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나의 스킬

쾅쾅-
전력으로 카페 뒷문 손잡이를 걷어찼다.
터컹- 하며 손잡이가 통째로 떨어진다.
“갑시다!”
살 의지가 있다면 따라오겠지.
카페로 들어가자마자 서쪽에 있는 통유리창을 향해 달려가 몸을 날렸다. 와장창-
통유리창이 박살 나며 깨져 나갔다.
카페 유리창을 뚫고 나가자마자 회복약을 먹었다. 동시에 돔의 벽이 내 몸을 덮쳤다.
치이이익-
극심한 통증!
5초가 넘어가면 기절한다!
바로 일어나 돔 밖으로 튀어 나갔다.
기절만 안 하면 된다고 각오했다. 앞으로 수없이 겪는다. 어느 수준인지는 알아야지.
콰쾅-
그 거구도 카페를 뚫고 나왔다. 온몸이 화상을 입은 듯 시뻘게진 상태였다. 돔이 여전히 따라오고 있었기에 정신없이 달렸다.
회복약 덕분이기는 한데.
이 거구는 근 7, 8초를 버텼다.
나도 5초 이상 장담하기 어려운데.
“고맙습니다!”
“레벨 몇입니까?”
“4레벨요!”
콰아아아아-
어마어마한 구울 떼!
인간이 보이자 무지막지하게 달려든다.
점점 좁혀지는 돔에 떠밀린 플레이어들도 결국 건물에서 나와 구울을 잡기 시작했다. 화장실 등에 숨어 있다가 나온 이들도 많고.
“으악!”
공격도 제대로 못 하고 구울에 파묻히는 이들이 속출했다. 용기도 자신도 없으면서 플레이어가 된 이들은 죽을 수밖에.
그 BJ는 여전히 살아남았다.
“이제 어디로 가요!”
“돔이 멈출 때까지!”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정신없이 구울을 잡았다. 방심하거나 지치면 구울이 덮친다. 이제는 쓰러지면 혼자 일어나기 어렵다.
눈에 띄는 플레이어들은 좀 있다.
저편에 덩치 큰 아저씨가 피투성이가 된 채 열심히 싸운다. 내 옆에 있는 거구도.
BJ도 초반에 비하면 잘 싸우고 있었다.
이곳 강남역 플레이어의 절반이 죽을 듯.
플레이어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면서.
“멈췄다!”
“와아아아아!”
좁혀오던 돔이 멈췄다.
강남역 교차로 중심에서 반경 40미터.
사거리에서 딱 건물만 제외한 범위였다.
우리도 그렇고. 플레이어들 대부분 돔 벽을 등진 채 달려드는 구울을 막아내고 있었다. 돔 밖으로 구울들을 쳐내기도 하면서.
이제 버티면 된다.
대부분 몽둥이나 식칼을 들었다. 포탈을 닫은 플레이어가 한 명도 없다는 것. 있었다면 보상으로 우선 무기부터 선택했을 테니.
남은 시간은 이제 5분.
여기저기서 레벨업 하는 이들도 보였다. 난 8레벨이 됐는데. 레벨업 하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게임을 만든 존재들이 인간의 게임을 참조한 것이 확실했다. 이 구울들도 좀비를 보는 듯하고. 비망록에는 인간의 콘텐츠를 참고했다고 하던데.
“1분 남았습니다!”
“우리 다 죽는 거 아니에요?”
“이 많은 걸 어떻게 잡습니까!”
다들 충격과 절망에 휩싸여 있다.
모든 구울을 잡으란 말은 없었다만.
[9레벨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9렙.
리볼트는 아직 멀었나.
아무래도 강남역 플레이어들 대다수가 용사의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 듯.
이러면 징벌이 떨어질 텐데.
말이 징벌이지 사실상 몰살이다.
“곧 끝납니다!”
다들 긴장한 채 남은 시간을 보았다.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가 없으니.
그렇게 시간이 0이 되는 순간.
광채와 함께 니케가 등장했다.
[강남역 플레이어 여러분.]
[여러분의 평균 레벨은 고작 2레벨입니다. 여러분 대부분이 플레이어의 자격을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징벌 과제를 수행하세요.]
“징벌 과제라니.”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온다.
일부가 뭐라 항의하려던 그때.
쿠에엑- 카악-
구울의 얼굴에 커다란 입이 생기더니 서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놈들의 덩치가 커진다. 더 큰 놈이 작은 놈들을 잡아먹고.
그렇게 커진 놈들은 점점 비대해져 간다. 살이 출렁거릴 만큼 거대한 몸집으로.
엄청나게 커진 놈은 구울을 한 손으로 잡아 상체부터 뜯어 먹었다.
“대체··· 저게 뭐야.”
몸이 커진 구울의 몸도 기괴하게 변해갔다. 몸에서 팔다리가 튀어나오고 몸속에선 수많은 구울의 머리가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몸속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
거대해진 구울은 10개가 넘는 팔로 다른 구울을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고.
저것도 탐욕의 은유인지.
뒤에 있는 거구에게 말했다.
줄곧 나와 함께 하고 있었다.
“내가 어그로를 끌테니 공격해요.”
“잡을 수 있긴 한 겁니까?”
잘 싸우던 아저씨도 다가왔다.
BJ도 내 옆에 붙었고.
“저거 엄청 커질 거 같은데?”
“징벌 과제답게 상당히 위험할 겁니다. 무조건 놈의 배후를 돌면서 치고 빠져요. 뒤에는 눈이 없으니까.”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싸우면서 날 봐서 그런지.
쿠쿵-
꾸에에에엑.
거대한 구울이 모든 구울을 먹어 치웠다.
울음을 토하곤 인간을 향해 움직였다.
바로 그때.
[탐욕의 왕을 처치하십시오.]
탐욕이 맞았네.
인간을 가르쳐 보겠다 이건가.
‘그들’은 결코 인간의 신은 아니야.
꾸에엑!
갑자기 놈의 팔이 쭉우욱- 늘어난다!
그 늘어난 팔이 사람을 움켜잡았다!
“살려줘!”
순식간에 사람을 낚아챈 탐욕의 왕.
주저없이 입으로 덥석 물었다.
그러곤 콰드득!
사람의 상체를 뜯어 먹었다!
놈이 하반신만 남은 플레이어를 들고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는다. 핏물을 질질 흘리며.
보는 모두가 얼어붙었다.
“으으으!”
탐욕의 왕이 남은 다리마저 꿀꺽 삼켰다.
그러곤 다시 쭈우우욱- 팔을 뻗는다!
“피해!”
“으아악!”
그제야 플레이어들이 탐욕의 왕을 피해 놈의 뒤쪽으로 돌았다. 놈이 10개가 넘는 팔들을 마구 휘저으며 인간을 낚아채기 시작했다.
“달려!”
다들 돔 벽에 붙어서 필사적으로 달렸다.
놈은 제자리에서 돌면서 인간을 낚아채며 씹어먹었다. 내 앞에서 달리던 사람도 획획 날아가 버리고.
“저걸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플레이어 포기할 방법 없어요?”
“이런 게 나온다고 경고했어야지!”
어떻게든 힘을 모아야 할 텐데.
숨지 않고 구울을 잡았으면 3레벨은 되었을 텐데. 아무것도 안 한 대가로 죽어간다.
욕심만 많고 도움은 안 되는 인간들.
그래서 그냥 방관하고 있었다. 상황 판단도 싸울 의지도 없는 플레이어는 짐만 될 뿐.
그래도 눈에 띄는 사람은 좀 있다.
은행 청원경찰. 회사원들. 요리사들. 4레벨 이상인 플레이어들이다. 한 20명은 될 듯.
아저씨가 날 본다.
언제까지 도망 다닐 거냐는 눈길.
리볼트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시작해도 될까.”
긍정적인 감정.
잠식이든 장악이든 작업이 끝났다.
이제 내 능력치는 2개가 됐다.
전시용 9레벨 능력치.
숨겨져 있는 내 진짜 능력치.
모은 스탯을 양쪽에 동시에 투자한다.
전시용 내 능력 수치.
근력 10. 민첩 9. 체력 9. 마력 0.
지금까지 모은 스탯은 무려 47개.
“근력. 민첩. 체력에 11 스탯씩 투자한다.”
말이 끝나는 순간.
내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10레벨이 되었습니다.]
[11레벨이 되었습니다.]
[12레벨이 되었습니다.]
...
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실제 능력치를 넘어섰다는 뜻!
[15레벨이 되었습니다.]
[마력 수치가 생성되었습니다.]
[기본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또 다른 알림창도 보인다.
드디어 녀석이 말을 걸 수 있다.
“성공?”
(ㅇㅇ. 네 실제 레벨은 훨씬 높음.)
“양쪽에 스탯 투자가 됐어?”
(응. 고유 스킬 하나 개방. ㅋㅋ)
리볼트 녀석이다.
이 알림창은 내게만 보인다.
히어로 시스템에는 흔적이 안 남고.
“지금부터 갑니다!”
탁-
땅을 차며 보스를 향해 튀어 나갔다.
놈의 커다란 손들이 휘어져 들어온다.
렙 차이인가. 손이 조금 느려 보이는데.
갑자기 내 몸이 더 빨라진 것 같다.
단 두 걸음에 보스가 내 코앞에 닿았다. 순간 뻗은 단검은 보스의 미간에 틀어박히고.
퍼컥-
쿠에에엑!
방금 뭐지?
민첩만 더 올린 게 아닌데.
보스의 머리를 차며 일단 몸을 피했다.
내게 어그로가 끌리면서 다른 이들이 정신없이 공격했다. 잠시 질주하다 다시 공격!
서커컥-
커다란 손들이 잘려 나간다.
그때부터 난도질이 시작되었다.
아저씨와 거구가 보스 뒤에서 치고 빠지고. 놈의 시선이 그들에게 가면. 내가 놈을 베고 빠졌다. 일부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
“살이 너무 두껍습니다!”
“팔부터 잘라내! 힘줄을 끊어!”
팔부터 자르는 게 맞다.
효과가 미미해서 그렇지.
서커컥-
놈의 커다란 손 하나를 잘라냈다.
난 일격에 되는데 다른 이들은 안 된다.
날 보는 이들의 눈에 의문이 들어찼지만.
그걸 물어볼 겨를은 없었다. 잠시 한눈을 팔거나, 도망만 다니다가는 잡아먹힌다.
그때였다.
리볼트가 알아들었는지.
(채널에 간섭할 거야. 5초 동안.)
“전 채널을 조작해야 돼. 가능해?”
(쌉가능. 증거 없음. ㅋㅋ)
강남역 채널 전체 조작.
영상을 잠시 끊을 생각인가.
날아드는 손들을 쳐내며 달렸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고유 스킬을 보여 줘.”
(가속 1Lv.)
“시작해.”
리볼트가 채널 간섭에 들어갔다.
이내 나오는 서포터들의 반응.
- 화면이 ··· 상해요!
- 나만 ··· 이 뚝뚝 끊기나.
- 지금 이··· 렉 걸린 것 같···
송출 지연 현상이 벌어졌다.
좋아. 가속이 뭔지 몰라도!
한번 해보자고!
‘가속!’
파앙-
땅을 박차는 순간!
내 몸이 쏘아져 나갔다.
너무 빠르다! 통제가 안 된다!
순식간에 보스의 머리가 코앞에!
이런!
퍼어억-
세상의 시간이 느려지고 있었다.
보스의 머리를 뚫고 들어간다.
내 몸이 보스의 머리를···
이게···
가속이라고?
푸하악-
쿵-
근 10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떼굴떼굴 구르진 않았다.
바로 일어나서 뒤를 봤는데.
보스의 거대한 머리가 터져 버렸다.
그 살점과 시커먼 체액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그제야 후두두둑- 바닥에 떨어진다.
머리가 날아간 거대한 탐욕의 왕은 그대로 퍼지듯 주저앉았다. 저게 살덩이가 아닌 단단한 체구였다면 내가 짜부되어 죽었을 듯.
내 느낌에도 엄청난 속도였다.
플레이어들도 어리둥절한 모습.
무슨 일어났는지 영문을 모른다.
- 이제 제대로 보입니다!
- 누군가가 보스 잡았어요!
- 대박! 화면 제대로 본 사람?
- 시스템 허접하네! 하필이면 결정적일 때.
서포터들 반응이 뜨거웠다.
화면이 뚝뚝 끊기면서 송출이 제대로 안 됐다. 내 채널뿐만 아니라 이곳의 채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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