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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2.05 22: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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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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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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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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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원망, 실수, 후회 (2)

DUMMY

청령은 혼란스러웠다. 이 전쟁이 일어난 것과 현진이 죽은 것이 도월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선관들이 하는 말로 인해 이상한 부분을 느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탓할 곳이 필요하여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처, 청령님.”


방울은 생기를 잃은 얼굴로 찾아온 청령을 안으로 들였다. 자리에 앉히고, 그가 입을 열기를 천천히 기다렸다. 소윤은 차를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두 분은 전쟁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흘러갔는지 다 보셨죠?”

“...그렇죠.”

“그럼 제가 거기서 무슨 짓을 했는지도 다 아시겠네요.”


소윤은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고, 방울은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말해드릴 수 있는 건 없어요.”

“제발... 얘기해 주세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세요...”


코끝을 타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찻잔을 울리며 움직였다.


“도월 님이랑 전처럼 지낼 수 없을 거예요.”


청령의 눈물은 안타까웠지만 방울은 이 이상 얘기해 줄 수 없었다. 더 정확히는 얘기해 주고 싶지 않았다. 도월이 자리에 없던 이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해선과 문강이 말하여 그가 도월에게 했던 말을 알아버렸다. 실망을 크게 했지.


“소윤 님...”


소윤도 망설였다. 망설이다가 젖은 그의 눈을 보니, 한참 어린 동생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약해졌다.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요.”


소윤은 방울의 곁으로 가서 얘기했다. 약간의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그에게 계속 비밀로 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방울이 소윤에게 설득 당했다.


직접 말하지 않고, 보여주는 쪽으로 소윤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방울은 뒤로 빠져있었다.


“청령 님, 어떤 게 보여도 피하지 마요. 그럼 이건 중간에 깨요.”


소윤은 향을 피웠고, 청령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

.

.

.

몇 분이 지나고, 가쁜 숨을 내쉬며 청령은 눈을 떴다.


“아...아...”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청령은 울부짖었다.


내면에서 진솔한 얘기를 했고,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주어진 기호를, 모든 것을 본인이 망쳤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 도월의 평판도 처음보다 최악으로 만든 본인이 증오스러웠다. 하지만 이렇게 후회를 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도월 님한테 사과는 해도, 다른 선관들 앞에서 나서지는 마세요.”

“어떻게 그래요. 제가 다 알게 됐는데.. 어떻게 그래요···”

“지금 나서는 건 도월 님을 무시하는 것밖에 안 돼요.”


방울은 그가 도월을 생각해서 움직인다는 것이 오히려 그 아이의 마지막을 망치는 일임을 알렸다.


— — — — — —


며칠 뒤, 도월과 청령의 처분이 정해졌다. 여러 선관들과 얘기한 것이 아닌, 옥황이 비난을 받더라도 보좌관과 둘이 정했다.


“도월은 1년간 근신에 처하고, 청령은 잠정적으로 능력을 봉인한다.”


여기저기서 원성이 흘러나왔지만 옥황은 호통을 치며 더 이상 도월과 청령의 처분에 대해 말이 나오지 않게 했다.


“달아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시간되면 우리 둘다 가고, 안 되면 문강한테 같이 보낼게.”

“고마워.”


청령은 과거 저 사이에 껴있던 때가 생각났다. 이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떠오른 그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재판장을 나갔다.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늘 당당하게 펴져있던 어깨가 한없이 작아 보였다. 미우면서도 동정심이 생기는 지금, 도월은 외면을 선택했다.


— — — — — —


천국이 시끄러운 만큼 지옥도 시끄러웠다. 태영이 사술을 부린 것을 알게 된 비사들은 염라에게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태영, 그만하고 나와.”

“선배, 그냥 강제로 열죠.”


태영은 문을 걸어 잠그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진운은 처음에 좋게 말하다가 점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옆에서 참다못한 영원은 문을 발로 찼다. 부수고 들어올 줄 몰랐던 태영은 놀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추태 작작 부리고 조용히 따라와.”

“형...”

“시끄러워.”

“영원이 형···”

“해도 될 짓이 있고, 하면 안 될 짓이 구분이 안 돼? 너 머리는 장식이야!?”


영원이 단단히 뿔이 났다. 화가 났다, 뿔이 났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되는 분노를 지니고 있었다.

수습이 가능한 선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불쌍한 표정을 짓는 건 많이 봐줘서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을 선을 넘어도, 얼마나 넘었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넘었다.


“진운 비사와 영원 비사는 1년 근신에 처하되 업무를 진행하고, 태영은 잠정적으로 근신에 처한다.”

“염라님, 태영 비사는 잠정적으로 능력을 봉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저 가벼이 근신에 처하는 것으로 넘어가려 했지만 주변이 가만히 두지 않았다. 아군인 비사들에게도 알려지지 않고 갑작스럽게 시작된 전쟁은 많은 불만을 낳았다.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사술은 암묵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되어있습니다. 전쟁 후에도 관계가 틀어지지 않고, 끝없이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암묵적인 규율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 규율이 깨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전쟁으로 관계가 틀어지면 제일 피해를 받는 것은 망자들입니다. 사술을 부린 자에 대해 확실한 처벌을 내리지 않은 것이 알려진다면 저희 쪽도 피해가 작지 않습니다.”

“천국으로 넘어간 망자를 데려오지 못한다면 그 망자는 환생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렇게 된다면 절대신의 개입으로 염라님 또한 무사히 넘어갈 수 없게 됩니다.”


원치 않는 전쟁으로, 그리고 여러 변수로 많은 것을 잃은 비사들은 제각기 다르지만 같은 뜻으로 거세게 반발을 해왔다.


‘이걸 어쩐담.. 어?’


곤란해하며 태영을 쳐다보니,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태영도 저들의 거센 반발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지.


“태영 비사는 능력을 잠정적으로 봉하도록 하겠다.”


저들이 원하는 결과로 처분이 결정이 나고, 저들의 분은 처음보다 누그러진 듯이 보였다. 그리고 이들을 감시하기 위해 비사들 중 한 명이 1년 동안 거처를 옮겨야 했다. 지원자는 없었다. 잠깐이지만 업무가 바뀌고, 많은 양을 감당해야 하기에 나서는 비사들은 없었다.


“제가 가겠습니다.”

“이원 님이 약방 자리를 비우는 건 좀 곤란한데요.”

“다른 분들이 나오지 않으시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제가 없는 게 걱정이면 염려 마십시오. 제 후배도 저만큼 출중한 의원이이랍니다.”


그렇게 이원이 거처를 옮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원은 진운, 영원과 같은 공간에 있고, 태영의 방 앞에는 보좌관이 자리를 지키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나왔다.

비사가 아닌 보좌관이 간 이유는 다른 비사들과는 계속 싸움이 빚어지기 때문이었다. 진운과 영원에게는 얌전한 태영이 다른 비사들과는 끝없이 마찰이 일어나 어쩔 수 없이 보좌관을 보내게 되었다.


“이원 님, 매달 보름에 천국과 보고서를 교환하고 있어요. 중간에서 만나서 교환만 하면 끝이에요.”

“보름이면... 오늘인데요?”

“아, 그렇네요.”


— — — — — —


천국은 근신된 도월에게 소윤을 보냈다. 소윤도 도월이 근신을 당하는 동안 거처를 잠시 옮기게 되었다.


“도월 님~ 뭐해요?”

“예방 차원에서 입구 초입에 방어막 좀 만들었어요. 흑기가 조금이라도 들어오면 저한테 바로 신호가 오도록 해놨어요.”


왜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했다면 전쟁이라는 악몽이 반복되지 않고, 현진과 청령을 모두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도월은 다시 자책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눈치챈 소윤은 이야기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


“혹시 제가 다른 거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비사랑 매달 보름에 보고서를 교환하고 있어요. 그쪽도 근신을 피하지 못했으면 검은 머리를 낮게 묶은 분이 올 거예요. 아니면 다른 분이 올 수도 있고요.”

“보름이면... 오늘이네요~”

“아, 벌써 그렇게 됐네요.”

“이렇게 태평할 때가 아니잖아요! 이거 맞죠?”

“네, 맞아요. 굳기 입구까지 갈 필요 없어요. 중간에서 만나면 돼요!”

“네-!”


두 저승 모두 전쟁으로 잠시 날짜 감각을 잃고 있었다. 다행히 한 쪽만 잊고 있던 것이 아니라 누가 더 오래 기다리는 상황은 없었다.


“늦지 않게 만나서 교환하고 왔어요~”

“다행이네요.”

“거기도 놀라서 오더라고요. 얘기 들어보니까 그쪽 비사님도 근신 처분이 나온 것 같아요.”

“역시 피할 수 없었나 보네요.”


나가기 전과 다르게 묘하게 가라앉은 도월에 소윤은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전쟁은 진짜 할 짓이 안 되는구나 싶어서요.”

“...”

“그냥 갑자기 전부 제 탓인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도월 님···”

“현진 님이 저랑 선배 사이 풀어주려고 할 때 말 들을걸, 처음부터 선배랑 진지하고 솔직하게 얘기할걸.. 이러면서 점점 진짜 원인이 내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이 밀려오듯 지나간 시간들이 떠올랐고, 후회는 미친 듯이 몰려왔다. 현진에게 너무 미안했다. 친구와 후배의 사이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둘의 사이를 풀기 위해 제일 고생한 그에게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부족했다.


“그래도 현진 님은 후회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일 소중한 존재들을 지켰으니까요.”


소윤은 도월의 옆에 앉아 등을 쓸어주며 나름의 위로를 건넸다. 소윤의 위로가 도월에게 얼마나 닿았을지 모르겠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고마워요.”


똑똑-


“방울입니다-”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방울이 때맞춰서 왔다. 덕분에 도월은 깊은 자책을 하지 않고 근신 첫날을 보냈다.


— — — — — —


도월은 근신 처분이 떨어진 동안 청령을 잊고 지내려고 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된 지금, 만나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도월의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도월 님, 저 잠깐 집에 좀 다녀올게요. 옷이랑 필요한 것들 가져오려고요.”

“가는 김에 방울 님도 만나고, 농땡이도 부리고 오세요.”

“그러기엔 미안한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요?”

“그럼 농땡이 부리면서 최대한 빨리 와볼게요.”

“네~”


다시 주고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인사를 하게 됐다. 잠시 안정을 찾은 도월은 현진의 방을 정리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진짜 잔인하네...’


방에 들어오니 실감이 났다. 들어오면 웃으며 반겨주는 미소와 온기도, 은은하게 느껴지던 포근한 향기도, 모두 없어졌다.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식어버리다 못해 차가워져 있었다.

온기가 없어진 곳에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아무것도 모르고 일상을 보냈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흔적이.


“하... 미치겠다..”


정리하려고 손을 뻗었는데 떨리고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남들 앞에서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 혼자 있을 때에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척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척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소윤 님 오면 같이 하자.’


호방하게 들어간 것과 달리 작아져서 나왔다.


그렇게 도월은 집 정리를 하며 망가진 부분은 고치고, 엉망이 된 정원을 다시 가꾸었다.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와서 몸을 고생 시키니 그나마 나았다.


“도월..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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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후기 25.02.05 5 1 1쪽
86 겨울지나 봄으로 (完) 25.02.03 6 1 12쪽
85 겨울지나 봄으로 (2) 25.02.02 6 1 12쪽
84 겨울지나 봄으로 (1) 25.01.31 8 1 13쪽
83 25.01.29 9 1 12쪽
82 잔치의 종막 (3) 25.01.27 9 1 12쪽
81 잔치의 선율 (2) 25.01.26 11 1 12쪽
80 잔치 : 가락의 시작 (1) 25.01.24 7 1 11쪽
79 잔치 : 가락 전주 - 계책 (5) 25.01.22 9 1 13쪽
78 잔치 : 가락 전주 - 준비 (4) 25.01.20 10 1 11쪽
77 잔치 : 가락 전주 - 움직임 (3) 25.01.19 10 1 13쪽
76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2) 25.01.17 11 1 12쪽
75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1) 25.01.15 11 1 13쪽
74 아물지 않았던 상처 (1) 25.01.13 12 1 12쪽
73 정착, 그리고 변화 (6) 25.01.12 9 1 23쪽
72 정착, 그리고 변화 (5) 25.01.10 10 1 12쪽
71 정착, 그리고 변화 (4) 25.01.08 9 1 13쪽
70 정착, 그리고 변화 (3) 25.01.06 12 1 12쪽
69 정착, 그리고 변화 (2) 25.01.05 14 1 13쪽
68 정착, 그리고 변화 (1) 25.01.03 15 1 12쪽
67 재회 (3) 25.01.01 16 1 12쪽
66 다시 움직이는 달 (2) 24.12.30 14 1 12쪽
65 멈춘 달, 모두의 바람 (1) 24.12.29 13 1 12쪽
64 원망, 실수, 후회 (3) 24.12.27 12 1 12쪽
» 원망, 실수, 후회 (2) 24.12.25 11 1 12쪽
62 원망, 실수, 후회 (1) 24.12.23 12 1 12쪽
61 소강상태 (5) 24.12.22 13 1 12쪽
60 변수 (4) 24.12.20 13 1 12쪽
59 확산 (3) 24.12.18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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