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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임아이디
작품등록일 :
2024.10.15 15:55
최근연재일 :
2024.11.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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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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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

DUMMY

“아. 형도 상담 예약해 뒀다?”


“나? 왜··· 냐고 묻기엔 나도 충격이 좀 컸다.”


영준은 보지 못한, 찬서와 재연만 본 민석의 끝이 다시 떠오른 듯 재연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찬서도 보긴 했지만 화면상으로 보는 것과 눈앞에서 보는 건 확실히 달랐다.


“어흐, 피곤해. 우리 정찰은 내일이지?”


“응. 이제 곧 퇴근 시간도 되가니까 정리하고 가면 될 것 같은데.”


찬서의 말에 재연이 고갤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 봤다. 아까와 달리 뭔가 좀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찬서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 말수가 줄어들었다. 멀리서 원재와 윤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어, 원재 씨. 윤 씨!” 


찬서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찬서를 발견한 원재와 윤이 찬서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찬서 씨.”


“윤 씨. 무슨 일 있어요? 뭔가 좀 어수선한데.”


찬서의 물음에 할 말을 고르던 윤이 작게 속삭였다.


“조금 전에 의뢰인 한 분이 도착했어요. 근데··· 상태가 좋진 않아요. 요즘 떠돌고 있는 도시 괴담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도시 괴담이라면······.”


찬서의 중얼거림에 원재가 고갤 끄덕였다. 집무실에서 다 같이 봤던 도시 괴담.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여자를 꿈에서 봤다는 괴담.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찾아왔다는 건가요?”


재연의 물음에 원재가 고갤 살짝 까딱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의뢰 내용은······.”


“아직 정확한 내용은 몰라요. 1차 상담 진행 중이니까 끝난 뒤에 팀 배정 되고 그 팀에서 2차 상담 진행하겠죠.”


맞는 말이었다. 1차 상담을 통해 거절하거나 의뢰에 맞는 능력을 가진 드림 키퍼가 있다면 그 팀에 의뢰를 배정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팀에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의뢰인과 2차 상담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었다.


“꿈 때문에 괴롭다. 그러니 무슨 상황인지 좀 알게 해 달라. 라고 말하면 찬서 씨가 불려갈 것이고··· 가끔 자신도 모르는 트라우마가 꿈에 나타날 때가 있어서 찾아오는 분도 계시니까 그걸 알아보시려는 생각이시면 우정 씨가 불려갈 것이고.”


“근데 원재 씨도 악몽 못 꾸게 하는 능력이라서 불려 가실 수도 있지 않을 까요······.”


“아, 내가 날 까먹었네.”


“자, 어쨌든 내일 알게 될 거니까 오늘 이른 걱정하지 마시고 퇴근합시다.”


침울해지는 원재와 찬서를 보던 윤이 웃으며 둘의 어깨를 두드렸다. 저 멀리서 위로 질끈 묶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다가오는 우정이 보였다.


‘우정 씨가 불려갈 것 같기도 하고······.’


윤이 작게 혀를 찼다.


* * *


집에 들어온 찬서가 지친 낯으로 소파에 앉았다. 소파 앞에 던져둔 자신의 가방을 멍하니 보다가 들려오는 작은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엄마.”


“요즘 그래도 좀 괜찮아 보이더니 또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엄마. 엄마도 혹시 꿈에 어떤 여자가 나온 적 있어?”


찬서의 질문에 옆에 1인 소파에 앉은 은진이 손에 쥔 커피를 한 입 마신 뒤 답했다.


“아니? 왜? 나와야 돼?”


“으음, 아니. 나와서 좋을 건 없는 것 같아.”


고갤 저은 찬서가 소파에 눕듯이 기대 천장을 바라봤다. 큰 사건 해결한지 그렇게 오래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또 큰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그래서 우정 씨 팀으로 의뢰가 간 것 같아요.”


“그래서 우정 씨랑 채린 씨가 오늘 오전에 그렇게 바빴군요? 상담 하고 바로 일 시작하고?”


아람의 말에 원재가 고갤 끄덕였다. 전 날 왔던 의뢰인은 자신의 꿈에 여자가 계속 나타난다며 괴로워했다. 어떻게 해도 계속 나타나니 자신이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어떤 기억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그러니 우정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의 꿈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


작게 중얼거린 찬서의 목소리를 들은 아람이 말을 이었다.


“나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죠? 나는 꿈에 큰 영향이 안 갈 정도로만 가능하지만 우정 씨는 아예 꿈을 조작하는 거니까.”


“다 특이하고 특별한 거죠, 뭐.”


답을 한 찬서가 시선을 돌려 시계를 쳐다봤다. 우정이 보이지 않은지 1시간이 좀 넘은 상태.


“어우, 다들 모여 계시네요.”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집무실 출입문을 열고 우정과 채린이 들어왔다. 그 들의 등장에 집무실에 있던 사람들 시선이 다 그들을 향했다. 자신이 말을 건 이들 말고 다른 이들도 죄다 자신을 보고 있는 것에 당황한 우정이 눈만 끔뻑였다.


“그래서 어떤 작업을 했어요?”


느긋하게 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정이 물었다. 정의 물음에 제 자리로 향하던 우정이 걸음을 멈췄다.


“어, 저한테 의뢰가 간 걸 보면 알겠지만 분명 트라우마 아니면 드림 코베터일 거라고··· 저한테 자신이 트라우마가 될 일이 있었는지 무의식을 좀 봐달라고 했어요.”


우정이 뒷목을 쓸며 답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음··· 아무리 확인해보고 이것저것 바꿔 봤지만 의뢰인 분에게 젊은 여성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어요. 한두 번 더 해봐야 확실하겠지만··· 드림 코베터일 확률이 높아요.” 


그렇다는 건, 곧 꿈길기업에서 본격적으로 도시 괴담의 주인공인 여성을 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드림 키퍼인 사람들 중에서는 그 여성을 만난 사람이 없는 걸까요?”


우정의 질문에 자리에 있는 키퍼 중 누구도 ‘나 만난 적 있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여성은 드림 키퍼의 꿈, 무의식에는 들어온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우연인지, 일부러 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있다 뭔가 떠오른 듯 우정이 원재에게 말을 걸었다.


“원재 씨! 저 여기 오면 원재 씨 좀 호출해달라고 했어요.”


“누가요?”


“접수 팀에서요.”


우정의 말에 원재가 제 이마를 탁 쳤다. 아무래도 당장 여성을 잡을 해결 방안이 없으니 악몽을 꾸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원재의 능력을 사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며칠 째 편하게 잠을 못 자서 곧 쓰러지실 것 같던데요.”


“그럼 또 내가 가야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 원재가 이미 일어나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정에게 다가갔다.


“얼른 갑시다.”


“다른 말은 또 없었고요?”


원재의 말을 무시한 정이 우정에게 묻자 우정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5초 정도 지났을까 검지를 들며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윤 씨가 원재 씨 능력 쓰자마자 바로 처치실로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요!”


“알겠어요.”


정과 원재는 고갤 끄덕인 뒤 집무실을 나갔다. 원재가 나간 후 문쪽을 보던 아람이 안타깝다는 얼굴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몸이 약해진 건지. 능력을 쓸 때마다 처치실에 들려야 하니······.”


작게 중얼거렸지만 원재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찬서는 어렵지 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찬서 역시 같은 생각으로 문을 보다가 의뢰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에 황급히 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 * *


콜록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신보다 어린 아이가 배가 고픈지 배를 쥔 채 앓는 소리를 내고 있는 걸 보던 여성이 제 몫의 음식을 건넸다.


“언니는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묻는 아이에 여성은 그저 웃어보였다. 대답이 없자 아이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성이 나눠준 음식을 다시 여성에게 건넸다. 


“언니 건데 내가 먹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난 다 커서 너보다 배고픈 걸 덜 느껴. 그러니까 너 먹어.”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하는 여성에 아이는 금세 설득이 된 건지 들뜬 얼굴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를 미소를 띤 채 보던 여성은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갤 돌렸다.


“왜요?”


“일 좀 해라. 손이 부족하네.”


“하아······.”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자 명령을 내리던 중년 여성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한숨을 쉬어? 한숨을? 너희 같이 하늘에 죄 지은 애들 부려주고, 밥 주는데 한숨을 쉬어?”


중년 여성의 말에 헛웃음을 지은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년 여성은 자신보다 큰 여성이 제 앞에 바짝 다가와 서도 기죽지 않았다.


“진짜 저희가 죄 지은 건 맞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거··· 정말 맞아요?”


“또 어디서 이상한 소리 주워들었나 보구나. 우리가 하는 말이 의심 돼? 그럼 나가 보렴. 나가서··· 사람들이 널 안아줄지, 아니면 네게 돌을 던질지 확인해봐.”


“······.”


눈동자 하나 흔들리지 않고 말하는 중년 여성에 되레 아까까지 당당했던 여성이 입을 다물었다.


‘정말 강 선생님 말대로 내가 죄인이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다 죽이고 싶어 하는 존재면? 나갔다가 큰 화를 입게 된다면······.’


여성이 주춤한 것을 느낀 중년 여성, 강 선생이 여성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아가, 민희야.”


“···네, 강 선생님.” 


“우리는 지금 너희 이렇게 일시키고 참회하게 하면서 죄를 씻어주고 있는 거야. 본디 인간은 어떤 능력도 없이 평범하게 태어나야 하는 존재란다. 하지만 너희들은 신의 능력을 훔쳐 세상에 내려왔지. 너희 존재 자체가··· 신을 모욕하는 거야."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었다. 자신의 존재는 신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말. 그런 이유로 세상 사람들은 자신들을 없애고 싶어 한다는 말.


“며칠 전에 사라진 강식이 어떻게 돌아왔니.”


“···죽어서요.”


“그 날 우리가 심했던 건 이해한다. 그러니 강식이도 도망친 거겠지. 우리도 너희를 괜히 뭐라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겠니. 죄인인 너희들에게 늘 다정하면 너희 죄를 씻어 내려줄 수 없어. 우리도 너희를 잃고 싶지 않단다. 이해해주렴.”


민희가 작게 고갤 끄덕였다. 얼마 전 죽은 채 발견된 강식을 보고 민희는 이대로 있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식이 나가기 전 제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가면 죽을 수도 있지. 근데, 이왕 죽을 거면 난 밖으로 나가서 죽고 싶어.’


정말 강식이 바깥에 나갔다가 그렇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거라면, 자신은 굳이 나가고 싶지 않다는 게 민희 생각이었다. 그와 동시에 아주 조금, 바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이 안에 갇혀서 살기는 싫었다. 바깥에 자신이 아직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아주 작은 의심 하나를 품고 있었다. 강식이 정말 바깥에 나가서 죽은 게 맞을까.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까 하는. 


“그래. 그럼 올라와서 일을 좀 도와주련?”


“네, 선생님.”


강 선생이 요즘 들어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 것을 느낀 민희는 생각했다. 당분간 다른 이들의 꿈에 들어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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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들은 어디로(1) 24.11.01 8 0 11쪽
18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여자 의뢰 24.10.31 10 0 11쪽
17 배신자 색출 24.10.30 12 0 11쪽
16 자식을 위하여(5) 24.10.29 9 0 13쪽
15 자식을 위하여(4) 24.10.28 11 0 12쪽
14 자식을 위하여(3) 24.10.27 11 0 11쪽
13 자식을 위하여(2) 24.10.25 11 0 12쪽
12 12화 자식을 위하여(1) 24.10.24 12 0 12쪽
11 몽타주 24.10.23 12 0 12쪽
10 그 여자의 이야기(2) 24.10.22 10 0 12쪽
9 그 여자의 이야기(1) 24.10.21 10 0 13쪽
8 드림 코베터? 24.10.20 12 0 11쪽
7 불편한 의뢰 24.10.20 10 0 11쪽
6 6화 복수 24.10.18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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