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으로 탑을 부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백도일
작품등록일 :
2024.10.15 15:27
최근연재일 :
2024.12.10 17:05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61
추천수 :
8
글자수 :
75,779

작성
24.10.17 22:20
조회
29
추천
2
글자
12쪽

2화 데자뷰(2)

DUMMY

2화 데자뷰(2)


- 흠흠, 여러분 잘 들리시나용?


엥?


너무나도 어이없는 상황에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 아아, 갑작스러운 현상 때문에 많이 당황하셨죠?

하늘을 뚫고 나온 탑은 뭔가 싶기도 하고요! 헤헤.


아니, 생긴 거만 보면 낮고 차분하게 감정 없이 말해야 할 거 같은데

말투가 왜 저래?


- 걱정마세요! 다행히 탑의 등장으로 죽은 사람은 없답니다!

이미 사전에 작업을 다 해뒀단 말이죵.

뭐 다친 사람은 있긴 하지만, 그거는 제 알 바 아니구용.

왜?

아무도 안 죽었으니까용~ 제 책임 없음!


자기 혼자 질문하고 대답하네.


이 상황은 알고 있다. 아마 나 말고 많은 사람들도 알고 있겠지.

전형적인 웹툰, 웹소설 클리셰잖아.

탑이 나오고 마물이 나오고 헌터가 생기고···

이미 한물간 클리셰인데?


-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있겠죠?

여러분들은 이제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거에요!!!

그렇게 꿈꿨던 능력의 발현, 미궁을 돌다 보면 나오는 귀한 보석들!

인생 말아먹은 사람들도 얼마든지 도전해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구용?

그리..


“웃기지마! 끝을 모를 거 같아?

우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탑에 잠식되든 뭐가 되든 결국 너희들의 뜻대로 놀아나겠지!”


안경을 낀 한 학생이 전광판을 보며 소리쳤다.


오 뭘 좀 아는 놈인가? 웹소설을 꽤나 많이 읽었네.

탑은 결국 인간에게 득이 되지 않는 법!


- 오! 웹툰이나 웹소설을 꽤 많이 보셨나 봐용?


“그래! 좀 읽었지.”


그 학생은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면 안내자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아시겠죠?


안내자의 말을 끊으면..?


탑의 등장, 이어지는 안내자의 등장과 설명.

설명을 듣다 말고 안내자에게 화를 내는 사람.

중간에 말을 끊고 불만을 토한다?


무조건 죽는다.

목이 잘려 죽던, 터져서 죽던.


안내자는 처음으로 불만을 토하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그리고 죽임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다.

그럼 그 공간은 비명으로 가득 차겠지.


학생은 자신의 운명을 짐작했는지 얼굴이 창백해지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 이치는 깨달았으나, 삶의 한 치 앞은 보지 못했구나.

첫 희생자가 되어줘서 고마워.

죽어.


퍼-엉!!!!!!!!!!!!


귀를 찢을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운 붉은 빛의 섬광이 온 세상을 휩쓸었다.


모든 사람이 학생의 최후를 짐작한 듯 눈을 감고 학생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 하하, 여러분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요?!

저는 여러분들의 소원을 들어준 착한 안내자인걸용?

여러분을 죽이면 제 손해인데 왜 죽이겠어요!


털-썩


학생은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 저는 말을 끊는 걸 싫어한답니다?

이렇게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끊으면 진짜로 펑-!


미친놈이다.


사람들도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안내자를 더 경계했다.


- 앞서 말했듯! 여러분은 이제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답니다!

이 탑은 여러분, 더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의 욕망이 충족되어 세워졌어요.


아무리 써도 써도 사라지지 않을 돈의 홍수를 맛보고 싶나요?

모든 사람이 선망하며 우러러보는 명예를 가지고 싶나요?

여러분을 괴롭힌 못된 녀석들에게 복수할 힘을 가지고 싶나요?

여러분을 평생 괴롭힌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고 싶나요?

우주와 심해의 끝, 그곳의 존재와 신의 유무,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닫고 싶나요?

더 나아가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존재를 살리고 싶나요?

어때요? 탑을 좀 오르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안내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욕망을 실현시켜 줄 ‘탑’이 있으니 마음이 동하겠지.


안내자는 사람들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 자! 여러분의 표정을 보니 슬슬 궁금한 게 많은 거 같은데요?

궁금한 게 있으시나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거리는 시장통처럼 떠들썩하기 시작했다.


- 그렇게 얘기하시면 정리가 안된다고요?

흐음?


안내자는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자신의 말을 끊은 학생을 가리켰다.


- 아까 제 말을 끊은 분! 대표로 발언하세용!


모두 학생을 쳐다봤고 학생은 당황한 눈초리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어 사람들이 학생에게 다가가려고 한 순간,


- 이제부터 모든 사람의 발언을 금합니당!

질문은 오로지 학생만!

그에게 다가가거나 질문을 유도할 경우 책임지지 않아용?


사람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학생은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소리쳤다.


“탑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필요해! 능력의 각성 조건은? 능력은 1개만 주어지는 거야? 그리고 상태창..!”


- 말이 너무 길어용,

능력은 탑에 들어가면 어련히 확인할 수 있어요!

그래도 힌트를 주자면 여러분의 가능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네요?


“가능성..?”


학생은 안내자의 말을 듣고 고민하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어 질문했다.


“우리는 무엇과 맞서 싸워야 해? 그리고 탑에서 죽으면?”


- 흠.. 층별로 다르겠죠?

여러분의 적은 상상에서만 봤던 마물을 잡아야 할 수도 있고,

수많은 함정이 가득한 미궁에서 탈출해야 할 수도 있겠죠.


이어 안내자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 그리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죽으면 당연히 현실에서도 죽지요?

큼, 그래도 1층에서는 죽지 않으니 마음껏 가능성을 발휘해 보세용! 헤헤


1층에서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가능성이라..

꽤 큰 힌트 아닌가?


- 마지막으로 질문받을게요!


학생은 마지막이라는 말에 고심하다가 입을 뗐다.


“탑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 굳이 위험에 처할 필요는 없다 생각해.”


- 물론 안 들어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탑과 외부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거든용!

다만..


다만?


- 안 간 것들은 도태되겠죠.


감정이 읽히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안내자가 미소 짓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것도 보지 않은 공허함 속에서 빛나는 광기.


- 그리고, 에엣?

뭐지, 분명 경계는 확실한데?


안내자가 갑자기 당황한 듯 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동시에 탑 위층의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저건 뭐지?

뒤틀린 공간 사이로 무언가.


그 순간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응? 엄마, 무슨 일 있어?”


엄마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지진이 나질 않나, 이상한 탑이 생기질 않나. 불안하구나.

오늘은 집에 얼른 들어오렴.”


“알았어요, 안 그래도 이제 들어가려..”


쨍그랑


“꺄—악!”

“여보, 괜찮아? 너 누구야!”


휴대폰 너머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와 엄마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아빠가 누군가에게 말하는 소리.


서-걱


“여보!!!!”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엄마가 아빠를 부르는 소리.


삐—————


뇌를 찌르는 듯한 이명과 함께 온몸의 털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불안함.

뭔가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 아아, 여러분 걱정마세요!

잠깐 문제가 있었는데용, 금방 해결하거든요!

그때까지 안녕!


안내자는 손을 흔들더니 모든 디스플레이가 꺼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털썩-


뭐지, 왜 갑자기? 라는 생각과 함께 내게도 수마가 찾아왔다.

서서히 눈이 감기고 편안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뇌를 찌르는 듯한 이명 소리가 편안함을 뿌리쳤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만 서 있고 모두가 쓰러져 있었다.


다들 잠들었을 뿐이야.

지금은 이런 거에 신경 쓸 시간은 없다.


이내 죽을힘을 다해 집으로 달렸다.


설마 아닐거야.

이럴 때만 맞지 말라고. 제발, 제발.


불안한 생각은 대부분 현실이 된다고 그랬나.

집에 가까워질수록 이명 소리는 더 커지기 시작했다.


간신히 집에 도착했을 때,

이명 소리와는 반대로 집은 고요했다.


사실 나는 이미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문을 열지도 않았으나 코를 찌르는 비릿한 피 냄새.


“아.. 아.. 제발.”


긴장한 표정으로 문을 열면 보이는 거실.

구름 벽지 위에는 핏방울이 여기저기 튀어 있고 테이블은 뒤집혀 있다.


바닥은 짙은 피가 고여 있었고,

그 피의 선은 안방까지 쭉 뻗어 있었다.


꿈과 똑같다.


가만히 서 있으니 째깍째깍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

현실을 부정하듯 비틀비틀 걷다 보니 끈적거리는 소리가 좁은 공간을 울렸다.


안방을 열려고 하니, 살면서 감히 경험해 본 적 없는 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삐————


신호를 무시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가만히 안을 바라보았다.

저항한 흔적,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팔,

그리고 그 중간에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는 한 시신.


음? 이건 아빠 팔인데 왜 떨어져 있지.

아까까지 통화도 한 엄마는 왜 빈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누구에게도 질 거 같지 않던 아빠는 왜 목이 잡힌 채로 떠 있을까.


“하하..”


사람이 미치면 웃음이 나온다고 그랬나.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


“..화민아.”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서 억지로 힘을 주니 나오는 소리.

하지만 소리는 분명했다.


아빠는 나를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아빠가 미안해.”


서-걱

툭-


미소를 짓던 아빠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냈다.


“음. 멋진 표정이군.”


아빠의 목을 자른 녀석의 목소리.


손끝이 떨렸다.

이곳이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평범한 일상이 깃들었던 집이라는 사실이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놈을 쳐다보았다.


왜지? 왜? 도대체 왜?

왜 우리 집에서, 우리 부모님인 건데.

왜? 도대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냐?”

“이 개새끼야!!!”


온몸에 분노를 끌어모아 소리치며 그놈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더니, 갑자기 시야가 아래로 쏠렸다.

그리고 나는, 마주했다.


팔은 힘없이 축 늘어졌고, 다리는 바닥을 지탱하지 못한 채

천천히 무너지는,

내 몸이었다.


“컥-”


나는 두 손으로 목을 부여잡은 채로 헐떡거리며 숨을 들이마셨다.


“오호. 감이 좋구나.”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 올리며, 내 쪽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대로 달려왔으면 현실이 됐을 터. 분수를 알아라.”

“왜.. 왜 죽인 거야!”


그는 멈춰서더니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음.. 가능성 때문이라 하면 이해가 되나.”


가능성? 아까 안내자가 한 말이다.

능력의 기반.


“너희 어미는 빛의 가능성을 지녔지. 보고만 있어도 황홀할 정도야.”

“고작.. 그런 거 때문에 죽인 거냐!”


차갑고 공허한 눈빛 속에 살짝 빛나는 광기.


“고작? 네 어미는 그 중의 원석, 그 가능성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

그리고 어미를 지키려다가 죽은 네 아비.”


그는 마치 그 과정을 복기하듯 생각하다 말했다.


“능력도 없는 인간이 그 정도의 패기를 보여줄 수 있음에 감탄했다.

아마 그놈도 탑에 갔다면 꽤 나쁘지 않은 능력을 얻었을 터.

벌레마냥 펄떡거린 것은 흠이긴 하지만. 후후.”


그리고 그는 다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손에 떨어지는 피,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내 머리속을 울리는 종소리처럼 들렸다.


이어 입꼬리가 한없이 천천히, 거의 마비된 듯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미소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지을 수 없는 완전히 왜곡된 미소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자의 잔인한 기쁨,

그리고 다음은 내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미소였다.


어차피 도망갈 수 없어. 도망가도 죽는 건 똑같다.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지?

생각해, 생각해 내.


그는 내 앞에 선 채로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네 차례군.”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육감으로 탑을 부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3. 유명세(6) 24.12.10 7 0 9쪽
12 12. 유명세(5) 24.12.10 6 0 14쪽
11 11. 유명세(4) 24.12.10 7 0 12쪽
10 10화 유명세(3) 24.12.10 6 0 17쪽
9 9화 유명세(2) 24.12.01 12 0 13쪽
8 8화 유명세(1) 24.11.29 16 0 13쪽
7 7화 가능성(4) 24.11.24 15 0 13쪽
6 6화 가능성(3) 24.11.22 15 1 13쪽
5 5화 가능성(2) 24.11.21 18 1 14쪽
4 4화 가능성(1) 24.11.02 27 1 12쪽
3 3화 데자뷰(3) 24.10.19 19 1 12쪽
» 2화 데자뷰(2) 24.10.17 30 2 12쪽
1 1화 데자뷰(1) 24.10.17 84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