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가져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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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임아이디
작품등록일 :
2024.10.15 15:55
최근연재일 :
2024.11.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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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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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키퍼

DUMMY

찬서가 눈을 깜빡였다. 주변이 고요했고 깜깜했다. 아무런 느낌도 안 느껴졌지만 찬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꾸니까. 기억을 못할 뿐.  그러니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이다. 찬서는 걸음을 천천히 늦췄다.


“그러니까 이 사람 꿈 속 시체 매장 현장을 찾아보라는 거죠?”


- 네. 시체가 보이지 않아 피해자 유족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깜깜했던 사위가 점점 변해갔다.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울창한 나무들이 보였다. 찬서가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어두운 밤, 비오는 밤, 숲 속. 살인범의 꿈속은 꽤 생생했다. 그의 꿈을 대신 꾸고 있기 때문에 다 느낄 수 있었다. 축축한 흙의 냄새. 흙에 스며든 차가운 비의 냄새. 피부에 와 닿는 생경한 빗줄기의 감각.


‘생각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네.’


그 순간 제 몸이 어딘가로 향하는 것을 느낀 찬서가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따라갔다. 차분한 찬서의 표정과 다르게 그가 볼 장면들은 잔인하고 무자비하기 그지없을 테지만 그는 의뢰를 해결해야 했다.


덜컹 소리와 함께 차 트렁크가 열렸다. 꽤 큰 SUV 차량. 열린 트렁크 안에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검은 캐리어가 들어 있었다. 잠깐 캐리어를 내려다보던 찬서는 우비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캐리어를 꺼냈다. 드는 순간 느껴지는 무게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 진짜 무겁네.”


말을 뱉은 찬서는 캐리어를 내렸다. 그리고 캐리어를 돌과 흙이 가득한 바닥 위에서 질질 끌고 갔다. 덜커덩 거려도, 캐리어가 잠깐 옆으로 돌아도 돌아보지 않고 끌고 간 찬서는 정해진 구역이 있는 듯 걸음을 뚝 멈췄다.


‘여기구나.’


“하··· 이제 이곳도 더 묻을 곳은 못 되는 것 같다. 포화 구역이야, 포화 구역.”


자신의 말에 찬서는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살인범은 이 피해자가 처음이 아닌 것 같다고. 곧 파헤쳐질 이 곳에는 적어도 두 명 이상의 시체가 나올 것이라는 걸.


- 이제 나와도 될 것 같지 않아요? 삽도 이미 이 자리에 뒀겠다, 캐리어도 끌고 왔겠다. 굳이 시체까지 볼 필요는······.


‘아뇨, 혹시 몰라요. 이렇게 했다가 위치를 바꿀 수도 있으니 파묻고 차타고 나오는 것까지 확인해야 해요.’


- 그 말도 맞긴 한데··· 일단 알겠어요. 혹시 모르니 끝난 뒤 상담 예약해 둘게요.


‘네.’


캐리어가 지익 열렸다. 찬서는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캐리어에 구겨져 들어가 있는 시체와 눈이 마주쳤다. 봉지에 담긴 채 눈을 뜨고 있는 여자. 그녀를 잠깐 응시하던 찬서는 옆에 둔 삽을 들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허억, 헉··· 이제 됐다.”


흙을 파는 것을 멈춘 것은 삽이 어딘가를 푹 찔렀을 때였다. 흙이 아니라 푹신하면서도 절대 흙 아래에서 느껴져서는 안 되는 무언가. 삽을 거기서 빼내자 비닐소리가 났다.


- 시체 위에 시체를 쌓겠다······?


파트너인 재연의 중얼거림에 찬서 역시 마음속으로 맞장구쳤다. 그게 맞는 듯 찬서가 뒤로 돌아 비닐로 둘러싼 시체를 캐리어에서 꺼내 구덩이로 던졌다. 그리고, 삽을 들어 주변에 뿌려져 있던 흙을 다시 쌓아올렸다.


구덩이 속 여자의 눈과 몇 번이고 마주쳤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상했다.


“아 씨, 오늘 말고 내일 파묻을 걸 그랬나. 체력이 딸리네.”


시체를 파묻는 사람치고 평온한 생각, 말투, 목소리였다. 말을 뱉은 찬서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 같지도 않은 말을 한 자신에 역겨움이 몰려왔지만 살인범은 헛구역질조차 한 적이 없어 구역질을 할 수 없었다.


- 이제 깨우겠습니다.


‘네, 제발 그래주세요.’


바로 직후 흔들리는 느낌에 눈을 번쩍 뜬 찬서가 몸을 일으켰다. 식은땀이 가득한 찬서의 얼굴을 본 재연이 한숨을 내쉬며 수건을 건넸다.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던 찬서가 재연을 쳐다봤다.


“어떻게 됐어?”


“다행히 네 덕분에 위치를 잘 발견했기 때문에 자료를 바로 경찰에 전송했어. 곧 출발한다는 연락이 올 거야.”


“··· 의뢰인에게는 자료를 보여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아무래도 그러려고. 너무 잔인해서. 일단 내가 상담 예약해 뒀으니 좀 쉬었다가 상담 받으러 가. 알겠지?”


재연의 말에 찬서가 고갤 끄덕였다. 곧 재연과 찬서의 손목에 걸린 워치에 알람이 왔다. 


[우산 팀의 자료를 받아 경찰이 현장으로 출발합니다. 도움 감사합니다.]


문자를 받은 찬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보기 위해 올렸던 팔을 내렸다. 재연이 어깨를 두드리며 같이 현장실을 나왔다. 


“아, 너무 잔인한 걸 봤더니 지친다.”


“기분이다! 야, 내가 마실 거 사줄게. 가자!”


재연이 이끌자 힘없이 따라가던 찬서는 워치를 켜 일정을 확인했다. 재연이 해결해야 할 의뢰는 3시간 뒤. 아직 시간이 있었다. 커피 하나 사 마시고 떠들 시간은 충분했다.


“어, 박 찬서 씨! 한 재연 씨!”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춘 찬서가 이를 악물었다. 재연 역시 눈을 질끈 감으며 짜증스러운 숨을 뱉었다. 그리고 사회성 미소를 지은 채 몸을 돌렸다.


“강 이사님. 잘 지내셨어요?”


“아유, 나야 우리 우산 팀 덕분에 잘 지내지.”


“아이, 저희가 뭘 했다고요. 그래도 이사님이 잘 지내신다니 다행이네요.”


‘왜 잘 지내냐? 하루에 세 번은 한숨 쉬면서 살아, 이 자식아.’


속마음과 전혀 다른 말을 뱉으며 미소를 유지한 찬서와 재연의 어깨를 강 이사가 어깨를 두드렸다.


“7월 달도 우산 팀 실적이 장난 아니야? 평판도 좋고. 아주 좋았어. 이번 8월 달도 잘해보자고!”


 “네!”


“화이팅!”


힘차게 답한 둘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강 이사가 고갤 끄덕인 뒤 둘을 지나쳤다. 그가 멀어진 후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운 찬서와 재연이 헛웃음을 뱉었다.


“왜 잘 살지? 따로 힘든 일은 안 생기나?”


“그러니까. 하··· 입맛 떨어졌어. 짜증나.”


“그래도 음료는 마셔야지. 가자.”


재연이 찬서의 어깨에 팔을 걸치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카페에 가는 와중에도 이상하게 계속 만나게 되는 상사들에 인상을 찌푸린 찬서가 음료를 받자마자 재연에게 눈빛을 보냈다. 찬서의 눈빛을 읽은 재연이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 * *


「 꿈길 기업의 시작은 2027년 봄이었습니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자신이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영상 매체를 통해 밝힙니다. 그 여성은 당시 스물다섯, 박 예은 씨. 예은 씨는 뇌과학 연구소의 설득 끝에 연구에 참여하게 됩니다. 」


“찬서 씨랑 재연 씨는 진짜 이거 자주 보러 오네요.”


“음, 은근 재미있어요. 가끔 시간 때울 때.”


“그리고 이사님이나 귀찮게 하는 사람들도 안 오고요?”


“그게 제일 크긴 하죠. 근데 뭐, 진짜 이사님들만 피할 마음으로 움직였다면 별관에 갔겠죠.”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요.”


꿈길기업 정보관 직원이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찬서가 다시 시선을 돌려 화면을 봤다.


「 하지만 계속 신변이 노출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예은 씨는 연구를 중단하길 바랐고, 곧 연구는 중단 됩니다. 


그로부터 2년 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들은 예은 씨 같은 능력자들을 찾아내 국가 기관에서 요원으로 양성하고 있다는 첩보를 받게 됩니다. 


능력자들을 찾아내 요원으로 양성한 국가들은 꿈속의 무의식에서 기밀 정보를 알아내 정보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까지. 정부는 이 첩보를 밝혔고 이 때문에 국가 간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


스크린에는 과거에 국가들끼리 정상 회담을 가져 다투고 책임을 미루던 못난 어른들의 모습이 보였다. 찬서와 재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 이 소식을 알게 된 능력을 가진 국민들 몇몇이 실험체가 되긴 싫지만 자신의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뒤떨어지는 게 싫다는 이유로 연구를 재개 하게 합니다.  이들은 안전 보장, 실험 시간 준수, 마지막으로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고 국가는 받아들입니다. 이 이후부터 연구를 지속해 2042년,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드림 키퍼 각성 기관과 관리국, 그리고 꿈길기업이 설립됩니다. 」


“그렇지. 그렇지.”

찬서가 고갤 끄덕이며 스무디를 쭉 들이켰다.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재연 역시 흥미로운 눈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확실히 입사했을 때 간단하게 봤던 영상보다 좀 더 상세했다. 


「 꿈길기업은 능력을 가진 이들을 드림 키퍼라고 불렀습니다. 드림 키퍼 요건은 세 가지. 첫 번째. 자신의 꿈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알 것. 두 번째. 다른 이들의 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세 번째. 뇌파가 감마파가 아닌 이를 넘어선 리버티파일 것. 」


「리버티 파는 연구에 참여한 능력자들이 잠에 들면 나타나는 희귀하게 형성되는 뇌파로, 능력자들이 나오며 새로 생긴 뇌파이죠. 이렇게 끝일 줄 알았지만 능력을 쓰는 동안 이들은 꿈속에 있기 때문에 백업해주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


「 이 정보를 통해 만들어진 게 바로 드림 키퍼의 파트너, ‘키퍼 에이더’입니다. 그리하여 꿈길기업에서 현장 일을 하는 ‘드림 키퍼’와 ‘키퍼 에이더’ 둘이 파트너가 되어 한 팀을 구성하게 됩니다. 현재 꿈길기업에는 서른 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드림 키퍼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꿈길기업에 소속되지 않고 능력을 사적으로 이용해 돈을 벌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드림 코베터라고 명명하게 됩니다. 드림 코베터를 잡는 것 역시 꿈길기업과 경찰의 주요 업무 중 하나죠.」


스크린 속 그림이 휘황찬란하게 반짝였다. 심드렁한 얼굴로 보던 찬서는 작게 웃었다. 어린이들이 가끔 견학을 올 때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최대한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 너무 잘 보인 탓이었다.


「 꿈길기업에 있는 드림 키퍼와 키퍼 에이더의 주요 업무는 정찰과 의뢰해결입니다. 정찰의 경우 매일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세금을 더 내고 자신의 꿈에 키퍼들이 침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국민들이죠. 」


「 자, 정찰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정해진 시간동안 정찰을 하며, 허용한 집에 달아놓은 드림 캐쳐가 알림을 울릴 때 바로 달려가 꿈에 침입한 드림 코베터를 잡는 것이 정찰입니다. 이 때 드림 키퍼는 몽중법을 위반한 이를 체포할 수 있게 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드림 코베터의 얼굴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합니다.  이 업무를 볼 때, 꿈길기업은 경찰과 협업을 한다고 할 수 있어요. 」


화면 속 선생처럼 보이는 캐릭터가 얼굴을 들이밀며 손가락을 하나 더 들어, 손가락으로 '2'를 표시했다. 찬서는 속으로 '아이들 마음에도 안 들 것 같은 그림체···' 라고 생각했다.


「 두 번째, 의뢰 해결은 말 그대로 공개 되어 있는 드림 키퍼들의 능력에 따라 들어온 의뢰를 배부하고, 그 의뢰를 받은 드림 키퍼들은 능력을 사용해 의뢰를 해결하는 겁니다. 」


“근데 어린애들은 여기 정보관에 보여주는 내용만 보고, 현장팀이 업무를 보는 별관에는 못 들어오는데 견학이 되긴 하나?”


“그래서 여기 요즘엔 견학 잘 안 오잖아. 이제 여기도 폼으로 있는 것 같다고 아까 그 직원분이 그러시던데.”


“본인이 그렇게 말하셨다니 할 말이 없네.”


찬서가 고갤 끄덕였다. 그 외에는 정보 공개를 잘 하지 않는 꿈길기업 특성 상 적당한 내용의 안내들만이 흘러나왔다. 곧 영상이 끝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됐다. 2027년 봄을 얘기하는 스크린을 보던 재연이 찬서에게 말을 걸었다.


“박 찬서. 이제 슬 우리 집무실로 갈까?”


“음, 역시 그럴까··· 그러자!”


가는 길에 강 이사 같은 인간들을 만나지 않길 바라며 정보관 출구 문을 열었다. 가서 자신과 재연의 오늘 일정을 다시 확인하고, 처치실에 가 검사를 받아야 했다. 상담은, 조금 더 있다가.


작가의말

당신의 꿈을 가져가겠습니다를 연재하게 된 세임아이디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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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배신자 색출 24.10.30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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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자식을 위하여(4) 24.10.28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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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 여자의 이야기(1) 24.10.21 8 0 13쪽
8 드림 코베터? 24.10.20 10 0 11쪽
7 불편한 의뢰 24.10.20 8 0 11쪽
6 6화 복수 24.10.18 8 0 11쪽
5 5화 정찰 시작 24.10.18 9 0 12쪽
4 죄인 24.10.16 8 0 11쪽
3 미래에서 본 24.10.15 9 0 12쪽
2 소문 24.10.15 10 0 12쪽
» 드림키퍼 24.10.15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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