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는 악마 3
<돈을 주는 악마 3>
그 시간이 되자, 큰 광장에는 입추의 여지가 없이 사람으로 꽉 채워졌다.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제가 왜 여러분과 악수를 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그가 말을 끊자 사람들은 더욱 그의 말에 집중하기 위해 귀를 세웠다.
"그 이유는, 저와 함께 나아갈 여러분들과 안면을 익히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는 미소로 고정되어 있는 안면 근육을 모두에게 한 바퀴 휘돌렸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가 계속 말했다
"저의 꿈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것입니다.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죠. 이제 첫 번째 발걸음을 떼겠습니다.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 여러분들에게 더 많은 돈을 나눠 드리고 싶습니다. 조건은 단 하나 입니다"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 제 이름은 '마본좌' 입니다. 매일 10 번씩 제 이름을 부르는 분께 일주일에 10 만원씩을 입금하겠습니다. 부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마본좌를 지지합니다]
"이것 하나입니다. 사람이 여럿 있는 곳에서 해주신다면, 즉시 카운트가 됩니다"
그 때, 군중 속의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름을 외쳤는지의 여부를 어떻게 알며, 카운트 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마본좌의 미소는 더 짙어졌다.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전화 번호를 드리겠습니다. 010-abcd - xxxx 입니다. 여기에 여러분의 이름과 별명, 그리고 계좌 번호를 찍어 주시기 바랍니다. 주소나 다른 인적 사항은 일체 필요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누구나 다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자격은 여기 노트에 이름을 적으신 분으로 한정됩니다. 저희들이 대조를 해서 확인 하겠습니다"
그는 말을 마치려다가, 머리를 한 번 젓고는 더 큰 웃음을 만들어 냈다.
"아 참, 제가 깜박했군요. 명부와 대조를 마치신 분께는 이 자리에서 칩을 하나씩 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을 불렀는지의 여부는 이 칩이 녹화해서 저희들에게 전ᆞ송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 그와 매일 악수하고, 사람이 모인 곳에서 하루 열 번만 그의 이름을부르면 한 달 70 만원이 생긴다. 이건 대박이다.
* * *
한 달이 지나자, 전국에 10 만이 넘는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거리를 쏘다녔다. 주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앞장을 섰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확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은 당초에 얘기했던 10 번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마본좌의 이름을 불러댔다.
혹시라도 10번을 못 채우면 안 된다. 50번인지 100번인지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하여튼 많이만 부르면 된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본 마본좌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 하는 것을 스스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이것은 자발적인 것이다. 마본좌에 대한 것을 떠들어댈수록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주목하는 것이 신기했다.
[마본좌를 지지합니다] 이렇게 떠들어 대는 것만으로는 주목도 못받고 자신의 체면도 서지 않는다.
마치, 그를 오랫동안 옆에서 본 것처럼, 그의 인격과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계속 떠들고 다녔다.
석달이 지나지 않아 전국에 100 만이 넘는 마본좌 팬 클럽이 만들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신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오성그룹 회계본부. 그들은 3 개월 전부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계속 돈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맨 처음에는 몇 천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없어지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매달 몇 십억 원 수준이 되었다.
계좌에서 돈이 사라진 은행에 소송을 제기하고, 주거래 은행을 바꿔도 소용 없었다.
돈은 계속 사라졌다. 이제 모든 은행은 오성그룹 자금은 일체 받지를 않았다. 이유없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룹 내 금고에 돈을 넣어놔도 소용이 없었다.
이제는 영업 이익이 문제가 아니라, 자본 잠식까지도 각오해야 할 형편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오성 그룹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국내 10 대 기업도 모두 같은 상황 속에 있었다.
* * *
6 개월 뒤, '절대 평등당' 이 창당 되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가장 당원이 많은 거대 정당이 되었다. 국회의원 후보는 마본좌 하나였다.
그러나, 전국에 산재한 수 백 만의 열성 당원으로 인해 절대 평등당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어마무시한 세력이 되었다.
그들은 마본좌의 숭고한 뜻을 이어, 모든 국민의 '절대 평등' 을 외쳤다.
절대 평등당의 홈페이지와 마본좌의 블러그는 민심의 척도가 되었다.
거기에 글이 한 번 올라오면 수 만 개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어떤 것은 수 십만 개가 되는 것도 있었다.
댓글 하나의 가격은 1,000 원이다.
그 돈은 꼬박 꼬박 작성자에게 지급되었고, 모든 마본좌의 연설에는 무시무시한 댓글의 행렬이 꼬리를 이었다.
이제는 아무도 그의 말을 흘려 넘길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수입원을 찾은 무직자들은 열심히 마본좌를 지지 했다.
하루 100 개만 댓글을 써도 10 만원이다.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것은 세금도 잡히지 않는 알토란 같은 돈이다.
이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절대 평등당의 목소리는 거대한 대세이고 여론이었다.
마본좌와 그 추종자들이 말하는 내용은 모두 수 십만 개의 찬성 댓글이 달리기 때문이었다.
신문, 방송도 이들의 주장을 적극 보도했기에, 모두가 절대 평등당이 옳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를 보도한 기자들에게도 엄청난 메리트가 돌아갔다.
사회 시스템도 변화했다.
절대 평등당의 주장에 따라, 월 수입 200 만원 이하의 저소득 층에게는 모두 100 만원의 생활 보조금이 지급되었다.
이 나라의 국민의 평균 가계 소득은, 4 인 1가구 기준 350 만원이다. 당연히 모든 국민의 소득은 이에 근접해야 한다.
온 나라에 점차적으로 평등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살기 좋은 세상이 찾아왔다. 그러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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