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게임 종료
다시 알림창이 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5분 후.]
[튜토리얼 최종 미션이 시작됩니다.]
[마수와 플레이어들이 당신을 노립니다.]
[30분 안에 이 건물에서 최종 탈출하세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미션이 뜬다.
플레이어들이 협동해서 우릴 잡으라고.
그러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긴다.
건물에 있는 관문이 전부 열렸다.
플레이어들이 속속 20층으로 올라온다.
먼저 올라온 이들이 빛의 장막을 두들겨댔다.
“거기! 너희 둘뿐이냐!”
“저 새끼들 지쳤어! 개이득!”
여기까지 쉽게 올라온 줄 아나.
중원이 무지막지하게 돌파한 거다.
탐지 스킬과 지도가 필요 없을 정도로.
쿡쿡.
검집으로 다시 찔렀다.
“장원아, 이제 일어나라.”
“제발 좀 꺼져.”
“일어나라고. 내려가야 돼.”
왜 이렇게 정신이 무너졌지?
그의 귀에 대고 소리쳤다.
“중원이. 일어나야 해. 일어나! 넌 인류의 자존심이야! 일어나라, 이중원! 어서 일어···”
퍽-
녀석의 주먹이 내 얼굴에 꽂혔다.
어이쿠. 회복약은 언제 먹었대?
“회복약 더 내놔.”
“그걸로 퉁치는 거다?”
“너. 조만간에 내가 죽인다.”
“응. 근데 저놈들이 더 급해.”
출입문엔 플레이어들로 문전성시다.
중원이도 레벨업 했다. 누운 채 보상도 확인하고 방금 떴던 알림도 봤다.
이 녀석. 자빠진 게 창피했던 거야.
“보상 뭐 들어왔냐?”
“보스 막타 친 건 너야.”
“기여도는 네가 더 높을걸?”
녀석도 쏠쏠한 보상을 받았다.
그러니 마음이 좀 풀어졌지.
“마수와 플레이어가 노린다고 했다. 저 플레이어들 뚫고 나가면 마수 웨이브가 올 거야.”
“마수 웨이브?”
“여기가 지옥의 탑이 될걸?”
녀석에게 알림을 보냈다.
파티를 맺자는 확인 알림.
중원이 보더니 콧방귀를 끼었다.
“한 번이라도 해 봐. 너 혼자서는 이 건물에서 탈출 못 한다. 내가 널 들쳐업고 싸울 순 없잖아?”
중원이 다시 날 보았다.
깊은 눈빛이 참 매력 있어.
녀석이 결국 파티에 들어왔다.
“그 버프. 아직 유효하나?”
“당연하지. 2레벨이야.”
중원이 회복약을 하나 더 먹었다.
뼈가 보일 정도로 부상이 심했는다.
이젠 새살이 돋아 거의 아물었다. 체력은 아직도 회복이 덜 됐지만.
중원이 본인 팔을 보았다.
헛웃음을 짓는다.
“새살이 나니 팔이 얼룩덜룩하네.”
아이고. 저런.
흉 져서 어떡하냐.
“타투를 해보는 건 어때?”
“타투?”
“얼룩말 무늬로.”
중원이 날 빤히 본다.
그러다가 피식 웃었다.
“타투라··· 용이라도 새길까.”
“전 여친 이름도 좋고.”
“헛소리 그만.”
낄낄대며 출입문 앞에 섰다.
이중원도 내 옆에 서고.
[곧 탈출 미션이 시작됩니다.]
[··· 6. 5. 4. 3. 2. 1.]
[29분 58초···]
덜컹!
“와아아아!”
플레이어들이 문을 박차고 달려 들어왔다.
중원과 의논할 필요도 없었다. 플레이어들을 모두 끌어내야 계단이 열릴 테니까.
“죽어라!”
다짜고짜 달려드는 놈들을 쳐내고 밀어 찼다.
놈들이 쪽수로 밀고 들어왔지만. 섣불리 누구 하나 자신있게 덤비진 못했다.
수컷 사자와 대치한 하이에나들처럼.
“들어와 봐.”
중원의 눈빛은 또 달라졌다.
내게 보였던 그 살기가 퍼진다.
“뭐하냐! 다굴치라고!”
“그게 쉬우면 네가 하든가!”
다 잃고 싶진 않지?
근데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중원과 함께 뒤로 점점 물러났다.
한참 물러난 뒤에야 플레이어들의 입장이 뜸해졌다. 들어올 사람 다 들어왔다.
여기가 불금 클럽이야?
발 디딜 자리도 없네.
“이 미친 새끼가!”
“아악!”
발 밟았냐. 자기들끼리도 싸우네.
계단엔 매복한 놈들도 있겠지.
“이중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 올 버프.”
나와 중원의 몸에 빛이 퍼졌다.
순식간에 몸속에서 힘이 솟는다.
공격. 방어. 체력. 치유. 각 9% 상승!
터텅-
나와 중원이 튀어 나갔다.
그대로 플레이어들을 들이받았다.
포위망을 무너뜨리면서 인정사정없이!
좌우로 베고! 썰고! 찌르고 가르고!
후려치고! 밀어 차고! 몸을 날려 들이박고!
철저히 다리와 목만 노리며 도륙하고 썰었다.
“으악!”
“시발! 이것들 뭐야!”
투터터텅-
둘의 돌진에 서너 명이 퉁겨져 오른다.
방어 버프 덕분에 상처도 깊지 않다.
치유 버프로 금세 아물어 버린다.
“포기해! 우린 못 이겨!”
“누가! 나가라고 했나!”
이중원이 고함을 지르며 쏘아져 갔다.
그림자가 인간들 사이를 스치듯 맹수처럼 할퀴고 지나간다. 플레이어들은 속수무책.
[단검을 획득했습니다.]
[단검을 획득했습니다.]
[인벤토리에 공간이 부족합니다.]
[누적 24만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누적 26만 코인을··· 누적 29만 코인을··· ]
“코인만 획득! 쓰레기 다 버린다!”
내가 이동하자.
빛의 형태인 아이템들이 무수히 떨어진다.
그 광경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겐 공포다.
중원도 겹치는 아이템은 다 버리고.
“이봐! 우리가 생각을···”
서커컥- 츄악-
중원이 소리치던 자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떼로 몰려오면 이길 줄 알았나.
너희는 어차피 선택된 자들의 레벨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그 선택에 나는 없었다.
일단은 그렇다.
돈 벌어서 다시 플레이어에 도전하든가.
어차피 길드가 생기면 온갖 편법도 생긴다.
플레이어의 수는 꾸준히 유지되어야 하니까.
[21레벨이 되었습니다.]
...
[22레벨이 되었습니다.]
...
[23레벨이 되었습니다.]
레벨업 소리만 귀에 울렸다.
중원의 레벨업 속도는 나보다 더뎠다.
내 전시용 레벨보다 더 높았다는 뜻.
지금 한 30레벨 되려나.
“후, 후···.”
녀석과 함께 그제야 멈췄다.
도망간 자들도 살아남진 못했다.
입구에 내 파티가 버티고 있었거든.
“도건 형! 우리 다 살았어요!”
“도건아! 6분 남았다!”
“이제 내려갑시다!”
내 일행과 간단히 포옹했다.
세 명이 슬쩍 이중원을 경계했는데.
중원은 관심도 안주고 회복약을 먹었다.
“뭐 좀 확보했어요?”
“스킬과 특성 이것저것.”
나는 딱히 필요 없다.
파티원이 가졌으면 된 거지.
이중원이 공략에 큰 도움이 됐다.
“최대한 빨리 내려간다.”
“형. 또 뭐가 와요?”
“마수가 리젠됐어.”
쿠오오오오-
아래에서 들려오는 마수의 울음.
이미 올라오는 놈들도 무수히 많다.
“이중원. 밥이나 한 번 하지?”
“용산에 와라. 목숨 걸고.”
“네가 와. 강남역에.”
또 피식 웃는 이중원.
“가자!”
계단으로 내려갔다.
소음과 함께 마수들이 몰려 올라온다.
구울 잡을 때와 다르지 않다. 타임어택이다.
“최대한 건너뛰어!”
그냥 밀고 내려갔다.
선두에 선 호산과 덕기 형이 각자 획득한 방패를 들고 쳐내며 길을 열어갔다. 그러다 점프!
쿠쿵-
마수들이 물고 늘어지든 말든.
탈출이 우선이기에 내려가기만 했다.
얼핏 중원의 시선이 느껴진다.
나보다 레벨업 속도가 빨랐다는 걸 봤다.
분명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데 막상 싸우면 자기보다 우세인 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상한 거지.
“3분 남았어!”
좁은 계단에서 마수 웨이브.
쉬운 줄 알았는데 자꾸 밀린다.
마수들로 미어터져서 공간도 없고.
“뛰어!”
다시 아래쪽 계단참으로 뛰었다.
그렇게 마수들을 밟으며 점프로 내려갔다.
일호가 자꾸 잡히는 바람에 시간도 지체되고.
“형! 먼저 가! 난 틀린 거 같아!”
“호산! 일호 잡아서 던져!”
“어어? 으아악!”
호산이 일호의 팔을 잡아 아래로 던졌다.
렙이 올라서 저게 가능해졌다.
일호를 던지고 호산도 훌쩍 뛰어 내려가 다시 일호를 잡아 던지고.
“이건 아니지!”
“넌 이제 틀렸다며!”
“내가 너무! 아악! 하찮잖아!”
일호가 사색이 되어 아래로 날아갔다.
쪽팔림은 알겠는데 드립에 책임을 지라고.
두 녀석의 모습에 덕기 형도 낄낄대며 웃고.
“1분 남았다!”
“젠장! 아직도 8층이야!”
정신없이 마수를 헤치고 내려갔다.
호산과 덕기 형이 없었다면 나도 중원도 체력 소모가 극심했을 듯. 일행도 15렙은 됐겠지.
크아아악-
벌레 마수들이 바글바글했다.
그제야 경직 스킬을 발동하며 뛰었다.
우릴 공격하려던 벌레들이 ‘경직’에 닿으면서 일순 얼어붙는다. 지속 효과는 소폭 광역으로 대략 3초. 이 경직이 제법 도움 됐다.
“그 스킬 뭐야! 대박이네!”
“내려가 빨리!”
몸을 날리다시피 했다.
벌레들을 밟아 터뜨리며!
날고 또 날기를 반복하면서!
“10초! 9초! 8초! 7초!”
“다 왔어!”
2층에서 다섯 명 모두 날았다.
쉬이이익- 쿠쿵-
나와 이중원. 덕기 형은 멋지게 구르며 착지.
일호를 던진 호산도 무사히 뛰어내렸고.
공일호 녀석만 아스팔트에 철퍼덕.
다들 바로 일어나 시간 확인.
아슬아슬하게 들어왔다.
“해냈다!”
일호는 벌떡 일어나 환호하고.
나머진 바닥에 앉아 잠시 쉬었다.
후······.
좀 힘들긴 하네.
숨도 돌리기 전에.
스르르 니케가 나타났다.
어째 여신의 표정이 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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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1】
- 튜토리얼 3
<공략>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타워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거점 단체 보상으로 성벽을 제공합니다.]
[당신의 파티는 기여도가 높습니다.]
[파티 전체 보상으로 ‘수호’를 수여합니다.]
[파리 리더 보상으로 ‘호출’을 수여합니다.]
[전직 퀘스트를 진행하십시오.]
[모든 서브 미션은 자유에 맡깁니다.]
[메인 게임은 매주 금요일에 시작합니다.]
[모든 참가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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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드디어 끝났네.”
“하··· 아침 공기가 상쾌하구만.”
다들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1시간 동안 벌어진 게임이었다.
이중원이 내게 다가왔다.
“이름이 뭐냐?”
아주 궁금했었나 보다.
“최도건.”
“도건···.”
내 이름을 중얼거리는 이중원.
녀석을 보며 다시 말했다.
“닉은 라스트히트버그.”
“라스트··· 뭐?”
“네 채널에 놀러 갈 거야. 흐흐흐.”
손을 내밀었다.
중원이 내 손을 물끄러미 본다.
내가 궁금하지? 미쳐버릴 만큼 궁금···
중원이 저편으로 걸어갔다.
내민 손을 보다가 떠나는 녀석.
10월의 아침 공기만 내 손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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