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토리얼이 빡세다

“어디 가요!”
허겁지겁 따라오는 BJ의 외침.
대로 반대 차선에선 이미 구울들이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크아아악-
쏟아져 나오는 구울들!
곧장 놈들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촤아악- 서커컥-
닥치는 대로 베며 뛰어들었다. 구울들이 아귀들처럼 물어뜯으려고 달려든다. 기이하게 흐느적댄다. 수가 많아서 그렇지 힘과 속도는 인간보다 조금 약하고.
크아악!
서컥- 단검의 일격에 목이 반이나 잘려 나간다. 잠깐 사이에 수십 마리에게 포위되면서 미친 듯이 베고 또 베었다. 달려드는 놈들에게 밀릴 지경!
놈들이 내 몸을 물어뜯지만 성가시게 아플 뿐.
이빨도 무디고 무는 힘도 약해 살점이 뜯기지 않는다. 게다가 매달리며 질질 늘어지기까지.
“사, 살려줘!”
BJ가 구울들에게 물어뜯기는 중이었다.
구울이 인간에게 매달리는 듯한 광경.
물려서 죽기보다 압사당해 죽을 듯.
이래서 빡세다고 한 거네.
인간의 탐욕을 구울로 상징한 건가. 게임을 만든 존재들이 너희 인간은 이렇다. 라고 조롱하는 느낌.
퍼퍽- 꾸에에엑!
팔다리를 잡고 물고 늘어지고! 등에 매달리고! 걷어차도 다시 달려들고! 탐욕의 지옥에 빠진 것만 같다.
“으악! 내 얼굴!”
BJ가 구울에게 뺨을 물어뜯기고 있었다.
공포에 질린 그의 얼굴 살점이 뜯겨 나간다. 다리 쪽은 이미 구울 대여섯 마리가 물고 늘어진 상태.
퍽-
BJ의 목을 물어뜯으려던 구울의 정수리에 단검을 꽂았다. 퍽퍽퍽- 구울들의 몸에 마구 단검을 꽂아 일단은 들러붙은 구울들을 떼어냈다.
“싸워! 레벨부터 올리라고! ”
이건 실력과 상관없다.
용사의 투혼을 보는 거지.
잠깐 사이에 또 내 몸에 구울들이 들러붙는다.
출혈은 없었지만 통증은 상당하다. 트레이닝복도 너덜너덜해져 버렸고. ‘츄리닝’을 입을 걸 그랬나.
그때였다.
띵-
[2레벨이 되었습니다.]
[스탯을 획득했습니다.]
[회복약을 지급합니다.]
내 몸에서 일순 광채가 나면서.
부상한 부위가 순식간에 회복됐다.
구울에게 뒤덮인 BJ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퍽-
육탄으로 구울들을 들이받아 쳐내곤.
피투성이가 된 BJ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회복약!”
아주 짧은 순간.
내 손에 빛의 입자들이 모이면서 빨간 젤리가 생겨났다. 곧장 기절한 BJ의 입에 회복약을 밀어 넣었다.
빈사 상태였던 BJ에게서 빛이 나더니.
바로 회복되며 눈을 떴다.
“어? 내가 어떻게···”
녀석의 멱살을 잡고 건물 입구로 달렸다.
순간 초보의 근력이 아니었지만 뭐 이런 것까지 의심할까. BJ를 로비 구석으로 밀듯이 던졌다.
“구석에서 싸워! 둥 내주지 말고!”
녀석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BJ가 하얗게 질린 채 로비 구석에서 구울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포위만 안 되면 구울은 싸울 만하다.
테헤란로에는 이미 구울들로 바글바글했다.
지금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플레이어 대다수가 구울들에게 뒤덮인 채 그야말로 먹히고 있다.
현재 리볼트와 교감하며 사냥하는 중.
녀석이 머지않아 히어로 시스템을 잠식한다. 완벽한 통제가 완료되면 스탯 투자는 그때 할 생각.
일단은 레벨을 올리는 게 먼저.
불과 3분 만에 다시 레벨업!
[3레벨이 되었습니다.]
[스탯을 획득했습니다.]
[회복약을 지급합니다.]
저편에 보이는 시커먼 구체가 포탈이다.
이 건물의 구울만 다잡고 포탈을 제거한다. 지금 밖에 나가면 어그로가 끌려서 죽을 수도 있다.
BJ는 간신히 싸우는 중이었다. 딱히 도움 될 친구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눈앞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모르는 거니까.
근데 어디서 본 거 같단 말이지.
구 사장의 조카인가. 아니면···
[제거 마수 : 78]
[남은 시간 : 63분 22초···]
“저, 레벨 올랐어요!”
“집중해! 목 조심하고!”
“예! 형님!”
살려는 의지는 있나 보네.
전투. 아니 사냥에만 집중했다.
레벨이 올라도 큰 변화는 없었다.
[4레벨이 되었습니다.]
...
[5레벨이 되었습니다.]
...
[6레벨이 되었습니다.]
···
레벨 오르는 소리만 들려왔다.
로비에 쌓여 있던 구울들은 먼저 죽은 놈들부터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져 간다. 수도 부쩍 줄어들었고.
테헤란로에는 죽거나 죽어가는 플레이어들만 널려 있었다. 대로를 메웠던 구울들은 강남역 쪽으로 몰려갔다. 더는 이 건물로 들어오는 구울도 없다.
그래도 아직 60여 마리.
차분히 최대한 잡으면서 돌다가.
포탈이 있는 계단 쪽으로 튀어 나갔다.
일반 구울로 위장한 주술사 구울!
놈이 날 보며 화들짝 놀라더니 계단 위로 급히 뛰어올랐다. 동시에 놈의 호위대 두 놈이 내게 달려든다.
퍼컥-
주먹질 일격에 터지는 머리.
이게 6레벨의 근력과 속도인 듯!
“크아악!”
호위대가 다르긴 하네.
다른 한 놈이 내게로 뛰어든다.
단검을 어퍼컷처럼 쳐올리며 놈의 목을 뚫었다.
칼을 뽑자마자 주술사를 쫓았다.
놈이 위층으로 허둥지둥 도주하고 있었다. 크게 도약하며 뛰어오른 뒤 주술사를 향해 날았다.
퍽-
주술사의 등에 단검을 꽂으며 놈과 함께 앞으로 나뒹굴었다. 놈은 치유력이 강하기에 연달아 세 번.
퍽퍽퍽- 찌르고 난 뒤에야 옆으로 굴렀다.
[7레벨이 되었습니다.]
“후······.”
주술사의 숨통이 끊어진 걸 확인하고 나서.
다시 로비로 뛰어 내려갔다. 주술사가 죽자, 로비에 있던 구울들이 전부 건물에서 빠져나갔다.
“혀, 형님.”
BJ는 로비 구석에 주저앉아 있었다.
피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채.
츠츠츠츠츠-
짙은 남색 빛이 일렁이는 구체.
이게 포탈인데 점점 힘이 약해진다.
그러다 팟- 소리를 내며 일시에 사라졌다.
대신 작은 구슬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 구슬을 집어 들자.
[포탈을 닫았습니다.]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세요.]
[스탯] [스킬] [아이템]
초반에는 기본 검술 같은 걸 준다.
아이템도 고작 단검 같은 거고.
내겐 개방될 스킬들이 있다.
“스탯을 선택한다.”
바로 구슬이 빛으로 변했다.
[3 스탯을 획득했습니다.]
[보유한 스탯은 23입니다.]
“상태창 확인.”
눈앞에 뜬 상태창을 빠르게 읽었다.
7레벨. 근력은 8. 민첩과 체력 7.
레벨업 할 때마다 1씩 오르네.
BJ에게 갔다.
상태가 상당히 좋아지긴 했다.
뜯겨 나간 뺨의 살도 복구되었고.
“회복됐어?”
“예. 이거 계속 해야 하는 거죠?”
“안 하면 죽어. 돔이 줄어들고 있거든.”
“예?”
BJ의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
숨어 있으면 게임 끝날 줄 알았나.
“배틀 그라운드 알지? 공간이 줄어들고 있어.”
BJ의 눈에 지진이 났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몇 레벨?”
“저··· 2레벨인데.”
“최대한 레벨부터 올려.”
곧바로 건물에서 나갔다.
100미터쯤 떨어져 있던 돔의 벽이 가까워졌다. 시간이 갈수록 더 빨리 좁혀온다. 강남역 중심으로.
남은 시간은 26분.
레벨이 오르니 사냥 속도도 빨라졌다.
이대로 줄어드는 돔의 속도에 맞춰서 포탈만 중점으로 노린다. BJ도 허겁지겁 따라 나왔다.
“어디로 가는데요!”
“다음 포탈로!”
다음 포탈이 있는 건물로 내달렸다.
돔은 반경을 좁히며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게임의 자기장처럼 무시무시한 스파크가 튀면서.
“돔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는데요?”
“탈락하거나! 죽겠지!”
“으윽!”
한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마수도 돔 밖으로 벗어나 몇 초 지나면 죽는다. 그래서 로비에 남은 구울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꾸에에엑-
곧장 주술사를 향해 튀어 나갔다.
호위대를 먼저 잡고 주술사는 간단히 처치.
“스탯을 선택한다!”
포탈을 닫아서 3 스탯 확보.
“이제 골목으로 갈 거야!”
“그 구슬은 뭔데요?”
“보상!”
건물에서 나와 다시 달렸다.
BJ도 입을 꾹 닫고는 뒤따라왔다.
돔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냥 가요! 이러다가 타죽어요!”
“마수들도 마찬가지야!”
구울들도 건물에서 도망 나온다.
주술사는 포탈로 들어가 버릴 테고.
저 포탈에 함부로 들어가면 죽는다고 했다.
쿠에에에-
달려 나오는 구울들을 밀치며 주술사로 향했다.
놈이 급히 포탈로 도망가려던 중이었다.
턱-
바닥을 차고 날아가 주술사의 등에 단검을 꽂았다.
공격하는 호위대를 무시하곤 구슬만 들고 건물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근데 돔이 언제 코 앞까지!
치이익-
으윽. 이건 좀 아프네.
기절만 안 하면 버틸 듯.
다음 포탈로 곧장 달렸다. BJ는 이미 저편으로 달려가고 있고, 테헤란로에는 죽은 플레이어만 널브러져 있었다. 그래도 살아남은 이들이 꽤 있다.
저 플레이어들이 레벨은 올렸겠지만.
아무도 포탈 닫는 법을 모른다.
최대한 파밍하면서 가자고!
회복약을 먹고 다시 달렸다.
약을 먹자마자 몸속으로 퍼진다.
대로 안쪽의 포탈을 닫으며 나아갔다.
스탯을 확보하고 나오면 또 돔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완전히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 빨리 나가요!
- 파이팅!
내 채널의 서포터들도 안달이 났다.
내가 아슬아슬하게 파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서포터가 늘어나서 98명이다.
플레이어 대부분이 싸울 의지를 잃었다.
시작부터 그랬으니 포탈을 닫는 법을 알려줘 봐야 의미가 없었다.
내가 거점을 잘못 선택했나.
그렇다고 미리 알려줄 수도 없는 일.
뭔가 이상하면 ‘그들’이 날 분석할 거고. 그러면 제거 대상이 된다. 게임과 현실에서.
리볼트는 그들을 속일 수 있다.
시스템 잠식인지 통제인지 몰라도.
녀석이 진행 중인 작업을 끝낸다면.
묵묵히 다음 건물로 향했다.
강남역 사거리에는 생지옥이 펼쳐졌다.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고 구울들만 아우성.
“플레이어 몇 명 남았습니까!”
- 468명 중 239명 남았어요!
- 대부분 건물에 숨어 있다고 합니다!
- 아저씨! 강남역 중심으로 가면 죽어요!
서포터들과 소통하는 중이다.
강남역의 플레이어가 유난히 약하다.
다른 거점보다 인원이 훨씬 많은데도.
꾸에에엑-
주술사 하나를 잡고 구슬을 챙겼다.
돔의 벽이 건물 입구까지 좁혀온 상태!
입구로 나가지 못하고 뒷문으로 뛰었다.
주차장으로 나가려는데. 그쪽도 이미 돔의 벽이 넘어왔다. 다시 나와서 화장실 쪽으로!
통로 끝에 웬 거구가 주저앉아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날 빤히 본다.
“뭐 합니까! 죽을 거예요?”
“그냥··· 가세요. 포기했습니다.”
“5초 정도는 버팁니다! 받아요!”
거구에게 회복약을 던져준 뒤.
화장실 옆에 있는 문을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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