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심리 판타지 총, 돈,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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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10.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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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1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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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불여우 3

DUMMY

<불여우 3>


"그 여우가 아주 예쁜 누나라면 어떻게 할래? 또, 너희들에게 매일 과자를 사주는 누나라면 어떻게 할래? 그래도 너희들은 그 여우를 죽일 수 있겠니?"

아이들이 멈칫하며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이윽히 아이들을 바라보던 노인은 크게 '하하'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집으로 들어 가거라. 이 할아버지가 다음에 또 더 재미난 옛날 얘기를 들려주마"


아이들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던 노인이 다시 새 건물 쪽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의원 간판 두 개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 백내과 의원

- 오 비뇨기과. 산부인과 의원

노인은 그 간판을 한참 바라 보더니 숲 안쪽의 도관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 * *

"조대리. 바쁜 줄은 알지만, 이것 좀 부탁해. 위에서 오더가 한꺼번에 떨어져서 말야"

조대리라 불린 자는 그런 말을 들었음에도 아무 대꾸도 없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뒤에서 보기에도 열 받은 냄새가 확실히 나고 있었다.

"조대리. 내 말이 안 들리나?"


그 때 조대리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불만과 반항의 열기가 무럭무럭 피어 오르고 있었다.

"팀장님. 그건 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엄연히 업무 분장이 다 되어 있는 일 아닙니까? 매출 실적 분석은 정대리 소관인데 왜 제가 해야 합니까?"


"뭐라구? 지금 정대리가 외주처에 나가 똥줄 타고 있는 거 다 알잖아? 이럴 때는 서로를 조금씩 보조해 줘야지. 어떻게 자기 일만 하나?"

"한 두 번이라야 말이죠. 제가 동네 북입니까? 걸핏하면 잡무는 다 제게 몰아주니 저는 배알이 없습니까?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사람이 우스워지잖습니까? 내가 신입 사원도 아니고"


서로의 언성이 높아지려 하자, 옆에 앉아 있던 송대리가 슬그머니 일어났다.

"팀장님. 그거 제가 맡겠습니다. 퇴근 시간 전까지만 하면 되죠?"

조대리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사무실 밖으로 휭 하니 나갔다.

옥상에서 담배라도 한 대 피고 올 모양인 것 같았다. 뒤에서는 팀장의 눈길이 사정없이 꽂히고 있었다.


* * *

토요일 오전이었다. 조대리는 자꾸만 속이 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엔 식사도 제대로 못 했다.

며칠 전부터 속에 쇳덩이가 들어 앉은 듯 전혀 소화를 못 시키고 있다. 회사 일만 생각하면 증상이 더 심해졌다.

그는 겁이 더럭 났다. 인터넷에서 봤던 초기 위암 증세 그대로다.

아직 장가도 안 갔다. '이대로 암에 걸려 쓰러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속이 쪼그라 붙었다.


자가 진단으로 종합 병원 가기는 뭣하고, 동네 의원에 가서 상담이라도 받아 봐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몇 달 전, 집 앞에 의원이 하나 생긴 것을 기억해냈다.

- '백내과 의원' 이었던가? 거기라도 가봐야 겠군.


웃옷을 꿰고 밖으로 나왔다. 의원 간판을 보자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 서울의 오지인 이 산 밑자락 마을에까지 들어와서 의원을 열다니, 그렇게도 의원 자리가 없었나? 여기 주민이 몇 명이나 된다고? 참 어느 직종이나 다 밥 벌어먹기가 팍팍한가 보구나.


백내과 의원 바로 옆에 나란히 '오비뇨기과, 산부인과' 란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의원 입구도 백내과와 한 복도에 나란히 있었다.

- 비뇨기과, 산부인과? 장사가 안 되니까, 전공도 막 멀티로 나가는구나. 하긴 다 배꼽 밑이니까, 거기서 거기, 다 똑 같은 거겠지.


이렇게 싱거운 생각을 하며 건물로 들어섰는데, 의외로 두 의원에 다 사람이 많다.

한적한 시골 의원이라 파리나 날릴 줄로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 외였다. 한참을 기다렸다가 진료실로 들어갔다.


"허걱"

들어서자 마자 그는 속으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자리에 발이 딱 붙어 버렸다.

- 저, 저 여자가 원장이야? 저게 어떻게 의사 얼굴이야? 아니, 의사가 이래도 되는 거야?


거기에는 탤런트나, 걸 그룹 멤버도 울고갈 정도로 눈깔 돌아가는 미녀가 앉아 있었다. 의자 위에서도 꼬불거리는 육체의 선. 앉은 모습만으로도 그녀의 3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이는 20 대 후반 정도. 안경을 끼고 있는 것이 더 섹시하게 보인다. 걸그룹의 백치미에 의사의 지성미가 오버랩 되어 있다.


'안녕하세요' , '앉으세요' 소리를 듣는 순간, 혼이 나가는 줄 알았다. 아니, 완전히 나갔다. 목소리 뿐만이 아니었다.

- 의사가 환자에게 눈을 흘겨 뜨면서 웃어도 되는 거야? 뭐야? 나를 유혹하는 거야?

치켜 올려진 하얀 눈자위가 마치 진주처럼 빛났다.

웃을 때마다 약간씩 드러나는 뽀족한 송곳니조차 큐피드의 화살처럼 그의 가슴을 찔러왔다.


- 의사가 가운을 풀어 헤치고 깊은 가슴골을 보이고 있네. 이크, D급 사이즈는 훨씬 넘겠는데? 이거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위반 하는 거 아닌가? 아니, 성희롱인가? 아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신이 없으니 별 이상한 생각이 뒤죽박죽이 되어 마구 튀어 나온다.

조대리는 몽유병 환자가 됐다. 뜻도 모를 자신의 병력을 백원장 앞에서 마구 지껄여 댔다.


의사의 이름은 백미호였다. 그녀가 가슴에 청진기를 들이댔을 때, 심장이 가슴 바깥으로 튀어 나오는 줄 알았다.

갈비뼈만 없었으면, 분명코 가슴살을 뚫고 튀어 나왔을 것이다.

나긋나긋한 그녀의 손이 위장 부분의 맨 피부에 닿았을 때는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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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신의 기원 I (2) +1 24.12.23 57 3 6쪽
33 신의 기원 I (1) +3 24.12.20 81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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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목 매다는 나무 8 +4 24.12.10 128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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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목 매다는 나무 3 +1 24.12.03 165 8 6쪽
25 목 매다는 나무 2 +1 24.12.02 179 10 6쪽
24 목 매다는 나무 1 +1 24.11.29 271 8 6쪽
23 불여우 10 +3 24.11.28 268 21 7쪽
22 불여우 9 +1 24.11.26 249 15 6쪽
21 불여우 8 +2 24.11.25 261 15 6쪽
20 불여우 7 +1 24.11.22 265 16 6쪽
19 불여우 6 +1 24.11.21 261 14 6쪽
18 불여우 5 +1 24.11.20 266 13 6쪽
17 불여우 4 +1 24.11.19 266 18 6쪽
» 불여우 3 +1 24.11.18 284 14 6쪽
15 불여우 2 +1 24.11.15 298 1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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