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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2.05 22: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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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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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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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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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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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발화 (2)

DUMMY

“벌써 준비하는 건 너무 빠르지 않아? 최소는 채우면 안 될까?”

“낙인이 제 모습을 찾기 전에 가는 게 맞아요.”


도월은 모두에게 지금부터 옮겨갈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수장과 수장이 한 저승에 정착을 하여 머물면 두 기운이 서로 부딪혀 망자와 선관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면 가진 능력이 반감되어 완전히 발휘를 못한다. 유사시에 망자와 선관 혹은 비사는 물론 본인까지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 3년은 못 채우는 거야?”

“그럴 수도 있었는데, 이무기가 3년은 채울 수 있게 늦춰줬어요.”

“좋네. 다행이다.”


현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도월도 3년은 채우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이무기에게 부탁하여 낙인의 진행 속도를 늦췄다. 방법을 찾아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빼도박 도 못하고 1년 안에 나가야 했을 것이다.


“청령 님이랑도 인사하고 가야죠. 그게 맞는 거잖아요.”

“청령이랑 만나봤어?”

“아직은 안 만났어요. 만나면 또 같은 주제로 싸울 것 같아서요.”

“내가 만나서 얘기해 볼까?”

“괜찮아요. 차라리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청령이 어떤 비사인지 몰라도, 어떤 비사를 통해 말도 안 되는 방법을 믿는 것 같아 우연히라도 마주치지 않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진은 그런 도월과 다르게 청령을 한 번 만나보기로 했다.


— — — — — —


일과를 끝내고 현진은 청령을 만나러 가기 전, 간단히 먹을 것을 만들었다.


“어디 가려고요?”

“응. 누구 좀 만나기로 해서. 오늘 늦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럼 보고서는 제가 쓸 테니까 지금 가세요.”

“안 그래도 돼.”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그래도,”

“자- 보고서는 걱정 마시고, 친구분이랑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오세요.”


도월은 보고서를 신경 쓰며 가지 않는 현진의 등을 떠밀었다.


“이러다가 해 떨어져서 가겠어요.”

“그럼 그냥 대충 해. 알았지?”

“알겠어요. 어서 가봐요. 친구분 기다리겠어요.”


자기 일을 얼떨결에 떠넘기는 것 같았지만, 도월의 손에 밀려 결국 부탁을 하며 길을 나섰다.


— — — — — —


“청령~”


현진은 청령을 반갑게 불렀고, 청령도 현진을 보고 반가운 듯 웃어 보였다.


“이 시간에 웬일이야?”

“그냥. 내 친구 잘 있나 보려고 왔지. 저녁 아직 안 먹었지?”


가져온 음식들을 풀며 둘은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했다. 여전히 온기가 있는 음식들과 함께 좋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방울 님한테 받은 차야.”

“고맙다. 이거 향 좋네.”


청령이 내어준 차를 받고, 몇 모금 마시다가 이곳에 온 목적이기도 한 얘기를 꺼냈다.


“후배님한테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 알지?”

“..알고 있어.”

“3년 중에 1년은 흘러가버렸으니, 2년 남았지.”

“최대 5년이라고 하지 않았어?”

“시간은 의미없는 거였더라. 거기 이무기가 잘 정리하고 오라고 시간을 준거였어.”

“낙인이 아직 완전 선명해진 게 아닌데 시간이 무의미하다니.”

“딱 초기에만 의미가 있었고, 지금은 의미가 없어졌어.”

“이제 진짜 어쩔 수 없는 건가..”


지금도 믿기지 않는 것은 여전하지만, 이전처럼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기 어려웠다.


“청령.”

“응..”

“내 눈 똑바로 봐봐.”


현진도 청령의 고집에 대해 알기에 대화로 잘 넘어가려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자신을 바라보라고 했다.


“눈 색깔이 언제부터 변한 거야?”

“내 눈 색이 왜? 뭐야. 이거 왜 이래?”


녹색빛을 띄고 있던 청령의 눈이 흑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혹시 염라님이랑 만났어?”

“아니야.”

‘염라님이 아니면 누가 이런 짓을···.’


여기서 길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현진은 일단 눈만 원래대로 보이도록 조치를 취했다.


“혹시 모르니까 웬만하면 다른 선관들 만날 일 최대한 만들지 마. 알았지?”

“응..”


— — — — — —


현진의 보고서를 대신 쓰고 있던 도월은 방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심각한 얼굴의 현진이 서있었다. 제 친구의 일이라 방문을 두드리는 것도 잊고 벌컥 열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청령이... 청령이...”


말하는 것이 급하여 숨을 고르지도 않고 청령의 이름만 되뇌었다.


“숨 좀 고르고 얘기하세요. 선배가 왜요?”

“청령이가.. 염라님 기운을 빌린 비사를 만난 것 같아.”

“네?!”


놀란 것도 잠시, 현진의 얘기를 들어보니 청령과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싸웠던 날, 비사에게 방법을 알아왔다는 말.


“제가 해결할게요.”

“짐작 가는 비사 있어?”

“네. 한 명 있어요.”

“어디 있는지 모르고, 지옥에 있으면 이유 없이 들어가기 어렵잖아.”


도월은 될지 모르겠지만 잠시 눈을 감고 집중을 했다. 그러니 머릿속에 현재 축령들 저승의 상황이 보였다. 그리고 이 안에 그 비사가 있었다.


“지금 저승 안에 있네요. 다녀올게요.”

“같이 가.”

“혼자 가야 돼요.”

“그래도,”

“아니요. 저희 둘 다 자리 비우면 선배는 누가 봐요.”

“그것도 그렇지..”

“후배보다 친구가 옆에 있어주는 게 편하잖아요. 그러니 제 걱정은 마시고, 현진 님은 선배 옆에 있어줘요.”


그러곤 도월은 푸른 장포를 휘날리며 갔다.


— — — — — —


이동하는 중에 이무기에게 전음을 했다.


-'내 목소리 들려?’

–'그대가 어찌 전음을?’

-'나중에 설명할 테니까 뭐가 보이든, 무슨 소리가 들리든 내려오지 마.'

–'도월. 도월!’


그대로 도월의 전음은 끊겼고, 심상치 않음에 이무기는 둥지 위에서 도월을 찾으려 했다.


–'언제 들어온 거야?’


이무기도 전혀 감지하지 못했고, 쌀 한 톨의 기운도 느끼지 못했는데, 저 아래 비사가 보였다. 거기에 보이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도월이 그곳으로 가까워지니 이무기도 더 늦기 전에 움직였다.


“이야~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처음 두 비사와 함께 망자랑 싸웠던 곳에 태영이 있었다. 평소와 다른 기운이 흐르는 것이 보여 도월은 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냥. 내 달님이 보고 싶기도 했고, 환생길에서 마났던 선관은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하고 해서.”


도월의 예상이 맞았다. 영원의 모습을 하고 청령에게 썩은 밧줄로 유혹을 한 비사는 태영이었다.


“염라와 거래를 했나?”

“진짜 이곳의 주인이 됐나 봅니다? 안 본 것도 다 알고. 내 기운도 읽고.”


머리끝까지 열이 뻗친 도월은 태영을 매섭게 노려보며


“일반 비사가 신의 기운을 빌리다니. 무얼 꾸미고 있는 것이냐?”

“글쎄. 내가 꾸미는 게 뭘까? 근데 나 혼자 꾸몄다고 생각해?”


더 열받으라고 약 올리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주변을 도는 태영에 도월은 어처구니없었다.


“헛짓거리 하지 않고 조용히 살면 평탄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을, 세 치 혀로 애먼 선관을 희망고문하고 난리야!”


도월의 호통에 바람이 세차게 몰려와 발에 힘을 주고 있지 않았다면 크게 휘청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도월이 이곳의 주인이 맞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래서 태영은 입을 가리고 볼을 붉히며 광기에 젖은 미소를 지었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내가 원하는 거?”


태영은 고개를 까딱이며 여전히 입꼬리를 올린 채 말했다.


“당신이 비사가 되는 거. 그래서 내 옆에 영원히 한 마리 공작새처럼 있는 거.”


예상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지금 염라의 힘을 빌린 태영이 무슨 짓을 할지 예상이 불가능했다. 도월이 전과 달라져 승기는 기울어 있겠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기울어있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왜 표정이 안 좋아요? 내가 도월 님한테도 당신 선배한테 했던 것처럼 할까 봐?”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왜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일개 비사에 불과한 네가 염라의 힘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하나? 고작 빌린 것에 불과한 힘을?”


작은 도발에도 흔들린 태영. 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이 작은 말에도 그리 흔들리는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그러는 내 달님은 그 선관한테 내가 어떤 술법을 놓은 줄 알고 이리 당당하신가?”

“환술이든, 환각이든, 정신 지배든. 내가 다 깨놓을 거야.


그 말을 듣고 태영은 미친 것처럼 웃었다. 그 웃음에 도월은 갑자기 불길은 예감이 들었다.


“내가 환술이랑 정신 지배만 했을 것 같아?”

“뭐?”

“우리 달님은 몰라도, 어쩜 이렇게 아무것도 모를 수 있을까.”

–'도월! 어서 천국으로 돌아가!’


이무기의 전음이 들려왔다.


“우리 달님, 이무기한테 전음으로 뭔가 들었나?”

“...”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나도 궁금한데. 상황 마무리되면 다시 알려줘요. 물론 살아있을 수 있다면.”


그렇게 태영은 유유히 사라졌고, 도월은 상황 파악을 다 하지 못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빨리 가야 된다고! 네 선배가 지옥 것들을 불러내서 지금 쑥대밭이란 말이야!”


어깨를 흔들며 얘기하는 이무기에, 도월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동술로 돌아갔다.


— — — — — —


“이게 다 뭐야....”


갈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천국이 지옥과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선관과 비사는 뒤엉켜있었고, 망자들은 안전한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도망치고 있었다.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야!”

“지금 무슨 상황이에요?”

“청령 님이 갑자기 중앙으로 가더니 탑을 부쉈어! 그 뒤부터 지옥 것들이 다 들어오고 난리야!”


저 앞에 공중에 올라있는 청령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검은 사슬이 그의 손과 발, 그리고 목을 감싸고 있었고, 눈동자는 안광 없이 검붉게 변해있었다.


그 아래에 약방 선관들은 다친 선관과 망자들을 보고 있었고, 나머지 선관들은 각자 방식대로 싸우고 있었다. 문강은 요귀들을 잡고 있었고, 문강은 방어를 하고 있었다.


“도망쳐!”


옥황도 염라를 막기 위해 들 일어났지만, 예고 없이 다시 시작된 전쟁.

혼비백산인 상황에서도 선관들은 천국의 생명 역할을 하는 탑의 심장까지 망가지게 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싸웠다.


천국과 지옥의 전쟁은 도월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


— — — — — —


도월이 축령들 저승으로 가고, 현진은 청령이 걱정되어 다시 되돌아갔었다.


“청령, 나 왔.. 청령!”


다시 돌아갔을 때 청령은 자신을 옥죄는 사슬에 감기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현진이 손을 쓰려고 했지만 사슬을 막기엔 혼자 역부족이었다.


쾅!


눈동자의 변용까지 풀렸고, 검붉어진 눈동자가 드러난 청령은 현진을 밀쳐냈고, 밖으로 날아간 현진은 어깨를 붙잡고 일어났다. 자아가 빼앗긴 그는 곳 중앙으로 가서 탑을 파괴하고 지옥 것들을 불러 모았다.


이것을 신호로 염라가 비사와 요귀들을 끌고 천국을 습격해왔다.


— — — — — —


전해 들은 것으로 상황 파악을 마친 도월은 중앙으로 갔다. 자아가 빼앗긴 청령은 자신의 동료인 선후배들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가했다.


문강과 현진은 저 사슬을 어떻게든 끊기 위해 어쩌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는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도월은 발화된 비도를 청령을 향해 던졌다.


‘봤다.’


청령은 날아오는 비도를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막았고, 도월은 시선을 끄는 것에 성공했다.


천국과 지옥의 진짜 싸움이 시작됐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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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후기 25.02.05 7 1 1쪽
86 겨울지나 봄으로 (完) 25.02.03 8 1 12쪽
85 겨울지나 봄으로 (2) 25.02.02 7 1 12쪽
84 겨울지나 봄으로 (1) 25.01.31 9 1 13쪽
83 25.01.29 10 1 12쪽
82 잔치의 종막 (3) 25.01.27 10 1 12쪽
81 잔치의 선율 (2) 25.01.26 12 1 12쪽
80 잔치 : 가락의 시작 (1) 25.01.24 8 1 11쪽
79 잔치 : 가락 전주 - 계책 (5) 25.01.22 10 1 13쪽
78 잔치 : 가락 전주 - 준비 (4) 25.01.20 11 1 11쪽
77 잔치 : 가락 전주 - 움직임 (3) 25.01.19 11 1 13쪽
76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2) 25.01.17 12 1 12쪽
75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1) 25.01.15 12 1 13쪽
74 아물지 않았던 상처 (1) 25.01.13 14 1 12쪽
73 정착, 그리고 변화 (6) 25.01.12 11 1 23쪽
72 정착, 그리고 변화 (5) 25.01.10 11 1 12쪽
71 정착, 그리고 변화 (4) 25.01.08 11 1 13쪽
70 정착, 그리고 변화 (3) 25.01.06 14 1 12쪽
69 정착, 그리고 변화 (2) 25.01.05 16 1 13쪽
68 정착, 그리고 변화 (1) 25.01.03 17 1 12쪽
67 재회 (3) 25.01.01 18 1 12쪽
66 다시 움직이는 달 (2) 24.12.30 16 1 12쪽
65 멈춘 달, 모두의 바람 (1) 24.12.29 15 1 12쪽
64 원망, 실수, 후회 (3) 24.12.27 13 1 12쪽
63 원망, 실수, 후회 (2) 24.12.25 12 1 12쪽
62 원망, 실수, 후회 (1) 24.12.23 14 1 12쪽
61 소강상태 (5) 24.12.22 15 1 12쪽
60 변수 (4) 24.12.20 14 1 12쪽
59 확산 (3) 24.12.18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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