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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임아이디
작품등록일 :
2024.10.15 15:55
최근연재일 :
2024.11.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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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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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은 그 여자 의뢰

DUMMY

별관에 들어선 찬서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별관 출입통제기를 넘어선 순간 열린 문에서 종호와 재운이 나왔으니까.


“안 형사님, 정 형사님. 아침 일찍 어쩐 일로······.”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먼저 출근했던 것인지 재연이 아연한 얼굴로 따라 나왔다.


“찬서 씨.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요?”


“아무래도, 그들이 저희가 수사 중이라는 것을 눈치 챈 것 같습니다.”


“예? 그걸 어떻게 알아요? 저희가 얼마나 조심했는데······.”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겨 있던 종호가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시죠. 보는 눈과 듣는 귀가 많습니다.”


이에 어수선해 보이는 자신들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찬서가 빈 회의실로 가자며 그들을 이끌었다.


회의실에 들어서 문을 닫고 돌아서자마자 종호가 폰을 꺼내 재연과 찬서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이게 뭡니까?”


“오늘 이 집의 주인, 정 미영 씨가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알아본 결과, 남편인 범 계진 씨 역시 출근하지 않았고요. 물론 집에도 없었습니다.”


“무슨······.”


“혹시나 자신들의 폰 위치 추적을 할까 싶어 폰도 두고 간 것 같고요. 그래서 저희가 폰을 열어봤는데······.”


종호가 폰 갤러리를 들어가자 보이는 한 폴더에 찬서가 헛웃음을 뱉었다. 그 옆에서 보고 있던 재연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이게, 정말인가요?”


“네. 아마 이것 때문에 통로를 알아낸 걸 들킨 게 아닐까 싶습니다.”


“허······.”


화면에는 아이의 방이 매일 찍혀 있었다. 그냥 전체적으로 방을 찍은 게 아니라 매번 침대, 책상, 옷장 쪽을 하나씩 다 찍어둔.


“누가 이렇게 세세하게 본다고 생각하겠어요.”


“그래서 저희가 얼른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네. 그 두 사람이 알아챈 거라면 민희 씨도 안전하지 않을 거예요. 다정 씨와 범우 씨의 딸인 걸 알고 있잖아요.”


넷은 빠르게 건물을 빠져나왔다.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 두 대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르게 뒷좌석에 올라탄 찬서가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했다.


‘이미 무슨 일이 벌어졌으면 어떡하지. 이게 다 내가 제대로 못 해서······.’


찬서는 이내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듯 숨쉬기가 힘들어져 인상을 찌푸렸다. 눈을 깜빡였다. 깜빡. 깜빡. 눈앞에 반짝이들이 가득해지고 있었다.


불안해 보이는 찬서를 내려다보던 재연이 계속해서 떠는 찬서의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


“괜찮아. 괜찮을 거야.”


진정하라는 듯 무릎을 두어 번 토닥이는 재연에 멍하니 있던 찬서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시야를 가리던 반짝이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호흡도 제 자리로 돌아왔을 때 쯤.


“도착했어요. 형사들 몇몇은 통로로 들어갔습니다. 이상 없고, 저희는 위에서 나머지 형사들은 밑에서 몰면 될 것 같습니다.”


차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찬서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여름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느껴지는 싸함. 자신이 제대로 발을 딛고 서 있는지 모르겠는 땅의 느낌.


건물의 문이 열리고 들어선 순간 형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상할 수 있는 소리였다. 여기는 사람들을 납치하고 감금하는 이들이 적어도 어제까지 있었던 공간이니까.


하지만 사람 감이라는 게 그랬다. 그 소리만 유난히 선명하게 꽂히는 느낌. 제 어깨에 올리고 있던 재연의 손을 쳐내고 다급히 달려갔다.


“여기 이 사람, 혹시 아시겠습니까?”


쾅 소리가 나게 문을 열며 나타난 찬서를 향해 형사 한 명이 물었다. 찬서는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내려왔다. 가까워질수록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에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민희 씨······.”


찬서가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눈앞의 여자는 민희가 맞았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들고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숨이, 멎은 겁니까?”


찬서의 물음에 민희의 등을 받치고 있던 형사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가벼운 타박상과··· 목 부근을 보니 뭔가를 맞은 것 같은데 이것 빼고는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숨도 잘 쉬고 맥박에도 크게 문제는 없고요.”


“아, 와, 하. 진짜 다행이다······.”


“글쎄, 다행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은.”


뒤에서 들려오는 재연의 목소리에 찬서가 고개를 돌렸다. 재연이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뭐가 또.”


재연은 지친 낯으로 잠들어 있는 민희를 내려다봤다.


“아무래도 본거지를 아예 옮긴 것 같은데. 이번에도 민희 씨랑 민희 씨 부모님 덕에 이렇게라도 찾은 거잖아. 이제 더 찾기 힘들어질 거야. 그럼 애들은······.”


“형, 아까는 괜찮을 거라며. 사람 약 주고 병 주냐?”


찬서의 날카로운 물음에 재연이 푸스스 웃었다. 그리고 주먹을 쥐어 찬서의 정수리를 아프지 않게 한 대 때렸다.


“인마, 괜찮을 리가 있나. 수사과정을 다 들켜서 인간들이 다 튀었는데.”


“······.”


“그럼에도 네 세상 안 무너진다는 거야. 그리고 우린 이 상황을 외면하지 않을 거고,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찾아낼 거니까. 여기서 포기할 거 아니잖아.”


자신의 말이 틀렸냐는 듯 고갤 갸웃거리는 재연에 찬서가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재연의 말이 맞다. 자신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재연 역시 그럴 것이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일단, 민희 씨가 일어나는 대로 상황을 물어보자. 민희 씨가 편히 쉴 수 있게 이동해야겠어.”


“아, 그러는 게 좋겠다.”


민희를 받치고 있던 형사가 제 등에 민희를 업은 뒤 움직이려는 찰나, 어디선가 또 무언가를 찾은 듯 소란이 일었다.


“뭐지?”


찬서의 중얼거림 뒤에 바로 큰 목소리가 뒤따랐다.


“여기 시체 몇 구 나왔습니다!”


“사람 더 불러! 우리로는 안 될 것 같다!”


곧 재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찬서가 그 쪽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그의 앞을 누군가 막았다.


“안 종호 형사님.”


종호가 고개를 설설 저었다.


“안 봐도 되는 건 안 보는 게 좋습니다. 민희, 아니지. 지원 씨 챙겨서 꿈길기업으로 가보시죠. 저희가 계속해서 추적할 테니 다시 연락드릴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종호의 말에 찬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종호의 말대로 하는 게 자신의 최선일 것 같았다. 이곳에 오는 길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힘들어 했던 자신이니까.


“그래, 일단 가자.”


어깨에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감에 찬서가 한 번 고갤 주억거렸다. 민희를 업은 형사와 뒷좌석에 민희를 제대로 앉힌 뒤 같이 차에 올라탔다.


“출발하겠습니다.”


“네.”


덜컹거리며 차가 출발했다.


* * *


“으음······.”


긴 잠을 잔 듯한 기분에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뜬 민희는 등으로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쿠션감을 느꼈다.


“뭐야?”


놀라서 상체를 벌떡 일으키자 순간 머리가 띵해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런 민희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으며 누군가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속이 뒤집어질 것 같다든지, 어디가 아프다든지 그런 건 안 느껴져요?”


“누구세요···?”


“의사입니다. 환자분은 다른 병원에서 검진한 후, 큰 이상이 없어 꿈길기업 사내 병원입니다. 편하게 보건실로 보면 됩니다. 보건실 치고는 뭐가 많지만.”


“네······?”


왼손을 들려는 순간 느껴지는 불편함에 내려다보니 손등에 뭔가 꽂혀 있었다. 놀라서 떼어내려는 민희의 손을 의사가 붙잡았다.


“링거라고, 영양분을 넣어주는 겁니다. 환자 분은 마비 독에 노출되었었기 때문에 이걸 꼭 맞아줘야 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안정감을 느낀 민희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강 선생처럼 중년의 여성이었지만 고압적인 느낌이 전혀 없었다.


“조금 더 누워 있어요. 그거 다 맞으려면 30분 정도 더 남았으니까.”


“아, 네······.”


“그리고 뭔지는 몰라도··· 고생했어요.”


의사의 말을 들은 민희가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의사는 다른 말없이 그녀에게 휴지뭉치를 건넸다.


“그거 하나 다 줄게요. 환자 분 다 써요.”


“그래도, 킁, 괜찮아요?”


“환자분한테 필요한 거 드린 건데 뭐 어때요.”


어깰 으쓱이며 답하는 의사에 눈물을 줄줄 흘리던 민희가 옅게 웃으며 휴지를 잡아들었다.


휴지를 뜯어 볼을 타고 흐른 눈물을 닦아내던 와중에 보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잇, 문 그렇게 벌컥 열지 마세요······.”


작게 하소연하는 의사의 말은 듣지도 못한 두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민희의 침대 옆에 섰다. 눈물을 닦던 민희가 고갤 들어 보자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 보였다.


“어···디서 본 적 있나요? 뭔가 익숙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어오는 민희에 여성이 왈칵 울음을 터뜨리며 민희를 끌어안았다.


“으악, 왜, 왜 이러······!”


“지원아. 우리 딸··· 고생했어. 너무 고생했어. 이렇게 돌아와 줘서 고마워.”


“저는, 민희인데요.”


“아니야. 너 지원이야. 김 지원. 네 이름은 원래 이거야. 엄마 아빠가 늦어서 미안해.”


민희의 물음에 남성이 민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의 말을 듣고 멍하니 있던 민희가 이내 그 뜻을 이해하고 다시 울먹였다.


왼손에는 아빠, 오른손에는 엄마의 손을 잡고 푸른 하늘과 초록색으로 빛나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걸었던 몇 없는 부모와의 기억.


14년 간 ‘부모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얼마나 많은 상상을 했던가. 어떤 눈빛으로, 어떤 목소리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얼마나 고민했던가.


그 수많은 가정들이 순식간에 민희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민희는 14년간의 고민을 담아 입을 열었다. 입을 여는 순간 아래턱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떨림조차 민희가 하려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목에 힘을 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보고 싶었는데.”


목이 매여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에 다정과 범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속상하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가도, 이 원망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 딸, 엄마랑 아빠가 미안해.”


“사실, 끅, 버려진 건 아닌가, 막, 막, 다른 애들, 처럼 나도 엄마 아빠가 버려가지고··· 그럼, 그럼 난 돌아갈, 흑, 곳이 없잖아요.”


자신의 머리에 얹어진 범우의 손, 손으로 자신의 등을 감싼 다정의 팔을 붙든 지원이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래도 와줬으니까 됐어요.”


지원의 말에 다정과 범우가 다가갔다. 그대로 지원을 품에 안아 다독였다. 지원은 처음 느끼는 포근함과 온도, 그리고 다정함에 잠식되었다.


“···아직 형사님께 온 연락이 없으니, 조금만 더 있다가 얘기 나눠볼까?”


찬서의 물음에 같이 문 앞에 서 있던 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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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들은 어디로(1) 24.11.01 6 0 11쪽
»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여자 의뢰 24.10.31 7 0 11쪽
17 배신자 색출 24.10.30 10 0 11쪽
16 자식을 위하여(5) 24.10.29 7 0 13쪽
15 자식을 위하여(4) 24.10.28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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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식을 위하여(2) 24.10.25 9 0 12쪽
12 12화 자식을 위하여(1) 24.10.24 8 0 12쪽
11 몽타주 24.10.23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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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 여자의 이야기(1) 24.10.21 7 0 13쪽
8 드림 코베터? 24.10.20 10 0 11쪽
7 불편한 의뢰 24.10.2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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