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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2.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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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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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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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소강상태 (5)

DUMMY

지배를 당한 동안의 기억이 없는 청령은 도월만 생각하며 무작정 전장으로 갔다. 도월은 놀라며 기겁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염라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 돼!”

“멈춰라! 염라!”


뒤늦게 온 옥황도, 도월도 염라를 막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어버렸다.


“억..!”


청령은 염라의 흑기에 묶였다. 흑기는 그의 목을 옥죄며 뇌로 들어가 다시 그의 정신과 육체를 지배했다. 다시 지배를 당하게 된 청령을 보고 놀란 도월은 크게 흔들렸는지 태영을 묶은 진법이 흐려졌다.


“아하하하하! 어떤가? 다시 절망을 느끼게 된 소감이 말이야!”

“염라!”

“이런, 이런. 우리 옥황도 드디어 오셨군.”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감히 선관을 건드려!”

“나의 심기를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거라. 너는 도월을 불구로 만들거라.”

“알겠습니다.”


청령은 염라의 기운을 뭉치며 도월을 향해 달려 들었고, 도월은 거리를 벌리며 피하기만 했다. 그러는 동안 염라는 옥황을 치고 있었고, 요귀들은 태영을 묶고 있는 진법을 망치고 있었다. 상황이 다시 기울고 있었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아. 이번엔 염라가 직접 사술을 걸어서 풀기 어려운데.’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으시나?”


진법에서 풀려난 태영이 도월의 허리를 감싸며 가까이 붙었다. 옆구리에 생긴 도월의 상처를 누르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약해져서 어떡해, 우리 달님.”


당장 힘이 풀려 움직이기 어려운 도월을 향해 청령이 다시 달려들었다. 도월은 태영의 팔을 잡고 같이 몸의 방향을 돌리며 그 공격을 온전히 태영만 맞도록 했다.

염라의 기운에 가득한 공격을 받은 태영은 도월을 놓쳤고, 그의 손에서 벗어난 도월은 상처를 감싸며 피를 흘렸다.


“우리 달님은 잔머리도 잘 돌아가. 나를 이렇게 만신창이로 만들고 말이야.”


이미 자기 색을 잃은 옷은 피로 얼룩덜룩 해져 있었고, 도월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묶인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었으며 목과 팔, 다리는 상처투성이였다.


“이봐. 네 후배 힘들어하는데, 그냥 둘 거야?”


그의 말에 청령이 움직였고, 도월은 다시 움직였다. 여전히 공격을 하지 않은 채 방어만 했다. 이를 눈치챈 태영은 그를 방패막이로 삼아 도월이 자신까지 건들지 못하게 했다.


둘이 계속 도월을 압박해왔고, 태영의 공격에 닿지 않기 위해 도월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도월!”


아랑은 검을 던져줬고, 제 검을 받아든 도월은 태영에게 무겁지만 빠르게 공격을 펼쳤다. 그리고 한쪽을 피하면, 나머지 한쪽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이 반복됐다.


그러던 중, 태영이 파괴술을 연속으로 펄쳤고, 도월은 청령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안 돼!”


청령을 뒤따라온 현진이 그가 염라의 능력으로 도월의 뒤를 노린 것을 봤다.


“형!”


방어막을 펼치며 청령의 공격을 막았지만 선관의 능력으로 염라의 능력을 막기엔 한계가 있었고, 방어막은 뚫리고 말았다. 밀쳐진 와중에도 도월의 옷자락을 잡고 이어지는 청령의 공격을 같이 피했다.


“여기는 우리한테 맡기고 염라님 막으러 가.”

“현진 님도 움직이지 못하잖아요.”

“여기서 싸우는 건 의미 없어. 가서 염라님을, 아니.. 우리 낙원을 구해줘!”


길어지는 전투에 속박진을 펼칠 기력은 남아 있지 않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월 님, 여기는 저희한테 맡기고 가십시오.”


때마침 영원과 진운이 다른 비사들과 요귀들을 진정시고 돌아왔다.


“당신들이 억울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어요.”

“후배 간수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해야죠.”

“도월 님은 어서 수장들을 막으러 가보십시오.”


도월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기며 옥황과 염라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내가 그대인 척하고 시선을 끌 테니 뒤에서 일격에 끝내라.’

‘그럼 이거 받아. 월성검이랑 비슷하게 만들었어.’


아랑에게 가짜 월성검을 건네고, 자신과 똑같이 변용을 시켰다. 도월은 큰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랑이 염라의 시선을 끌었을 때, 한 번 더 도약을 하여 일격을 날렸다.


“뭐야!”


도끼를 높게 든 팔을 향해 검을 내리쳤고, 염라의 비명과 함께 도끼와 팔이 떨어졌다.


“네놈이 감히...”

“도월, 그대는,”

“이 뒤는 알아서 정리하십시오.”


도월은 아랑의 부축을 받으며 그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 — — — — —


도월의 눈앞에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현진 님. 현진 님!”


해선이 어떻게든 살리려 손을 쓰고 있었지만, 공격으로 몸이 관통당한 현진을 살리는 것을 불가능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도월은 심히 떨리는 눈으로 문강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말해!”

“도월아, 내가 설명해 줄게.”


도월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영원과 진운, 현진이 청령과 태영과 싸웠다. 태영은 진운 혼자 상대할 수 있었지만, 청령은 둘이 붙어도 감당이 어려웠다. 그렇게 공격 하나하나를 겨우 막고 있던 중, 나중에 숲에서 나온 문강을 본 청령이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래서 현진 님이 강이 지키려고 하다가···”


자신의 몸이 아닌 후배들을 지키기 바빴던 현진은 무리해서 움직이다가 공격을 온몸으로 맞게 되었다. 피를 토하며 청령의 팔을 놓지 않다가 도월이 염라의 팔을 베고, 청령과 염라가 완전히 끊어졌을 때. 그제서야 팔을 놓고 뒤로 쓰러졌다.


“말도 안 돼...”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는지.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달렸는지. 의미가 없어짐에 도월은 절망에 빠졌다.


“도월 님, 이런 상황에 죄송하지만 청령 님부터 살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염라의 기운에 사로잡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청령. 진운도 말하기 어려웠지만 해야 했고, 도월은 떨리는 손으로 염라의 기운을 완전히 제거했다. 그가 의식을 찾을 동안 도월도 해선의 맞은편에 앉아 현진을 살리기 위해 없는 내공까지 끌어모았다.


“이제 그만해...”

“말하지 마요. 이대로 계속하면,”


현진이 도월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몸짓이다.


“진아!”


그리고 정신을 차린 청령의 눈에 만싱창이 되어 죽기 직전의 현진이 먼저 들어왔다. 조종을 당한 동안의 기억이 없는 그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청령... 미안해.”

“아니야. 아무 말 하지 마.”

“나 없어도.. 후배님이랑.. 사이.. 좋...게....”

“진아. 안 돼. 이대로 가면 안 되지. 정신차려! 현진!”


청령이 무사히 의식을 찾은 것까지 본 현진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빛이 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그가 있었던 이곳에 청령의 구슬픈 소리만이 들려왔다. 그러다 청령은 서있던 도월을 향해 원망 섞인 눈빛을 보냈다.


‘기억을 못 하는구나.’

“이봐요,”

‘그냥 내 탓하게 둬.’


그 눈에 문강이 한 마디 하려 했지만 도월이 막았다. 도월도 무슨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본인과 청령의 싸움을 다른 이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이게 다 네놈 때문이구나. 너의 그 망나니 같은 성정 때문에!”

“...”

“왜 그런 거야? 도대체 왜!”

“그 비사가 먼저,”

“그래도 참았어야지!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 참고, 또 참았어야지!”


울부짖으며 얘기하는 청령과 만신창이인 도월 사이에서 저들은 누구의 편을 들기 어려웠다.


“네놈의 그 어리석음 때문에, 나는 하나 남은 친우마저 잃었구나.”


감정에 잡아먹힌 청령은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했다.


“차라리 비사로 가지 그랬어. 천국에서 분위기 흐리지 말고, 지옥에 가서 멋대로 살지 그랬어!”


선을 넘은 청령에 도월도 작게 욕을 읊조렸다.


“뭘 잘했다고 욕지거리야.”

“너만 잃었어? 혼자 불쌍한 척 온갖 꼴값 작작 떨어. 역겨워.”

“선 넘지 마.”

“망나니 새끼한테 선을 따지는 놈은 처음이네.”


점점 극에 치닫고 있는 둘의 싸움에 주변의 비사와 선관들만 가시방석이었다.


“미안하다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머리 없는 것처럼 굴거면, 다른 곳으로 꺼지거라.”

“집에 기어들어올 생각은 있나? 지 발로 쳐나갔으면서.”

“야!”

“네 자리 찾고 싶으면 옥황한테 정식으로 재배정 요청서 올려봐. 나도 옥황이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


그렇게 도월은 자리를 떴다. 해선은 문강에게 도월을 따라가라고 눈짓을 줬고, 해선은 이곳에 남아 상황을 정리했다.


— — — — — —


‘아랑, 거기 상황은?’

–’염라가 아직 발악을 하고 있다.’


도착해서 보니 염라는 반쯤 쓰러진 채로 소용없는 발악을 하고 있었다. 포기할 줄 모르는 염라에 도월은 한숨을 쉬고 다시 검을 들었다.


“종전을 선언해라, 염라.”

“그럼 도월을 넘겨라.”


도월은 염라의 명치를 발로 밟으며, 그의 머리 바로 옆에 검을 꽂았다.


“염라, 종전 선언을 하거라.”


한 마리의 맹수에게 먹히지 직전임을 느낀 염라는 눈동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즉시 종전을 선언하거라. 어서!”


염라는 순순히 종전을 선언하고, 즉시 퇴각할 것을 명했다. 그에 비사들은 하나, 둘 지옥으로 돌아갔고, 천국은 다시 조용해졌다.


“이 뒤는 옥황 그대에게 맡깁니다.”

“또 어디를 가려는 것이야. 그대 몸도 성치 않거늘.”

“제가 아직 선관이라 다행이네요. 당신한테 걱정도 다 받고.”


도월은 해선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할 때, 방울이 앞을 막아섰다.


“도월 님, 약방으로 가죠.”

“아직 안 돼요.”


도월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서있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고,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실례하겠습니다.”


방울은 도월을 기절시키고 등에 업었다. 그리고 문강까지 옆에 데리고 약방으로 갔다.


— — — — — —


약방도 피해가 없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약재들이 무사하다는 것이다.


“도월 님이 많이 다쳤다고요?!”

“자기, 설명은 나중에 해줄 테니까 옆에서 보조 좀 해줘요.”

“알았어요.”

“문강 님은 간단하게 상황 설명 좀 해주실래요?”


약방의 벽이 허물어진 지금, 밖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문강은 자신이 본 상황을 거짓과 꾸밈없이 얘기했다.


“아이고... 그 주변에 선관들도 있어서 소문은 금방 퍼지겠네.”

“이번에도 도월 님은 가만히 있겠죠?”

“그보다 문제는 모든 일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옥황님 입단속까지 시킬 것 같아요.”


도월의 성격을 잘 아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눈에 선했다. 소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도월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고, 나중에 온 해선까지 합류했다.


“거기는 어때?”

“일단 다친 분들 치료해 줬어. 달이는 어때요?”

“아직 안 일어났어요.”

“하...”


어느 곳이나 선관들의 상태는 물론, 모든 구조물들도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망자들에게는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망자를 우선으로 하는 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었지.


"쓰읍..아야야..”

“아직 움직이면 안 돼요.”


금방 정신을 차린 도월은 조금만 움직여도 몸 곳곳에서 몰려오는 통증에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방금 일어난 분한테 묻는 건 미안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편하게 말씀하세요.”

“청령 님은 어떻게 할 거예요?”

“자기가 촉매제가 된 걸 알고, 자기 손으로 친우를 죽인 걸 알면 버티지 못할 거예요.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나아요.”

“그럼 너는.”

“나 뭐?”

“이대로 두면 너랑 청령 님 관계는 완전히 틀어지는데, 괜찮냐고.”

“...저는 옥황님이랑 할 얘기가 남아서 먼저 가볼게요.”


도월은 문강의 물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하기를 회피했다.


다시 전처럼 돌아가기엔 너무 먼 길을 온 듯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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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후기 25.02.05 7 1 1쪽
86 겨울지나 봄으로 (完) 25.02.03 8 1 12쪽
85 겨울지나 봄으로 (2) 25.02.02 7 1 12쪽
84 겨울지나 봄으로 (1) 25.01.31 9 1 13쪽
83 25.01.29 10 1 12쪽
82 잔치의 종막 (3) 25.01.27 10 1 12쪽
81 잔치의 선율 (2) 25.01.26 12 1 12쪽
80 잔치 : 가락의 시작 (1) 25.01.24 8 1 11쪽
79 잔치 : 가락 전주 - 계책 (5) 25.01.22 10 1 13쪽
78 잔치 : 가락 전주 - 준비 (4) 25.01.20 11 1 11쪽
77 잔치 : 가락 전주 - 움직임 (3) 25.01.19 11 1 13쪽
76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2) 25.01.17 12 1 12쪽
75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1) 25.01.15 12 1 13쪽
74 아물지 않았던 상처 (1) 25.01.13 14 1 12쪽
73 정착, 그리고 변화 (6) 25.01.12 11 1 23쪽
72 정착, 그리고 변화 (5) 25.01.10 11 1 12쪽
71 정착, 그리고 변화 (4) 25.01.08 11 1 13쪽
70 정착, 그리고 변화 (3) 25.01.06 13 1 12쪽
69 정착, 그리고 변화 (2) 25.01.05 16 1 13쪽
68 정착, 그리고 변화 (1) 25.01.03 17 1 12쪽
67 재회 (3) 25.01.01 17 1 12쪽
66 다시 움직이는 달 (2) 24.12.30 16 1 12쪽
65 멈춘 달, 모두의 바람 (1) 24.12.29 15 1 12쪽
64 원망, 실수, 후회 (3) 24.12.27 13 1 12쪽
63 원망, 실수, 후회 (2) 24.12.25 12 1 12쪽
62 원망, 실수, 후회 (1) 24.12.23 13 1 12쪽
» 소강상태 (5) 24.12.22 15 1 12쪽
60 변수 (4) 24.12.20 14 1 12쪽
59 확산 (3) 24.12.18 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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