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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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쓰고
작품등록일 :
2024.10.25 19:32
최근연재일 :
2024.11.07 16:1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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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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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말

DUMMY



강남 역삼동의 어느 골목.

고급 술집과 호텔이 늘어선 이곳에 짙은 선팅을 한 마이바흐 하나가 서서히 들어왔다.


마이바흐 뒷자리에는 강인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있었고. 운전석에는 30대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골목 저편에 있는 한 호텔을 주시했다.


“대표님. 그 친구, 믿을 만 합니까?”

“실력 좋아. 기다려 봐.”


30대 남자는 불신 어린 눈으로 호텔을 보았다.

저 호텔은 신흥 폭력조직 ‘레드힐’의 소유였으며. 마약과 카지노 등 여러 불법 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현재 시각 오전 10시.

점심시간이면 식사하러 나온 회사원들로 가득해질 거리였지만, 지금은 골목이 한가했다.


한 5분 지났을까.

두 사람이 호텔을 지켜보던 그때.

호텔 내부에서 고함과 욕설이 들려왔다.


와장창!

호텔 4층의 한 창문이 깨져나갔다.

동시에 한 남자가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으아악!”


그대로 추락하는 건가 싶었으나.

퉁- 소리를 내며 남자가 반동으로 퉁겨져 올라갔다. 이내 몸이 뒤집히며 꼴사납게 추락했다.


쿵- 콰칙-

자동차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저 친구입니까?”

“그래.”


남자가 어느 정도 풀어 놓은 완강기 로프를 잡고 뛰어내렸던 것이었다. 게다가 팬티만 입은 상태였다.

깨진 4층 창문에선 고함이 들려왔다.


“놈이 뛰어내렸습니다!”

“뭐해! 빨리 잡아!”


팬티만 입은 남자가 끙끙대며 일어났다.

팬티 안에 뭔가 집어넣은 듯 앞쪽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그가 마이바흐 쪽으로 달려오더니.


“이야, 구 사장님. 일찍 왔네?”

“또 무슨 사기를 치려는 거냐?”


남자가 자기 팬티를 가리켰다.


“여기에 아주 큰 거 있거든요.”

“그게 무슨···”

“히히히! 나중에 봅시다!”

“야, 최도건!”


도건은 팬티 바람으로 내달렸다.


“저 새끼 잡아!”


호텔에서 조폭들이 나와 도건을 쫓았다.

그 모습을 본 구 사장은 헛웃음을 지었고. 30대 남자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저 친구가 최도건입니까?”

“그래.”

“최고의 해결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맞아.”

“근데 왜 아침부터 빤스런을?”

“그러게 말이다.”


구 사장은 도건이 간 방향을 보았다.

팬티 앞에 뭘 넣었는지 뛸 때마다 덜렁거렸다. 도건이 놈들에게서 뭔가 훔쳐 나온 것이 분명했다.


“애들 부르고 최도건이 쫓아.”

“알겠습니다.”


30대 남자는 어디론가 전화한 뒤 차를 몰아 나갔다. 골목에서 벗어나 대로로 향하자. 도건이 팬티 바람으로 신나게 덜렁거리며 달려가고 있었다.


잠깐 사이. 그를 쫓는 조폭들 수가 두 배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도건은 테헤란로 역삼역 방향으로 달리다 다시 왼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저 골목에 뭐가 있었지?”

“쭉 가면 클럽 레드힐이 나옵니다.”

“이런.”


구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30대 남자가 룸미러로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저 자식. 레드힐을 치려는 거다.”

“예?”


마이바흐가 골목으로 진입하자 멀리 달려가는 도건이 보였다. 한 사람은 팬티 바람으로 달리고, 수십 명이 고함을 지르며 쫓는 진풍경이었다.


“하······.”


구 사장은 어이없는 한숨을 지었다.

비로소 도건의 의도를 파악했다. 안 그래도 막 나가는 레드힐이 무척 신경 쓰였던 그였다.


저들 배후에 누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최근 여러 업소에서 그들과 수차례 갈등이 있었다. 그들이 구 사장의 영업장을 노리는 것으로 봐야 했다.


“애들 모두 클럽 레드힐로 가라고 해.”

“위험합니다, 대표님.”

“저 자식 혼자서도 가능해.”

“혼자서요? 그런 친구가 왜 도망을 갑니까?”


구 사장의 눈이 깊어졌다.


“도망이 아니라··· 몰이사냥이야.”

“아니, 어떻게?”


30대 남자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구 사장이 이어 말했다.


“그 흉악한 대림동 애들을 혼자서 쓸어 버렸던 놈이다. 무슨 카페를 하겠다고 내게 3억을 빌려 갔는데 딱히 달라고 안 했어.”

“대체 뭐하던 친굽니까?”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도.”


마이바흐는 곧장 클럽 레드힐로 향했다.

멀리서 승합차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달려온 레드힐의 조직원들이었다.



*



쾅쾅쾅-

클럽 레드힐의 철문을 두드렸다.

저편에선 조폭들이 열심히 쫓아온다.


“형님! 문 열어요! 큰일났습니다!”


쾅쾅쾅-

고함을 지르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제야 클럽의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커다란 덩치 하나가 문을 열고 나왔다.


“뭐야? 너 누구야?”

“최도건.”


퍽-

거구가 펀치를 맞고는 그대로 앞으로 넘어갔다.

뒤를 쫓던 조폭들도 하나둘 도착하며 날 에워싸기 시작했다. 바로 클럽에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다.


“너희 보스는 언제 출근해?”


그때 뒤에서 누가 나왔다.

레드힐의 행동대장.


“그 팬티 안에 든 거 내놔라.”


놈들이 내 팬티를 본다.


“여기서? 아, 조금 부끄러운데?”

“그거 말고! 네가 훔친 거!”

“아저씨 건 떼었다 붙였다 하나 봐? 에이, 그래도 그렇지. 내가 쪼그마한 아저씨 걸 왜 훔쳐.”


행동대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잡아!”


두 사람이 날 향해 튀어나왔다.

하나는 발길질로 명치를 지르고. 한 놈은 훅으로 후려쳤다. 순식간에 둘이 나가떨어진다.


“우와! 저기 옥상에! 누가 제로투 춘다!”


클럽 안으로 뛰어 내려갔다.

아주 넓은 지하 클럽이 눈이 들어왔다.

가운데 커다란 홀이 있고 2층엔 룸이 있는 곳.


저기 엘리베이터를 타면 건물로 올라간다.

이 5층 건물 전체가 레드힐의 본부다.

홀 가운데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조폭들이 속속 진입하며 내 앞에 늘어섰다.

놈들은 이제 성급하게 덤벼들지 않는다.

다만 품에서 회칼을 하나씩 뽑을 뿐.


“너. 여기 들어온 거 실수한 거야.”

“응. 괜찮아. 아늑하고 좋아.”


지금 시각 오전 10시 25분.

이제 고작 5분 남았다.


곧 인류에게 히어로 시스템이 주입된다.

용사를 육성한다는 잔혹한 생존 게임.

시작은 조폭을 잡는 게 맘 편하지.




클럽 홀에 싸늘한 긴장감이 돌았다.

레드힐 조직원의 수는 22명.

8명은 회칼을 들었다.


놈들이 함부로 덤벼들지는 못했다.

칼을 들었다면 목숨을 걸어야지.


“다시 말한다. 그 팬티 안에 넣은 거 내놔.”

“뭘 저장해 놨길래 이렇게 호들갑일까.”

“너, 깝치다 죽는다.”


행동대장의 얼굴이 심각하다.

훔친 건 USB 메모리였다.


“VIP 고객 명단 말고 다른 것도 있나 봐. 너희 진짜 보스가 홀딱 벗고 제로투라도 췄어?”


행동대장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죽여.”

“잡아!”


놈들이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곧장 뒤로 쭉 빠졌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내게 달려드는 놈들을 쳐내기 시작했다.


퍽- 퍼벅-

가볍게 섀도 복싱하듯이.

올라오는 놈들의 면상만 노리면서.


빠각- 콰당탕탕-

놈들이 하나둘씩 굴러떨어진다.

웬만해선 못 버텨. 난 능력치가 있거든.


“죽어!”


퍼컥-

회칼로 찔러오던 놈이 더블펀치를 맞고는 뒤로 퉁겨나갔다. 뒤에 있던 놈들까지 밀쳐버리며.

서너 명이 한꺼번에 굴러떨어지자.

몰려오던 돌격이 잠시 멈췄다.


“뭐해! 올라가!”


놈들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3분이 훌쩍 넘은 것 같은데.

게임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건가.


그때였다.

클럽 철문이 덜컹- 하고 열리더니.

입구에서 남자들이 난입하기 시작했다.


“구용철 애들입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들어가라!”

“와아아!”


구용철 사장의 조직원들이었다.

쇠 파이프를 들고 곧장 쳐들어온 듯.

그만큼 두 조직에 은근한 갈등이 있었다.


카캉- 퍼퍼벅-

두 조직이 순식간에 맞붙었다.

금요일 오전에 벌어진 난투극이었다.


그러는 사이.

난 슬쩍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저거 잡아!”


조폭 몇 놈이 급히 뛰어 올라왔으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며 곧장 올라갔다.

뭐, 조폭들 싸움은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땡-

5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레드힐 보스의 넓은 사무실이 나타났다.

창가에 커다란 책상. 벽에는 그림이 있고.


시계를 보니 10시 40분.

비망록의 기록이 잘못된 건가.

아니면. 오늘이 아니었나.


퉁퉁. 퉁퉁. 텅텅.


벽을 두드리며 창가로 걸었다.

벽 속에 금고가 숨겨져 있다.

현금과 금괴는 못 참지.


책상 서랍도 열어 보았다.

딱 하나가 잠겨 있다.


촤르르르-

책상 뒤에 있는 커튼을 열었다.

커다란 창이 나오며 거리가 보였다.


“빨리 밀고 들어가!”


저런. 입구에서도 난리가 났네.

뒤늦게 도착한 양측 조폭들이 클럽 입구에서도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평소라면 뉴스에 나올 일.


구용철 사장은 사채업자 출신으로 그나마 깨끗한 조폭이다. 반면 6년 전부터 나타난 레드힐은 극악무도한 갱단이었다. 배후도 강력한 것 같았고.


레드힐에 대해 아직 아는 바가 없다.

비망록에서 아주 짧게 언급했을 뿐.

놈들이 훗날 ‘권력’의 개가 된다고.


그래서 나중을 위해 증거 좀 확보했다.

일반인과 싸우는 것보다 마음의 짐도 덜하니까. 좋은 놈들도 아니고 5명 정도만 잡으면 적당하지.


그래서 여기로 몰아온 거다.

레드힐을 밟아놓고 시작하려고.


땡-

레드힐 행동대장이 올라왔다.

승강기 앞에서 싸우다 올라온 듯.


“네가 최도건이냐?”


보스의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응. 너희 보스가 알려준 거야?”


행동대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 30대 남자가 아무래도 걸리네.

사장은 없고 늘 저 인간만 있던데.


“너.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나 보네.”

“오, 그 대단하신 분이 레드힐의 진짜 보스인가 봐. 아저씨는 이 클럽 사장인 거고. 바지 사장.”


‘바지 사장’의 얼굴이 슬쩍 굳어졌다.

그럼. 금고 열쇠도 가지고 있겠네.


“엘리베이터 멈춰.”

“예.”


놈들이 공격 자세를 잡았다.

나도 팬티에 손을 집어넣었다.


음. 무사하게 잘 있군.


호텔 사무실에서 입수한 메모리다.

양말에 말아서 팬티에 넣었다. 새벽에 꼬신 카지노 딜러랑 오붓한 시간 좀 보내나 했더니. 아 놔.


놈들이 좌우로 늘어섰다.

가장 잘 싸우는 놈들만 올라왔겠지.

대체 게임은 언제 시작되나 싶던 순간!


삐이이이이이이이------


“아악!”


기괴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일순 뇌가 터져버릴 듯한 소음!

전부 귀를 막고 고통으로 몸을 숙였다.


“이거 무슨 소리야!”


이곳에서만 울리는 게 아니다.

전 지구에서 동시에 울리는 고음.

마치 이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듯한!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굉음이 끝없이 울리는가 싶더니.


파아앗-


갑자기 눈앞에서 섬광이 터졌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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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 용사의 각오 24.10.31 17 0 10쪽
15 나의 방패막이 24.10.30 18 0 10쪽
14 한 남자가 있었다 24.10.29 19 0 10쪽
13 이상하고 심각한 오류 24.10.28 21 0 10쪽
12 시스템이 없는 그녀 24.10.28 25 0 10쪽
11 그 여자 아니지? 24.10.27 24 0 10쪽
10 던전 파티 공략 24.10.27 27 0 10쪽
9 버그 버퍼 버서커 24.10.26 31 0 10쪽
8 내 친구 리볼트 24.10.25 3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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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튜토리얼이 빡세다 24.10.25 49 0 11쪽
5 강남역 경쟁의 장 24.10.25 56 0 10쪽
4 다운된 상태창 24.10.25 60 0 10쪽
3 내게는 이미 있다 24.10.25 61 0 11쪽
» 세상의 종말 24.10.25 71 0 11쪽
1 프롤로그 24.10.25 88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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