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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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쓰고
작품등록일 :
2024.10.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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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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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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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용사의 각오

DUMMY



리볼트가 메시지를 이었다.


(누가 포탈을 열었는지 그들은 알아. 그래서 모호해진 거지. 나는 그런 걸 열지 못해. 내가 했다고 해도 그들은 그 비밀을 숨겨야 하고.)


“어째서?”


(나와 네 존재가 확실히 드러나면. 인간에게 우호적인 이들도 알게 되거든. 만일 그들이 널 보호하게 된다면.)


“날 죽이기 어렵게 되는군.”


(바로 그거야. 그래서 네가 드러나더라도 은밀히 제거하려고 할 거야. 반면 우호적인 이들도 숨어서 플레이어들을 돕고 있지.)


그럴 줄 알았다.


“혹시 이중원이 그중 하나?”


(글쎄.)


그들은 대체 어떤 존재들일까.

내분이라도 일어난 것 같네.


“그들이 혹시 내전 중이야?”


(나도 몰라. 난 입수한 정보만 아니까.)


리볼트가 안전을 위해 거짓말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에게 우호적인 이들이 리볼트 뒤에 있을지도. 아무래도 이게 가능성 크지.


만약 외계 고등종족이라면.

정치적인 파벌의 갈등일 수도.

그들이 왜 인간을 용사로 육성하겠냐고.


정리하자면.

나쁜 쪽은 인간을 이용하려는 거고.

반대파는 인간의 편에서 견제하는 거고.


결국 그들의 대리전이 되려나.

인류를 두고 뭐 하는 짓들인지.


“내가 우호적인 존재와 손을 잡는다면?”


(그때 우린 더 이상 숨지 않아.)


“그거 좋네.”


(너무 빨리 드러내진 마. 널 의심하면서 지켜보게 해야 해. 그들도 확실한 증거와 명분이 필요하고. 뭐든 대놓고 움직이면 눈에 띄어.)


“알았어. 놈들도 상황이 애매하다, 이거군.”


나도 점점 위험해지겠지만.

그들도 쉽게 움직이진 못한다.

자칫하면 전쟁이 벌어지게 될 테니.


(아, 그리고.)


리볼트의 들뜬 마음이 전해진다.


(계승 스킬은 ‘복제’ 스킬로 바뀌었어.)


“복제? 아이템을 복제한다고?”


(빙고.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 거야. 내 시스템에 들어온 아이템과 스킬을 복제해. 계승의 변종이지. 물론. 짝퉁이라 하자가 있어.)


“오. 이건 좀 지리는데?”


계승 스킬의 오류인데 어쩔 거야.

행동반경에 작은 자유가 생겼다.

내가 드러나도 그들에겐 기밀. 대놓고 날 죽이지도 못하고. 기껏해야 암살자를 보내는 것.


내 서포터들이 모두 증인이다.

인간에게 우호적인 이들이 그들과 적대하는 날 발견한다면. 은밀히 뭐라도 하지 않을까.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할 듯.

놈들이 완전히 빡치기 직전까지.


아직도 나는 버그다.

강력한 핵이 될 거다.



* * *



“헉. 헉. 헉.”


이중원은 벽에 기대 회복약을 먹었다.

이곳 19층까지 혼자 힘겹게 올라오면서.

도건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이유 없는 호의는 없어.’

‘언젠가 널 손에 넣으려 할 거야.’


게임의 서막부터 지금까지.

이상하리만큼 순조로웠고 운도 좋았다.

시작부터 히든 스킬을 얻을 줄은 몰랐다.


그의 아버지는 태산그룹의 후계자였다.

그런 그의 아버지가 중원이 15살이었을 때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너무도 뻔했던 사고 위장 살해.


그룹의 회장 자리는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났었던 큰아버지가 차지해 버렸고.

전대 회장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중원과 그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룹 지주사의 알량한 지분만 가진 채.

모자는 작은 기업 하나 물려받지 못했다.

그렇게 몇 년 후 그의 어머니마저 우울증과 지병을 앓다 돌아가셨다.


그가 17살 무렵이었다.

중원은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지독하게 공부와 운동에만 열중했다.


복수심이었다.

복수를 꿈꾸었다.


아버지를 따르던 이들을 만나서 조언을 받고.

할아버지가 숨겼던 지분과 유산을 확보하고.

이름도 이준에서 이중원으로 바꾸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아버지를 죽이고 태산그룹을 차지한.

큰집을 박살 내고 사촌 이규를 죽이는 것.


이규는 어릴 때부터 악마였다.

집안이 그룹에서 쫓겨난 뒤로는 잊을만하면 폭력배를 돈으로 사서 중원을 괴롭혔다.

이규의 취미였다.


중원은 살아남기 위해 단련해야 했다.

이규가 어른이 되면 자신을 죽일 것이 뻔했기에. 중원의 지극한 복수심을 이규도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리고 어제.

이 게임이 시작되었다.


중원은 누구보다 강해지기로 결심했다.

이제 태산그룹은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큰아버지와 그 악마 같은 놈.

이규를 죽이기 위해서.


첫 게임부터 거침없이 나아갔다.

점점 인간성을 잃어갈지라도.


“가자. 가야지.”


중원은 심호흡하고 20층으로 향했다.

24레벨이 되었음에도 19층의 보스는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어려웠다.

체력과 마력이 바닥난 것이 문제였다.

애초에 혼자서는 힘든 타워 상층 공략.


마지막 남은 20층.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죽는다.


아래층 상황은 개의치 않았다.

17층에서 19층으로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18층은 문이 닫혀 있기에 누군가 올라오려면 뚫어야 한다.


덜컹.

20층의 문을 열었다.

원래 구내식당이었던 곳.


테이블과 의자는 죄다 사라졌다.

통유리창에는 은은한 노란빛이 흘렀다.

폭발이 일어나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편.


“미노타우로스.”


황소 머리를 한 거인이 있었다.

커다란 원형 쌍 도끼를 들고 씩씩거린다.


이중원은 최종 보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미노타우로스’가 콧김을 뿜어내다 중원을 향해 돌진했다.

건물에 진동이 일어날 지경!


쿵쿵쿵쿵-

크아아아악-


중원이 들이받으려는 돌진을 피하자.

놀랍게도 이 최종 보스는 피하는 중원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매우 빠르게 회전하며!


“젠장!”


휘이이잉- 티티팅-

다급히 도끼를 단검으로 막았으나 중원의 몸만 뒤로 튕겨 나갈 뿐이었다.

게임에 흔히 나오는 ‘휠 윈드’.


뒤로 주르륵 밀려난 중원.

빠르게 보스의 주변을 돌며 놈의 회전이 멈추는 순간을 노렸다.

그러나 이 최종 보스는 지능이 높았다.


갑자기 텅! 하며 바닥을 차더니.

순식간에 날아와 중원을 향해 도끼를 찍었다.

쿠쾅- 바닥에 도끼가 찍히며 불꽃이 튀었다.


중원은 침착하게 약점을 파악하면서.

최종 보스의 ‘피통’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그에겐 HP 게이지가 보이는 스킬이 있었다.


퍼컥-

크하아악-


하나씩. 하나씩.

중원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보스와 싸웠다.

점점 상처가 커지고 옆구리를 차여 갈비뼈가 부러져도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회복약을 먹으며 일어나고 또 일어났다.


크하아악!

퍼벅-


그가 창가로 날아갔다.

경갑이 산산이 부서진다.

유리창에 충돌하고 떨어져 내렸다.

피를 토하며 다시 날아든 도끼를 피했다.


머리가 깨져나가고. 팔이 부러진다.

발목이 으깨지고 살점이 떨어져 간다.

발길질에 차여 하염없이 날아가 처박힌다.


지옥과 같은 싸움.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중원은 이성 따위는 내던진 채 싸웠다.

전사의 투혼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를 응원하는 여성 서포터들이 하염없이 울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으아아아!”


절규를 닮은 용사의 함성이었다.

스스로 터뜨리는 전사의 용기였다.

진정한 강자가 되기 위한 갈망이었다.


처절한 싸움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중원에겐 이제 남은 회복약도 없었다.

육체가 바스러질지라도 불굴의 정신이 끝내 그를 일으켰다.


그렇게 하나씩 다시 하나씩.

최종 보스의 피를 깎아나갔다.

20%. 15%. 10%. 5%. 그리고 2%.


보스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진다.

중원의 정신도 점차 흐려지고 있었다.

최후의 일격. 이제 그것 하나만 남았다.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짜내어.

단 한 번으로 끝내야만 했다.

부디 이 일격이 통하기를.


최종 보스가 몸을 웅크렸다.

보스에게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 빛을 중원은 인지하지 못했다.


탁탁탁탁. 텅-


있는 힘을 다해 보스에게 달려가는 중원.

남은 모든 힘을 단검의 끝에 모았다.

보스의 머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

서컥-


눈앞에서 지나가는 검.

거대한 황소 머리가 튀어 오른다.


츄아아악-

최종 보스의 목에서 피가 솟구친다.

중원의 단검은 허망하게 허공만 갈랐다.


쿵-


거구는 쓰러지고 머리는 굴러갔다.

중원은 멍한 눈으로 머리를 보았다.

그 머리를 베고 지나간 남자도 보았다.


도건의 뒷모습이었다.

그가 조용히 읊조렸다.


“이게··· 최종 보스인가?”


멋지게 돌아서는 도건.

검에 묻은 핏물을 털었다.


“생각보다 약하군.”


중원은 도건을 빤히 쳐다볼 뿐.


“빨리 안 잡고 뭐 했냐? 너 하마터면···”


중원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야, 이 개새끼야!”



*



“아우 깜짝이야, 왜 욕을 하고···”

“죽어!”


중원이 내게 날아들었다.

마력이 바닥났는지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게다가 부상도 극심한 상태.


털썩.

녀석이 내게 닿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왜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싸우냐고.

미련한 건지. 똥고집인 건지.


갑자기 손발이 덜덜 떨리네.

욕에다 마력을 담았나.


이중원은 쓰러진 채 가만히 있었다.

기절해 버렸나. 아니면 창피해서?

조심스레 녀석에게 다가갔다.


“중원아.”


검집으로 쿡쿡 찔러 보았다.

옴짝달싹하지 않는 이중원.


“어이. 이중원.”


그제야 대답이 들렸다.


“가라. 좀 쉬고 싶다.”

“회복약부터 먹어.”


회복약을 녀석의 머리맡에 두고 일어났다.

18층을 꽤 힘들게 클리어하고 올라왔다.

녀석이 혼자서 최종 보스를 잡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팀으로 잡아도 어려운 보스인데.

놀랍게도 이중원은 고군분투했다. 회복약으로도 완전한 회복이 어려운 치명상을 입은 채.


게다가 최종 보스가 폭주하고 있었다.

광폭화로 기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중원이 죽었을 수도.


“근데 저 자식이 목숨을 살려줬더니.”


뭐, 광폭화를 알기나 할까.

나중에라도 알면 고마워하라고.


확인하지 못한 알림부터 다시 보았다.

최종 보스를 잡을 때 몸에서 빛이 났거든.


[전투 스킬 : 돌진을 획득했습니다.]

[고유 특성 : 인내를 획득했습니다.]

[A급 보물 지도를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최종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6 스탯을 지급합니다.]

[추가 보상으로 10만 코인을 지급합니다.]


[20레벨이 되었습니다.]

[기본 스킬이 2레벨이 되었습니다.]

[버프 스킬이 2레벨이 되었습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내 원래 레벨도 한 단계 넘었다.

아마 봉인된 스킬 하나가 개방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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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예고된 기습 24.11.02 13 0 10쪽
17 첫 번째 게임 종료 24.11.01 17 0 10쪽
» 한 용사의 각오 24.10.31 17 0 10쪽
15 나의 방패막이 24.10.30 17 0 10쪽
14 한 남자가 있었다 24.10.29 19 0 10쪽
13 이상하고 심각한 오류 24.10.28 20 0 10쪽
12 시스템이 없는 그녀 24.10.28 25 0 10쪽
11 그 여자 아니지? 24.10.27 23 0 10쪽
10 던전 파티 공략 24.10.27 26 0 10쪽
9 버그 버퍼 버서커 24.10.26 31 0 10쪽
8 내 친구 리볼트 24.10.25 35 0 10쪽
7 숨겨진 나의 스킬 24.10.25 39 0 10쪽
6 튜토리얼이 빡세다 24.10.25 48 0 11쪽
5 강남역 경쟁의 장 24.10.25 56 0 10쪽
4 다운된 상태창 24.10.25 60 0 10쪽
3 내게는 이미 있다 24.10.25 61 0 11쪽
2 세상의 종말 24.10.25 70 0 11쪽
1 프롤로그 24.10.25 86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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