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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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쓰고
작품등록일 :
2024.10.25 19:32
최근연재일 :
2024.11.07 16:16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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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50

작성
24.11.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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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사신

DUMMY



“그걸 왜 꼈어?”

“맨손으로 했더니 아파서.”

“그렇다고 그 장갑을 끼고 벽을 치면···”


벽에 뚫린 커다란 구멍.

건물이 안 무너진 게 다행이네.

그제야 본인 잘못이 아님을 눈치챈 그녀.


“이 장갑. 대체 뭐에요?”


놀란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냥 벽을 쳤을 뿐이다.


“이거 마법 장갑이야.”

“마법 장갑요?”

“응. 타격 의지로 발동이 돼.”

“이런 건 어디서 났어요?”

“게임 보상. 이제 늘 끼고 지내.”


이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얘도 돌아가는 상황은 들었겠지.

세상이 왜 이런지 궁금했을 테니.


톤 펀치 글로브.

거대 중력 마법이 깃든 장갑이다.

한 대 맞으면 그 누구라도 골로 간다.


오늘밤 분명히 누군가가 찾아온다.

그러니 이지를 꼭 안고 자야지.

네 잘못은 없다고 위로하면서.



* * *



새벽 2시 무렵.

검은색 밴이 골목으로 들어왔다.

그 대형 밴에서 장신 사내가 내렸다.


검은 복면. 검은 선글라스. 검은 코트.

사내는 벽면이 뚫린 3층 건물을 보았다.


사신이라 불리는.

불사(不死)의 암살자.


아직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자.

그들은 완전한 처리를 위해 그를 보냈다.

게임의 ‘오류’를 완벽히 제거하기 위해서.



*



이지는 내 집에서 잠들었다.

조던이 옆에서 웅크리고 있고.


난 2층 계단에 앉아 있었다.

특별한 아디다스 트레이닝 세트를 입고. 리볼트의 인벤에서 꺼낸 코트도 입었다.

밤을 새울 생각이었다.


오늘 그들은 내 존재를 확정할까.

아니면 그저 오류가 발생한 제거 대상에 불과할까. 그들은 내 존재를 밝힐까, 숨길까.


오늘 누군가 찾아온다면.

그 결과로 판단을 내릴 것 같다.

나 역시 어느 선까지 드러내야 하는지도.


조용한 신사동의 밤거리.

전기가 끊겨서 암흑에 잠겼다. 이제 수시로 정전이 된다. 발전소에 인력이 없어서 그런지.


끼이익.

저편에서 들리는 소리.

라이트를 끈 채 들어온 차량.



“리볼트. 건물 전체에 결계.”


잘 보이진 않아도 건물 전체에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센트럴 타워 최상층에 있던 빛의 장벽과 비슷한 결계. 물리적인 파괴가 어렵다.


그러한 방어막이.

내 아디다스 트레이닝에도 있다.


옆 건물로 넘어가 골목으로 나갔다.

미연방 요원이나 타고 다닐 법한 GM 캐딜락 밴이었다. 나와 싸웠던 용병들도 저걸 타고 다녔지. 우연일까.


시커먼 놈 하나가 내린다.

저건 누가 봐도 사람 아니다.

이제 시작인데 저런 걸 보낸다고?


검을 인벤에 수납했다.

저놈이 뭔지 알 것 같아서.


그림자 같은 놈이 내 건물로 향했다.

입구 출입문에서 잠금장치를 본다.

벽도 슬쩍 만져보고 고개를 갸웃.


뭔가 좀 이상하지?

‘사신’을 여기 보냈다는 건.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텅-

놈이 바닥을 차더니 솟구쳐 올랐다.

순식간에 3층 건물 옥상까지 올라간다.

코트의 펄럭거리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나도 ‘은신’ 스킬을 펼친 채.

밴으로 다가갔다. 안 그래도 지금 암흑천지라 희미한 실루엣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차량에 동양인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저들은 한국인일까. 한국에도 ‘그들’의 조직이 있나. 미국에는 확실히 있었는데.


사신은 임무 종료 후 통신을 보낸다.

놈의 존재 자체가 기밀 중의 기밀이라.

저 동양인 두 명은 과정을 보고할 것이고.


이지에게 준 장갑.

내게 하나 더 있었다.


쾅- 콰치칙!

운전석 옆 유리창을 박살 내며 운전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대로 터져버리는 머리!

조수석에 앉은 자까지 충돌로 밀려나 문 유리창에 머리가 처박히고!


빠르게 조수석으로 이동했다.

조수석 문을 잡고 뜯어내 버렸다.

문이 뜯겨 나갈 때 불쑥 보이는 총구!


탕-

총을 든 손을 걷어 올렸다.

동시에 남자의 얼굴에 펀치!


푸학-

총을 쏜 자의 머리가 터져버린다.

그 힘에 밀려 머리가 날아간 운전자까지 퉁겨내고. 밴까지 뒤집힐 듯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때였다.


쉬이익-

쿠쿵-


뒤로 훌쩍 뒤는 순간.

내가 있던 자리에 괴인이 떨어져 내렸다.


숨 고를 사이도 없었다.

공간 이동하듯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사신!

지금까지 겪은 적 없던 속도!


총알처럼 날아든 주먹을 다급히 막았다.

쳐낼 겨를조차도 없었다. 강철로 손을 치는 듯한 충격! 뒤로 훨훨 곤두박질친다.

이거 실화냐고!


쿵- 촤르르르.

뒤로 미끄러지면서 바로 일어나려 했는데.

파공음과 함께 떨어져 내리는 괴인!

급히 옆으로 몸을 굴려 피했다.


쿠쾅-


아스팔트가 깨져 나간다.

재빨리 바닥을 차며 터엉-

‘경량’을 펼치며 솟구쳐 올랐다.


내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았다.

놈은 내 방향을 보며 질주하고!


힘과 속도 자체도 감당이 힘든데.

저놈은 죽지도 않는다. 칼로 베면 살이 바로 붙는다. 애초에 괴상한 물질로 만든 놈이라.


가벼워진 내 몸이 추락하던 그때!

놈이 미사일처럼 솟구쳐 올랐다.

이런!


공중에서 몸을 비틀었으나.

놈이 먼저 날아와 날 들이받았다.

퍼벅-


“젠··· 장!”


미친 듯이 휘돌며 신사동 상공을 날아갔다.

지상과 하늘이 끊임없이 뒤집힌다! 놈이 들이받을 때 막지 않았다면 몸이 박살 났을 듯!


이 추락을 멈출 방법이 없다.

이 와중에도 괴인은 추락 지점을 예측하고 달리고 있고. 추락할 때 다시 솟구치겠지!


그들에게 보고할 놈들은 죽었다.

주변에 지켜보는 자는 없다. 저 사신만 잡으면 이번 일은 알려지지 않는다.


터엉- 소리를 내며 솟구치는 사신!

순식간에 내게 들이닥친다!

개 빠르네, 진짜!


“가속! 최대로!”


갑자기 주변이 쭈우욱 늘어나는 듯!

전력으로 펼치는 게 이런 거였나.

1초가 삽시간에 분할되는 느낌!


날아오는 사신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쏘아져 오며 힘껏 주먹을 뻗는 사신!

막으면 또 퉁겨나갈 거고!


내 복부에 놈의 주먹이 닿기 직전!

왼손으로 그 손을 잡아채려 내밀었다.

이 속도와 내 생각이 매치가 안 돼!

이대로 퉁겨나가면 진짜 죽을 듯!


근데.

대체 얼마나 느려지는 거지!

아니 내가 얼마나 빨라진 거지?


쿠쿠쿠쿠···


귀에 울리는 소리마저 늘어진다.

못 잡을 것 같았던 사신의 손목이 잡힌다.

속도에 적응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이게 생각의 속도?


콰드드드···


내 손에 잡힌 괴인의 손목이 찌그러지듯 터져 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힘의 반동으로 나 역시 몸이 뒤집힌다. 사신도 하반신이 뒤집히고.


그 상태로 공중으로 함께 회전하면서 올라간다. 놈이 솟구친 속도와 힘의 작용 때문에.

이 와중에 사신은 남은 왼팔을 뒤로 한껏 젖혔다. 내게 펀치를 날리려고.


쉬이이익···


뻗어오는 놈의 주먹이 보인다.

급히 왼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이젠 오히려 내 몸이 내 생각을 따라가질 못한다.

동시에 나도 펀치!


내 주먹이 놈의 얼굴이 꽂히고 있었다.

놈이 오른 주먹을 미처 뻗기도 전에.

그대로 놈의 얼굴에 작렬!


퍼어어억-


주먹이 놈의 얼굴을 함몰시키며 들어간다.

놈의 얼굴이 기이하게 출렁거린다.

충격파가 놈의 전신으로 퍼진다.

그대로 내 손에서 벗어나더니.

놈이 지상으로 내리꽂힌다.


나 역시 다시 뒤집히며 날아가고.

휘돌아가면서도 사신을 보았다.

놈이 지상에 처박히고 있다.

운석이 떨어지듯이.


쿠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암흑 도시 전체를 깨울 듯이!


누군가가 이걸 봤다면.

공중에서 뭐가 투다닥! 하더니.

괴인이 광속으로 땅에 처박혔겠지.


그나저나.

이렇게 추락하면 몸이 박살 나겠는데.

추락 지점을 보았다. 그나마 다행이네!

충돌 직전 몸을 틀며 주먹으로 후려쳤다.


와장창-

한 건물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다.

쿵- 바닥을 구른 뒤 벽에 충돌하곤 멈췄다.


“쿨럭! 아이고. 뭐가 부러졌나.”


리볼트는 알고 있었다.

굳이 따로 도울 필요는 없다고.

일어나 사신이 처박힌 쪽을 보았다.


잠시 소강 상황이 되자.

가속 상태는 저절로 중단되었다.

그렇다고 발동이 중단된 건 아니다.


가속은 이제 1레벨일 텐데.

레벨이 오르면 어떻게 되는 건지.


어둠 속 저편을 주시했다.

사신은 플레이어와 그들을 방해하는 자들을 제거하는 청소부다. 최강의 킬러 중 하나.


놈은 죽일 수는 없다.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었기 때문에.

놈이 날 찾으면 아까처럼 바로 날아올···


슈우우욱-

저편 어둠 속 점 같던 무언가!

순식간에 물체가 되어 들이닥친다!


이 정도는 예상했다고!

놈이 날 들이받으려는 찰나!

뒤로 넘어지며 어퍼컷을 쳐올렸다.


뻐어어억-

건물 전체에 울리는 타격음!

콰쾅- 놈이 그대로 천장에 처박혔다.


상체가 박혀서 버둥거리는 꼴이라니!

놈의 몸이 물컹해지는 듯하더니.

바닥으로 툭- 하고 떨어진다.


은신으로 일순 내 위치를 감췄다.

어두컴컴한 사무실. 내가 일반 플레이어였다면 히어로 시스템을 추적해서 바로 찾았겠지.


저 시커먼 얼굴 봐라.

사람 얼굴에 무광 레자를 씌운 듯한.

놈은 변신과 위장도 자유자재라고 했다.


놈을 죽이지 못한다면 방법은 하나.

아니나 다를까. 나를 찾지 못하자.

놈이 스르르 투명하게 변해갔다.


약간 일렁이는 놈의 실루엣.

놈은 인공지능 생체 병기다. 자아가 어느 정도는 있다. 그래봐야 리볼트에겐 과거의 병기.


그때였다.

놈이 창가에 가서 서더니.

은은한 빛을 냈다.


(놈이 보고한다! 막아야 해!)


이런!

터텅- 놈을 향해 튀어 나갔다.

놈의 등을 끌어안듯이 들이받았다.



와장창- 건물 유리창을 깨고 나가며 놈의 등에 업히며 매달렸다. 놈이 날 떨쳐내려 했으나 거대 중력의 장갑으로 몸을 묶었다.


퍽퍽-

놈이 팔꿈치로 내 옆구리를 가격한다.

우두둑-


“으윽!”


쇠망치로 옆구리를 치는 듯!

동시에 트레이닝복과 코트에서 벌집 형태의 빛이 난다. 그 빛이 강력한 타격을 분산시킨다.


집중된 힘을 분산시키는 방어막.

방탄 트레이닝과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렇다고 안 아픈 건 아니고!


“너무 아프잖아!”


쿠쿵-

착지한 사신이 대로를 질주했다.

날 떨어뜨리려고 건물벽에 충돌할 심산!


“리볼트!”


(하고 있어!)


터텅-

건물벽으로 날아가는 사신!

날아가다가 몸을 틀며 등으로 박는다.


쿠콰쾅-


아슬아슬하게 물구나무를 서며 피했다.

사신이 자신의 등만 벽에 박은 꼴이었다.

가속이 없었다면 타이밍 못 잡았다.

놈은 그저 의아할 뿐!


“다시 해봐! 내가 떨어지나!”


터텅-

사신이 이번엔 공중으로 솟구쳤다.

뛰어 올랐다가 등으로 추락할 의도!


“으아아아! 방금 말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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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예고된 기습 24.11.02 13 0 10쪽
17 첫 번째 게임 종료 24.11.01 17 0 10쪽
16 한 용사의 각오 24.10.31 16 0 10쪽
15 나의 방패막이 24.10.30 17 0 10쪽
14 한 남자가 있었다 24.10.29 19 0 10쪽
13 이상하고 심각한 오류 24.10.28 20 0 10쪽
12 시스템이 없는 그녀 24.10.28 24 0 10쪽
11 그 여자 아니지? 24.10.27 23 0 10쪽
10 던전 파티 공략 24.10.27 26 0 10쪽
9 버그 버퍼 버서커 24.10.26 31 0 10쪽
8 내 친구 리볼트 24.10.25 35 0 10쪽
7 숨겨진 나의 스킬 24.10.25 39 0 10쪽
6 튜토리얼이 빡세다 24.10.25 48 0 11쪽
5 강남역 경쟁의 장 24.10.25 55 0 10쪽
4 다운된 상태창 24.10.25 60 0 10쪽
3 내게는 이미 있다 24.10.25 61 0 11쪽
2 세상의 종말 24.10.25 70 0 11쪽
1 프롤로그 24.10.25 86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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