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자의 멸마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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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카
작품등록일 :
2024.10.28 11:28
최근연재일 :
2024.12.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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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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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계에서의 대혈투 -3

DUMMY

사이한 빛깔의 짙은 운무가 탈린군 일대를 온통 뒤덮자 합라의 온몸이 오싹한 경고를 보냈다.


피부 전체가 뜯겨 나가는 듯한 아찔한 느낌과 함께 수천 명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일시에 귓가에 메아리쳤다.


치이이익!


합라의 검자루에 박혀 있던 옥에서 암청색의 안개빛이 피어나 그의 몸을 감싸자, 고통이 조금은 완화되면서 겨우 정신을 잃지 않았다.


천지전도의 변화에도 대부월을 들고 사방을 더욱 경계하던 우사르 역시 별안간 시야가 어둑해지면서 온몸이 뜯겨 떠오르는 듯한 충격적인 느낌에 사로잡혔다.


크아아아아아악!


영혼을 불로 지져 뜯어내는 듯한 격통에 휩싸이자 온몸에서 수다르가 시베스가 빠르게 생성되었다. 기이한 주술 문자의 검은 갑옷으로 두르고도 사이한 운무의 힘에 대항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이건 일부였고 수천 명의 탈린군 병사들이 일시에 내는 끔찍하고 거북한 울림이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 * *


수천 명의 희뿌연 빛이 어린 탈린군 병사들의 영혼이 나선형으로 휘돌아 떠오르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저갱 같은 훈 초노의 어둑한 입으로 사정없이 빨려 들어갔다.


그 모습은 너무도 전율스러운 공포와 기괴함 그 자체였다. 그 이외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지옥의 분위기가 일대를 온통 지배했다.


살아 있는 생령을 엄청난 속도로 흡수하면서 실시간으로 훈 초노의 눈빛과 자아내는 기운이 어떤 말할 수 없는 격으로 한없이 올라가며 무시무시한 느낌으로 짙어지고 커져 갔다.


그리고 지상에는 반짝이는 별빛과 생기를 잃고 말라버린 수많은 시체가 대비되는 모습으로 널브러져 더욱 기괴함을 더했다.


“으음···.”


가루라의 등 위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도연 스님의 얼굴이 처음으로 굳어지며 탄식에 가까운 염불을 조용히 읊었다.


“비로자나불.”


고개 숙여 합장한 도연 스님이 두 팔을 머리 앞으로 뻗고는 양손을 삼각형 모양으로 만들었다. 두 눈에선 이전에 보기 힘든 짙은 화염의 불길로 일렁이며 분노어린 자비의 긴 진언이 장엄하게 흘러나왔다.


“सुमेरु पर्वते ज्वालायाः, दुष्टानां नाशय।”

"수메루 파르바테 쥬왈라야: 두슈타남 나샤야."


화르르르륵!


도연 스님이 삼각형으로 만든 손에서 강렬한 화염의 불꽃이 일자 거리를 격하고 훈 초노의 머리 위에서 불타는 거대한 산이 대지에서 떨어져 내렸다.


고오오오오오오!


도연 스님이 만들어 낸 거대한 불의 산이 엄청난 속도와 압사력으로 내려오자 주위의 대기의 흐름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쿠아아아아앙!


이대로 저 거대한 불의 산이 떨어진다면 그 아래 수십 킬로는 초토화되어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할 게 분명해 보였다.


* * *


수천의 생령을 빨아들일수록 훈 초노를 감싸고 있던 위헬의 안개는 측정할 수 없는 짙고 불길한 기운으로 계속해서 커져 갔다.


훈 초노가 어떤 느낌을 받고 어둑한 눈빛으로 상공을 올려다봤다. 암홍색의 망막이 혈기의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점차 떨림이 강해졌다.


불타는 거대한 산인지 별인지 알 수 없는 압도적인 크기가 그를 향해 빠르게 떨어지면서 가공할 압사력에 온몸이 짓눌려 일대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전신을 옭아매듯 제약했다.


훈 초노가 날카로운 강철같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지옥에서 부르는 울부짖음을 토해냈다.


카아아아아아악!


죽음의 늪에 빠져 있던 수천의 생령이 어느새 해골 모양의 원혼이 되어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으며 위헬의 안개의 표면을 비집고 몸부림쳤다.


훈 초노가 머리 위로 느리게 두 손을 뻗었다.


그의 양 손가락, 열두 곳에서 지옥의 혈기보다 더욱 짙고 혼돈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거대한 뷔르게드를 덮고는 계속해서 확장되어갔다. 사방 수백 미터가 어둑한 자홍색으로 물들어갔다.


* * *


쿠우우우웅!


화염의 거대한 산이 가공할 속도와 무게로 떨어지다 어둑한 자홍색의 공간과 만나자 전혀 예상 밖의 모습이 벌어졌다.


훈 초노 일행을 중심으로 하늘과 땅이 온통 사이한 자홍색으로 물든 공간 속은 바람마저 숨죽였고 시간은 정지한 듯 기묘했다.


그가 만들어 낸 수백 미터의 자홍색 공간에 걸친 불의 태산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매우 느리게 떨어졌다. 타오르는 불꽃도 정지한 듯 얼음 불꽃처럼 보였다.


“뷔르게드, 피할 수 있겠지.”

“······.”

“오래는 못 견뎌!”

“···어.”


이번에는 꼼짝없이 죽었구나 생각했던 뷔르게드였다. 그러나 훈 초노가 만든 기괴한 암홍색의 공간 속에서 부유하듯 느리게 내려오는 태산에 잠시 넋을 잃고 보다, 뒤늦게 대답하며 일대를 빠르게 벗어났다.


뷔르게드가 떠나고 나자 불타는 태산이 다시금 정상적인 시간대로 돌아가면서 지상과 충돌했다.


아니, 충돌했다기보다는 부유력의 한계를 넘어선 무게와 속도로 인해 저 먼 별들이 노니는 곳으로 한없이 아래로 날아갔다. 그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역천의 현상이었다.


* * *


그런 막강한 공격을 빠져나온 훈 초노 일행은 다시 도연 스님이 있는 곳을 향해 거칠 것 없이 고속 비행했다.


도중에 도연 스님의 수많은 거센 공격들이 나왔지만 그럴 때마다 훈 초노는 기묘한 암홍색 공간을 만들어서는 순간순간 위기를 모면하며 빠져나와 버렸다.


“대단해. 이게 혼돈의 힘인가?”

“그래. 알탄 사원의 이크 람(대사제) 만큼 순수하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하긴 하지.”


한층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훈 초노의 눈은 먹이를 놀이는 사냥꾼처럼 다가갈수록 더욱 매서워졌다.


혼돈의 힘은 우주가 생겨나기 이전의 힘이다. 이건 불교나 도교 등은 밝음에서 도를 닦아 더 근원에 이르지만, 마족들은 어둠의, 음의 기운을 통해 혼돈의 힘을 얻으려고 했다.


이런 혼돈의, 무극의 힘은 결국 창조와 파괴의 근원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권능이 생겨나는데, 훈 초노는 막대한 생령의 원혼을 통해 혼돈의 기운을 끌어와 자신만의 기묘한 결계 공간을 이전부터 조금씩 창조해내었다.


이 광대한 소천세계가 청금석과 여러 법기를 이용한 수십 명의 뛰어난 법사들이 만든 대형의 마니푸라 만다라에 의해 결계의 공간을 창조했다면, 훈 초노는 기존에 자신이 쌓아온 원혼과 아군의 생령까지도 과감히 잡아먹고는 자신만의 결계 공간을 더욱 강하고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어느새 뷔르게드는 대지의 힘에 고전하고 있는 하르 망가스를 발견했다.


“하르, 일로 와!”


정신없이 흙벽을 깨부수고 있는 하르의 험상궂은 얼굴이 낯익은 목소리에 돌아보고는 잽싸게 뷔르게드로 이동했다.


“고생했다.”

“칫, 썩을 놈들. 지들끼리 도망칠 때는 언제고 다시 왔네.”


하르가 말하는 순간에서도 아래에서는 구름이 솟아오르며 수많은 송곳 같은 창들이 결빙되어 공격해 오거나, 상공에선 계속해서 수십 미터의 흙벽과 집채만 한 석우가 무차별적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은지 수십 미터 높이의 해일과, 통째로 숲을 가져왔는지 질긴 나무 덩굴까지 끌고 와 막대한 공격을 퍼부었지만, 훈 초노가 만들어내 수백 미터의 혼돈의 공간에서만큼은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암홍색의 공간 안에선 느려지는 시간 속에 순간순간 피해버리거나 차근차근 부셔 버리면서 돌파하다 보니 다시 가루라의 코앞까지 오게 되었다.



* * *



비릿하게 웃고 있는 훈 초노 앞에 나와 도연 스님의 눈은 어둑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짝짝짝!


한컷 기분이 좋아진 하르 망가스가 우리를 보자 손뼉을 쳤다.


“땡중아, 어때! 이제 너희들은 죽음 목숨이야. 키키킥.”


하르 망가스의 돌발에 가루라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가루라의 날 선 투기를 느껴서인지 도연 스님이 목덜미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우리가 할 소리를 사악한 마족들이 하는군. 그동안 죽다 살아난 병신들 주제에.”


이에 질세라 나도 한쪽 입꼬리를 말며 도발했다.


“뭐야!”


그게 신호였다.


분을 이기지 못한 하르 망가스의 손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면서 부풀어 오른 손바닥이 찢어지며 가공할 마력의 구슬이 연이어 날아갔다. 이와 동시에 훈 초노의 암홍색의 혼돈의 기운도 마력의 구슬이 지나는 공간을 따라 함께 덮으면서 역천의 기운을 상쇄해 나갔다.


나는 미리 준비한 오고 금강저를 두 손 위에 올려놓고는 이미 강력한 진언을 발동시켰다.


"ॐ वज्रपाणि महाशक्त्या मर्त्यद्वेषिणं विना हित्वा"

"옴 바즈라파니 마하샥티야 마르티드베시나ṁ 비나 히트와“


도원 스님이 유품으로 전해주며 이어받은 법력이 다시금 이 소천계에서 더욱 가공할 힘으로 재현되었다.


"바즈라파니여, 강대한 번개의 힘으로 죽음과 악을 없애소서!“


나의 두 눈에 청백의 눈부신 스파크가 일면서 떠오른 금강저의 양옆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두 갈래의 강렬한 번개의 힘이 솟구치더니 꺾이지 않은 눈부신 바즈라파니 방패를 만들었다.


우르르르릉!


내 심장을 두드리는 강대한 천둥이 바즈라파니 방패에서 터져 나오며 하르 망가스가 쏘아 낸 마력의 잿빛 구슬과 충돌하자 빛의 소용돌이처럼 회전했다.


그와 더불어 도연 스님의 고요한 진언과 함께 눈앞에 자신의 키보다 큰 법력으로 형상화된 대궁에 대들보만 한 자발라 여신의 힘이 담긴 화염의 화살이 맺혔다. 악을 멸하기 위한 강대한 화염의 화살이 대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갔다.


“ज्वालामालिनि देवि, महाज्वालया दुष्टानां नाशय।”

"쥬왈라마알리니 데비, 마하쥬왈라야 두슈타남 나샤야."


쒝애애애애애액!


이 사합의 공격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거의 동시에 터져 나왔다.


더불어 가루라와 뷔르게드 간에 공중 비행 격돌 역시 어지럽게 이어졌다.


나의 바즈라파니 방패가 소용돌이치며 하르 망가스의 마력의 구슬을 깎아 먹는 가운데 금강저를 수직으로 세웠다


우르르릉!


금강저가 길게 늘어나면서 또 다른 강렬한 두 갈래의 번개가 합쳐져 천년 거목의 굵기로 아래로 내려쳤다.


이후 지상을 흐르는 구름이 굵은 번개 다발과 만나자 엄청난 스파크를 연쇄적으로 일으켰다. 수십 개의 거목 굵기의 벼락으로 다시 생성되어 훈 초노 일행을 향해 솟구쳐 폭격을 가하듯 삽시간에 때렸다.


콰쾅! 쾅! 콰콰콰콰콰쾅!


훈 초노 일행이 탄 뷔르게드의 거대한 동체가 도연 스님이 쏜 화염의 화살과 벼락의 폭풍 속에서 명멸을 거듭하며 이글거렸다.


타는 재가 될 듯한 가공한 공격을 연타로 두들겨 맞았으며 일대에 소형 핵폭발이 일어난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거대한 불꽃과 눈을 뜰 수 없는 섬광의 구름으로 뒤덮였다.




& "수메루 파르바테 쥬왈라야: 두슈타남 나샤야." : "수미산의 불이여, 악을 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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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멸마 대전의 서막과 푸른 눈의 마법사 -1 24.12.24 170 0 14쪽
28 소천계에서의 대혈투 -4 24.12.20 189 0 14쪽
» 소천계에서의 대혈투 -3 24.12.18 187 0 11쪽
26 소천계에서의 대혈투 -2 24.12.17 171 0 13쪽
25 소천계에서의 대혈투 -1 24.12.11 259 1 11쪽
24 혈기의 창 24.12.09 215 1 15쪽
23 청록 거인의 죄수 24.12.06 225 2 11쪽
22 남섬부주 24.12.05 207 2 13쪽
21 첩첩산중 24.12.02 217 2 12쪽
20 포악수 24.11.29 535 2 10쪽
19 수천, 수만 발의 화살도 24.11.28 173 2 12쪽
18 신비롭고 아름다운 시게송 24.11.27 173 2 9쪽
17 대륙의 전쟁 24.11.26 154 2 14쪽
16 청록빛의 돌, 바아파 24.11.25 113 2 12쪽
15 바즈라파니의 벼락 24.11.22 117 2 11쪽
14 폭식의 하르 망가스 24.11.21 241 2 13쪽
13 버드나무가 바람결에 날리듯 24.11.20 145 2 13쪽
12 천공의 사계수 24.11.19 119 2 11쪽
11 깨어나는 힘 24.11.18 116 2 12쪽
10 해골늑대 24.11.15 117 2 11쪽
9 카드반가의 사파이어빛 24.11.14 117 2 9쪽
8 마족과의 첫 격돌 24.11.13 260 2 10쪽
7 회오리치는 안개 24.11.12 116 2 9쪽
6 빛의 폭풍 24.11.11 130 2 10쪽
5 맹수의 눈빛 24.11.10 154 2 13쪽
4 폭력과 공포가 잠식된 세상 24.11.08 214 2 13쪽
3 마(魔)를 태워 멸하라! 24.11.07 268 3 11쪽
2 사이한 존속들(수정) 24.11.06 465 3 16쪽
1 황금의 문 24.11.06 79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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