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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임아이디
작품등록일 :
2024.10.15 15:55
최근연재일 :
2024.11.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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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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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본

DUMMY

“저는 다른 이들의 꿈을 가져오는 능력이 있어요, 재문 씨. 그 대상은 일반인이고 루시드 드리머고 드림 키퍼고 가리지 않죠.”


“아··· 그렇, 군요.”


톡. 톡. 검지로 손에 쥔 작은 병을 두드리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찬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재문에게 다가갔다. 아름은 무감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니까 다음에 악몽 자주 꾸면 저한테 와서 의뢰하세요. 그럼 직원 DC 해서 싸게, 악몽 없이 편안한 밤 보낼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재문 씨는 저보다 정찰을 더 자주 하시니까, 자는 거 하나하나가 정말 중요할 거 아니에요.”


“······.”


재문은 대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찬서는 자신의 과거를 가지고 비웃었던 재문을 기억하고 있었다.


‘뭐라고 했더라. 될놈될? 그렇게 생각하니 어릴 때 드림 키퍼가 되려고 애쓴 과거가 너무 추해보인다고? 그랬던 내가 뒤늦게 드림 키퍼가 돼서 특별 취급 받으니까 배가 좀 아팠나 보지?’


기본 능력만 있는 드림 키퍼들을 깔보는 말은 자신도 싫어했다. 자신은 아예 능력조차 없는 키퍼의 파트너였으니까. 하지만 재문에게는 확실히 알려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시한다면, 본인도 이렇게 무시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이제 일하러 가야 해서.”


찬서는 재문의 답을 들을 생각도 없었는지 말을 마친 후 재문 옆으로 지나쳐갔다. 그런 찬서를 보던 재문이 이를 악문 채 주먹을 쥐었다가 아름과 눈을 마주치고 황급히 고갤 돌렸다.


“감정 잘 추스르고 들어와요. 저도 아람 씨랑 할 일이 있어서.”


재문의 어깨를 두드린 아름 역시 재문을 지나쳐 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 * *


“뭐?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고? 또라이네.”


“착하게 말해준 거야. 마음 같아서는 쌍욕 하고 싶었어.”


“그래, 쌍욕 안 한 게 어디냐. 잠시만, 의뢰 내용 한 번 더 확인 좀 할게.”


재연의 말에 찬서가 패드를 건넸다. 재연은 패드에 적힌 의뢰 내용을 다시 꼼꼼히 확인했고, 그 사이 찬서는 기기, 그리고 기기와 연결되는 에이더 헤드폰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너는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는 헤드폰 확인을 하더라.”


재연의 말에 검사를 마친 헤드폰을 목에 걸던 찬서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 헤드폰 검사를 굳이 왜 하는지 형이 물으면 어떡하지. 형이 예전에 헤드폰 고장 난 사이에 벌인 사고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검사하고 있는 건데.”


“좀 지난 일 아닌가······?”


눈을 굴리며 답하는 재연에 찬서는 다른 말없이 수면제를 건넸다. 더 이상 떠들지 말라는 의미를 담은 행동에 재연은 조용히 약을 삼키고 침대에 누웠다.


“날짜는 그냥 2년 후면 언제든 괜찮다고 했어. 그래도 정하자면 3년 후인 2085년 9월 1일. 장소는··· 여기.”


장소를 확인한 재연이 고갤 끄덕였다. 의뢰인은 최소 2년 뒤의 미래를 알고 싶어 했다. 상담을 통해 그 이유가 영리적 목적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에 의뢰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저 살아계시는지만 확인하면 돼.”


“알겠어.”


미래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은 보통 누군가의 생사를 궁금해 했다. 그리고 보통은 자기 자신의 생사를 가장 궁금해 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들, 협박을 받고 있는 사람들 등등.


의뢰 상담 일지에 적힌 말을 빤히 내려다봤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그 친구를 그냥 뒀다면 더 안 좋은 길로 빠졌을 테니까요. 그 친구가··· 3년 후에 석방됩니다. 더 빠를 수도 있지만, 문제가 더 생기지 않는다면 늦어도 3년 후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석방돼요. 잡혀갈 때 제게 죽이겠다고, 나오자마자 죽일 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잠에 들 수가 없어요. 그래서 미래에 제가 살아있는지 확인을 하고 싶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를 위해서 한 일이었으나 그 일을 이유로 친구에게 목숨을 위협 당하다니. 눈을 감은 재연의 이마와 관자놀이에 기기의 전선을 붙였다. 그리고 헤드폰을 켜 제 목소리를 인식시켰다.


‘처음에는 왜 굳이 헤드폰에 한 음성만 인식 되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는데. 확실히 이게 편하긴 해. 주변에서 누가 시끄럽게 말해도 헤드폰이 목소리를 인식하고 걸러줘서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곧 까맣던 기기의 화면에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재연이 제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중인 것 같았다. 곧 화면이 재연의 방을 비췄다. 처음엔 어디인가 했지만 예전에 재연의 집에 찾아간 이후로 재연의 무의식 배경이 재연의 방임을 알게 됐다.


“이제 날짜 잘 떠올리시고, 들어가시죠.”


- 네에.


재연이 말끝을 늘리며 대답했다. 그의 눈 깜빡임을 따라 화면이 까맣게 변했다가 방을 비추기를 반복했다. 재연이 날짜와 시간을 떠올리는 듯 했다. 화면에는 점점 다양한 빛깔이 나타나는 밝은 경계가 생겼다.


‘이제 들어가겠네.’


곧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 화면을 채웠다. 완전 하얗게 된 것은 아니었고 붉은 선, 노란 선, 초록 선 등 다양한 색의 빛나는 선들이 스쳐지나갔다.


- 음, 잘 들어온 것 같아요.


“그래 보이네요. 그럼 의뢰인 분이 잘 지내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죠?”


- 네!


아직 지나지 않은 시간이라 몸에 얽매이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어 재연은 미래에 가는 의뢰를 유독 좋아하는 편이었다. 과거에 관한 의뢰가 들어오면 그 때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자신이 있던 곳과 거리가 어떤지 알아야 의뢰를 받을지 말지 알 수 있으니까.


- 어?


화면을 보고 있던 찬서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의뢰인의 집에서 나오는 두 남성을 응시했다. 한 명은 의뢰인. 한 명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친구였다면 찬서가 모를 수가 없었다.


‘혹시 몰라 친구의 얼굴도 제공했으니.’


그러다 재연의 시야 내에, 가깝지 않은 곳에 인영이 보였다.


“재연 씨. 저기, 가로등 쪽으로 좀 가볼래요?”


- 가로등? 어··· 그 친군데요?


“맞죠? 가 봐요. 한 번.”


재연이 빠르게 이동해 가로등 뒤에 숨어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분명했다. 의뢰인이 신고해 감옥에 갔던, 그래서 의뢰인을 원망했던 그 친구였다. 아무래도 의뢰인의 우려대로 복수를 하러 온 것 같았다.


- 근데, 해할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지금은.


“왜··· 아, 손에 아무것도 없구나.”


- 네.


자신에게 익숙한 공간도 아닌, 의뢰인의 집 앞에 찾아왔음에도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지인과 인사를 하는 의뢰인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닫혀 있던 입술이 열렸다.


- 영준이, 잘 지내고 있구나.


그는 웃는 의뢰인, 그러니까 영준의 얼굴을 본 뒤, 천천히 뒤돌아 반대로 걸었다.


- 음, 복수를 생각하고 있는 얼굴은 아닌데요?


재연의 말에 찬서 역시 동의했다. 분노가 없었다. 친구의 눈에는 분노만 없는 게 아니라 뭐가 없었다. 텅 빈 것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잠시만··· 친구 분 혹시······.”


망설이다 말을 잇는 찬서에 재연은 귀를 기울였다. 찬서는 눈썰미와 감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 찬서가 하는 말이라면 일단 뭐든 들어두는 게 좋았다.


“계속 친구 분을 따라가 봐요. 느낌이 좋지 않아.”


- 네? 왜요?


“일단, 가요.”


* * *


잠시 뒤, 찬서와 재연은 미래를 보고 왔다며 의뢰인인 영준에게 연락했다. 영준은 연락을 받은 즉시 찾아왔다. 그런 그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영준이 긴장한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패드를 건네받은 영준이 영상을 틀었다.


“엇, 가로등 뒤에··· 민석이가······.”


“네, 알고 있습니다. 조금 더 보시죠.”


재연의 말에 겁에 질려 흥분한 영준이 몸을 몇 번 들썩이다가 겨우 고갤 끄덕였다. 화면에서 영준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오직 민석만 보였다. 쓸쓸한 표정으로 의뢰인을 보는 민석에 화면을 보던 영준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찬서가 영상을 잠시 정지했다.


“민석 씨 표정이 참 신경 쓰이시죠.”


“민석이 녀석이 저런 표정을 지은 건 처음 봅니다.”


“저희가 봤을 때, 원망이나 분노가 담긴 눈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르니 의뢰인 분과 멀어진 뒤의 민석 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계속 따라갔습니다.”


찬서는 말을 마친 뒤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터덜터덜 걸어가던 민석이 다시 한 번 영준이 있던 쪽을 돌아봤다가 앞을 봤다.


- 잘 지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연행 될 때 내가 했던 말 때문에 일상이 망가졌을까 마음에 걸렸는데.


작게 중얼거렸지만 다 들렸다. 민석의 속마음을 들은 영준의 눈이 커졌다. 민석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지만, 마지막으로 봤을 때의 민석은 정말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자신을 찾아온다면 분명 살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민석은 영준이 제 말에 겁을 먹어 일상이 망가진 건 아니었을까 진심으로 걱정하고 후회했다. 그리고 출소 후 찾아와 영준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했다. 분노도. 살의도, 흉기도 아닌 딱 하나, 잘 살고 있길 바라는 마음 하나를 가지고 찾아왔던 것이다.


“아직 조금 더 봐야 해요. 이 날, 누군가는 죽습니다.”


찬서의 말에 영준이 놀란 눈으로 패드를 보던 시선을 올려 찬서와 눈을 맞췄다. 찬서의 눈빛에 의해 저도 모르게 다시 패드로 시선을 내린 영준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민석의 행보를 가만히 보던 영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민석이······.”


찬서와 재연이 고갤 끄덕였다. 패드를 쥐고 있는 영준의 손이 덜덜 떨렸다. 민석이 철물점에서 산 밧줄을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 이후 영상이 끊겼다.


“여, 여기까지만 본 건가요? 민석이는······.”


영준의 물음에 재연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들어가서 다 봤습니다. 그런데··· 의뢰인 분께서는 안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왜 저런 선택을 한 거죠? 제가 신고를 해서, 전과자가 돼서 그런 건가요? 저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설령 그런 이유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고 해도 의뢰인 분께서 잘못된 일을 한 게 아니에요.”


“그럼 대체 왜······.”


혼란스러워하는 영준의 손에서 패드를 빼낸 재연이 그의 의문에 답했다.


“교도소에 있을 때부터 가족들과는 다 연이 끊겼다고 들었어요. 가족들이 면회를 와도 받지 않고 면회를 받아도 원망만 쏟아내니 아무리 가족이라도 힘들었겠죠. 교도소를 나왔더니 곁엔 아무도 없고, 전과자니 희망이 없다고 느낀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죽을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강한 사람도 가끔 한 없이 약해질 때가 있습니다. 타이밍이 안 좋게 맞물리면 무너지게 되기도 해요. 그래서 죽기 전에 가장 마음에 걸렸던 의뢰인 분을 확인하러 갔던 것 같습니다.”


“······.”


영준은 입을 꾹 다문 채 책상을 내려다봤다. 그를 바라보던 재연이 손을 뻗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영준이 고갤 들었다.


“외로움에 잠식된 상황일 겁니다.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고요. 민석 씨를 많이 아끼십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아니었다면 굳이 신고 안 했습니다. 내버려 뒀을 거예요.”


“그렇다면 민석 씨를 먼저 만나러 가세요. 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나오라고 말해주세요.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울 테니 나오라고. 그것만으로도 민석 씨는 조금은 살고 싶어질 겁니다.”


“그거로 될까요?”


영준의 물음에 재연이 고갤 끄덕였다. 좌절감과 자신을 향한 혐오감에 점철된 정신은 그 따뜻한 말 한 마디에 쉽게 누그러질 것이 분명했다.


“···감사합니다. 역시 재연 씨 능력을 사용해달라는 의뢰를 넣은 건 잘한 것 같습니다. 아니었다면 이런 사실을 몰랐을 테니까.”


“아닙니다. 저희 서비스에 만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재연은 그저 웃으며 고갤 저을 뿐이었다. 찬서 역시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번 뱉는 영준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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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자식을 위하여(4) 24.10.28 9 0 12쪽
14 자식을 위하여(3) 24.10.27 9 0 11쪽
13 자식을 위하여(2) 24.10.25 9 0 12쪽
12 12화 자식을 위하여(1) 24.10.24 9 0 12쪽
11 몽타주 24.10.23 9 0 12쪽
10 그 여자의 이야기(2) 24.10.22 8 0 12쪽
9 그 여자의 이야기(1) 24.10.21 8 0 13쪽
8 드림 코베터? 24.10.20 10 0 11쪽
7 불편한 의뢰 24.10.20 8 0 11쪽
6 6화 복수 24.10.18 8 0 11쪽
5 5화 정찰 시작 24.10.18 9 0 12쪽
4 죄인 24.10.16 8 0 11쪽
» 미래에서 본 24.10.15 9 0 12쪽
2 소문 24.10.15 10 0 12쪽
1 드림키퍼 24.10.15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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