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파티 공략

내 말에 세 사람이 날 보았다.
스르릉. 나도 검을 뽑았다.
“이 게임은 우리가 가져갑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튀어 나갔다.
기사들이 일제히 날 향해 검을 찌른다!
턱- 플랫폼을 밟고는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앞쪽 기사들만 검을 쭉- 뻗고 있고.
뒤에 있는 놈들은 내 궤적에 따라 고개만 돌아가는 중! 그대로 놈들 사이로 떨어졌다.
쿵-
퍼커커컥-
착지와 동시에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슬쩍 내 진짜 능력치를 그 검에 실으면서.
정예 기사들의 옆구리가 무참히 잘려 나간다.
삽시간에 다섯 명이 쓰러져 나갔다.
이어 주변에 있는 기사들을 마구 찌르고 베었다. 내 실제 능력치가 놈들을 압도한다!
캉- 퍼커컥-
찔러오는 검들을 쳐내며 정신없이 기사들을 쓰러뜨렸다. 잠깐 사이에 앞 열이 무너지자.
쿠콰쾅-
양호산과 덕기 아저씨도 기사들을 육탄으로 들이받으며 난입했다. 기사들의 검을 주워 들고 놈들을 찌르고 후려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세 사람의 몸에서 빛이 났다.
“우와! 레벨업!”
“일호, 뭐해! 들어와!”
공일호도 난전에 뛰어들었다.
“원진 형성해!”
“이대로 돌파한다!”
.
푸컥-
네 사람이 등을 진 채 미친 듯이 찔렀다.
갑주가 두껍지 않아서 복부는 쉽게 뚫렸다.
“왼쪽!”
푹- 푹푹-
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오는 기사를 찔렀다.
한 놈이라도 튀어나오면 두 사람 이상이 찔렀고. 힘으로 밀고 들어오면 우리도 밀고.
기사들이 너무 많이 몰리면 이동.
놈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 그대로 하나씩 잡아 나갔다. 그러면서 조금씩 전진.
내 전력은 돌파할 때만 썼다.
계속 쓰고 있으면 들통나니까.
“반대 철로로 이동!”
다들 훌쩍 뛰어 반대 철로로 건너갔다.
정예 기사들이 빠른 걸음으로 우리 쪽으로 몰려온다. 근접하는 놈들에겐 선제공격!
앞쪽 세 놈이 앞으로 꼬꾸라진다.
터널을 가득 메웠던 놈들이었다. 우리가 계속 이동하면서 놈들의 전열은 무너진 상태였다.
창을 든 병력은 삼지전자 직원들과 맞붙었다.
그들은 직원 통로를 찾아서 들어온 듯. 터널까지 우회할 방법은 그거 하나뿐이니까.
“벌써 절반 잡았음!”
“일호! 계속 볼트를 써!”
“딜이 안 들어가는데요!”
“스킬을 써야 레벨이 오르지!”
일호가 손으로 팟- 하며 빛줄기를 쏘았다.
맞은 기사는 멈칫! 할 뿐이었다. 위력이 고작 1레벨이라 그런 건데. 아저씨 말대로 써야 레벨이 오른다.
“반대 철로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시 훌쩍 뛰었다.
기사들은 빠른 걸음 수준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다만 놈들이 내려치는 검에 걸리면 죽는다.
다시 일행의 몸에서 빛이 났다.
점점 레벨업 하는 속도가 더디다.
“일호! 지금 몇 레벨?”
“말해도 되는 거임?”
“파티에서 나갈래?”
“8레벨요! 두 사람은?”
“난 10레벨!”
“저도 10레벨입니다!”
다들 5레벨씩은 올랐다.
여기서만 8레벨이 오를지도.
“파티 공격 버프!”
[파티원의 공격력이 14% 상승합니다.]
내 마력 수치도 조금 올랐다.
직전에 9였는데 현재 16. 레벨은 17.
마력 수치는 마력의 그릇과 관계있다.
“스탯 투자했나!”
“지금 합니다! 보유 스탯 동일 투자!”
“난 마력에만 절반! 나머지는 근민체에!”
일행이 다시 레벨업 했다.
모은 스탯을 한 번에 투자하다 보니.
레벨이 오르고 마력이 커지니 좀 다르다.
그때 일행의 검에 은은한 빛이 났다.
검에 마력이 깃든 건가. 몸속의 마력이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그 존재감이 점점 커진다.
퍼컥-
호산의 일격에 기사의 팔이 잘려 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기사가 퉁겨나갈 정도!
“갑주가 잘립니다!”
“검에 마력이 실린 거야!”
“이제 각자 유인해서 하자고!”
양호산은 정예 기사보다 레벨이 높아진 것 같다. 덕기 아저씨는 약간 우세. 마법 화살인 공일호의 볼트도 위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10렙이 정예 기사들보다 우세라면. 평균 4레벨인 플레이어들은 이들한테 고전했겠지. 삼지전자 직원들만 봐도 병력을 쉽게 못 뚫는다.
이제부터 우리가 앞서 나간다.
점점 이 격차가 벌어질 거다.
“대박! 볼트가 통해요!”
볼트가 기사의 머리에 적중했다.
놈이 그대로 푹 꼬꾸라졌다.
“이제 알아서 잡아!”
“평온하구만!”
일호도 이제 제 몫을 하기 시작했다.
양호산과 덕기 아저씨도 전투에 익숙해졌고.
튜토리얼은 게임의 전반적인 소개이자 훈련이기도 하다.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벌써 260명 잡았다.
멀리 삼지전자 직원들도 제법 잘하고 있었다. 창을 빼앗은 이들이 많아질수록 유리해지겠지.
“앞으로 이동합니다!”
“안쪽으로 이동!”
터널 안쪽 깊숙이 이동하며 잡아 나갔다.
기사들이 따라오면 잡고 물러나길 반복.
그렇게 점점 안쪽으로 들어갔을 때.
“저게 마정석이군!”
터널 저편에 새하얀 결정이 박혀 있었다.
원래 마정석에서 이렇게 마력이 흘러나오진 않는다. 마정석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앞에 기사단장이겠지?”
마정석 앞 단상에 앉은 보스.
교만의 기사단장이었다.
“내가 단장을 잡을 테니까! 남은 놈들 모두 정리하고 합류하시죠! 경험치는 공유합니다!”
“형님 혼자 꿀 빠는 거 아니죠?”
“넌 저게 쉬워 보이나? 도건에게 맡기고 남은 놈들 먼저 정리하자고!”
기사단장에게 향했다.
놈은 느긋하고 여유롭게 앉아 있다.
칼날이 매우 큰 대검을 옆에 꽂은 채.
“넌 어디서 왔냐? 유령이야?”
아무런 대꾸가 없다.
인간도 이종족도 아닌 NPC다.
어쩌면 실제로 놈들이 존재할 수도.
한 걸음 더 다가갈 때였다.
놈이 일어나더니 검 손잡이에 손을 댔다.
보자마자 알았다. 기사단장은 빠르다는걸.
“얼마나 빠른지 볼까?”
탁-
바닥을 차고 튀어 나갔다.
동시에 놈의 대검이 떨어진다!
쾅-
방향을 틀어서 겨우 피했다.
순식간에 저 큰 검을 내려친다.
검날의 궤적이 잔상으로 남을 정도.
힘도 굉장하다.
철로 바닥 콘크리트가 깊이 파였다.
철컥. 철컥. 놈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키가 3미터에 육박하는 듯.
단장 역시 시커먼 형상만 있다.
크르르-
놈이 내게 대검을 겨누었다.
저 큰 검을 그냥 한 손으로?
“형님! 다른 팀이 가까이 왔습니다!”
일호가 외치는 순간.
터엉- 놈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내 명치를 향해 대검을 쭉 뻗은 채!
투카캉-
쏘아져 들어온 대검을 쳐내는 동시에!
삽시간에 접근하는 기사단장의 복부를 니킥으로 타격했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콰쾅-
5미터나 날아가 처박히는 기사단장.
나 역시 반동으로 주루룩 밀려 나가고.
“후······. 장난 아닌데?”
내 진짜 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순간적인 판단과 함께 리볼트가 한 일이다. 가속도 약하나마 발동되었고.
크르르르-
기사단장이 천천히 일어났다.
당황한 기색은 없다. 이성이 없으니.
내 무릎만 아릿하게 아프네.
“너 고향이 어디야? 이계? 외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빨리 잡아야 한다. 삼지전자 파티가 병력 후미까지 돌파했다. 그들 모두 창과 검을 들었고.
바로 그때였다.
내 몸에서 광채가 났다.
[교만의 기사단 299명을 처치했습니다.]
[18레벨이 되었습니다.]
이제 기사단장만 남았다.
“모든 보유 스탯을 마력에 투자한다.”
다시 내 몸에서 빛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저편 마정석의 마력이 휘몰아치듯 내 몸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력의 그릇이 커진 것!
“형님!”
외침과 동시에 팟-
기사단장의 얼굴로 볼트가 쏘아졌다.
놈이 대검으로 볼트를 막아내는 순간!
텅- 나 역시 검을 쭉 뻗으며 쏘아져 나갔다.
놈의 움직임이 느리다!
가속을 쓰지도 않았음에도!
기사단장이 대검으로 볼트를 막는다. 다급히 왼손으로 내 검을 쳐내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검이 먼저 놈의 복부로 파고들고 있었다.
푸커컥-
검이 기사단장의 배에 박혔다.
날아간 관성으로 놈을 밀듯이 함께 단상 밑에 처박혔다. 순간 날 치려고 왼팔을 뒤로 젖히는 기사단장!
쿵- 놈의 왼팔을 힘껏 밟았다. 이번엔 대검을 든 놈의 오른팔이 내 머리로 향한다!
놈의 배에 박힌 검을 뽑는 동시에!
그 오른팔을 후려쳤다.
써컹-
퉁겨져 오르는 놈의 오른팔!
돌아온 내 검은 다시 놈의 목으로!
콰드득-
놈의 갑옷과 투구 사이에 검이 틀어박혔다.
혹시나 폭주 기세 폭발이 있을까 방어력을 올리려 했는데. 이 보스에겐 그런 건 없었다.
이내 축 늘어지는 기사단장.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진다. 널려 있던 기사들과 마정석도 마찬가지. 기사의 검 또한 모두.
[교만의 기사단장을 처치했습니다.]
[보상 열쇠 3개를 획득했습니다.]
[생성된 보상의 궤를 찾으세요.]
[19레벨이 되었습니다.]
미션 성공으로 다시 레벨업.
파티원의 몸에서도 빛이 났다.
“우리가 잡았다!”
“형님, 진짜 대박이네요!”
“자넨 대체 레벨이 몇이야?”
일호는 단상 뒤로 향하고.
두 사람은 웃으며 달려왔다.
“보상의 궤를 찾아야 돼!”
“흩어져서 찾아!”
먼저 일호가 외쳤다.
“여기 하나 있어요!”
단상 뒤편에 투박한 궤짝이 놓여 있었다.
일호가 슬쩍 열어 보지만 열리지 않는다. 보상을 먼저 먹으려 했는지 녀석이 당황했다.
“너. 얍삽한 새끼였냐.”
“내가 뭘 얍삽해! 그냥 열어 본 거지!”
“열쇠가 있어야 한다. 비켜 줘.”
일호가 머쓱하게 물러났다.
궤 앞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보상 열쇠를 쓴다.”
그러자 궤짝에서 빛이 나더니.
툭- 하고 가볍게 열렸다.
[제작 큐브를 획득했습니다.]
[제작 스크롤을 획득했습니다.]
[제작 재료 4종을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재료 도감을 지급합니다.]
“제작? 이게 다야?”
살짝 아쉬운 표정들.
김덕기 아저씨가 말했다.
“다들 아이템 들어왔나?”
“예. 전부 제작 관련인데요.”
“다른 궤에는 장비가 있겠네.”
다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만 추가 보상으로 재료 도감이 들어왔다.
덕기 아저씨 말대로 이 보상의 궤에는 제작 관련만 있는 듯.
“여기 있어요!”
일호 녀석이 또 찾아냈다.
단상 뒤쪽 저편에 숨어 있었다.
바로 달려가서 열쇠를 더 썼는데.
“오올··· 이게 진짜네!”
궤에서 빛의 형상이 솟아오른다.
국민 갑옷이라 불릴 경갑이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