했고, 닭털이 사방에 휘날렸다.
| 여자다
| 구원자 등장 시간
| 치킨런인데?
| 도와주자
채팅이 아니더라도 소운은 나설 참이었다.
닭의 형태를 했더라도 요수는 요수였으니까.
소운이 즉시 뇌전을 날렸다.
-파지직.
-펑펑펑···펑.
뒤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도망치던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남은 것은 흩어지고 있는 검은 연기뿐.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여자가 소운 쪽으로 다가왔다.
“···저, 혹시 도와주신 분이신가요?”
“네, 괜찮으세요?”
“괜찮은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 여자 속마음: 아 몰아서 사냥하려고 한 건데 내꺼 뺏어먹네
소운이 눈에 슬쩍 들어온 채팅을 보고 속으로 작게 웃으며 말했다.
“어제 새로 오신 분 맞으시죠?”
“네,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어제 들어와서요. 벼락 맞으시는 거 봤어요.”
저 여자는 소운이 접속한 첫날 선천운명을 받은 여자였다.
유진이 리액션이 맛있다고 했던 그 여자.
먼저 벼락을 맞은 탓에 여자는 소운을 모르고 있었다.
반면 소운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받았던 선천운명은 분명···
“소요선자라는 선천운명 받으신 분 맞죠?”
“저 맞아요!”
“근데 좀 위험해 보이던데, 여기는 요수가 많은 지역이거든요.”
“아··· 처음이라 몰랐어요.”
여자는 한눈에 봐도 그래 보였다.
몇 번 넘어지기도 했는지 옷 여기저기가 흙투성이였다.
“저기, 혹시 경양진 가시면 같이 가도 될까요?”
“그러시죠. 저도 어차피 돌아가는 길인데.”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둘이 걸어가는데.
| 뭐야, 뭐야~
| 어머
| 둘이 무슨 사이임?
| 왜 이리 스윗함?
| 너네 사귀냐
이런 분위기로 몰아가는 채팅이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이러네···’
유진은 채팅이 파도와 같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흐름이 바뀐다는 의미로.
소운 입장에선 많은 시청자들이 정말 같은 분위기를 탈까 싶었는데, 진짜였다.
그것도 흐름이 꽤 빨리 변하는 것 같았다.
그때, 여자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혹시 그쪽을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소운이라 부르시면 됩니다.”
“제 이름은 이연이요. 아, 물론 실명은 아니고요. 근데···”
이연이 말을 끊고 머뭇거렸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다.
그러다 이내 말을 이어갔다.
“근데 혹시 소운 님 종문 있으신가요?”
“네, 아는 종문이 있어서 어제 가입했습니다.”
“아 진짜요? 혹시 저도 거기 좀 넣어달라고 해주시면 안 되나요?!”
“···갑자기요?”
다소 뜬금없는 말에 소운이 의문을 품음과 동시에.
| ???
| 뭐야 진짜 반한 거 아냐??
| 어머, 어머
| 이걸 진짜 사귀네
채팅창이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채팅 속도가 더 빠를 정도였다.
“네! 제가 다른 데 가입을 못해서···”
“혹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선천운명이 소요선자인데, 이게 혼자 다닐 때만 좋은 거라고 다들 안 받아준다고···”
“아···”
소요선자는 문파가 없을 때 영기 흡수율이 증가하는 선천운명이었다.
그런데 혼자 영기 흡수 지역을 찾으러 다니다 지금 상황이 된 것이었다.
이연은 지금 혼자 버거워했다.
시무룩해 보이는 그녀를 지켜보던 소운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스쳤다.
‘으음- 마침 종문대전에 참가인원이 부족해 한 명 더 필요하긴 했는데.’
마음을 정한 소운이 말했다.
“그러면 일단 종문에 가보시죠.”
“정말요?!
“어차피 저희 종문 자리도 남긴 해서.”
“아, 다행이다! 저 꼭 좀 받아주세요.”
그렇게 두 사람이 경양진으로 향했다.
중간중간 요계를 잡으며 영석을 먹는 건 덤이었다.
하지만, 가는 길이 끝까지 순조롭지는 않았다.
“여기 먹잇감 발견.”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소운의 고개가 그쪽으로 향했다.
허공에 누군가 있었다.
비검 위에 선 두 명의 남자.
그들의 눈에 담긴 것은 살의였다.
- 작가의말
오늘 분량은 걱정입니다.
채팅창이 원하는 의도대로 나왔는지 저 자신도 확신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원래 의도는 필요한 순간순간 적절한 날것의 리액션으로 '먼치킨물에서 올 수 있는 느슨함에 무언가를 첨가해 보면 어떨까?'였습니다.
그런데 잘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현실적인 채팅 내용이라 몰입이 깨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번 화는 추후 수정이 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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