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심리 판타지 총, 돈, 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글마법사
작품등록일 :
2024.10.29 16:21
최근연재일 :
2025.02.12 00: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9,891
추천수 :
959
글자수 :
149,753

작성
24.12.11 15:40
조회
141
추천
8
글자
7쪽

목 매다는 나무 9

DUMMY

<목 매다는 나무 9>



마녀는 주먹을 꼭 쥐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기에서 지독한 냄새가 났어. 검은 로브 입은 두 놈에게서도 같은 냄새가 났고 말야. 난 그 순간 알았어. 아버지가 냄새로 변했다는 것을"


마녀의 말에 바론은 직감이 왔다.

- 그래. 가장 고통 받고 죽은 사람의 정화가 모여 엄청난 에너지를 품게되고, 거기에선 지독한 피비린내가 난다는 것을 들었어.


마녀는 혼잣말 하듯이 계속 말했다. 바론이 없었더라도 계속 말을 했을 것이다.


"난 그때 사람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 두 놈에게 달려들었어. 귀뚜라미처럼 먼 거리에서 도약을 했지. 사마귀처럼 물어 뜯었어. 그리고, 먹어 치웠지"


"너무나 구린내가 났어. 이 세상에 그렇게 고약하고 불쾌한 냄새는 처음이야. 마치 한 달 묵은 똥을 씹는 것 같았어. 나머지 한 놈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어. 나 대신 귀뚜라미 친구들이 놈을 다 뜯어 먹었지"


"인간의 고기맛은 극악이야. 벌레에 비할 게 못 돼. 구리고 비린내도 많이 나고 말야"


바론의 고개가 미미하게 끄덕여졌다.

- 으음, 마녀가 그때부터 살인을 하기 시작했구나. 자신에게 미지의 능력이 생겼다는 것을 자각한 이후부터야.


"그런데 말야. 사람 고기, 그게 묘한 감칠맛이 나더라구. 그 구릿구릿한 비린내가 오히려 더 풍미를 돋궈 주는 것 같았어"


괴녀가 말을 시작하고 나서 바론은 처음으로 소리내서 말했다. 아까는 죽였다는 말에만 집중했었다. 식인의 의미가 비로소 뇌리에 들어왔다.


"뭐? 사람을 먹었다구?"

괴녀는 고개를 까딱이며 말했다.


"그래. 사람을 먹었어. 가장 악취가 진동하는 머리를 뜯어 먹었지. 아버지도 먹었어. 옆에 있던 붉은 덩어리가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어. 아버지 냄새가 나더군"


"내가 뜯어먹은 놈에게도 아버지 냄새가 났어. 아버지를 붉은 덩어리로 만든 놈이니까"


- 극악이구나, 이년이 인간의 피뿐만이 아니라 근친의 고기까지 처먹었구나. 그래서 벌레에게서 전해진 힘이 더 강해진 거야.


"아버지를 얼마나 먹었지?"


"몰라. 그 이후 아버지 냄새 나는 것은 다 먹었으니까. 붉은 덩어리도 먹고, 사람도 많이 먹었지"


- 그러니까 이년은 피냄새만 나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서 다 잡아 먹었다는 결론이구나.


마녀 옆을 힐끗 보니 아직 먹지 않은 인간의 머리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전부 썩은 것들이었다. 바론은 직감했다.


- 마녀는인간을 조종할 수 있다. 인간을 조종해서 사람을 죽여왔다. 그리고 나서 이 나무에 걸게 한 것이다.

시체를 천천히 바람에 부식 시키고 파리가 썩게 만들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처먹고 있는 거야.


- 그래서 말리온을 죽여 매달아 놓은 것이다. 바론의 마음이 사나워졌다. 그에 따라 갑자기 마녀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상대의 심리에 반응하는 것이다.


과거를 말하는 인간에서 사람 잡아먹는 요괴로 바뀌는 것 같았다.


"키야아악. 내 아버지 냄새가 나는 놈은 다 아버지를 죽인 놈이야. 그런 냄새는 절대 용서 못해. 그런 냄새가 나는 놈은 내가 다 먹어 버릴 꺼야아아아"


'꺼야아아아' 소리가 나는 순간, 바론은 괴녀를 향해 거대한 도끼를 집어 던졌다. 그 소리와 동시에 마녀의 입에서 귀뚜라미 떼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바론의 그랜드 액스는 귀뚜라미 떼를 마구 부수며 날아가 괴녀의 머리를 박살냈다.

마녀의 몸이 뒤로 넘어가며 사라졌다. 마녀가 사라짐에 따라 귀뚜라미 떼도 사라졌다.


도끼가 뒷벽을 맞고 튕겨 나왔다. 그런데 손맛이 없다.

귀뚜라미 떼 사이에서 마녀의 머리가 부서지는 것은 봤는데 부서지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냥 모래를 때린 것 같은 느낌 뿐이었다.


바론은 급히 마녀가 앉아있던 자리로 뛰어갔다.

자리 뒤쪽 바로 밑이 무저갱의 지하로 뻥 뚫려 있었다. 마녀는 그 뒤쪽으로 떨어져내린 것이었다.


끝없는 암흑이라 그 깊이가 얼마가 되는지는 짐작을 할 수 없었다.

마녀는 절대 죽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그런 근거 없는 확신이 왔다. 그러나 현재로서 확인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 여기서 머뭇거리면 안 된다. 빨리 피해야 한다.


저 어둠의 지저갱에서 무엇이 올라오는 소리가 바론의 등을 마구 떠밀었다. 잠시 귀 기울이던 바론의 안색이 급격히 바뀌었다.


- 말벌이다. 대규모의 말벌이 올라오는 소리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에 휩싸이면 개인의 강함과 전투력은 다 무용지물이 된다.


바론은 돌벽에 깊숙이 박힌 도끼를 급히 뽑아들고 동굴 바닥을 박찼다.


그는 전속력으로 결계 밖으로 뛰어 나갔다. 말벌의 날개치는 소리와 함께, 저 밑에서 동굴을 '웅웅' 울리는 소리가 올라왔다.


"아버지의 원수우...도둑노오옴... 언제까지고오오... 너를 따라 다니겠다아아아.. 다 먹어버리겠다아아아"


* * *

여기는 괴펠스 백작의 영지다. 가죽 주머니 속에 들은 머리의 무게가 느껴진다. 나무에 매달려 있던 자의 머리다.


이 마을에서 사라진 영지 가신을 찾으라는 의뢰를 완수했다. 몸뚱이에 약간 남아 있는 옷으로 확인했다.


백작성으로 가서 남은 잔금을 받으면 된다. 거기 가면 또 의뢰를 해올 것이다. 사형목을 전부 불태우고 마녀를 잡아 오라는 내용일 것이다.


바론은 백작성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췄다. 들판에서 밀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밭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하는 사람이 없어 잡초가 밀밭에 나있는지 잡초밭에 밀을 뿌린 것이지 분간할 수 없었다.


마을마다 젊은 사람은 보이지 않고 여자와 어린아이 그리고, 늙은이들만 보일 뿐이다.


그들은 그늘진 곳에 힘없이 앉아 있었다. 아이들도 힘없이 늘어져서 놀지 않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영양실조다. 누렇게 밀이 익어가고 있는데 그들이 먹을 것은 없어 보였다.


곳곳에 보이는 병영 외에는 어느 곳을 봐도 젊은이가 없다.

인구에 비해 병사의 수가 너무나 많다. 영지 재정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


- 대체 영주가 하는 일이 무엇인데 병사들이 이렇게 많을까?

-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영지를 지키기 위한 창일까? 아니면, 영지민을 쥐어짜기 위해 내부로 돌릴 창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바론은 백작성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한참을 서 있던 그는 이윽고 몸을 반대쪽으로 돌렸다.


사람을 잡아 먹는 마녀와, 일하는 자의 것을 빼앗아 먹으려 무기를 든 자. 누가 더 마물인지 알 수 없었다.


바론은 영지의 피폐한 풍경과, 인간들이 지어내는 삶의 모습을 무심한 눈으로 지나쳐 갔다.


세상은 다 이렇다. 한 사람이 발버둥친다고 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가?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 건, 그가 하얀 산맥을 넘어오고 나서 채 1 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작가의말

다음 편은 <나무가 되어 간다>입니다.

많은 애독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극한 심리 판타지 총, 돈, 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인간의 몸값 5 NEW 2시간 전 7 1 6쪽
54 인간의 몸값 4 25.02.10 14 2 6쪽
53 인간의 몸값 3 +1 25.02.07 18 3 6쪽
52 인간의 몸값 2 +1 25.02.05 23 3 6쪽
51 인간의 몸값 1 +1 25.02.03 30 3 6쪽
50 신의 기원 l (18) +1 25.01.31 28 4 6쪽
49 신의 기원 l (17) +1 25.01.27 31 4 6쪽
48 신의 기원 l (16) +1 25.01.24 39 3 6쪽
47 신의 기원 l (15) +1 25.01.22 37 4 6쪽
46 신의 기원 l (14) 25.01.20 30 4 6쪽
45 신의 기원 l (13) +1 25.01.17 42 4 6쪽
44 신의 기원 l (12) 25.01.15 36 4 6쪽
43 신의 기원 l (11) +1 25.01.13 34 5 6쪽
42 신의 기원 l (10) 25.01.10 32 4 6쪽
41 신의 기원 l (9) +2 25.01.08 37 5 6쪽
40 신의 기원 l (8) 25.01.06 36 3 6쪽
39 신의 기원 l (7) 25.01.03 46 5 6쪽
38 신의 기원 l (6) +2 25.01.01 52 3 6쪽
37 신의 기원 I (5) +1 24.12.30 46 6 6쪽
36 신의 기원 I (4) 24.12.27 55 5 6쪽
35 신의 기원 I (3) +1 24.12.25 62 5 6쪽
34 신의 기원 I (2) +1 24.12.23 67 5 6쪽
33 신의 기원 I (1) +3 24.12.20 103 5 6쪽
» 목 매다는 나무 9 +3 24.12.11 142 8 7쪽
31 목 매다는 나무 8 +4 24.12.10 138 7 7쪽
30 목 매다는 나무 7 +3 24.12.09 130 7 6쪽
29 목 매다는 나무 6 +4 24.12.06 154 9 6쪽
28 목 매다는 나무 5 +3 24.12.05 158 11 6쪽
27 목 매다는 나무 4 +3 24.12.04 173 10 6쪽
26 목 매다는 나무 3 +1 24.12.03 179 9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