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감으로 탑을 부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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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백도일
작품등록일 :
2024.10.15 15:27
최근연재일 :
2024.12.10 17:05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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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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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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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79

작성
24.1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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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가능성(1)

DUMMY




안내자는 갑자기 내 휴대폰을 통해 나타났다.


- 제가 말하고 있는데 기절하지를 않나,

일어났길래 후딱 왔는데 대화하고 있지를 않나,

여러모로 쉽지 않은 분이네용?


“그놈은 뭐지? 그리고 너도.”


- 다짜고짜 본론부터 얘기하다니..!

넘 성미가 급한 거 아니에용?

그리고 제가 살려줬는데 고맙다 말은 안 하나요?


“내가 왜? 탑관리가 잘 됐으면 했으면 애초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 윽..!


“오히려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안내자는 당황한 듯 다급하게 대답했다.


- 그건 갑작스레 튀어나온 그의 문제라구요!

설마 그렇게까지 해서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차원의 경계를 세우는 데 저 정도면 빠른 편이라구용!


“내가 피하지 않았으면 병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장례식장에서 봤겠지.”


순식간에 내 뺨을 스쳐지나간 바람.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 그러게요! 어떻게 피한 거죠?

그것도 평범한 일반인이!


“어쩌다보니..”


안내자가 신기한 생명체를 본 듯 눈을 빛냈다.


- 설마요, 그의 공격은 어쩌다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신체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아직 능력도 없을텐데..

대체 뭘까용?


“됐고, 내가 물어본 질문에 답이나 해봐. 너는 뭐고, 그놈은 누구지?”


- 저는 말씀드렸잖아요? 탑의 안내자라고!

그저 사람들을 탑으로 인도하는 존재지용?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없어요.


“왜지?”


- 탑의 규율 떄문이죠. 다만..


안내자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뭔가 다짐한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 당신의 부모님이 그렇게 된 건 제 잘못도 있으니.. 이정도만 말씀해드리죵.

그는 탑의 플로어 보스 중 하나에요.


“플로어 보스? 얼마나 가야 볼 수 있는거지?”


- 그가 있는 곳까지 오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다만 지금껏 별 문제가 없었는데 탑의 규율을 어기면서까지 행동을 했다는 건..


엄마의 가능성 때문이라고?


“그게 도대체 뭐길래?”


- 이 이상은 얘기하기 껄끄러워요!

다만 그는 규율을 어긴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보상으로 당신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는 것이죠!


“내 가능성의 확장? 그게 무슨..

아니, 결국 내가 탑에 들어가면 되는 거지?”


- 맞아용.


뭔가 안내자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 같긴하지만 어쩔 수 없다.

결국에 탑에 들어가는 것만이 답이니까.


이후 안내자는 탑에 들어가면 보자고 말한 뒤 사라졌다.


내가 해야할 건 간단하네.


“아, 누나. 다름이 아니라,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탑에 들어가려고요.”




***




퇴원 후 부모님의 장례식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눈물이 나올 틈조차 없었다.


애도는 그놈을 죽이고 나서도 늦지 않아.


그리고 나는 지금 탑의 문 앞에 서있다.


“누나가 그때 허가증을 주면서 관리관에게 보여주면 된다고 했으니··· 아.. 저기 있네.”


관리관은 허가증을 보더니 신상을 묻고 명단을 대조했다.


“이화민님 확인했습니다.

앞서 안내자가 말했듯 1층에서는 죽지 않으니 최선을 다하길..”

“감사합니다.”


거대한 문 앞에 서니 문구가 나타났다.


[탑에 진입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가 무심하게 깜빡였다.


예, 아니오.

선택지는 언제나 둘 중에 하나지만 나는 주저없이 답했다.


“예.”


대답과 함께 거대한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짙은 안개로 보이지 않는 앞길.


두려움 없이 한 발 짝 내디뎠다.

바로 그 순간, 차가운 안개가 내 피부를 감쌌다.


[탑의 1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안개가 걷히자, 나는 방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내 앞은 로봇이 보였다.


말그대로 로봇.

로봇은 서서히 움직이더니 눈에서 푸른빛이 깜빡였다.


“여기는 탑의 1층, 가능성의 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총 5라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방을 나가면 시험이 바로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가능성을 맘껏 발휘해주세요.”


“무기는 따로 안 주는 건가?”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은 골렘의 목소리가 한 차례 더 울려 퍼졌다.


“이곳에서 당신의 행동이 곧 당신의 능력이 될 것입니다.”


이내 로봇은 자기 할 말을 다한 듯 멈췄다.


“뭐야, 설명이 성의가 없네.”


문을 열고 나가니 밖은 엄청나게 넓은 동굴이었다.

그리고 땅바닥에는 온갖 무기들이 뒹굴고 있었다.


검, 창, 활, 방패, 도끼, 너클, 망치, 사슬낫, 단검 등.


[10초 뒤에 몬스터가 소환됩니다. 준비하세요.]


“준비할 시간도 안 줘?”


하지만 미리 생각해 놓은 게 있다.

얼른 무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단검은 허리에 차고,

검과 방패를 들었다.


[몬스터가 소환됩니다.]


문구와 함께 동굴 가운데서 짙은 안개가 생겼다.


뭐가 나와도 이겨낸다.


안개가 점차 걷히더니 고블린 한 마리가 멀뚱멀뚱 서있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나를 발견하더니 미친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키에엑—”


고블린은 정말 고블린스럽게 생겼달까.

짐승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뭉둥이를 들고 달려드는 건 꽤나 위협적이었다.


다만 애초에 힘도 내가 더 강할 뿐더러 난 무기가 있다.

그리고 고블린이 무서운 점은 다수일 때.


“고블린 한 마리면 해볼 만 하지!”


내게 뛰어드는 고블린을 방패로 쳐내니 녀석은 땅바닥을 굴렀다.

허나, 구르기가 무섭게 땅을 박차고 내게 달려들었다.


머리 위로 날라오는 뭉둥이.

방패로 뭉둥이를 막고 검으로 고블린의 팔을 가격했다.


검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보니 완전히 자르지는 못했지만,

녹색 피부를 가르며 깊숙이 벤 팔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그러자 괴성을 내며 달려오는 고블린이었지만 단순해서 상대하기가 쉬웠다.


직선으로 달려오는 고블린을 방패로 쳐내고,

검으로 뭉둥이를 들고 있는 팔을 베자 몽둥이를 떨어뜨리고 땅을 구르는 고블린.


“무기를 냅두면 쓰나..”


즉시 뭉둥이를 걷어차고 방패로 땅을 구르는 고블린의 발목을 찍었다.


“키엑!!!!!!”


으스러진 발목.

다음은 양손.


퍽- 퍽-


고블린 목이 터져나갈 듯 괴성을 질렀다.

굳이 죽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휴 아프겠다. 그래도 다음 라운드에 또 고블린이 나올 수도 있으니 잘 봐야지..후후”


방패로 마저 움직일 수 없게 제압을 하고 난 뒤,

단검을 꺼내서 고블린의 옷을 자르고 몸을 관찰했다.


그러자 죽여달라는 듯 나를 쳐다보는 고블린.


뭔가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거 같은데..?


“얌마!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 같잖아! 금방 끝나. 걱정마.”


단검으로 고블린의 피부를 찔러가며 확인을 하고 있다보니 특이점을 찾았다.


“그렇지~”


쇄골 밑으로 미세하게 그어진 선.


검으로 사람의 팔을 한번에 자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장 짚단 베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나같은 초보자가 휘두르면 박히기만 해도 잘한 거라고 쳐야된다.


여튼, 검으로 무언가를 베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쇄골의 선 주변으로는 단검으로 긋기만 해도 종이를 자르는 것처럼 한번에 베어진다.


“다른 고블린 놈들도 너처럼 쇄골에 선이 있어야 될텐데 말이야.”


[1라운드를 클리어하셨습니다. 5분 뒤에 전투가 재개됩니다.]


나름 휴식시간을 주는 건가.


나는 무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재정비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들고 있는 무기는 검, 방패, 단검.


기본 전투는 방패로 공격을 막고 검으로 친다.

무기를 못 다루는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


그리고 단검만 더 챙겨서 허리와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10초 뒤에 몬스터가 소환됩니다. 준비하세요.]


아!


나는 급하게 무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창을 꺼내들었다.


10초가 지나고 안개가 생긴다.

그리고 안개가 걷어질 쯤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


안개 쪽으로 달려가면서 형체를 향해 강하게 던진다.


“키에엑—“


안개가 걷치고 보이는 건 배에 창이 꽂힌 채로 활을 든 고블린 1마리와

칼을 들고 있는 고블린 4마리.


형체가 확인되자마자 가장 앞에 있는 고블린들에게 달려들었다.

방패로 옆에 있는 고블린을 쳐내고, 순식간에 검으로 쇄골을 베었다.


쇄골에서 터져나오는 피.

고블린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늦었다.


찌릿-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위험신호.


어느새 내 뒤로 온 고블린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게륵-!”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몸을 피하고 검을 휘둘렀다.

휘두른 검 끝이 고블린의 배에 깊이 박혔다.


퍽-


하지만 굴하지 않고 비명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고블린.


아직까지는 좋아.

방패로 쳐내고 이제 베면..!


“젠장.”


고블린이 검을 잡고 놓지를 않았다.

그와 동시에 내 얼굴로 이빨을 들이미는 녀석.


어쩔 수없이 검을 놓으며 피했다.


남은 건 멀쩡한 두 마리랑 배에 검이 박힌 놈.


허리 춤에 있던 단검을 꺼내 죽어가는 놈에게 던지고 창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고블린이 미친 듯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단검을 다시 꺼내 달려오는 놈들에게 던지고 창을 뽑으려 했다.

고블린의 근육이 창날을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


“미친, 이것도..!”


그 순간 한 마리가 빠르게 돌진해왔다.


간신히 창을 뽑고 방패로 막았다.

얼마나 빠르게 달려왔는지 부딪히자 방패와 함께 내 몸이 넘어갔다.

그리고 위에서 칼로 내 머리를 찍으려는 녀셕.


방패를 발로 걷어차 위에 있는 고블린을 엎어뜨리고 창으로 쇄골을 뚫었다.

그러자 비명을 지르며 죽는 녀석.


이제 남은 건 하나다.


“후.. 이제 혼자네?”


나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남은 한 마리를 쳐다보았다.


녀석이 먼저 내게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피할 것도 없다.


창은 기니까.


퍽!


녹색 피부를 가르며 창이 목을 꿰뚫었다.


고블린의 비명이 짧게 들리다 끊겼다.

피가 땅에 흐르며 주위가 고요해졌다.


[2라운드를 클리어하셨습니다. 5분 뒤에 전투가 재개됩니다.]


나는 그제서야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후우.. 확실히 많으니까 상대하는 게 골치 아프네···

처음에 아처를 못 잡았으면 꽤 위험했겠어.”


처음이 고블린 1마리, 두번째가 고블린 아처랑 그냥 고블린 4마리다.

다음 라운드도 고블린이 나올까.

뭐가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나는 누워 휴식을 취했다.


체력이 그나마 회복되고 일어나 방패를 들고 다시 싸울 준비를 했다.


[10초 뒤에 몬스터가 소환됩니다. 준비하세요.]


“이번에도 형체가 보이면 창부터 던지고 본다.”


짙은 안개가 생겨나고, 서서히 옅어질 무렵 앞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는데?”


내가 말을 하자마자 순식간에 내 왼쪽 측면에서 무언가 날아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방패를 들어 날아오는 것을 막았다.


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왼쪽을 바라보았으나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내가 말하자마자 쎄한 느낌이 들어 뒤를 보니 다시 무언가 날아오고 있었다.


“으악!”


괴성을 지르며 뒷걸음질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러자 내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빠르게 S자 모양의 형체.

이번에도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말을 할 때만 공격이 들어왔다.

혹시 몰라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니, 상대도 반응하지 않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일어서서 상대를 찾으려고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보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다만, 스윽스윽 무언가 기어다니는 소리.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봐도 상대는 보이지 않는다.

슬쩍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내서 소리가 들리는 곳 근처에 단검을 던졌다.


팅!


단검이 바닥과 부딪혀 팅겨나오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엄청난 속도로 단검을 향해 달려들었다.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으니 누런색 비늘에 머리가 검은 뱀이었다.

순식간에 날아와서는 단검을 깨물고 땅에 닿으니 모습이 사라졌다.


단검을 보니 뱀이 깨물었던 부분이 부식되어 있고 그 위로 독처럼 보이는 액이 질질 새고 있었다.


미친···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아까의 상황을 복기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드는 것 같은데 떨어진 곳에서 뛰어드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


아까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 왼쪽에 떨어졌으니..

이번에는 단검을 내 앞쪽으로 던져봤다.


그러니 왼쪽에서 날아오는 뱀.


후후, 넌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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