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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2.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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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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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착, 그리고 변화 (1)

DUMMY

비로소 아랑구에 자리를 잡은 도월. 지낼 거처를 만들고, 거처의 이름은 월관이라 지었다.


–"잘 지었군."

“선관들 실력이 나쁘지 않지. 들어와.”


월관은 옥황에게 부탁해 지원을 받아 선관들과 함께 지었다.


–"탐나는 실력을 가진 선관들이야."

“천국 선관들 중에 실력 좋은 분들이 많아.”

–"구조도 나쁘지 않고."


구조는 천국에서 지내던 집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생각 없이 익숙한 구조를 그리다 보니 완공됐을 때, 눈에 익은 구조가 나와있었다. 다 만들어지고 나서야 눈치를 챘지.

방은 1층에 두 개와 2층에 세 개가 있었다. 혹시 자고 갈 일이 생기면 부족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대 방은 어느 쪽에 있지?"

“1층.”


다섯 개의 방들 중 도월의 방은 여전히 1층이었다. 처음엔 2층에서 지낼까 했지만 괜히 청령과 현진이 생각날 것 같아서 그대로 1층에 남기로 했다.


–"선관들은 그대를 불편해하지 않았나?"

“처음엔 그런 것 같았는데, 내가 전이랑 똑같이 대하니까 금방 편해진 것 같더라고.


처음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 도월을 불편해하다가 후에는 선관일 때와 다를 것이 없는 도월에 천국보다 더 편하게 있다가 갔다.


–"명부가 와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지?"

“이미 조치를 취했지.”


사자들도 각각 체계적으로로 나뉘어있다. 조를 관리하는 책임자가 있고, 책임자에게 명부를 전달하는 부서가 있다.


“그런 식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총괄자한테 말하면 아주 간단하게 일을 끝낼 수 있지.”

–"명부가 오면 그대가 직접 갈 것인가?"

“여기엔 선관이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구해야 그대가 편할 텐데."

“나 편하자고 구하나. 뜻이 맞지 않은 자가 오면 분위기를 얼마나 흐리는데. 그런 놈들 지겹도록 봤어.”


천국에 있을 때 허구한 날 봤었다. 성정이 그렇지 못하여 갈등을 조장하는 선관. 남자, 여자를 밝히는 선관으로 인해 모두에게 피해를 끼치는 선관 등등 아주 다양하게 분위기를 흐리는 선관들을 질리도록 봤다.


“그렇지 않은 선관들도 많지만 내가 본 건 그렇지 못한 놈들이라. 당장 불편해도 뜻이 맞는 선관을 찾는 게 나아.”

–"그대 친우들을 데려오는 건?"

“한 분은 입구에, 방울 님은 약방 주인, 한 명은 축령보다 망자를 상대하는 게 훨씬 잘 맞아. 해선이는 괜찮을지 모르겠고.”

–"왜?"

“혹시라도 그 비사랑 마주치지는 않을까. 원치 않는데 거절을 못 해서 억지로 오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해선을 너무 잘 알아서 고민이 됐다. 이곳에 오면 원치 않게 영원과 마주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고민이 됐다.

아랑구의 선관이 되면 비사든 천국의 선관이든 만나는 것을 제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선은 영원과 더 이상 마음 아픈 일이 생기지 않겠지. 하지만 해선은 이런 것을 거절할 것이 뻔했다.


–"왜 거절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선이는 내가 자기 때문에 지옥이랑 더 엮였다고 생각하거든. 전혀 아닌데. 전부 내 선택이었는데.”

–"..."

“괜찮다고 해도 나를 배려한답시고 자기 마음을 감추기 급급하겠지.”


도월이 괜찮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었다. 해선의 마음이 움직여야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 번 물어보기라도 해라."

“그럴까..”

–"계속 고민해 봤자 결론은 나지 않는다."


끝없이 여러 경우를 생각하며 고민을 해봤자 결론은 나지 않는다. 이를 알면서도 망설이게 되는 것은 도월의 문제였다.


아랑은 며칠째 고민만 하는 도월에 보다 못해 한 소리 했다.


–"언제까지 고민만 할 거야?"

“나도 답답하다고.”

–"우려하는 일이 생기면 그때 도움을 주면 돼. 그 아이는 어린애가 아니야."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감싸주려고만 하는 도월을 지적했다.


–"가만 보면 너무 남을 생각한단 말이야. 이 넓은 곳을 그대 혼자 관리할 것인가?"

“내가 어떻게 혼자서 다 해.”

–"그래. 그대 혼자서 어떻게 다 하나. 그래서 선관이 필요한 것이다. 의원은 더더욱 필요해."

“그렇다고 천국에 있던 선관을 데려오는 건 너무 뺏어오는 것 같지 않아?”

–"쓸데없는 소리!"


아랑이 호통을 쳤다. 도월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해선이 이곳에 오고 싶은데 그대와 같은 생각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어쩔 건데?"


그 생각은 못 했다. 왜 해선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을까. 아랑 덕분에 다시 생각을 고친 도월은 다음 날 저녁에 해선을 만나러 갔다.


— — — — — —


홀로 약방을 지키고 있던 해선은 반가운 얼굴을 보곤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혼자 있어서 심심했는데. 나 보고 싶어서 왔어?”

“보고 싶어서도 있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해선은 맑은 눈으로 도월을 바라봤다. 저 눈을 보니 또 한 번 망설여졌지만 다시 무를 순 없었다.


“아랑구에도 의원이 필요하거든. 너만 괜찮으면 올 수 있을까?”

“그래도 돼?”

“네가 오고 싶으면.”

“갈래.”

“어?”

“간다고.”


이렇게 바로 응할 줄 몰랐다. 도월은 놀란 듯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다.


“물어봐 주길 기다렸어.”


해선은 도월이 돌아온 그날부터 물어봐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도월의 마음이 움직여야 했던 것이기에 기다리고 있었지.


“다른 저승으로 가는 건 내가 처음이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옥황이랑 얘기할 게.”

“오늘 말고, 내일 얘기하러 가면 안 돼?”

“당연히 되고 말고.”


그렇게 둘은 돌아왔을 때 정신없이 지나가 깊이 못했던 대화를 했다.

약방을 찾는 환자도 없으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날이 밝을 때까지 함께 했다.


그 후, 해선은 방울에게도 얘기하고 문강과 소윤에게도 말했다. 다들 도월과 함께 하게 되는 해선에 부러워하며 일이 잘 풀리기를 빌어줬다.


— — — — — —


지금 옥황의 집무실은 살얼음판과도 같았다.


“자네 요구가 얼마나 황당한지 알기나 하나?”

“황당하긴 무슨. 이 아이가 자의로 이동 요청서를 올린 것을 나더러 어쩌라는 것인가?”


요청서가 올라온 것은 문제가 없었다. 이것을 가지고 온 것이 도월이라는 이유로 문제를 삼는 것이었다.


“누가 보면 강제로 뺏어가는 줄 알겠어.”

“다를 것 없지 않나.”

“이 아이가 마음이 동하여 스스로 올린 것을 왜 내 잘못으로 몰아가 것이냐?”

“단 하나의 선관이라도 데려가는 순간 아랑구와 자네를 적으로 돌릴 것이다.”

“어디서 협박질이야!”


도월의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되지도 않는 협박을 하는 옥황을 향해 물러섬 없이 맞섰다. 이제는 당신이 생각하는 선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나를 적으로 돌리면 염라가 잔치를 벌이겠구나. 그럼 그대는 저승의 적이 둘로 늘어가겠지.”

“감히 협박을 하는 것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새파랗게 어린놈의 용모로 있으니 생각 머리도 애새끼가 됐나. 선후 구분도 못하는 놈이 어디서 큰 소리야.”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염라처럼 도월에게 눌려 아무 말도 못 했다.


도월과 대등한 위치가 되었어도 본인이 위에서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직접 겪어보니 대등한 위치이지만 대등한 위치가 아니었다. 도월이 오히려 자신보다 위에 있는 존재 같았다.


“...아무튼 이동 요청서는 일단 보류 할 것이니 그렇게 알아라.”

“앞으로 우리가 상생 관계로 살아갈 것을 생각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내줬으면 하는구나..”


옥황은 한발 물러서며 요청서를 보류했다. 도월도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며, 뒤로는 승인을 하도록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른 선관들한테 최대한 피해가 안 가게 하고 싶은데.’


다른 생각에 잠겨 길을 가던 중 일이 생겼다.


쿵!


뒤에서 누군가 살기를 가지고 달려들기에 손목을 잡으며 피했는데, 일전에 시비를 걸어왔던 선관이 있었다.


‘그래. 이거야.’


기회를 찾은 도월은 옅게 입꼬리를 올리며 선관을 잡은 손을 느슨하게 풀었다. 선관은 도월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랬는지도 모르고 이어서 두 번째 공격을 했다. 팔에 상처가 생겼다.


“너 때문에 어떤 망신을 당한 줄 알아?”


도월이 아랑구에 있는 동안 선관은 일부 선관들과 내기를 했다. 내기의 주제는 당연히 도월이 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무모한 내기였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뻔함에도 자신의 체면을 위해 무리하게 내기를 걸었다.


“본인의 어리석음으로 일어난 일을 나에게 떠넘기다니.”

“시끄러워! 너만 아니면 내가 쌓아온 명성이 무너질 일은 없었다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눈을 보니 정상적인 대화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차피 대화를 길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죽어!”


일부러 어깨를 내어주며 검이 박히게 만들었다.


“하하! 거봐 신이면 내 공격을 못 피했을 리 없잖아!”

“...”

“자, 다들 보란 말이야! 피하지도 못하고 피로 물든 꼴을 보라고!”


선관이 자만을 하고 있을 때, 도월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니 작은 뇌옥이 나오며 선관을 가뒀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일이 커지니 상황을 목격한 선관이 눈치껏 옥황을 급히 찾아갔다. 옥황은 발길을 급히 옮기며 제발 아무 일이 나지 않았길 바라며 왔지만, 이미 벌어진 후였지.


도월의 어깨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선관은 뇌옥에 갇혀 있었다.


“미, 미안하네. 이 선관은 내 확실히,”

“아니. 재판을 열어 처리할 것이다. 증인은 이 상황을 목격한 선관들이면 충분할 것 같고.”


도월은 주변을 쓰윽 둘러보며 한 쪽에서 떠는 선관들을 지목했다.


“거기 그대들은 재판에 증인으로 꼭 나왔으면 하네.”

“예?”

“저희가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라는 점 참고하고, 오늘 일을 목격한 몇몇 분들도 와줬으면 합니다.”

“....”

“알아서, 눈치껏 움직일 것이라 믿습니다.”

“도월!”

“옥황은 반드시 내 옆자리에 출석하고, 재판은 돌아오는 월요일에 열도록 하겠네.”


도월은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약방으로 향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어깨가 피투성이가 된 채 걸어 들어온 도월. 약방에서 자리를 지키느라 상황을 접하지 못한 해선과 방울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났다.


“아, 아파요!”

“가만히 있어요!”


상황을 들은 방울은 일부러 아프게 치료해 줬다.


“일부러 깊게 맞았으니까 아프죠!”

“다른 방법도 많았잖아!”

“하지만 당장 그것 말고는 생각나지 않았는,”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몸을 일부러 다치는 건 아니죠.”

“저기 근데 제가 신인 거는 잊으셨나요?”

“우리한테 네가 무슨 신이야.”

“도월 님은 도월 님이죠.”

“죄송합니다...”


꼼수로 상황을 빠져나가볼까 했지만 저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다들 도월의 자리가 바뀐 것에 어려움을 느꼈지만, 이들에게 도월은 도월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뭐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치유 능력을 가져도 자기 몸에는 스스로 못 쓰는 거 알잖아요.”


수장들에게는 한 가지 제약이 있었다. 방어 계열 능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을 오로지 개인을 위해 사용하지 못한다. 이를 어길 경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했느냐에 따라 불이익이 따라온다. 그 불이익은 천차만별이지.


“못 써요?”

“몰랐어?”

“응.”

“수장들한테만 있는 제약이에요. 두 수장이 오로지 본인만을 위해 능력을 썼다가 한동안 앓아누워서 두 저승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어서 알게 됐어요.”


방울은 정말 모르는 것이 없다.


“그런 건 어떻게 아는 거예요?”

“여기에 있다 보면 알 필요 없는 것들까지 알게 되거든요.”

‘모든 정보가 모이고 퍼지는 곳. 좋은데?’


도월은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재판이 끝나면 저에 대해서 안 좋게 소문이 퍼질 거예요. 그럼 아랑구에 선관은 모이지 않을 테고. 그때, 방울 님이랑 소윤 님이 말로 잘 풀어주실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요. 마음이 동하게만 하면 되죠?”

“네.”


이것으로 모든 준비는 마쳤다.


도월은 이제 재판을 열고 판결을 하기만 하면 된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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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후기 25.02.05 5 1 1쪽
86 겨울지나 봄으로 (完) 25.02.03 6 1 12쪽
85 겨울지나 봄으로 (2) 25.02.02 6 1 12쪽
84 겨울지나 봄으로 (1) 25.01.31 8 1 13쪽
83 25.01.29 9 1 12쪽
82 잔치의 종막 (3) 25.01.27 9 1 12쪽
81 잔치의 선율 (2) 25.01.26 11 1 12쪽
80 잔치 : 가락의 시작 (1) 25.01.24 7 1 11쪽
79 잔치 : 가락 전주 - 계책 (5) 25.01.22 9 1 13쪽
78 잔치 : 가락 전주 - 준비 (4) 25.01.20 10 1 11쪽
77 잔치 : 가락 전주 - 움직임 (3) 25.01.19 10 1 13쪽
76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2) 25.01.17 11 1 12쪽
75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1) 25.01.15 11 1 13쪽
74 아물지 않았던 상처 (1) 25.01.13 13 1 12쪽
73 정착, 그리고 변화 (6) 25.01.12 9 1 23쪽
72 정착, 그리고 변화 (5) 25.01.10 10 1 12쪽
71 정착, 그리고 변화 (4) 25.01.08 10 1 13쪽
70 정착, 그리고 변화 (3) 25.01.06 12 1 12쪽
69 정착, 그리고 변화 (2) 25.01.05 15 1 13쪽
» 정착, 그리고 변화 (1) 25.01.03 16 1 12쪽
67 재회 (3) 25.01.01 16 1 12쪽
66 다시 움직이는 달 (2) 24.12.30 15 1 12쪽
65 멈춘 달, 모두의 바람 (1) 24.12.29 14 1 12쪽
64 원망, 실수, 후회 (3) 24.12.27 12 1 12쪽
63 원망, 실수, 후회 (2) 24.12.25 11 1 12쪽
62 원망, 실수, 후회 (1) 24.12.23 12 1 12쪽
61 소강상태 (5) 24.12.22 13 1 12쪽
60 변수 (4) 24.12.20 13 1 12쪽
59 확산 (3) 24.12.18 1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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