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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1.13 22:00
연재수 :
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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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424,500

작성
24.12.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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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심에서 확신으로 (3)

DUMMY

‘여기는··· 약방이구나.’

“으...”


몸을 일으키려다가 머리가 돌고 속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에 그대로 다시 누웠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방울이 나왔다.


“일어나셨네요.”

“저 얼마나 누워 있었어요?”

“이틀하고 반나절 누워 있었어요.”

“네? 고작 열만 났었던 거잖아요.”

“평범한 열병이었으면 날이 밝았을 때 나았을 텐데 그게 아니었어요. 떨어지면 오르고, 떨어지면 다시 오르고 반복했어요. 오늘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떨어졌고요.”


새벽에 열이 떨어진 듯하여 안심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뜨기 전, 다시 한번 상태를 확인했다. 다시 열이 오르며 안 좋아졌다. 당장 방울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열이 오르면 다시 내리는 것밖에 없었다.


“돌아가면 여러 명한테 돌아가면서 잔소리 좀 듣겠어요.”

“어쩔 수 없죠..”

“이미 몸살 났던 건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긴 했어요.”

“알고 있지만 약은 안 먹었고, 그렇다고 잠깐도 쉬지 않았을 것이고.”


모든 상황을 꿰뚫어 보는 눈에 도월은 시선을 피했다.


“요즘에 어디서 뭐 하는 거예요?”

“음...”


대답을 못했다.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일단 지금은 ‘몸을 무리하게 많이 써서 무리가 왔다’로 마무리하죠.”

“더 물어보 답은 못 듣는 거죠?”

“아쉽게도.”


둘은 힘 빠지게 웃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감사했습니다.”

“해선 님도 금방 오는데 보고 가세요.”


해선은 금방 왔고, 도월이 일어난 것을 보자마자 잔소리를 퍼부었다. 이게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에 도월은 손만 꼼지락거리며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보면! 그렇게 보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빛에 해선은 하려던 말을 뱉지 못했다. 도월보다 조금 작았던 해선은 늘 올려다 보기만 해서 몰랐다. 도월이 저렇게 초롱초롱하게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보면 내가 뭐라고 못 하겠잖아.”

“헤헤~”


그 눈빛 한 번에 이미 마음이 풀린 해선은 도월을 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뭘 잘했다고 웃어.”

“다음부터 조금이라도 안 좋으면 꼭 얘기할 게. 건강 관련해서 이번처럼 문제 생기지 않게 할 게.”

“아니. 달이 너는 현진이랑 내가 집중 관리할 거야.”


청령은 들어오면서 얘기했다. 그의 말에 곤란해진 건 도월이었지.


“잠깐 둘이서 얘기해도 될까요?”

“편하게 하세요. 저희는 잠깐 약초들 좀 보고 옵시다.”


방울은 해선을 데리고 자리를 피해줬고, 청령은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표정이 굳어 있고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모습에 도월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왜 아픈 거 얘기 안 했어?”

“죄송해요...”

“사과를 들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유를 듣고 싶은 거야. 우리를 못 믿겠어?”

“그건 아니에요. 티 내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그냥 두면 알아서 나으니까..”

“알아서 낫는 게 어디 있어.”


도월의 말에 청령은 한숨과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아니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 아이에게 그렇게 믿을 주지 못한 걸까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요즘에 어디서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그건...”

“그럼 달이가 문강이랑 나한테 소리친 건 기억해?”

“네? 제가 그랬었다고요?”

“기억을 못 하는 거..야?”


긴가민가하며 작았던 의심의 싹은 도월의 대답으로 점점 본격적으로 자라기 시작했다.


의구심을 가진 그의 표정을 보고 도월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했다.


“아~ 아. 이제 기억났어요.”

“진짜 기억하는 거 맞지?”

“당연하죠. 그땐 둘이 좀 그랬잖아요.”

“...”

“이, 이제 가요.”

“달아, 잠깐만!”


도월은 얘기가 더 길어지기 전에 먼저 약방을 벗어났다. 어찌나 빨리 갔는지. 청령이 뒤따라 나왔을 땐 이미 멀어져 있었다.


— — — — — —


오는 길에 문강에게도, 입구로 돌아온 후에 현진에게도 같은 잔소리를 들었다. 문강도 약방에 왔다가 누워있는 도월을 보고 상황을 알아버렸지.


“후배님, 그러니까-”

“....”

“내 말 듣고 있어?”

“아, 네. 앞으로 아프면 바로 얘기할게요.”

“....”

“왜..요?”

“아니야. 이제 막 일어났는데 내가 너무 오래 잡았네. 오늘 당번은 하지 말고 쉬어.”


현진은 도월을 집안으로 들여보내고, 나중에 온 청령과 같이 당번을 서며 얘기를 오래 했다. 당연히 도월과 관련된 얘기였다.


도월은 방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청령이 했던 말 때문이었지.


‘내가 언제 소리쳤다는 거야? 도대체 언제? 왜 기억은 안 나지?’


머리를 쥐어짜내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도월은 모두가 잠든 밤중에 조용히 움직였다.


— — — — — —


“내가 너무 늦은 시간에 왔나?”

–아니다. 올 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구슬로 보면 그대가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지.


투명한 구슬을 손에 들며 보여줬다. 지금도 저 안에 이곳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제3자의 시점으로 비치고 있었다.


“아무튼. 내가 쓰러졌던 날, 중간에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된 거야?”

–혈이 원인이지. 열도 쉽게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 열도 혈이 원인이라는 것에 도월의 머리에 있던 물음이 해답을 찾았다.


–직접 만지기 전까지 스스로 개방되려는 걸 막았는데, 다른 이유로 스스로 움직인 모양이야.

“내가 내려간 뒤에 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그거는~

“알기 어렵나..”

–다른 구슬에 담겨있지.


이무기는 손바닥보다 작은 구슬을 꺼내 보였다. 그 안에는 도월이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이 담겨있었다. 도월은 당연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왜...”

–’나중에 알려주는 게 나으려나. 여기서 더 미루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도월에게 처음부터 숨긴 것을 알려줘야 할지, 아니면 조금 더 나중으로 미뤄야 할지 고민이 됐다. 머리는 지금 알려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 작은 것으로도 말을 잃는 아이에게 지금 알려주는 건 섣부른 것이 아닌가 했다.


–’나중에 원망을 듣더라도 미루는 게 낫겠지.’

“좀... 놀랍네. 내가 저렇게 했었다는 게.”

–혼란스럽겠지만 혈이 스스로 움직일 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이 혈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은 없어?”

–강제로 개방할 수는 있는데, 며칠은 앓아누울 것이다.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내가 비사인 척하고 데려다줄 수는 있지만, 그다음이 문제일 것이다.


혈을 한 번에 강제로 개방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 그 이후에 몸에 생길 증상들이 문제였지.


–그대의 몸이 버티기 힘들 수 있다.

“월성초로는 어떻게 안 되나?”

–월성초가 좋은 건 알아가지고.

“그래서 되나, 안 되나?”

–지금 월성초는 없고, 월성목으로 만들어줄 테니 기다리게.


이무기는 나뭇가지와 이파리를 오밀조밀하게 모아 푸른빛을 띠는 단약을 만들었다. 도월은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선뜻 먹는 것이 꺼려졌다.


“이거 먹고 또 그렇게 되는 거 아니야?”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 말아라. 이건 내상을 입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것이다."


반신반의하며 입에 넣었다. 다행히 이상은 없었지만 쓴맛에 인상이 구겨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것도 쓰구나.. 개방하는 데 얼마나 걸려?”

–"그건 금방 끝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는 것이 어렵지만, 몸에 무리가 가는 것에 상관없이 한 번에 개방하는 것은 금방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끝나?”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어려울 뿐. 이렇게 개방하는 건 오래 걸리지도, 어렵지도 않다."

“그렇구나.”

–"아직 몸에 이상이 없을 때 돌아가게나."


이제 언제 몸에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됐다. 그렇기에 이무기는 도월을 서둘러 돌려보내려고 했다.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내심 걱정이 됐던 이무기는 둥지를 벗어나 입구까지 나와 배웅을 했다.


–"버티기 힘든 상태가 되면 그땐 이걸 먹어라."


도월은 이무기가 챙겨준 단약을 받고, 어두운 새벽이 지나 밝은 아침이 오기 전에 돌아갔다. 방의 창문을 통해 무사히 들어갔다.


— — — — — —


“하아.. 하아...”


도월은 열기가 느껴지는 숨을 힘들게 뱉어내고 있다. 날이 밝아오면서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편, 아직 이 상황을 모르는 둘은 날이 밝아도 나오지 않는 도월에 의아하고 있었다.


“늦잠이라도 자나?”

“달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갈까?”

“아니야. 내가 보고 올게.”


도월이 나오길 기다리던 둘. 결국에 청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앞으로 갔다.


똑똑-


“달아.”

“선배...”

“달아?”


안에서 들려오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문을 여니 후끈한 공기가 청령을 맞이했다.


“왜 그래? 다시 열나는 거야?”

“또 열난다고?”


도월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걸을 수 있겠어?”


대답할 기운도 없어 고개를 젓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업힐 수는 있겠어?”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몸을 뒤척이기만 해도 누구에게 맞는 것처럼 아팠다. 거기에 살짝만 건드려도 머리까지 울리며 힘들었다.


“해열제 남아있나?”

“해열제는 없는데..”


둘은 감기에 걸려도 하루를 쉬면 금방 털고 일어났다. 그래서 해열제는 구비해 놓지 않았다.


“최대한 빨리 다녀올게. 너는 후배님 옆에 있어.”


현진이 약방으로 갔고, 청령은 물과 물수건을 가져와 도월의 곁을 지켰다.


— — — — — —


“청령! 방울 님이랑 같이 왔어!”


막 일어난 사람이 다시 앓아누웠다는 것에 도월의 상태가 걱정되기도 하고, 직접 확인할 것이 있어서 왔다.


“언제부터 이랬어요?”

“아침에 들어가니까 이미 열이 나고 있었어요.”

“그럼 날이 밝아올 때 열이 나기 시작했을 것 같은데.. 맞아요?”

“네..”


그리고 방울의 눈에 들어온 한 가지. 도월의 손등이었다.


“두 분은 일과 보내고 있으세요. 오늘은 제가 도월 님 옆에 있을 게요.”

“방울 님도 할 거 많으실 거 아니에요.”

“다른 분한테 맡기고 와서 괜찮아요.”


도월에게만 은밀하게 물어볼 것이 있어 청령과 현진을 내보냈다.


물어볼 것이 많았지만 지금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열이 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몇 시간 만에 간신히 열을 내렸다.


“지금은 좀 어때요?”

“좀 가벼워진 것 같아요.”

“그럼 제가 지금부터 몇 가지 물어볼 거예요.”

“...네.”

“하나의 거짓도 없이 대답해 줄 수 있을까요? 곤란한 질문도 빼지 않고.”


방울을 못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도 될지 의문이 들었다.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을게요. 의원으로서 모든 것을 걸고 비밀 지킬게요.”

“....”

“그럴 일은 없겠지만, 진짜 만약에 일이 생긴다. 그러면 제 모든 걸 내려놓고 사라지겠습니다. 소윤 님은 물론 모든 선관들에게 최악의 선관으로 남겠습니다.”


이 정도로 나오는 방울에 도월은 못 이기고 모든 것을 얘기했다.


“그래서 손등에 낙인이 생겼군요.”

“낙인이요?”

“네. 혼란스럽겠지만 도월 님이 선관으로 오래 있지 못할 것 같아요.”


이무기가 최대한 나중에 말하려고 했던 것을 방울이 먼저 얘기했다.


“네?”

“이무기가 얘기 안 해줘요?"


방울은 이무기가 감춰둔 얘기를 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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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아물지 않았던 상처 (1) 25.01.13 4 1 12쪽
73 정착, 그리고 변화 (6) 25.01.12 3 1 23쪽
72 정착, 그리고 변화 (5) 25.01.10 4 1 12쪽
71 정착, 그리고 변화 (4) 25.01.08 6 1 13쪽
70 정착, 그리고 변화 (3) 25.01.06 9 1 12쪽
69 정착, 그리고 변화 (2) 25.01.05 11 1 13쪽
68 정착, 그리고 변화 (1) 25.01.03 11 1 12쪽
67 재회 (3) 25.01.01 13 1 12쪽
66 다시 움직이는 달 (2) 24.12.30 11 1 12쪽
65 멈춘 달, 모두의 바람 (1) 24.12.29 10 1 12쪽
64 원망, 실수, 후회 (3) 24.12.27 8 1 12쪽
63 원망, 실수, 후회 (2) 24.12.25 7 1 12쪽
62 원망, 실수, 후회 (1) 24.12.23 7 1 12쪽
61 소강상태 (5) 24.12.22 10 1 12쪽
60 변수 (4) 24.12.20 9 1 12쪽
59 확산 (3) 24.12.18 10 1 12쪽
58 발화 (2) 24.12.16 13 1 12쪽
57 일촉즉발 (1) 24.12.15 11 1 12쪽
56 폭풍전야 (4) 24.12.13 16 1 12쪽
55 폭풍전야 (3) 24.12.11 14 1 11쪽
54 폭풍전야 (2) 24.12.09 13 1 12쪽
53 폭풍전야 (1) 24.12.08 18 1 12쪽
52 대립 (2) 24.12.06 14 1 12쪽
51 대립 (1) 24.12.04 19 1 12쪽
50 확신 (4) 24.12.02 17 1 12쪽
» 의심에서 확신으로 (3) 24.12.01 21 1 12쪽
48 의심에서 확신으로 (2) 24.11.29 20 1 12쪽
47 의심과 확신 사이 (1) 24.11.27 20 1 12쪽
46 다시 한 발짝 (4) 24.11.25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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