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여우 7
<불여우 7>
"아하, 음양 중에 너무 센 기운을 약화시켜 주면 임신이 가능한 몸이 되는구나. 그리고, 줄여준 그 음양의 기운을 언니가 다 흡취해서 도력으로 삼고 말야"
백미호는 고개를 까닥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그녀는 이내 또 질문했다.
"언니, 그럼 남자가 기운 없는 것은?"
"으응, 그건 대부분 양기가 부족해서 그런 거야. 그 땐 양기를 채워주는 게 아니고, 음기를 없애서 양기가 음기보다 더 많게 하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으응, 잘 들어 봐. 남자라고 아주 음기가 없는 게 아냐. 원래 남자는, 양기와 음기의 비율이 7 : 3 정도가 되어야 정상이야"
"그렇구나. 난 남자는 양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지. 기운 없는 남자는 양기, 음기 비율이 5 : 5 나, 심지어는 4 : 6 까지도 가지. 그런데, 내가 이런 남자의 음기를 뽑아내면 어떻게 되겠니?"
"아항, 알았다. 언니가 모자라는 양기를 채워주는 게 전혀 아니라는 거네. 그 대신, 언니가 그 남자의 음기를 흡취해서 5 : 5 의 비율을 5 : 3 으로, 4 : 6 의 비율을 4 : 2 정도로 만들어 놓는 거야?"
"그래. 한 마디를 하면 두 마디를 알아 듣는구나. 바로 그거야. 음기를 양기보다 더 적게 만들어 놓는 거야. 그러면 일시적으로 양기가 강해진 것처럼 몸에서 인식하거든. 총체적으로는 전체의 기가 줄어든 거지만"
"그러면, 그 남자에게서 뽑아낸 음기는 언니가 다 갖는 거네? 5 : 3 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남자의 기운은 절대수인 10 이 못되는 거잖아? 또 앞으로도 계속 소모될 거고. 그럼 그 남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죽나?"
"왜 아니겠니? 그 남자는 급속도로 기력이 쇠퇴해서 빨리 폐인이 되는 거야. 정력 좋아하다 자기 수명을 못 채울 수도 있는 거지. 모든 숫컷들이 다 그래. 저 죽는 줄 모르고 무조건 깊은 곳만 파는 거지"
백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런거구나. 이제 알겠다"
백미호는 고개를 끄적이다가 돌연 무엇이 생각난 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맞아. 언니. 우리가 인간을 꼭 해칠 필요는 없지만, 자기 욕정에만 눈이 먼 인간까지 동정할 필요는 없겠지. 우리가 기운을 흡취하러 왔지, 인간들을 돕기 위해 여기 와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 맞다. 너도 이제 세상을 조금씩 알아 가는구나"
오미호는 동생을 대견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런데 너도 참 대단하더라. 내가 너만 했을 때는 그냥 간 쓸개를 손으로 직접 뽑아 먹었는데, 너는 그 기운만 뽑아 먹지 않니?"
"호호호. 언니. 인간의 간, 쓸개가 바로 분노를 터뜨리고 화를 뿜어내는 '울화통' 이라는 것을 안 것이 행운이었지. 틈틈이 한의학 공부 하기를 잘 했어"
"그래. 우리도 이제 세상을 받아 들여야지"
"그러엄. 간 쓸개의 기운을 뽑아내니까, 인간이 순해 지더라구. 사나운 성질이 죽으니까, 사회 생활에 너무 도움이 된다고 난리를 떨어. 어리석은 것들이지. 그런데 내가 더 재수가 좋았던 게 뭔지 알아?"
"아주 신났구나. 그게 뭔데 그렇게 호들갑을 떠니?"
"호호. 너무 신나. 간 쓸개 기운은 내가 흡취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채워진다는 거야. 그놈의 더러운 성질이 또 나온다는 거지"
"호오, 빨리면 없어지는 기운하곤 다르네"
"맞아. 그 때마다 내가 돈을 받고 그 기운을 또 빨아 먹는 거야. 호호 꿩 먹고 알 먹는 거지. 그 어리석은 놈들은 계속 날 찾아 올테고 말야. 한 마디로 내게 중독되는 거야"
백여우의 말을 듣던 불여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네 말이 어느 정도는 맞다만, 간 기운이 언제까지나 재생되는 것은 아니지. 그러다, 그 재생 기운이 다하면 놈들은 식물 인간이 되는 거야"
"바로 그거야. 언니, 그렇게 쓰러지는 놈들이 나타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취를 감춰야 해. 잘못하면 우리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으니까 말야. 환자들의 동태를 계속 감시해야지"
"너 그것까지도 생각했구나"
"그러엄. 나도 백 년 이상이나 살았는데 그 정도 눈치는 있지. 도력을 올리려면 인간의 기운이 필요하니까,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빨아먹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 가자구. 그래야 안전하지"
"그래.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나도 요즘 이상하게 불안감이 들기 시작하는구나. 특히, 우리 의원 앞 정자에 웬 영감이 자주 나타나는데 볼 때마다 느낌이 안 좋아"
"아, 맞아. 꾀죄죄하고 염소 수염을 가진 그 영감? 저번에 잠깐 마주쳤는데, 조그만 영감에게서 나오는 느낌치고는 아주 선뜻 하더라구"
백여우는 몸을 부르르 떨고는 말을 이었다.
"그 영감탱이 일반인은 아냐. 언니. 그런데, 옛날이면 몰라도, 요즘 같이 흐린 세상에 우리에게 겁을 줄 수 있을 만큼 강한 인간이 있을까?"
그러자 불여우는 허공의 한 곳을 쏘아 보면서 말했다.
"너는 나이가 어려서 잘 모를 거야. 옛날부터 구미호 언니를 없애려고 따라 다니는 영감이 하나 있었어. 이름을 장춘진인(長春眞人) 이라고 했던 것 같던데. 그 영감 때문에 언니가 많은 곤욕을 겪었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건 몇 백 년 전 얘기잖아? 지금 이 영감은 아니겠지. 인간이 그렇게 오래 살 수는 없잖아. 만에 하나 그 영감이 절세 기인이라해도 아마 언니하고 나하고 합세하면 얼마든지 없앨 수 있지"
그 말에 불여우의 고개가 조금씩 끄덕여졌다.
"그래 너와 내가 합심하면 현세에선 당해내는 자가 없을 거야"
- 작가의말
토, 일은 쉽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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