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가져가겠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세임아이디
작품등록일 :
2024.10.15 15:55
최근연재일 :
2024.11.06 18:3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85
추천수 :
0
글자수 :
125,957

작성
24.10.23 18:30
조회
7
추천
0
글자
12쪽

몽타주

DUMMY

민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이게 재연과 찬서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흘 째 나타나지 않을 리가······.”


“일단 오늘 한 번 더 기다려 보자. 사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량으론 나서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


재연의 말에 찬서가 입을 꾹 다물었다. 답답했지만, 재연의 말이 맞았다. 멋대로 나섰을 때, 상황을 악화시켰으면 악화시켰지 약화시킬 수는 없었다.


“형사님들도 열심히 찾아보는 중이라니까 우린 지금 우리 할 일을 해야 해.”


“알아. 아는데 자꾸 신경 쓰여서 그래.”


“···그래. 너도 이해는 가. 화면을 통해서 봤던 나조차 민희 씨가 긴장하고 있고 불안해하는 게 보였는데 직접 마주한 넌 어떻겠어. 근데, 아직은 때가 아니야.”


찬서가 무릎 위에 올려둔 주먹을 꽉 쥔 채 고갤 숙였다. 재연은 그런 찬서의 머리통을 내려 보다가 머리를 몇 번 툭툭 부드럽게 두드린 다음 걸음을 옮겼다. 재연이 바깥으로 나와 재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끊기는 연결음에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정 형사님?”


- 네, 재연 씨.


“어제 오후 10시부터 오늘 오전 9시까지 민희 씨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 쪽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재연의 물음에 앓는 소리를 내던 재운이 답했다.


- 관리국에 일하는 직원 중 이상한 사람을 얼추 간추려 냈습니다. 다섯 명이고, 이제 이 사람들 동선을 다시 세세하게 확인하고 분석할 겁니다. 관리국에서 일하는 이모, 삼촌들이 두 명 이상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배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미 바쁘실 거 아는데 계속 재촉하게 돼서 죄송합니다.”


- 아뇨, 최대한 빨리, 될 수 있는 한 빨리 해야죠.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을 수 있는데요. 분석한 후에 바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전화를 끊은 재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눈앞에 들이밀어지는 커피에 눈을 동그랗게 뜬 재연이 고갤 돌렸다.


“어, 아름 씨!”


“고생 많으십니다, 한 재연 씨.”


장난스럽게 말하는 아름에 재연이 푸스스 웃었다. 재연이 잔뜩 찌푸려진 미간을 꾹꾹 누르며 난간에 기댔다. 그리고 커피를 받아 볼에 댔다.


“아, 시원해서 머리가 좀 식는 느낌이네요.”


“형사과 사람들도 오고, 몽중범죄 수사팀에서도 오고. 피곤하겠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렇죠. 얼마나 걸릴지, 피해자가 얼마나 많을지. ···세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건 이해해주실 거라고 믿어요.”


“알죠. 의뢰 끝나기 전까지는 최대한 비밀. 현장팀 끼리의 암묵적인 규칙 아닙니까.”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에 대며 말한 아름이 제 몫의 커피를 쭉 들이켰다. 재연은 잔을 살살 굴리며 찰랑이던 커피를 구경하다 아름을 쳐다봤다.


“아람 씨는요?”


“아람이는 지금 훈련하고 있어요. 체술 훈련.”


“아람 씨는··· 아무래도 능력 때문에 현장에서 드림 코베터를 가장 많이 만나니까 체술 훈련이 필요하죠. 먼저 깨지 않고 코베터를 잡으려면 다치지 않아야 하니까.”


“그렇죠. 그 사이 나는 좀 쉬다가 서류 정리하고.”


대화를 나누던 아름은 이제 서류 정리를 하러 가야겠다며 커피 캐리어에 담긴 두 개의 음료 중 하나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 손에 음료 하나를 더 쥐게 된 재연은 멍하니 있다가 다시 찬서가 있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끄응. 응? 웬 음료?”


“아름 씨가 줬어. 마셔.”


“나중에 만나서 감사하다고 전해야겠다. 그래. 이거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보랏빛인 것으로 보아 블루베리 스무디일 음료를 받아 쭉 빨아 마신 찬서의 표정이 풀렸다. 달달함이 입 안을 가득 채운 것에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잠깐의 행복을 만끽한 찬서가 몸을 일으켰다.


“형 의뢰···는 이 의뢰 해결 할 때까지 안 받는다고 했지.”


“응. 이것만으로도 요즘 벅차다.”


“아쉬워서 어떡해.”


“아쉬워? 그다지? 나는 내 일 여전히 하고 있는걸 뭐. 오히려 능력을 자주 안 쓰니까 부작용도 늦게 와서 더 편하지. 치료 받으러 안 가도 되고.”


“그렇다면 다행이고.”


“쓸 데 없는 걱정 말고, 나중에 민희 씨 만날 준비나 하자.”


재연이 어깨를 툭 치며 얘기하자 찬서가 고갤 끄덕였다. 이번엔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 * *


“민희 씨!”


찬서가 입을 틀어막은 채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민희를 불렀다. 민희가 피곤한 안색을 한 채 웃으며 다가왔다.


“잘 찾아오셨네요!”


“찬서 씨는 특이해서 바로 보여요. 자유분방한 선, 다양한 색깔의 빛. 멀어서 헤매긴 했지만 헷갈리지는 않았어요.”


“그동안은 왜 못 오셨던 거예요? 괜찮은 거 맞아요?”


걱정스러운 눈으로 찬서가 묻자 앞에 털썩 앉은 민희가 고갤 저었다.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만약 민희가 괜찮다고 했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안색 자체가 안 좋으니까. 꿈에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을 정도라면 현실에서는 얼마나 안 좋겠는가.


“무슨 일이 있었어요?”


“··· 어린 애 하나에게 벌을 주려고 해서, 제가 중간에 끼어들었어요. 원래 그러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제가 벌을 좀 받았어요.”


“무슨 벌을······.”


조심스럽게 묻자 이마를 몇 번 긁던 민희가 답했다.


“저희들 능력이 꿈을 다루는 거라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이틀 하고도 반 정도 잠을 못 자게 했어요.”


“네?”


찬서가 기가 찬다는 얼굴로 되묻자 민희는 들은 대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을 못 자게 하다니. 찬서가 입을 벙긋거리다 물었다.


“아주 조금도요?”


“네. 조금이라도 졸 것 같으면 물을 뿌리고. 깨우고. 뭘 먹이고.”


“고, 고문이잖아요. 그거는!”


“우리는 이걸 벌이라고 해요. 꿈을 다루는 능력을 훔쳐서 태어난 저희에게 알맞은 벌이라고 했어요.”


“말도 안 돼요. 무슨 소리야······.”


충격을 받은 것 같은 찬서를 보던 민희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그 어린 애가 당하는 것보단 제가 당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걘 고작 11살이거든요.”


11살. 학교를 다닌다면 초등학교 4학년일 나이. 민희의 말대로 그런 고문을 당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다. 하지만 민희도 이제 고작 스물이 된 아이였다.


“그런 민희 씨도 아직 어린데요.”


“스물 넘으면 어른이죠, 뭐.”


“···민희 씨.”


“네?”


찬서가 잠깐 고민하다 물었다.


“혹시 건물에 지내면서 바깥에서 나는 소리 못 들었어요?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리라던가.”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리요?”


민희가 고갤 기울였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갤 저었다.


“역시 그렇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특징적인 소리가 들리면 꼭 알려줘요. 그걸로 건물 위치를 찾을 수 있으니까.”


“알겠어요.”


- 혹시 이모나 삼촌들 얼굴 설명 좀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볼래요?


재연의 말을 들은 찬서가 바로 민희에게 물었다.


“민희 씨. 혹시 이모나 삼촌들 중에 오래 바깥에 나가는 분들 있어요?”


“네? 음··· 네. 매일 일을 나가는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 쯤 돌아오는 이모나 삼촌들이 있어요.”


“그분들, 혹시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이에 민희가 고갤 끄덕였다. 민희는 최대한, 이모들과 삼촌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찬서는 순식간에 스케치북을 만들어 내 민희의 말대로 그리기 시작했다.


“어어, 그렇게 말고요. 눈 꼬리가 더 길어야 해요.”


“아, 이렇게요?”


“네. 딱 그렇게.”


민희가 고갤 끄덕였다. 이런 방식으로 두 명쯤 그렸을 때 민희가 흠칫하며 고갤 돌렸다. 재연은 화면에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민희의 손을 보고 찬서에게 말했다.


- 일어나야 할 땐가 본데요.


재연의 말에 찬서가 고갤 들자 민희가 주변을 둘러보는 게 보였다.


“민희 씨, 다음에 보면 되니까 걱정 말고 가셔도 돼요.”


“···그럼 가볼게요.”


민희가 고갤 까딱이며 인사를 한 뒤 사라졌다. 가만히 바닥에 앉아있던 찬서가 시선을 스케치북으로 내렸다.


“잘 담기죠?”


- 네. 아주 잘. 그 몽타주로 찾아보면 될 것 같네요.


제대로 담겼다는 말을 들은 찬서가 곧 잠에서 깨어났다. 몸을 일으키며 머리에 붙은 전선을 떼어내자 앞에 서 있던 재연이 전선을 받았다.


“아, 난 이 질척이는 느낌이 너무 싫어.”


“나도. 자, 받아.”


이어서 젤을 닦아내는 티슈를 받은 찬서가 관자놀이와 이마에 묻은 젤을 벅벅 닦아냈다.


“생각보다 더 저질이던데, 사람들.”


“응. 듣고 기겁했어. 잠을 못 자게 하다니··· 그건 진짜 고문이잖아. 스무 살 애한테 한 것도 충격인데 원래는 열한 살 애한테 그러려고 했다니.”


찬서가 손에 쥔 티슈를 꽉 쥐었다. 젤이 묻은 알코올 티슈가 쥐어짜졌다.


“일단 이 몽타주, 정 형사님이랑 안 형사님한테 넘길게.”


“응. 나 조금만 쉬었다가 움직일게.”


“그래.”


시선을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2시 21분. 정찰이 끝나기까지 8시간은 족히 남았다.


불투명한 유리문 너머 재연으로 추정되는 등이 보였다. 열심히 통화중인 게, 재운 아니면 종호일 것이 틀림없었다.


‘빨리 구출해내고 싶어.’


이틀 동안 잠에 들지 못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잠에 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행한 행동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찬서는 생각했다. 민희는 깨어났을지, 별 일 없을지에 대해서도.


* * *


계속되는 흔들림 속에 민희가 눈을 떴을 때, 울상인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을 본 민희가 작게 웃으며 물었다.


“왜, 왜 그렇게 울상이야.”


“언니가 나 때문에 벌 받았잖아······.”


“언니 이제 자잖아. 괜찮아. 가은이는 지금 잠 많이 못자면 키 안 커서 언니가 대신 안 잔거야. 언니는 어른이라 괜찮아.”


“···정말?”


“응. 정말.”


민희가 머리를 쓰다듬자 가은이 해맑게 웃으며 민희를 끌어안았다. 가은을 마주 안으며 문 쪽에 서 있는 한 인영을 확인했다. 그런 둘을 보던 인영은 얼마 안 있어 사라졌다.


민희는 지켜보던 감시자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가은이 다시 잠들 때까지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


가은의 등을 토닥이던 민희가 이상하게 계속해서 느껴지는 시선에 주변을 둘러봤다.


‘누가 꼭 지켜보는 것 같은 기분이······.’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민희가 ‘기분 탓인가’라고 상황을 정리하고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뒤척이다 위를 본 찰나였다.


“······.”


분명히 눈동자였다. 어둠 속에서 아주 작게 빛나는 눈동자. 파란색도, 노란색도 아닌 짙은 갈색이었음에도 눈에 띄었다. 몇 초간 숨을 멈춘 채 보던 민희는 눈동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숨을 뱉을 수 있었다.


‘저 위에 여기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 같은데··· 저 위치면······.’


아무리 봐도 건물 바깥일 게 분명했다. 구조 상 건물 내에서는 볼 수 없으니까.


‘그래서 꼼꼼하게 준비한 강식 오빠가 죽은 걸까? 저기서 다 지켜봤기 때문에?’


자신을 향해 같이 나가겠냐고 물으며 손을 내밀었던 강식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손에 흔들렸던 자신도. 그 때 그 손을 잡고 나갔다면.


‘며칠 전에 사라진 강식이 어떻게 돌아왔니.’


‘···죽어서요.’


자신도 분명 죽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당신의 꿈을 가져가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그들은 어디로(6) 24.11.06 3 0 11쪽
23 그들은 어디로(5) 24.11.05 4 0 11쪽
22 그들은 어디로(4) 24.11.04 6 0 11쪽
21 그들은 어디로(3) 24.11.03 7 0 11쪽
20 그들은 어디로(2) 24.11.02 7 0 11쪽
19 그들은 어디로(1) 24.11.01 6 0 11쪽
18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여자 의뢰 24.10.31 7 0 11쪽
17 배신자 색출 24.10.30 10 0 11쪽
16 자식을 위하여(5) 24.10.29 7 0 13쪽
15 자식을 위하여(4) 24.10.28 9 0 12쪽
14 자식을 위하여(3) 24.10.27 9 0 11쪽
13 자식을 위하여(2) 24.10.25 9 0 12쪽
12 12화 자식을 위하여(1) 24.10.24 8 0 12쪽
» 몽타주 24.10.23 8 0 12쪽
10 그 여자의 이야기(2) 24.10.22 7 0 12쪽
9 그 여자의 이야기(1) 24.10.21 7 0 13쪽
8 드림 코베터? 24.10.20 10 0 11쪽
7 불편한 의뢰 24.10.20 8 0 11쪽
6 6화 복수 24.10.18 7 0 11쪽
5 5화 정찰 시작 24.10.18 8 0 12쪽
4 죄인 24.10.16 8 0 11쪽
3 미래에서 본 24.10.15 8 0 12쪽
2 소문 24.10.15 9 0 12쪽
1 드림키퍼 24.10.15 14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