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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2.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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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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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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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그리고 변화 (2)

DUMMY

재판 당일. 도월과 옥황이 마주 앉았다. 하나, 둘씩 증인으로 나설 선관들도 들어왔다. 방울과 해선도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에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다.


정식으로 열린 재판이었다. 염라는 도월과 옥황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했다.


“이 선관이 억하심정으로 그런 것이 아니니 이 부분을 참작하여 주길 바라네.”

“그저 단순한 사고였다는 말인가?”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지. 그러나,”

“옥황 그대도 알고 있으니 이즈음에서 증인을 부르겠네.”


증인으로 온 선관들은 차례대로 나오며 그동안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얘기했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은 같이 내기를 했던 선관들이었다.


“저 친구와 도월님으로 내기를 했습니다..”

“그 내기에 걸었던 것은?”

“없습니다. 저 친구가 단순히 오기에 휩싸여 일방적으로 시작된 내기이니까요.”


저들의 말에 거짓은 없었다. 눈을 통해, 귀를 통해 보고 듣는 것을 보고 믿을 수 있었다. 남은 증언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실과 거짓 여부를 구분했다.


“선관님이 도월 님을 뒤에서 기습하기 전에도, 늘 도월 님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했었습니다.”

“저건 거짓말입니다! 저는 도월 님의 험담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진위 여부는 내가 판단할 테니 자네는 조용히 있도록 하라.”


어떻게든 죄 하나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염라의 입막음으로 인해 그럴 수 없었다. 옥황도 모르던 선관의 만행들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고개를 들지 못했고, 도월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이번 일이 생기기 전, 평소에도 도월 님을 향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죽으라며 도월 님을 향해 달려 들었고.. 그 후에는 웃으며 피로 물든 꼴을 보라고 소리쳤습니다..”


선관과 선관, 비사와 비사, 선관과 비사가 서로를 향해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도 문제가 되는데, 한 저승의 수장을 향해 깊은 피해를 남긴 것만으로도 가벼이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 하나로 죄가 무거운데 줄줄이 나오는 죄목들로 인하여 참작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그럼 선관에게 내리는 처분은,”

“염라님, 옥황님. 제가 한 가지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문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 — — — — —


도월은 문강을 만나 그에게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혹여 누군가 듣기라도 할까 가까이 붙어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내가 판결을 정한다고 하면 당연히 안 된다고 할 거야. 그때, 네가 나서서 말해줘.”

“뭐라고 말해줘?”


도월의 얘기를 들은 문강은 웃으며 승낙했다.


— — — — — —


“축령들 저승에 ‘아랑구’라는 이름이 생겼고, 주인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문강 쟤는 갑자기 뭐 하는 거야?’


해선은 갑작스러운 문강의 행동에 의아했과, 모든 이의 시선이 문강에게로 집중됐다.


“선관의 마음이 동하여 아랑구로 이동하기를 원한다는 요청서가 올라왔을 때, 승인을 하여 보내주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리고 해선의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하였는가?”

“아랑구에는 현재 선관이 없을 겁니다. 옥황님과 염라님도 아시듯이 저승에는 주인뿐 아니라 함께 저승을 이끌어갈 선관들이 필요합니다.”


저승에는 수장만이 아닌 함께 나아갈 존재가 필요하다. 혼자 모든 것을 하다가는 부작용을 가져와 저승을 병들게 만들 뿐이지.

염라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선관은 넘치고도 남는다. 그 넘치는 선관들 중, 모든 선관이 망자를 대하는 것이 맞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의견이구나. 얘기를 더 들어봐도 되겠나?”

“천국과 지옥, 천국과 아랑구, 지옥과 아랑구.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앞으로 함께 지낼 상생 관계이지 않습니까. 저승 간의 이동이 조금이나마 편안해진다면 서로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 손을 내밀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 아닌가?”


예상치 못한 염라의 말에 문강은 당황했다. 이번엔 해선이 나섰다.


“아무 이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선아.’

‘걱정 마.’

“모두 알고 있듯, 선관고 비사의 관계는 좋지 않죠. 서로 접점도 없고, 부딪힐 일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죠. 두 분과 달리 한낱 선관, 한낱 비사인 저희는 오해가 생기기 십상입니다.”


염라의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아랑구라는 중간 다리로 미연에 오해가 생겨, 마찰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언제까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부분을 생각해 주시어 판결을 내려주십시오.”

‘판을 유리하게 만든다.. 도월이 머리를 썼군.’


옥황과 염라의 눈에 도월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보였다. 하지만 옥황은 대놓고 뭐라 할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한 마디라도 잘못했다간 도월까지 적이 될 수 있기에, 하고픈 말이 있더라도 말을 아껴야 했다.


“판결을 내린다. 옥황은 아랑구로 이동 요청서가 올라오면 승인을 하고 칠주야의 채비 시간을 주도록 한다.”

“승낙하지.”

“옥황, 그대는 왜 아무 대답이 없는가? 혹시 이 판결에 불만이라도 있나?”

“...없다. 나도 승낙한다.”

“그리고 선관은 소멸에 처한다.”

“너무합니다!”


선관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 판결은 부당하고, 그대의 만행은 정당하다는 것인가?”

“...”

“그래. 그대의 행동이 정당하다면 능력을 영구적으로 봉하고, 지하 뇌옥에 가둬주지.”


판결에 불만을 토로하는 선관으로 인해 심기가 불편해진 염라. 도월은 한 번 웃어주고 염라에게 말했다.


“뭐 하러 일을 번거롭게 만드나.”

“그게 무슨 말이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락으로로 떨어뜨리는 건 어떤가?”


순식간에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도월의 표정은 가볍게 얘기한 것 같았지만 눈은 진심이었다.


“그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저 선관에게는 과한 처사고, 나한테는 정당한 처사였나?”

“크흠...”


염라는 괜히 마른 기침을 했다.


“그대가 직접 하기에 망설여진다면.”

“아, 안 된다!”

“비키거라.”

“아무리 화가 치밀이도 나락으로 보내는 건 안 된다!”


앞을 막는 옥황을 옆으로 밀며 선관과 마주했다.


“자, 잘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눈앞에 흐릿지는 것 같았다. 말 그래도 정신이 혼미해졌다. 손발이 떨리고, 혀가 꼬이며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제서야 정신을 바르게 차린 장신이, 그동안의 만행이 원망스럽고 후회스러웠다.


바들바들 떠는 꼴이 우스웠다. 처음부터 이 아이를 희생양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아이야, 내 눈을 보거라.”


턱을 살며시 잡으며 눈을 마주했다.


“아이야. 너는 능력이 있어도 쓰지 못할 것이다. 손과 발, 이유 모를 공포감이 막을 것이다. 너의 잘못으로 비롯된 일이지만 영원히 모를 것이다. 이건 너의 업보이자 영원히 받게 될 형벌이다.”

“예..”

“곤히 잠들 거라.”


그 말과 동시에 옆으로 스르륵 넘어가는 선관을 조심스럽게 받쳐줬다. 그리고 무게 잡힌 목소리로 신신당부를 했다.


“이 선관에게 이곳에서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함구하거라. 하나라도 알려주는 순간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보좌관은 선관을 데리고 먼저 돌아가거라.”

“예.”

“이게 무슨 짓인가!”

“이 정도로 넘어간 것을 감사히 여겨도 모자랄 판에 감히 반기를 드는 것이냐?”


옥황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었고, 염라는 이 상황을 미소를 보이며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상식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지적하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다고.”

“...”

“그런 곳에서 선관이 무사하면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대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는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럼 어쩔 건데.”

“뭐라?”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쩔 거냐고.”


금방이라도 신의 싸움으로 번질 것 같음에 지켜보는 모든 선관들은 긴장을 했다. 이 정도의 언쟁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몸이 반응을 했다. 저들의 방을 본 도월은 먼저 길어질 뻔한 말을 끊어냈다.


“받아들이든, 말든 그대 알아서 하고. 재판은 끝났으니 이곳에 온 선관들도 돌아가거라.”


선관들은 하나, 둘 일어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재판장에는 도월과 옥황, 염라만이 남았다. 선관이 하나도 남지 않은 곳에서 염라는 호탕하게 웃으며 도월에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이 친구, 잠깐 사이에 참 재밌어졌어. 어떻게 짧은 사이에 자기 편을 만들 궁리를 했나?”

“나는 내 편을 만들지 않았다. 저들이 내 편이 되어준 것뿐이지. 그리고 이 손은 치우게. 거북하네.”

“이것이 전부 네놈의 계략이란 말이냐?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시끄럽다. 따지려 들려거든 증거를 가져오거라.”


증거는 당연히 찾을 수 없다. 명백히 선관의 잘못이었고, 여기서 반기를 들다간 그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무너진다.


“그래.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나오거라. 꼭!”

“덕담까지 해주다니, 고마워라.”


도월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에 옥황은 이를 알갔다.


“그럼 앞으로 선관들의 이동 요청서가 올라오면 바로바로 승인해 주길 바란다.”

“도월!”

“만약에 나에게 이동 요청서가 올라오거나 아랑구와 맞지 않는 것 같으면 다시 보내도록 하지.”


저 뒷모습에 간악한 독사가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것에 소유욕이 있던 옥황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여기서 판결을 거부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그저 눈을 시퍼렇게 뜨고 도월의 뒷모습을 노려볼 뿐이었다.


— — — — — —


“나.. 너무 무서웠다.”

“나도...”


해선과 문강은 넋을 놓고 있었다. 자신들은 감히 닿을 수 없는 신과 싸우는 도월이 멀게 느껴졌다. 이 둘이 도월을 낯설게 느끼는 동안, 소윤과 방울은 재판장에서 옥황과 서로 노려보던 도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매사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언젠가 곤란해질 텐데..’

“다 여기 계셨네요.”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월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기는 잘 끝났어요?”


소윤은 혹시 무슨 일이 있지 않았나, 그래서 어디 다치지 않았을까 하여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이젠 쉽게 다쳐서 오지 않아요.”


방울이 이번 일에 대해 지적을 했다.


“이런 식으로 일을 만든 건 조금 위험했어요. 잘못하면 도월님이 역으로 당할 수 있었다고요.”

“둘은 당장 저한테 아무 짓도 못해요. 어떻게 오른 자리인데, 쉽게 자기 얼굴에 다시 먹칠을 하겠어요.”

“그래도 다음엔 조금 더 복잡한 수를 준비하시는 게 좋아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계획된 얕은수였다.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은 꽁꽁 감춘다. 반대로 얕은수는 의도적으로 어떤 의중을 품었는지 훤히 보여준다. 하지만 반박당할 정도로 허접한 얕은수는 안 된다. 허접한 얕은수는 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간파 당하여 깨지게 된다.


“복잡한 수가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잖아요.”

“그럼 다음 수를 준비할 때는요?”

“네?”

“방울님은 복잡한 수 다음에는 얕은수를 보여줄 건가요?”


그건 아니다. 복잡한 수를 처음에 보여줬다면 그다음은 더 치밀하고 복잡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론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것을 실현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당연히 말이 달라진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하면 좋지. 하지만 쉽게 지치지 않아야 돼.’

“미래를 본다면 어렵겠죠..”


수 싸움이 아닌 심리전 또한 곁들여야 한다. 옥황과 염라는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그저 잔잔하고 긴 싸움이 될 뿐이에요.”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오랜 시간 얼굴을 봐야 하는 만큼, 싸워야 할 때에는 싸우고, 손을 잡아야 할 때에는 싸우면 된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식구를 맞이하려면 준비가 여러모로 필요해서요.”


아랑구로 돌아가려는 도월의 뒤를 문강이 따라갔다. 그리고 걱정 어린 말을 했지.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두 분한테 모함 당해서 죽으면 어쩌려고?”

“내가 그 둘한테 죽음을 당하는 일은 없어.”

“그래도...”

“두 번은 안 당해.”


그렇게 도월은 미소를 보여주며 돌아갔다.


앞으로 어떤 수를 보여주게 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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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후기 25.02.05 5 1 1쪽
86 겨울지나 봄으로 (完) 25.02.03 6 1 12쪽
85 겨울지나 봄으로 (2) 25.02.02 6 1 12쪽
84 겨울지나 봄으로 (1) 25.01.31 8 1 13쪽
83 25.01.29 9 1 12쪽
82 잔치의 종막 (3) 25.01.27 9 1 12쪽
81 잔치의 선율 (2) 25.01.26 11 1 12쪽
80 잔치 : 가락의 시작 (1) 25.01.24 7 1 11쪽
79 잔치 : 가락 전주 - 계책 (5) 25.01.22 9 1 13쪽
78 잔치 : 가락 전주 - 준비 (4) 25.01.20 10 1 11쪽
77 잔치 : 가락 전주 - 움직임 (3) 25.01.19 10 1 13쪽
76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2) 25.01.17 11 1 12쪽
75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1) 25.01.15 11 1 13쪽
74 아물지 않았던 상처 (1) 25.01.13 13 1 12쪽
73 정착, 그리고 변화 (6) 25.01.12 9 1 23쪽
72 정착, 그리고 변화 (5) 25.01.10 10 1 12쪽
71 정착, 그리고 변화 (4) 25.01.08 10 1 13쪽
70 정착, 그리고 변화 (3) 25.01.06 12 1 12쪽
» 정착, 그리고 변화 (2) 25.01.05 15 1 13쪽
68 정착, 그리고 변화 (1) 25.01.03 15 1 12쪽
67 재회 (3) 25.01.01 16 1 12쪽
66 다시 움직이는 달 (2) 24.12.30 14 1 12쪽
65 멈춘 달, 모두의 바람 (1) 24.12.29 14 1 12쪽
64 원망, 실수, 후회 (3) 24.12.27 12 1 12쪽
63 원망, 실수, 후회 (2) 24.12.25 11 1 12쪽
62 원망, 실수, 후회 (1) 24.12.23 12 1 12쪽
61 소강상태 (5) 24.12.22 13 1 12쪽
60 변수 (4) 24.12.20 13 1 12쪽
59 확산 (3) 24.12.18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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