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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1.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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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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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도월과 태영 (2)

DUMMY

축령들 저승에 온 도월은 검 두 자루를 모두 꺼냈다.


우웅- 우웅-


검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다른 이의 손에 있을 때보다 더 강하게 진동을 일으켰다. 평상시에는 꺼내지 않아서 몰랐고, 망자와 이무기랑 싸웠을 때에는 당연히 알 수 없었다.


“어···?”


검에는 각각 달과 별의 문양이 일시적으로 나왔다가 사라졌다. 의문을 가지게 됐지만, 지금은 이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월성초를 찾아야 했다.


‘폭포가 있는 곳이라.. 총 네 군데가 있는데.’


이곳은 계절별로 지역이 나뉘어 있다. 춘역(春域), 하역(夏域), 추역(秋域), 동역(冬域)으로 나뉜다. 지역별로 폭포가 있다.

춘역에는 꽃내음이, 하역에는 풀 내음이, 추역에는 건조하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동역의 폭포에는 얼음결정과 함께 지역의 특징이 담긴 향과 모습으로 자신이 있는 곳을 대표하고 있었다.


도월은 각 지역의 폭포들에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고 있었지만, 발로 직접 움직이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도보로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일단 걸었다. 걷는 중에도 시간을 어떻게 단축시킬지 고민은 계속됐다.


-저기 도월 님이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한테 얘기해 봐요.


축령들에게 고민을 얘기하니 간단하게 해답이 나왔다.


–그럼 제 등에 타세요. 데려다 드릴 게요.

“혼자 그 거리를 다 움직이면 힘들 텐데.”

–괜찮아요. 달리는 게 제 일인 걸요.

“그럼 신세 좀 질게.”


도월은 검을 집어넣고 특이하게 푸른 무늬를 가진 백마 위에 올라탔다. 말을 타는 건 오랜만이었다. 생전에는 기마 실력이 좋았지만, 지금은 녹슬지 않았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럼 출발할게요. 잘 잡아요.


백마는 바름 가르며 빠르면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고, 도월은 걱정이 무색하게 몸이 기억하는 자세를 잡았다. 오랫동안 서로 호흡을 맞췄던 것처럼 흔들림 없이 편안하고 잘 맞았다. 그렇게 백마에게 몸을 맡기고 지역들을 돌았다.


–여기가 마지막이에요.


동역이 마지막이었다. 폭포 뒤에 공간이 얼핏 보여 갈라보니, 손바닥 보다 조금 큰 작은 상자 하나 정도 숨길만한 공간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허탕이었다.

춘역부터 순서대로 모두 돌았지만 공간이 없거나 지금처럼 작은 것이 아니면 좁은 틈이 벌어진 정도였다. 벌어진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당연히 없었다.


“아!”


이대로 단 하나의 소득도 없이 길을 돌아가야 하나 할 때, 전날 같던 폭포가 생각났다. 왜 거기를 생각을 못 했을까.


“우리가 만난 곳으로 돌아가 줘.”


백마는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왔던 길을 돌아갔다.


입구를 지나, 춘역과 하역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기 전. 폭포로 가는 길은 그 애매한 경계에 위치해 있다. 평소에 깊은 곳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풀과 나무들에 감춰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원하는 것을 찾길 바라겠습니다.

“쉬지 않고 달려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도월은 짧은 사이에 다시 무성해진 풀들을 지나쳐 폭포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여기다!’


폭포는 가르기도 전에 도월이 다가오니 기다렸다는 듯 저절로 갈라져 동굴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월성초의 향기가 바람을 따라 날아왔다.


나는 여기에 있다고,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자신을 빨리 찾아달라는 듯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도월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월성초의 향기를 따라 들어갔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이 있었지만 헷갈리지 않았다. 가는 길이 맞는 길이라고 확신이라도 있는 듯 한 번의 주춤 없이 들어갔다.


“찾았다···”


마치 인사를 하듯 살랑이는 월성초는 미소를 머금은 듯했다.


‘잠깐만..’


월성초를 채취하려고 움직이는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멈췄다.


‘이무기가 피워내는 거라면 둥지가 근처에 있다는 건데.’


도월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위를 올려다봤다. 맨몸으로 올라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위치는 알았으니까 다른 길을 찾아봐야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길이 왜 이래?’


아까 들어왔을 때와 길이 좀 달라졌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다면 지금은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들어갈 때와 돌이 왔을 때가 다르다니. 꼭 사술에 걸린 것만 같았다.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귀신들 밖에 없지만.’

“이럴 때가 아니지. 어? 검은 또 어디로 간 거야?”


허리춤에 있던 검까지 없어졌다. 월성초를 찾았을 때까지 있었는데. 이젠 소름이 돋으려고 했다.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하지?’


청령이 했던 것처럼 검을 통해 옳은 길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일한 수단이었던 검이 없어지니 당장 방법이 없었다. 괜히 둥지를 찾겠다고 돌아 나왔나 후회를 하고 있을 때, 영원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확히는 망자를 찾을 때 흑기를 작은 구체로 만든 모습이.


“방법을 찾았나 봐요?”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창을 소환하여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휘둘렀다. 무언가 맞는 느낌 없이 허공을 지나쳐 시선을 아래로 내리지 몸을 웅크린 형체가 보였다.


“접니다, 저. 태영 비사요.”

“아.. 미안합니다.”


어스름하게 들어오는 빛에 비쳐 이제야 보이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도월은 창을 거두고, 바로 물었다.


“왜 여기에 있어요?”

“지옥 이무기한테 맞은 비사가 있어서요.”


— — — — — —


집무실은 약방과 거리가 있어 만약의 상황이 일어났을 때, 약방까지 가기엔 무리가 있을 때가 있다. 그래서 상비약을 늘 구비해 놓는데, 다 떨어져서 받으러 가야 했지.


“태영아 약방에 가서 여기에 적힌 약들 좀 받아와 줄 수 있어?”

“더 필요한 거는 없어요?”

“어. 그것만 있으면 돼.”


태영은 진운이 적어준 약 목록을 받고 약방으로 갔다.


“으아아아악!”

“마취독 있는 거 다 가져와!”


오늘도 약방은 환자의 비명으로 시끄러웠다. 열린 문틈으로 슬쩍 보니 무슨 독에 당했는지 한 쪽 팔은 독으로 인해 검붉게 변해 있었다. 다행히 완전히 죽지 않았는지 바삐 움직이며 애쓰는 이원과 다른 비사들이 보였다. 독을 빼내려고 했지만 쉽게 빠지지 않았고, 몸 곳곳에 생긴 큰 부상으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언제 왔어요?”

“방금요.”

“진운이가 어떤 거 가져오라고 적어줬죠?”

“네. 옆에서 구경해도 될까요?”

“다른 거 안 건드리고, 환자 옆에만 가까이 안 가면 상관없어요.”

“저 비사는 어쩌다 저렇게 된 거예요?”


희미해진 의식 속에서도 끙끙 앓으며 누워 있는 비사. 저렇게 눕게 된 과정까지의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망자를 심판대로 데려가는 길에 일어난 사고였다.

망자가 걷던 중,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거기서 작지 않은 돌조각이 자신의 둥지에서 자고 있던 지옥 이무기의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시작된 일이다. 단잠에서 깨어난 이무기는 신경이 잔뜩 날카로웠고, 비사와 망자를 보자 달려들었다. 망자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이무기의 이빨에 팔이 스치고, 비늘은 몸 곳곳에 큰 상처를 만들었다.


“이무기가 날뛰는 소리를 듣고 염라님이 달려오고 나서야 상황이 마무리됐다고 하더라고요.”

“지옥 이무기도 독을 갖고 있나 봐요.”

“망자가 만든 이무기보다 독이 더 강한 게 문제더라고요.”


저승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무기들은 망자가 만들어낸 이무기보다 살짝만 스며들어도 위험한 독을 갖고 있다. 이 비사는 체내에 독을 스스로 해독하는 혈도를 갖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혈도가 있어도 한계가 있어서 약재로 해독을 해야 되는데..”

“되는데?”

“여기 있는 약재로는 안 돼요. 월성초라고 축령들 저승에 사는 이무기가 피우는 꽃이 있어요. 최근에 폈다고 진운이가 얘기해 줬는데, 저희는 못 구해서 최대한 약재를 조합해 봐야죠.”

“제가 구해다 드릴까요?”


솔깃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주인이 아니라면 천국과 지옥의 수장이라도 공격하는 것이 이무기인데, 선관과 비사라고 해서 다를 게 있을까. 그래서 마음이 동하지만 부탁을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위험한지 재차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


“마음만 받을게요. 여기 적힌 것 말고도 더 필요할 것 같은 것도 여유롭게 넣었어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이원이 괜찮다고 했지만 태영은 이미 가서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 — —


“그래서 여기로 왔는데 도월 님이 딱 보이더라고요~”

“아, 네.”

“말 걸려고 했는데 백마랑 가버려서 놓쳤지 뭐예요.”


월성초를 찾으려고 숲을 헤매고 길목으로 나왔을 때, 백마에게 올라타 앞으로 가는 도월의 뒷모습을 봤다. 돌아가려고 할 때 다시 이 길로 올 테니 나무와 풀숲에 몸을 감춰 도월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 뒤, 도월이 백마를 타고 돌아왔다. 어딘가 확신이 생긴 듯한 발걸음을 보고 그 뒤를 조심히 따라왔고, 떨어지는 폭포를 지나 무사히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계속 뒤를 밟았다?”

“밟았다는 말보다 우리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죠. 중간에 안개 때문에 놓치긴 했지만.”

‘안개? 안개가 있었나.’


본인이 들어올 때 없던 안개가 태영의 앞을 가렸다니. 어딘가 이상했다.


“일단 밖으로 나가있어요.”

“나가는 길 없던데요?”

“네?”

‘뒤에 나가는 통로가 저렇게 뻔히 있는데.’

“저 뒤에 길 안 보여요?”

“없잖아요.”


서로가 서로의 말이 이해가 안 됐다. 도월의 눈에 보이는 것이 태영의 눈에는 안 보이고, 태영의 앞을 가렸던 것이 도월의 앞은 가리지 않았다. 사술에 걸린 것 같은 건 완전한 착각이 아니었다. 확실히 이들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앞을 막고 있었다.


‘길이 안 보이면 혼자 보낼 수 없고, 내가 나갔다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어.’


혼자 길을 찾는 것이 빠를 것 같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보니 안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고민이 됐지만, 이 고민은 길게 가지 않았다.


“제 뒤 잘 따라와요.”

“그러다가 아까처럼 놓치면?”

“이거 잡아요.”


도월의 창의 머리 쪽을 잡고 태영에게 손잡이 부분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팔짱을 끼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불만이 있으면 말을 해요.”

“손잡으면 안 돼요?”


과감하고 조심성 없는 말이었다.


“도월 님이 앞에서 잡고 이끌어도 중간에서 저를 또 막으면 어떡하려고요.”


일리 있는 말이었다. 지금 서로 보이는 것이 다르니 직접 닿지 않으면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도월은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길이 왜···”

“뭔가 눈을 가린 게 맞나 보네요.”


도월의 손을 잡으니 태영의 눈앞이 맑아지더니 제대로 된 길이 보였다. 여러 개로 보이던 길이 도월이 봤던 두 갈래의 길로 보였고, 뒤에는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보였다.


“왜 나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네요.”

“그럼 지금이라도 나갈래요?”

“아니요.”


태영은 웃으면서 거절했다.


‘나가길 바란 내가 바보지.’


도월은 영원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가 했던 것처럼 손가락 끝에 기를 모아 작은 구체를 만들었다.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

“시끄러워요.”

“너무 조용하면 무섭잖아요~”


도월의 말에도 태영은 조용해질 줄 몰랐다. 덕분에 단둘이지만 여러 명과 함께 가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구체를 따라 들어가니 벽을 따라 위로 이어진 계단이 나왔다. 위가 뚫려 있어 달빛이 내려오지만 월성초가 있던 곳과 달랐다. 그곳은 본인을 반겨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저 위에서 왜 불청객을 데리고 왔냐는 듯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안 가요?”

‘괜찮겠지.’


같이 가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여기서 손을 놓으면 그의 눈이 다시 가려질 것 같았다. 선관으로 인해 비사에게 일이 생기면 앞으로의 상황도 복잡해지니 섣불리 혼자 간다는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여기가 아니에요?”

“아니요. 여기 맞아요.”

“그럼 갑시다.”


결국 위험한 도박을 하게 됐다.


“와···”

“도월 님, 진짜 사술에 걸린 게 아닐까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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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폭풍전야 (2) 24.12.09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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