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그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레쓰고
작품등록일 :
2024.10.25 19:32
최근연재일 :
2024.11.07 16:16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709
추천수 :
0
글자수 :
100,550

작성
24.11.05 16:05
조회
11
추천
0
글자
11쪽

낯선 전화

DUMMY



공중으로 엄청 솟아 올라왔다.

저편 잠실의 123층 건물이 보였다.

떨어지면 놈은 멀쩡하고 나만 죽는다!


상공의 정점에 이른 뒤.

놈과 함께 회전하며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놈의 머리에서 빛이 번져갔다.


뭔가 위기를 느낀 듯.

사신이 거칠게 몸부림을 쳤다.

이번에 성공 못하면 진짜 죽는다고!


“리볼트!”


(다 됐어!)


사신의 머리가 환하게 빛난다!

세상이 마구 뒤집히고 지상은 가까워진다.

지상에 충돌하기 직전! 놈의 몸을 박차고 떨어져 나가야 산다. 타이밍 늦으면 죽는다고!


30미터! 20미터! 10미터···!

으으아아-


쿠쿠쿠쿵-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아스팔트 가운데가 움푹 파일 지경.


먼지가 원형으로 확- 퍼지고.

주변 건물들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이만한 충격인데 난 비교적 멀쩡했다.


“쿨럭!”


우선 피부터 토한 뒤.

사신의 등에서 내려와 드러누웠다.

뼈가 여럿 부러졌는지 온몸이 쑤셨다.


“아오, 내 갈비뼈.”


리볼트가 알아서 치유 해준 것 같다.

사신은 날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있고.

아 놔. 이놈을 거두려고 그 고생을 했네.


지상 충돌 직전에 보였다.

사신이 갑자기 전향하는 동시에.

날 보호하려는 모습을.


그래서 믿고 맡겼다.

충격도 놈의 몸으로 분산했고.


사신의 몸이 쿠션 역할을 했다고 할까.

이젠 저렇게 내게 예를 표하고 있다.

리볼트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리볼트가 사신을 바꾸어 버렸다.

히어로 시스템을 바꾼 것처럼. 매커니즘은 모르지만 마스터 코드를 바꾼 거겠지.


리볼트에게 히어로 시스템은 어린애다.

수십 년 동안 시스템을 분석하고 스스로 진화도 했으니. 어른이 아이를 만난 셈이지.


그렇게 리볼트는 17살 때의 나.

나를 모티브로 다시 태어났다.


“고생했어, 리볼트.”


(‾▿‾y)


대답 대신 저걸 보여 준다.

사신을 장악하는 중이라 바쁘다.

조던에 이어 부하 하나가 더 생겼다.


그것도 불사의 사신.

현존하는 최강의 병기.


그들은 이번에 큰 실수한 거다.

사신을 잡으려면 사신이나 ‘신의 화신’을 보내야 할 거고. 그러면 그럴수록.

내게는 부하가 늘어날 테니까.


“으하하하하!”


사신은 내게도 기밀이다.

이제 서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들과 밀당하면서 한번 가보자고.


그때 사신이 갑자기 변했다.

검은 물질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처음 보는 얼굴이다. 나이는 내 또래.


“주군을 뵙습니다.”

“오. 제대로인데?”


아주 듬직하고 좋구만.


“네 이름은 제너럴이다.”

“감사합니다. 저는 제너럴입니다.”

“일어나라, 제너럴.”


일어서는 것도 멋지네.

넌 내 군단의 장군이 될 거야.


“네 임무는 안이지를 지키는 거다.”

“주군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집 가자.”


사신이 오길 바라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안전하게 지켜줄 테니.


이번 한 번으로 끝날까.

그들은 계속 시도할 것 같다.

당장 이번 전직 퀘스트만 해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날 죽이려 할수록 곤란해지도록.

잠정적인 포기라도 끌어낼 생각이다.


.


아침 9시.

카페 문을 열었다.

그냥 오늘 개업하기로 했다.


제너럴은 내 집에서 공부 중이다.

말끝마다 ‘주군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지라 리볼트에게 공부를 맡겼다.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학습 중이다.

안 그래도 내 집으로 가던 제너럴을 이상한 눈으로 보던 이지다. 누가 봐도 로봇 느낌.


이지와 아침을 먹고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전기와 가스 상황이 좋지 않아 드리퍼로 내린 커피다. 이지도 옆에 앉아 있다.


“손님이 올까요?”

“월급 떼먹지 않으니까 걱정 마.”

“누가 그것 때문에 그러나.”


그럼 뭐 때문이겠어.


“근데 그 사람은 누구예요?”

“아는 동생. 어릴 때 나무에서 떨어져서 다른 사람과 좀 달라. 너보다 동생이니까. 네가 좀 가르쳐 줘. 네 부하 직원이야.”

“직원이었어요?”


제너럴이 이지를 닮진 않겠지?

이상한 거 배우면 안 되는데.


띠리리리-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통화가 안 되는 줄 알았네.


구 사장인가 해서 봤더니.

처음 보는 번호였다.


“예. 21세기 최고의 해결사, 최도건입니다.”


이지가 날 빤히 본다.

무슨 소리를 하나 싶어서.


- 아저씨. 거기 혹시 신사동이에요?

“응. 누구지?”

- 아! 거기 신사동 맞아요?

“맞아. 누구?”

- 저 한승기라고 하는데요.


전혀 모르는 친구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지?


“어떻게 알고 전화했어?”

- 어제부터 이모 스마트폰에 있는 전화번호 다 눌러 보고 있었어요! 아저씨 근데요! 지금 휴대폰 배터리가 없어서요. 아···

“지금 어디에 있어?”

- 잘 몰라요. 근처에 절이 있어요. 엄청 높은 빌딩도 봤어요. 도로도 엄청 넓었는데.

“123층 빌딩?”

- 네! 저희 서울에 처음···”


띠-

전화가 끊어지고 말았다.

다시 전화하자 꺼져 있었다.

꼬마가 어딘가에 숨어 있나 본데.


통화 목록을 살펴보았다.

지난 금요일 오전 10시 10분.

이 번호로 전화가 4통이나 왔었네.


당시엔 집에 전화를 두고 나왔고.

꼬마의 이모가 전화했었나.

그 이모는 대체 누구지?


“혹시 10살쯤 된 아는 애 있어?”

“10살요? 제가 살던 동네에는···”

“동네 꼬마 말고.”


이지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모르는 사이.


이지가 날 찾아온 것과 비슷하다.

다시 전화해도 여전히 꺼져 있었다.

약탈자라도 애들을 건드리진 않을 텐데.


서울에 처음 와서 내린 곳.

공항. 서울역. 고속버스 터미널이다.

모두 신사동의 서쪽인데 절이 있다?


어디인지 알 수가 없네.

오늘 안에 또 전화 오겠지.

.


10시쯤 강남역에 왔다.

그들이 암살자를 보내지 않도록 할 방법은 찾았다. 그게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은 이제 막 시작했다.

지금 날 제거하는 게 가장 좋지만. 정체 모를 오류 하나 잡겠다고 무리수를 쓰긴 어렵다.


날 지켜보면서 내 정체와 증거가 확실할 때.

다른 플레이어들도 고렙이 되었을 때. 플레이어들이 날 제거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밀당이다.

내가 성장하는 걸 감수하고 주시한다.

그들이 하이 랭커들을 손에 넣을 때까지.


그 무렵이면 전쟁이 일어나겠지.

세력이 갈려서 대놓고 싸울 시기다.

그땐 나도 그들도 더 숨길 것도 없다.


그들이 강제로 날 통제하겠다면.

그냥 막장으로 가자는 얘기. 힘으로 꺾이지 않는 인간이 얼마나 지독한지 겪어 보라고.


거리에 사람들은 꽤 돌아다닌다.

문을 연 식당도 보이고 약탈자가 된 플레이어들도 돌아다니고. 조금씩 생기가 돈다.


“전직 퀘스트를 시작한다.”


바로 알림이 떴다.


[전직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아래의 계열 중에 선택하세요.]

[전사 계열] [법사 계열] [지원 계열]


“전사 계열.”


[전사 계열을 선택하였습니다.]

[세부 분야를 차례로 선택하세요.]

[퀘스트의 난이도는 선택에 따릅니다.]


[종류] - [전사] [검사] [궁수] [전령] [암살]

[유형] - [파괴] [돌격] [수호] [회피] [신속]

[속성] - [화염] [빙결] [중력] [전격] [질풍]


이걸로 확정되는 것 같지만.

나중에 감각과 체질 등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무한에 가깝다. 언제든 다른 분야로 바꿀 수도 있고. 조합과 중첩도 얼마든지 가능.


유형은 어차피 전부 가질 것이고.

속성은 체질과 특성에 영향을 준다.

속성만큼은 중립적이며 담백한 걸로.


“차례로 선택한다. 전사. 파괴. 중력.”


[세부 분야를 선택하였습니다.]

[전직 퀘스트는 수행 과제를 거칩니다.]

[과제를 통해 선택한 능력을 획득하세요.]


[전직 퀘스트 입장권을 지급했습니다.]

[입장권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직 퀘스트가 원래는 쉬운 건데.

난도가 아주 높거나 암살자를 심어 놓았을 수도 있다. 이번에 확실히 막아 놔야 한다.


“전직 퀘스트 입장권 사용.”


입장권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내 위치 인근에 던전이 생성된다.


[던전 위치 : 162m.]


남쪽으로 가자 미터가 줄어들었다.

아마도 저 삼지전자 사옥인 듯.

던전에 들어가 보면 알겠지.


삼지전자 사옥 서문 입구로 왔다.

이곳에서 참혹한 싸움이 있었다는 걸 반증하듯. 유령 건물처럼 변해 있었다. 분당선에서 만난 그 직원들이 그리 약하지는 않았던 거지.


드르르륵.

회전문을 열고 들어갔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내 발걸음 소리가 로비에 울린다.

바닥에 핏자국만 낭자하고 아무도 없다.


[수호의 신. 하누만을 만나세요.]


내 이럴 줄 알았다.

원래 전사의 신이 나와야 하는데.

뜬금없이 수호의 신, 하누만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신 하누만의 화신은 손오공이다.

3차 전직 때 나오는 강력한 보스.


나만 고난도 전직 퀘스트. 나중에 다른 플레이어와 달랐다는 것이 드러날 텐데도 이런다는 건. 이번에 날 확실히 제거하겠다는 의도.


내가 버그와 오류를 사용했듯.

그들도 충분히 그걸 할 수 있다. 퀘스트 난이도 조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식으로.


그들은 오류를 삭제하라고 경고했었다.

그러니 내게서 비롯된 오류라고 주장하면 그만. 나올 손오공도 비빌만한 보스급일 거고.


근데 말이야.

역으로 나한테 당한다면?

사신처럼 큰 실수하는 거야.


넓은 로비를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보니 모두 멈췄다.

1층부터 한 층씩 수색하기로 했다.


건물 곳곳에서 전직 퀘스트를 하는 이들이 보였다. 다른 플레이어가 보이면 다들 잔뜩 긴장하고 경계한다. 뒤치기를 당할 수 있으니.


6층 사무실로 들어갔다.

별것이 없어서 나가려는데.

입구 쪽에 붉은 거인이 나타났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깜짝 놀랐을 듯.


시뻘건 근육질 몸체.

도깨비 같은 원숭이 얼굴.

부리부리한 눈. 기다란 곤봉.


“나는 수호의 신. 하누만이다.”


신화 속의 신이 정말 신일까.

고등 외계 종족 아니고?


“나에게 볼 일이 있는가.”

“전사가 되려고 합니다.”


하누만이 콧바람을 뿜었다.


“그렇다면. 그대를 두 번 시험할 것이다. 나의 전사 12명을 이겨서 증명하라.”


갑자기 빛의 형상이 소환되었다.

휘어진 칼을 든 고대 인도의 전사 12명.

항의할 시간도 주지 않고 느닷없이 검을 찔러왔다. 모든 방위를 점유하며 동시에!


챙-

칼 하나를 쳐내며 돌진으로 들이받았다.

길이 열리자 바로 거리를 벌렸다. 놈들이 쏜살같이 내게 달려든다. 와. 어이가 없네.

이렇게 대놓고 죽이겠다고?


정말 강력한 놈들은 아니다.

분명히 비정상적인 NPC의 소환이지만. 딱 내 레벨에 맞췄다고 잡아뗄 수 있는 수준.


왜 더 강한 놈들이 아닐까.

이것이 또 다른 함정이라면?

누군가의 채널이 열려 있다면?


내게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그 증거를 확보하려는 것.


너희가 먼저 시작한 거다.

나도 증거 확보할 수 있고.

잡아뗄 수 있는 것도 한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는 버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험한 세상의 다리 24.11.07 11 0 11쪽
21 나는 미친 전사다 24.11.06 11 0 10쪽
» 낯선 전화 24.11.05 12 0 11쪽
19 불사의 사신 24.11.04 13 0 10쪽
18 예고된 기습 24.11.02 13 0 10쪽
17 첫 번째 게임 종료 24.11.01 17 0 10쪽
16 한 용사의 각오 24.10.31 17 0 10쪽
15 나의 방패막이 24.10.30 17 0 10쪽
14 한 남자가 있었다 24.10.29 19 0 10쪽
13 이상하고 심각한 오류 24.10.28 20 0 10쪽
12 시스템이 없는 그녀 24.10.28 25 0 10쪽
11 그 여자 아니지? 24.10.27 23 0 10쪽
10 던전 파티 공략 24.10.27 26 0 10쪽
9 버그 버퍼 버서커 24.10.26 31 0 10쪽
8 내 친구 리볼트 24.10.25 35 0 10쪽
7 숨겨진 나의 스킬 24.10.25 39 0 10쪽
6 튜토리얼이 빡세다 24.10.25 48 0 11쪽
5 강남역 경쟁의 장 24.10.25 56 0 10쪽
4 다운된 상태창 24.10.25 60 0 10쪽
3 내게는 이미 있다 24.10.25 61 0 11쪽
2 세상의 종말 24.10.25 70 0 11쪽
1 프롤로그 24.10.25 86 0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