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가져가겠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세임아이디
작품등록일 :
2024.10.15 15:55
최근연재일 :
2024.11.06 18:3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94
추천수 :
0
글자수 :
125,957

작성
24.11.05 18:30
조회
4
추천
0
글자
11쪽

그들은 어디로(5)

DUMMY

“아니면, 안 죽였나?”


강 선생의 말을 들은 순간 지은은 척추에서부터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저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올 것 같았으나 소파를 짚은 손에 힘을 주어 참은 지은이 웃는 낯을 유지했다.


“에이. 무슨 그런 장난을 치고 그러세요, 선생님. 제 믿음을 그렇게 의심하면 저 슬퍼요.”


“아하하, 미안해. 아무리 죄인이지만 너랑 같이 지냈고 또 또래잖니. 그래서 네가 죄책감을 심하게 느낄까 봐 걱정돼서 살짝 떠본 거란다.”


“저 정말 깜짝 놀랐어요. 내가 다 확인했는데 잘못했던 건가? 애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했나?”


지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억울함을 호소하자 강 선생이 파안대소하며 지은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그래, 그래. 선생님이 의심해서 미안하다. 내가 이렇게 믿음이 가득하고 반성을 하는 지은이를 떠보다니. 오늘은 기도를 두 배로 해야겠어.”


다시 가벼워진 공기에 침을 한 번 삼킨 지은이 조심스럽게 강 선생에게 물었다.


“근데 선생님, 그래서 제가 저 일을 돕는 걸 언제부터 하면 될까요?”


“오늘부터 해도 돼. 조금씩 네가 분위기를 잡아주면 된단다. 예를 들어 우리가 능력이 아예 사라진다면 어떨까. 좋지 않을까 하는 얘기들.”


“··· 알겠습니다.”


지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마음에 든 듯 강 선생이 미소를 지은 채 이제 나가봐도 된다며 손짓했다. 지은은 더 지체하지 않고 강 선생의 사무실을 나왔다. 문을 닫고 멍하니 서 있던 지은이 이내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니까 내가 여론을 만들면 강 선생님과 어른들이 지원자를 받는다면서 자신들이 알아서 연구에 지원하도록 만들 생각이구나.’


저 멀리서 가은이 자신을 보고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평소에 말버릇처럼 가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 죄만 없었다면 편하게 살지 않을까? 난 왜 이렇게 태어난 걸까.’


자신이 여론을 만들지 않아도 지원자를 찾으면 바로 손을 들 게 분명했다.


“언니, 어디 갔다 왔어?”


“··· 가은아. 언니한테 내 얘기 좀 전해줄래?”


“얘기? 어떤 얘기?”


가은의 되물음에 지은을 입술을 달싹였다. 당장 대놓고 말할 수 없었다. 이 장소는 자신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에 숨은 장소가 있고, 어디서 훔쳐볼 수 있고, 어디서 몰래 들을 수 있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 있다가 말해줄게. 비밀 얘기니까 귓속말로 하자.”


“좋아!”


해맑게 대답하는 가은의 머리에 지은은 손을 얹어 쓰다듬었다.


‘민희한테 얘기해서 최대한 빨리 찾을 수 있게 해야 돼. 저 인간들, 정말 바로 실행할 수도 있어.’


* * *


“가은아!”


지원의 부름에 주변을 둘러보던 가은이 밝게 웃으며 지원에게 다가왔다. 지원이 가은을 한 번 가볍게 안은 뒤 내려다보자 가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은이 눈이 왜 이렇게 반짝거리지?”


“오늘 노랫소리 들었어! 사랑한다는 말없이! 근데 크게는 안 들렸고 좀 멀게 들렸어.”


“정말? 잘 들었구나. 그래. 음, 소리는 멀게 들렸고··· 잘 얘기해 줘서 고마워. 내일도 꼭 확인해 줘. 알겠지?”


“응, 아 그리고 지은언니가 전해 달라는 말이 있었어.”


가은의 말에 지원도, 현실세계에 있던 찬서도 놀라서 그대로 굳었다. 지원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니.


“전해달라고 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알아. 가은이 네가 혹시 말했어?”


지원이 놀라 빠른 속도로 몰아붙이자 눈을 크게 뜬 채 지원을 보던 가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진정해, 언니. 나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어. 지은 언니도 나보고 신신당부했고, 언니도 만났을 때 그렇게 말했잖아! 말해서는 안 된다고.”


“근데 어떻게······.”


“오늘 낮에 바깥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다가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지은언니가 나타나서 제목을 알려줬어. 그리고 언니한테 잘 전하라고 그랬고.”


- 그냥 지은 씨가 눈치가 빠른 분이신가 보네요.


찬서의 말에 지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지은 언니가 전해 달라는 말 전해줄게. 음··· 강 선생님과 어른들이 능력 제거 프로젝트를 시행할 것 같대.”


“··· 뭐?”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멍하니 있던 지원이 되물었다. 그 뒤에 다시 가은이 말하는 걸 들은 지원은 자신이 제대로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능력 제거라니요! 뇌 과학을 십 년, 이십 년 연구한 사람들도 아직 제대로 능력을 제거한 사례가 없는데 능력 제거 프로젝트라니, 무슨 말이에요!


지원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했으나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찬서의 말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능력 제거를, 어떻게 한다는 거야? 언니 근처에 있는 사람 말이, 뇌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그건 아직 제대로 못 해낸대.”


가은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입술을 한 번 축이고 답했다.


“지은 언니가 그랬어. 프로젝트 파일에 적힌 내용을 보니 부작용은 크게 신경 안 쓰는 분위기였다고. 해외 사례에 대해 적힌 게 있었는데 인지 기능이 저하되긴 하지만 능력을 제거한 건이 몇 개 있다고.”


“미친 인간들. 너희들이 어떻게 되는지는 상관없이 능력만 제거하면 된다는 거야?”


“그런 것 같아.”


- 말도 안 돼! 인지 기능 저하는 그나마 나은 부작용이에요! 최악은 사망이라고요! 미친 인간들 아니야?


가은의 얼굴이 시무룩했다. 가은이 아무리 어려도, 어른들이 알려주는 것만 배우고 살았어도 어렴풋이 느끼는 게 있었다. 능력 제거. 부작용. 자신에게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지원자를 받을 건데, 절대 손들지 말라고 했어.”


“누가, 지은 언니가?”


“응. 곧 시작할 거라고. ···그 뒤에 지은 언니가 우리들한테 능력이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 죄인이 아니면 행복할 것 같다는 둥 말을 계속했어.”


“······.”


“이미 설득된 애들도 좀 있어. 지은 언니는 나한테 주의를 준 이후에 한동안 불안해 보였는데, 자기 직전에 보니까 괜찮아 보이더라고.”


지은이 어떤 결심을 했는지 모르겠어서 불안했다. 지원은 입술을 짓씹다가 입을 열었다.


“내일은 2시에서 3시 사이에 ‘꿈결 같은’이라는 노래가 바깥에서 들려올 거야.”


“응.”


“그거 잘 듣고 오늘 들은 노래보다 더 소리가 커졌는지, 멀어졌는지, 아니면 아예 안 들렸는지 얘기해 줘. 알겠지?”


“응!”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답하는 가은에 지은이 미소를 지었다.


* * *


“미친 새끼들 아니야!”


지원은 일어나자마자 들려오는 재연의 목소리에 속으로 동의했다. 정말 미친 새끼들이었다.


“자기들이 싫어하는 거 없애기만 하면 된다는 거네. 애들이 불구가 되던, 인지 기능이 저하되던, 죽던 신경도 안 쓰고.”


“그래. 진짜 악질이야. 그 아이들을 인간으로도 안 보는 거지. 그러니까 그런 프로젝트를 시행하려고 하는 거지.”


분한 듯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떠는 재연과 찬서를 보며 지원은 가슴 어딘가가 뜨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게 정상이지.


“진짜 저 인간들 한 명도 빠짐없이 다 잡혀갔으면 좋겠어요.”


“저희 같이 꼭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요.”


찬서의 답에 지원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들이 다시는 어린아이들을 납치하고, 감금하고, 벌을 주고, 괴롭히고, 정신을 갉아먹게 두고 싶지 않았다. 저들 중 한 명이라도 빠져나간다면 또다시 저런 집단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니 한 명도 빠짐없이 감옥에 보내야 했다.


* * *


지은은 주변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압박을 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면서 말을 걸 때도 하고 있냐고 묻는다든가, 헛기침을 하며 계속 그런 쪽으로 말하라고 눈치를 준다든가.


“언니, 요즘따라 왜 계속 그런 얘기를 하는 거야?”


별의 질문에 지은이 입을 다물었다. 솔직하게 ‘강 선생이 너희 뇌 건드리는 거 도우라고 해서 여론 형성하는 중이야’라고 말할 순 없었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내가 죄인만 아니었다면 이 건물 바깥에서 햇볕을 쬐면서 거리를 당연하게 돌아다녔을 테니까.”


지은의 말을 들은 별이 가만히 밑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근데, 나는 그게 이상해. 바깥에서는 이 힘을 가진 사람들 얼굴을 다 뿌리고 다니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바깥에 사람들이 어떻게 일일이 힘을 가진 사람들을 알아보고 괴롭히고 죽여?”


“··· 그러게.”


“사실 난 강 선생님이랑 어른들이······.”


“그만.”


말을 하던 별이 제 팔을 붙드는 지은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착 가라앉은 지은의 눈이 보였다.


“여기는 정확히 어떤 곳인지 파악되지 않은 곳이야. 그러니까 아무 데서나 그런 얘기 함부로 하지 마.”


“어?”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니까 아무 데서나 네 생각을 너무 쉽게 뱉어내지 말라는 말이야. 난 네가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거든.”


“······.”


지은의 말뜻을 이해한 별이 입을 꾹 다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별이 자신을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돌아갔다. 별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지은은 속으로 무언가를 결심했다.


결심한 지은의 뒤로 노랫소리가 어제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꿈결 같이···네.”


홀린 듯 중얼거린 지은이 가은에게 이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어제보다 소리가 더 크게 들렸고, 노래는 꿈결 같이. 잊지 않기 위해 가은을 만나기 전까지 계속해서 떠올렸다.


“어, 지은 언니!”


가은을 발견한 지은의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 * *


“이제 두 번 정도 봤다고 방황하지도 않고 나 잘 찾네?”


“이 정도는 껌이지!”


지원의 앞에 선 가은이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


“‘꿈결 같이’가 어제보다 더 크게 들렸어. 지은 언니도 그렇게 얘기했으니까 틀림없어!”


“그래. 틀림없겠다.”


뿌듯해하는 가은이 귀여워 웃는 지원에게 가은이 더 할 말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지은 언니가 전해 달라는 말이 또 있어.”


“··· 뭔데?”


지은이 전하려는 말이 좋은 내용일리는 없었다. 좋은 내용은 급히 전해야 할 필요가 없지만, 안 좋은 내용은 급히 전해야 하니까. 그래서 가은을 통해 전하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저기서 급히 전해야 할 정도의 좋은 일이 생길 리도 없고. 강 선생이 갑자기 정신 차려서 사과하고 다 집에 보내주겠다는 것 말곤 없지.’


“언니, 내 말 제대로 들었어? 지은 언니가 꼭 전해달라고 했단 말이야.”


- 무슨······.


자신에게 제대로 들었는지 묻는 가은의 퉁명한 목소리와 당혹스러워하는 찬서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렸다.


“어? 미안. 못 들었어. 뭐라고?”


“지은 언니가 지원할 거래. 자신이 그렇게 여론을 만들었으면 가장 먼저 지원하는 것 역시 자신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어. 그러니까 언니가 우리를 구하러 오기 전까지 조금은 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근데 정확히 무슨 상황인 거야? 괜찮은 상황인 거 맞아?”


“··· 뭐?”


이 언니가 미쳤나. 가은의 말을 들은 지원이 가장 먼저 한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당신의 꿈을 가져가겠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그들은 어디로(6) 24.11.06 3 0 11쪽
» 그들은 어디로(5) 24.11.05 5 0 11쪽
22 그들은 어디로(4) 24.11.04 6 0 11쪽
21 그들은 어디로(3) 24.11.03 7 0 11쪽
20 그들은 어디로(2) 24.11.02 8 0 11쪽
19 그들은 어디로(1) 24.11.01 6 0 11쪽
18 아직 끝나지 않은 그 여자 의뢰 24.10.31 7 0 11쪽
17 배신자 색출 24.10.30 10 0 11쪽
16 자식을 위하여(5) 24.10.29 7 0 13쪽
15 자식을 위하여(4) 24.10.28 9 0 12쪽
14 자식을 위하여(3) 24.10.27 9 0 11쪽
13 자식을 위하여(2) 24.10.25 9 0 12쪽
12 12화 자식을 위하여(1) 24.10.24 8 0 12쪽
11 몽타주 24.10.23 9 0 12쪽
10 그 여자의 이야기(2) 24.10.22 8 0 12쪽
9 그 여자의 이야기(1) 24.10.21 8 0 13쪽
8 드림 코베터? 24.10.20 10 0 11쪽
7 불편한 의뢰 24.10.20 8 0 11쪽
6 6화 복수 24.10.18 8 0 11쪽
5 5화 정찰 시작 24.10.18 9 0 12쪽
4 죄인 24.10.16 8 0 11쪽
3 미래에서 본 24.10.15 8 0 12쪽
2 소문 24.10.15 10 0 12쪽
1 드림키퍼 24.10.15 15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