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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뇨
그림/삽화
니나뇨
작품등록일 :
2024.10.28 21:05
최근연재일 :
2024.11.21 23: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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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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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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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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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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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화

DUMMY

알렉세이가 이반을 데려간 곳은 전리품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였다. 경비병들을 눈짓 한 번으로 치워버린 알렉세이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 이반에게 옷가지들을 휙휙- 던져대기 시작했다.


“뭘 멍하니 있니? 얼른 갈아입으렴. 그 꼴로 떠났다간 야만인들이 쳐들어왔다며 내지인들이 기겁할걸?”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외형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최소한 복장 정도는 갈아입을 필요가 있었다. 이반이 받아든 옷으로 갈아입는 사이에도 알렉세이의 쇼핑은 계속되었다.


“장비도 바꿔야겠지? 아무래도 내지인들은 가죽 갑옷이 아니라 철 갑옷을 주로 입는 듯하니까···”


장비가 쌓인 곳을 훑어보던 알렉세이는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한쪽으로 걸어갔다.


“맞네. 이거, 영주라는 녀석 옆에 딱 붙어있던 놈들이 입었던 거랑 똑같네. 그 정도 녀석들이면 신분이 낮지는 않을 테니 이걸 입고 다니면 어디 가서 무시 받진 않겠어.”


판금 갑옷 한 벌을 질질 끌고 이반의 앞에 툭- 하고 던져준 알렉세이는 이내, 이것이 혼자서 입을 수 없는 장비임을 깨닫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네. 이반, 팔다리 쭉 뻗고 서 있으렴. 입혀줄 테니까.”


“어, 응···”


이반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순순히 팔다리를 쭉 뻗자 알렉세이는 한 부위씩 판금 갑옷을 입혀주었다. 처음 다뤄보는 장비이지만 구조가 단순하여 입히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음···투구는 빼자. 답답해 보인다.”


말과 동시에 투구를 휙- 하니 벗겨서 던져버린 알렉세이는 이반의 전신을 잠시 훑어보았다.


“뭐가 빠진 것 같은데···아!”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옷가지가 쌓인 곳을 뒤적이던 알렉세이가 붉은 천 하나를 들고 와 입혀주었다.


판금 갑옷에, 한쪽 어깨를 덮는 하프 케이프까지 두르니 이반의 외형만큼은 알렉세이의 기억에 있는 영주를 지키던 기사들과 똑 닮아 있었다.


“갑옷은 이 정도만 충분하고. 무기는···이반, 너 검은 쓸 줄 알지?”


“못 쓰진 않지? 창을 주로 쓰긴 하지만.”


“일단 보조용으로 챙겨. 창은 네 건 버리렴. 내지인들이 쓰던 걸로 하나 챙겨줄 테니까. 그리고···”


어디선가 가방 하나를 챙겨와 안에 돈을 비롯해 여행에 필요한 몇 가지 물품을 챙겨준 알렉세이는 이반에게 가방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자, 가자.”


떠날 준비가 끝나자 알렉세이는 이반을 이끌고 창고를 벗어났다.




...




“움직일 만은 하니?”


주둔지에서 멀어지는 도중 알렉세이가 물었다. 이에 이반이 팔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좀 끼긴 하는데, 움직일 만은 해. 생각보다 가볍기도 하고.”


“그러니? 내지의 전사들은 뭘 이렇게 껴입는지 모르겠네. 둔해지기만 할 뿐인데 말이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던 알렉세이는 주둔지에서 제법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 도착하자 이반을 끌어안았다.


“알렉시?”


잠시 이반의 등을 토닥이며 끌어안고 있던 알렉세이가 이반을 놓아주며 말했다.


“잘 다녀오렴. 밥 굶지 말고. 무시하는 놈들 있으면 참지 말고 본때를 보여주고. 그렇다고 아무나 막 쥐어패진 말고. 눈치껏 행동하고. 또···”


“알았어.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알렉세이의 말이 길어지자, 이반이 웃으며 장난스레 진저리를 쳤다. 알렉세이가 이렇게 걱정해주는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었던 터라 가슴팍이 간질거렸다.


“어떻게 걱정을 안 하니. 꼬맹이가 혼자 여행을 간다는데.”


“알렉시 답지 않게 왜 이래?”


“으이구.”


이반의 머리를 거칠게 헝클인 알렉세이는 이내 이반의 등짝을 툭- 하고 치며 앞으로 밀었다.


“이제 잔소리 그만할 테니까. 이만 가보렴.”


자신의 애마, 레아를 타려던 이반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알렉세이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를 한번 힘차게 안아준 후 다시 레아에게로 돌아가 단숨에 올라탔다.


히이이잉─


평소보다 무거운 탓인지 레아가 거칠게 투레질을 하며 앞발을 들어 올렸다.


“다녀올게!”


그렇게 내지를 향한 이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로렌초는 가만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배경 위로 새하얀 별들이 빽빽이 늘어선 광경은 고향에서 보던 것과 똑같았다.


그렇기에 로렌초는 밤하늘이 좋았다. 자신이 어디에 있건 그리운 고향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선배님. 샹뤼달 왕궁이 그렇게 풍요롭나요?”


“왜? 정착이라도 하려고?”


“네. 정말 풍요롭다면 노후에라도 정착해 볼까 해서요.”


“아서라. 아서. 이 동네가 괜히 문명 세계의 변방이라 불리는 게 아니야.”


“그 정도인가요?”


“말도 마. 땅은 비옥하지만, 그만큼 세금이 무거워. 즐길 거리는 하나도 없고, 사람들은 귀족이고, 자유민이고 할 것 없이 무식하기 그지없어. 날씨는 또 어떻고. 이 동네 겨울은 추워. 그냥 추운 게 아니라 사람이 얼어 죽을 정도로 춥지.”


경계를 서는 용병들의 수다에 감상 시간을 방해받은 로렌초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좀 조용히 좀 하지. 사람들 다 자는데···누가 무식한 용병들 아니랄까 봐. 시끄럽게도 떠드네.’


만약 로렌초가 이 상단 행렬의 책임자였다면, 하다못해 상단 소속의 직원이었다면야 조용히 좀 해 달라며 말이라도 건넬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로렌초는 상단에 따라붙은 행상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혼자 돌아다니기엔 도적들이 두렵고, 그렇다고 용병을 고용하자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상단의 행렬에 동행료를 지불하고 함께하는 군식구였다. 그런 그에게 발언권 따위는 없었다.


‘그래도 스코비나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참자.’


스코비나는 허스니아 왕국과 샹뤼달 왕국의 국경에 위치한 샹뤼달 왕국 소속의 백작령으로 로렌초가 함께하고 있는 이 상단 행렬의 첫 번째 경유지였다.


‘조만간 불라타의 독립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은 많은 물자를 빨아들이지. 마음 같아선 전쟁 상인으로 참가하고 싶지만 나 같은 어중이떠중이는 쥐도 새도 모르게 슥삭 당할 게 분명해.’


전쟁 상인은 전쟁이 벌어지면 군부대를 따라다니며 전쟁 물자를 판매하는 상인들로 위험한 일인 만큼 이윤이 무척이나 컸다.


다만, 이권이 한정적인 터라 전쟁 상인들 간에 암투가 몹시도 극심했는데, 유명한 거대 상단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거나 심하면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기에 로렌초는 전쟁 상인으로 참가하기보다는 전쟁 상인들에게 물자를 공급하는 쪽을 노렸다.


‘전쟁 상인이 주로 다루는 물자는 병장기와 여자 그리고 식량이지. 이 중 비교적 경쟁이 약한 식량이라면 나도 한 발 걸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이번 상행만 성공적으로 끝마치면 나도 내 이름을 내건 상단을 차릴 수 있을 거야.’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며, 로렌초가 두 눈을 감았다.


슈우욱─ 팍─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 한 발이 모닥불 근처에 틀어박혔다. 이에 경계를 서던 용병들과 로렌초가 화살을 바라본 순간.


파바박─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끄응···”


밤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내달리던 이반은 고삐를 잡아당기며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대체 얼마나 가야 하는 거야···”


기분 좀 내겠답시고 신나게 달린 것은 좋았으나 달려도 달려도 도무지 인가는커녕 사람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지도. 하다못해 근처 마을의 위치 정도는 파악하고 떠날 걸 그랬다며 속으로 후회하던 이반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고 푸른 두 개의 달을 중심으로 은하수가 흐르는 광경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에 절로 마음이 느긋해졌다.


“이렇게 혼자 여행하는 건 처음인가?”


생각해보니 이반은 전생과 현생을 포함하여 여행이 처음이었다. 현생이야 그럴 기회가 없었고, 전생은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레아. 간식이라도 먹을래?”


이반은 가방을 뒤적여 사과 하나를 꺼내 앞으로 쭉- 내밀었다. 그러자 레아가 요령 좋게 고개만 휙 돌려 사과를 입에 물더니 아작- 아작-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많이 배고팠나 보네. 하나 더 줄까?”


이반이 사과를 하나 더 꺼내려는데, 문득 저 멀리 희미한 불빛 같은 것이 어른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음?”


잘못 봤나 싶어 지긋이 응시하니 불빛 몇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사람의 흔적이 분명해 보였기에 이반은 가방을 닫고 말 고삐를 움켜쥐었다.


“레아. 너도 편하게 쉬면서 배불리 먹는 게 좋지?”


이반의 물음에 레아가 히잉- 하고 짧게 울었다. 이반은 이를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이곤 말 고삐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가자! 레아!”


이반의 신호에 레아가 재빠르게 반응하며,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작은 점처럼 보였던 불빛이 순식간에 주먹만큼 커질 정도였다.


챙챙─


[방진을 유지해!]


[석궁병이다! 짐 뒤에서 최대한 몸을 가려!]


[이 멍청한 놈들아! 너희도 뭐라도 들고 싸워! 이대로 다 죽을 셈이냐!]


불빛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싶은 순간, 쇠붙이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여러 사람이 내지르는 고성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린지 파악하기도 전에 이반은 불빛 앞에 도착하였고, 동시에 두 무리가 서로 싸우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건 또 뭐야.”


한쪽은 일반인이 끼어 있는 무리였고, 다른 한쪽은 척- 보기에도 도적 같은 놈들이었다.


순식간에 상황 파악을 끝마친 이반은 말 고삐를 잡아당겨 말머리를 돌렸다. 목표는 멀리 떨어져 화살을 쏘아대는 궁병들이었다.


전장에 정신이 팔린 궁병들은 전장을 응시하며, 빈틈이 보이는 상대를 향해 틈틈이 화살을 쏘아대었고, 덕분에 이반이 코앞까지 접근하고 나서야 낯선 이가 전장에 난입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너무 때늦었고, 세 명의 궁병 중 두 명의 목이 땅에 떨어지고 나서야 비명을 내지를 수 있었다.


“기, 기사다아아!”


마지막 남은 녀석이 비명과도 같은 외침 끝에 목이 떨어지고, 전장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일시적으로 살아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이반에게로 향했다.


한 손에 창을 쥐고, 은빛 풀 플레이트를 붉은 하프 케이프로 장식한.


타오를 듯 붉은 갈기가 인상적인 커다란 흑마 위에 올라탄 이반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명문가의 기사 그 자체였다.


“시, 시벌. 기사가 왜···”


“스, 스코비나! 스코비나 백작령의 기사가 분명해!”


“젠장. 재수가 없어도 하필 기사가···”


도적 무리가 당황하여 웅성거리는 가운데, 도적 무리의 대장은 자신이 괜히 대장이 아니라는 듯 재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마치곤 소리쳤다.


“인질! 인질부터 잡아! 그리고 고르! 넌, 애들 몇 끌고 가서 저 기사 놈을 견제해!”


대장의 외침에 도적들이 정신을 차리곤 일부는 이반을 견제하기 위해 나머지는 인질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반면, 상단 측 사람들은 버티기만 하면 자신들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격렬히 저항하려 했으나 얼마 버티지 못했다.


싸움의 시작부터 기습을 당하고 시작해 전력의 다수를 잃었으며, 근접전이 시작되고 나서 또다시 대부분의 전력을 잃은 탓에 남은 전투 병력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반이 다가오기도 전에 상단 측 사람들이 죄다 인질로 붙잡혀 버렸다.


“이것 참···”


자신을 견제하려 들던 도적들을 순식간에 해치운 이반은 입맛을 다셨다. 상단 측 사람들이 그 잠시도 못 버틴 탓에 상황이 구질구질하게 변했기 때문이었다.


“가, 가까이 오면 이놈들은 죽어!”


이반이 천천히 말을 몰아 접근하자, 도적 무리의 대장 녀석이 제 품에 안긴 인질의 목에 칼을 바짝 들이밀며 소리쳤다.


“히, 히익! 기, 기사님! 살려주십쇼!”


인질이 울먹이며 이반을 향해 애원하자, 이반은 잠시 말을 멈춰 세우곤 창을 어깨에 턱- 하니 걸쳤다.


“인질을 잡아서 어쩌려고. 뭐, 나랑 협상이라도 하려고?”


이반이 비아냥거리며 묻자 도적 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그렇다!”


당당한 태도로 이반과 협상을 시도하려던 도적 대장은 순간, 이반이 자신의 부하 다섯을 창 질 몇 번으로 목 잘라버렸던 것을 떠올리곤 재빨리 말을 높였다.


“···요! 우릴 보내 준다면 이놈들을 살려주겠다요!”


이반은 힐끔- 인질로 잡힌 이들의 숫자를 세어 보았다. 숫자는 스물. 제법 많은 숫자가 인질로 잡혀 있었다.


도적들은 이반이 고민하는 듯 보이자 눈치 빠르게 인질들을 압박했다.


“어서 빌어!”


“너희가 빌어야 우리가 살고, 너희도 사는 거야!”


도적들의 압박에 인질들은 이반을 향해 애원하기 시작했다. 이반은 그 광경을 물끄러미 응시하다 씨익- 웃었다.


“음···미안하지만 난 도적 새끼들이랑은 협상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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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1 24.11.13 375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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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24.11.11 459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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