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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완결

송하월
작품등록일 :
2024.10.14 12:07
최근연재일 :
2025.02.05 22: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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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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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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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1.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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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착, 그리고 변화 (5)

DUMMY

“누가 맨몸으로 비 맞으래!”

“아니.. 그게...”


도월은 지금 해선에게 혼나고 있다.


“쓰읍! 누가 변명해도 된다고 했지?”


저승에는 날씨가 아주 간헐적으로 바뀐다. 지옥은 바뀌지 않고, 천국은 매우 간헐적으로 바뀐다. 그러나 아랑구는 두 저승과 달리 계절별로 지역이 있으니 날씨도 이승과 같이 종종 바뀐다.


마침 전날, 비가 세차게 내렸다. 선관이 전보다 늘어났다지만 현저히 부족한 수에 도월이 직접 하는 부분이 많다. 혼자서 매일 무리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많이 담당하고 있다.


“그 이동술 뒀다가 썩힐 거야?”

“그래도...”


축령들이 비를 피할 곳을 만들어주는 것을 중간에 놓을 수 없어 비를 맞으면서 움직였다. 그러다 열이 지독하게 올라 쓰러졌고, 놀란 축령들은 말 등에 도월을 얹고 해선에게 달려갔다.


“쓰읍! 몸 망가뜨려 놓고 어디서 변명이야.”

“죄송합니다...”

“진짜 나중에 큰일 나면 어쩌려고 그래. 옛날에도 보고서 보다가 상처 벌어졌다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청령 님이 나한테 전서구 보내서 알았...지.”


무심코 너무 아무렇지 않게 청령의 이름을 얘기했다가 아차 했다.


그날 이후로 도월은 청령과 현진에 대해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런 얘기가 나올 분위기라면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그때도 선배들이 챙겨줬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열기운 때문인지, 약기운 때문인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졌다.


“내가 너무 받기만 했어.”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왜 그때는 뱉어진 말 너머의 진짜 의미를,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왜 늦게 알았을까.

진짜 의미를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남아있는 것은 없었고, 남은 흔적도 모두 없어진 뒤였다.


“나 선배들이 너무 보고 싶어..”

“달아..”

“선배들이랑 다시 같이 지내고 싶어··· 그런데 나는 이런 욕심내면 안 되잖아.. 다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나는... 욕심내면 안 되는 게 맞잖아... 그런데 너무 보고 싶어...”


늘 현진과 청령이 그리웠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옥황과 염라를 보면 현진과 청령이 더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리워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자신 때문에 둘이 낙원을 잃고, 삶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이 그날에 갇힌 것은 그 둘을 그렇게 만든 벌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본인 탓이라 여기며 감정을 꾹꾹 눌러왔었다.


“우리 달이... 혼자 앓느라 고생 많았네.”


늘 씩씩한 도월이었기에 회복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도월에게도 아파할 시간이 충분히 필요했고, 감정을 토해낼 시간이 필요했다.


해선은 자신이 도월에게 울며 영원이 보고 싶다고 했던 상황이 생각났다. 그렇지만 그때와 너무 달랐다. 자신은 우연히라도 볼 수 있었지만, 도월은 아니었다. 다시는 볼 수 없다. 그렇기에 지켜보는 입장에서 더 마음이 아팠다.


“나는 이러면 안 되잖아.. 안 되는 게 맞잖아... 이러면 선배들한테 염치없잖아...”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그저 도월의 눈물을 품으로 받아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도월은 한참을 소리 내어 울다 지쳐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열병인지 마음병인지 일어나지 못하고 앓아누워 있었다.


— — — — — —


열병이 지나가고 시간이 꽤 지났다. 그동안 선관들도 많이 모였다. 각 지역의 약방에 선관들이 다 모였고, 부족한 선관들도 각 위치에 맞게 배정을 했다. 지금까지 온 선관은 도월과 마음이 맞았고, 서로 잘 지내는 선관들이 왔다.


선관들과 잘 지내며 자리를 잡은 어느 날, 옥황이 천국으로 왔다.


“기별도 없이 이게 무슨 경우지?”

“그냥. 선관들이 꽤 모였다고 해서, 잘 지내가 궁금해서 왔지.”


잠시 잊고 있었다. 옥황과 염라가 다시 머리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것을.


“더 필요한 거는 없나? 옛정을 생각하여 도움을 더 주고 싶은데.”

“아랑구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그대의 도움은 필요 없다.”

“그렇게 딱 자르지 말고. 진짜 필요한 것은 없나?”


도월은 한 가지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서글서글하게 웃어 보였다.


“그럼 나와 한 가지 계약을 하지 않겠나?”

“계약을?”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늘 선을 긋던 도월이 뜻을 맞춰주는 것이 의아스러웠다. 그러면서도 저리 어여쁜 얼굴로 웃으며 말하는데 넘어가지 않을 사내가 몇이나 될까. 옥황의 눈이 다른 의미로 떨리고 있었다.


“어, 어떤 계약을 원하는지..”

“망자를 지켜주겠네.”

“그게 정말인가?”

“내 조건은 언제든 협력 및 도움을 요청할 때 흔쾌히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네.”

“그거는..”

“왜? 망자를 지키는 게 더 힘들지 않나. 아니면 내가 무리한 요청을 할까 봐 그러나?”

“그럴 리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럼 그대 집무실로 가서 계약서를 쓸까?”


그의 등에 손을 올리며 자연스레 집무실로 이끌었다. 의문을 가질 시간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계약서는 어느 쪽에도 불리한 부분이 없도록 꼼꼼하게 작성했다.


-어느 한 쪽이라도 원하면 계약은 즉시 파괴된다.-


원본과 사본 마지막 줄에 넣었다. 만약을 위해서였다.


“사본은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원본은 그대가 갖고 있게.”

“오늘따라 이상한 거 아는가?”

“뭐가?”

“왜 이렇게 호의적으로 나오는지 궁금하단 말이지.”


옥황은 턱을 괴며 도월을 올려다봤다.


“앞으로 잘 지내 보려고 그러는 것이지. 우리는 상생 관계이지 않나.”

“단순히 그런 관계로,”

“옥황님, 급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그럼 난 이만 가지.”


도월은 계약서를 들고 집무실을 나왔다.


“달아~!”


저 앞에서 문강이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그건 뭐야?”

“계약서. 옥황이랑 거래를 했거든. 사본이랑 원본 나눠서 갖고 있기로 했어.”

“네가 갖고 있는 건 뭐야?”

“당연히 원본이지.”


도월은 옥황의 시선이 보좌관에게로 향했을 때 원본을 들고나왔다. 찍힌 날인에 겉으로 봐서 큰 차이는 없다. 도월이 손을 대야 비로소 차이가 드러난다.


“원본의 빛무리는 내 손에 있으면 빛나는데, 사본은 아무 반응이 없어. 이건 옥황이랑 같이 정한 부분.”

“왜 계약을 한 거야? 그러다 뒤통수 맞으면 어떡하려고.”


문강은 아직도 도월이 걱정됐다.


“걱정 마. 나락으로 보내면 보냈지, 내가 두 번 나락으로 가지는 않아.”


겨우 이 한 마디에 불안하면서도 안심이 됐다.


— — — — — —


그 후로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엔 염라가 도월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옥황과 다르게 예의를 차리며 다가왔다.


“내가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그대 기운이 좀 넓게 퍼져야 말이지. 만나자고 한 이유가 뭔가?”

“우리가 천국, 지옥, 아랑구는 앞으로 상생 관계가 아닌가. 그래서 서로에게 이득인 계약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염라는 옥황과 다르게 먼저 계약을 제안했다. 순조롭게 옥황과 맺었던 동일한 계획을 맺었다.


“원본은 사본은 내가 갖고 있겠네.”

“그런 호의를 보일 줄이야.”

“그동안 내가 너무 못해준 게 많은 것 같아서 말이야.”


자처해서 사본을 갖겠다라. 인상 좋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에 숨은 의도에 의심이 됐다. 그렇지만 아직 그 의도를 불신한다는 티를 내는 건 시기적으로 이르다.


“마음 쓰고 있을 줄 몰랐는데. 고맙네.”

“그럼 앞으로 잘 지내봄세.”

“그러지.”


서로 의중을 감춘 채 인상 좋은 얼굴로 악수를 했다.


— — — — — —


“하...”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도월. 계약을 핑계로 이리저리 간섭을 많이 할 것을 알았지만 상상 이상이었다.


“자연환경 조성은 조화롭게 해야지.”


“여기는 경계가 너무 뚜렷해.”


“아이고, 저기 폭포 뒤에 균열이 있는 것 같은데. 저런 것도 수장인 그대가 미리미리 관리해야지.”


“축령들이 밤에는 쉴 수 있는 곳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어떻게 선관으로 있을 때 보다 더 못하는지. 이러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지”


처음에는 수용 가능한 선에서 간섭을 할 때에는 참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선을 넘나들며 정도가 심해졌다. 결국 도월은 똑같이 챙겨주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탑이 많이 부실한 것 같은데. 심장을 지키려면 보수 공사를 해야 하지 않나?”

“지금도 충분하네만.”

“충분했으면 그리 망가지지 않았겠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보수 해놓게나.”


옥황에게는 탑을 들먹이며 시작했다.


“지옥은 하천의 경비가 허술해진 것 같던데.”

“늘 신경을 쓰고 있네만.”

“그럼 사고가 줄어들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어찌 줄었다는 말이 들리지 않지?”


염라에게는 하천의 사고들을 들먹였다. 겨우 시작에 불과한데 다들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게다가 둘의 집무실에는 보지도 않은 보고서들이 구석에 박혀있던데.”

“거기까지 간섭하는 건 선이 넘는다고 생각하네.”

“수장에게 올라갈 보고서를 얼마나 정성스레 적는지 내 그 마음을 잘 알아서 그러네. “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수하들의 정성이 괄시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거라니까.”

“그만!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하지 않았나.”


겨우 이 정도도 참지 못한 염라가 언성을 높였다.


“왜 그러는 것이지?”

“그대의 언행은 챙겨주는 걸 넘어서지 않았나.”

“나는 그대들이 챙겨준 것이 고마워 돌려주려는 것뿐인데.. 이리 내 마음을 몰라줘서..”

“챙겨주기는 무슨. 그건 간섭이라고 하는 것이다.”

“옥황, 그대도 내가 간섭하는 것이라 생각하나?”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옥황은 곤란한 듯 시선을 돌리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묘하게 달라진 그의 분위기에 염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대들이 부담스럽다고 하니 그만하지.”

“진작에,”

“허나. 그대들이 나를 또 정성스레 챙겨주려 한다면, 나도 적극적으로 도움과 관심을 배로 돌려주겠네.”

“그거 참 고마운 말이네.”

“그럼 먼저 일어나지.”


처음부터 길게 갈 수 없었던 그들의 계략은 빠르게 막을 내렸다.


“이봐.”


그리고 염라는 보다 낮은 목소리로 옥황을 불러 세웠다.


“도월한테 마음이라도 생겼나?”

“무,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야.”

“하, 어이가 없어서.”


손가락으로 옥황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야, 정신 똑바로 차려. 일 그르치게 만들지 말고, 단독 행동하지 말고!”

“어디서 명령질이야.”

“뭐?”

“내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하지 마.”


저리 악을 쓰는 꼴이 우스웠다. 눈에서부터 감추지 못하고 확연히 드러난 것을 아닌척하는 꼴이라니. 기가 찼다.


“도월에게 원망을 사지 않았나? 반박도 안 해, 그렇다고 제 수하를 지킨 것도 아니야.”

“감히 나한테 원망을 길게 가지겠나.”

“도월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그 녀석은 원한을 쉽게 지우는 녀석이 아니야.”


다른 곳에 있던 염라보다 도월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자주 봤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고, 종종 마주했지만 파악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녀석한테 네가 그럴 마음을 가질 자격이 있냐고.”

“...”

“착각하지 마라. 네가 가진 그 같잖은 마음은 한낱 기우에 불과한 것이다.”


옥황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죄책감을 건드리며 자신에 손바닥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모든 것을 손바닥 안에 두려는 염라. 옥황이 조금도 벗어나려는 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주말도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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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후기 25.02.05 5 1 1쪽
86 겨울지나 봄으로 (完) 25.02.03 6 1 12쪽
85 겨울지나 봄으로 (2) 25.02.02 6 1 12쪽
84 겨울지나 봄으로 (1) 25.01.31 8 1 13쪽
83 25.01.29 9 1 12쪽
82 잔치의 종막 (3) 25.01.27 9 1 12쪽
81 잔치의 선율 (2) 25.01.26 11 1 12쪽
80 잔치 : 가락의 시작 (1) 25.01.24 7 1 11쪽
79 잔치 : 가락 전주 - 계책 (5) 25.01.22 9 1 13쪽
78 잔치 : 가락 전주 - 준비 (4) 25.01.20 10 1 11쪽
77 잔치 : 가락 전주 - 움직임 (3) 25.01.19 10 1 13쪽
76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2) 25.01.17 11 1 12쪽
75 잔치 : 가락 전주 - 만행 (1) 25.01.15 11 1 13쪽
74 아물지 않았던 상처 (1) 25.01.13 12 1 12쪽
73 정착, 그리고 변화 (6) 25.01.12 9 1 23쪽
» 정착, 그리고 변화 (5) 25.01.10 10 1 12쪽
71 정착, 그리고 변화 (4) 25.01.08 9 1 13쪽
70 정착, 그리고 변화 (3) 25.01.06 12 1 12쪽
69 정착, 그리고 변화 (2) 25.01.05 14 1 13쪽
68 정착, 그리고 변화 (1) 25.01.03 15 1 12쪽
67 재회 (3) 25.01.01 16 1 12쪽
66 다시 움직이는 달 (2) 24.12.30 14 1 12쪽
65 멈춘 달, 모두의 바람 (1) 24.12.29 13 1 12쪽
64 원망, 실수, 후회 (3) 24.12.27 12 1 12쪽
63 원망, 실수, 후회 (2) 24.12.25 10 1 12쪽
62 원망, 실수, 후회 (1) 24.12.23 12 1 12쪽
61 소강상태 (5) 24.12.22 13 1 12쪽
60 변수 (4) 24.12.20 12 1 12쪽
59 확산 (3) 24.12.18 1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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