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기원 I (5)

신의 기원 I (5)
두 사람은 번개처럼 기내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즉시 전기 시스템을 켰다.
아까 재시동을 걸려고 난리를 떨었지만 아직 배터리는 충분하다. 기체를 움직일 수는 없어도 다른 것은 다 가능하다.
목표물이 어떤 물체 안으로 사라지자, 놈들은 공격 페이스를 잃고 주춤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일순간이었다.
드디어 제 3 진이 달려 나왔다. 이번에는 떼거지로 몰려 나온다. 대형이고 뭐고도 없었다. 손에는 주로 몽둥이와 돌도끼를 들었다.
놈들이 달려오는 45도 방향으로 기관포를 돌렸다. 그대로 갈겼다. 아파치에 걸려있는 30 mm 대형 기관포는 작은 대포라 할 수 있다.
'파파팡' 소리와 함께 대형탄이 날아갔다. 탄환은 놈들이 달려오는 방향을 어슷이 가로질러, 저 뒤에 있는 바위와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벼락치는 소리가 나며 사계 안에 있던 바위와 나무들이 박살났다.
맨 앞에 달려오던 놈의 머리가 첫 탄에 맞고 그대로 피떡이 되어 부서졌다. 45 도 방향으로 쏘았지만, 그놈의 속도가 너무 빠른 탓이었다.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사격도 멈추었고 놈들의 돌진도 멈추었다. 놈들은 모두 땅에 엎드려 있었다. 양손으로 머리를 잔뜩 감싸쥔 채였다.
'파파팡' 소리와 함께 머리가 부서졌다.
놈들은 비로소 사태를 파악했다. 아까 두 놈이 쓰러질 때는 미처 파악을 못한 상태였다. 그냥 달려가다 쓰러져 이상하게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하얀 산의 눈 내리치는 소리가 나며 나무와 바위가 부서졌다. 그리고, 동료의 머리가 날아갔다.
* * *
한참을 그런 상태로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
그 중 한 놈이 고개를 들더니 무릎 걸음으로 헬기 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돌촉의 창도 땅에 놓아둔 채였다.
사람이었다. 물감 같은 걸로 얼굴에 하얗고 빨간 칠을 한 이상한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이었다.
사람치고는 털이 좀 많았다. 그들은 전부 남성체로서 짐승 가죽으로 밑만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그런 자가 이쪽으로 슬금슬금 기어오고 있었다. 전원이 엎드려 있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제 공격 의사는 없어 보였다.
기선을 잡아야 한다. 콘라드는 조종석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일어나 하늘을 향해 소총을 두발 쏘았다. 놈들이 화들짝 놀라는 느낌이 왔다.
흥분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들리는 총소리는 그들에게 마치 천둥소리 같았을 것이다.
게다가, 처참하게 죽어 쓰러져 있는 자들을 눈 앞에서 보고 있는 상황이다. 덮쳐온 공포는 놈들의 몸을 굳게 했다.
총소리가 들리자 놈들의 몸이 땅바닥으로 더욱 낮게 가라 앉았다. 슬금슬금 다가오던 놈조차 머리를 싸매쥐고 쓰러지듯 엎드렸다.
원시인이었다. 그들은 박물관 선사시대 관에서 밀납 인형으로나 볼 수 있는 원시인이었다.
앞으로 약간 돌출된 잇몸, 돌로 만든 무기. 고고학 책에서나 있을 법한 자들이 이렇게 버젓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 도대체 우리가 어디로 온 거야?
일순, 혼란에 빠지며 정신적인 공황이 왔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것은 이 정체불명의 원시인들을 몰아내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 다음이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아까는 어쩔 수 없이 발포했지만, 함부로 살인을 할 수는 없다.
원시인들은 헬기를 향해서 절을 하고 있었다. 기체를 향해서 다가오던 자가 리더인 것 같았다. 그가 맨 앞에서 절을 하고 있었다.
그가 절을 시작하자 원시인들은 모두 따라서 절을 했다. 왜 절을 하는지?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하나다. 총의 위력을 본 결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저들의 행동은 어떤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공포와 경외의 표현일 것이다.
콘라드는 다시 허공으로 소총을 한 방 쏘았다. 그리고 크게 말했다.
"가라"
사실,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손짓으로 밀쳐내는 바디 랭귀지는 어느 세상, 어느 시대에도 통한다.
수 없이 절하던 놈들은 멈칫하며 맨 앞의 리더를 바라봤다. 하체에 가장 큰 가죽을 걸치고 턱 밑에 거뭇한 수염을 늘어뜨린 자였다.
그는 헬기를 향해 한 번 더 절을 하더니 모두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입으로 무언가를 지껄였다.
"#^~*☆=%₩dns&♧÷@"
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물러가기 시작했다. 죽은 동료의 시체도 챙겨갔다. 그러나, 아주 멀리 가는 것 같지는 않았다.
놈들은 저 멀리 숲과의 경계 지점까지 가서 거기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놈들은 아무래도 거기서 죽칠 것 같았다.
우리 곁에서 죽치는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저기서 기다리다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것인지, 우리에게 무언가 바라는 것이 있는지.
* * *
당장 며칠 정도는 비상 식량으로 버틸 수 있다. 기체 추락 등, 위급 시에 대비한 이머전시 팩(Emergency Pack) 이 있다.
한숨을 돌린 로체스터가 말했다.
"단장님. 저들이 누구일까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을 정리하던 콘라드가 로체스터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이 무겁게 열렸다.
"자네 X - 파일이란 T.V 프로 본 적이 있나? 예전에 방영 되었던 건데"
"그럼요. 제가 그런 분야를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 즐겨 보던 프로였죠.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을 풀어 나가는 시추에이션(Situation) 연속극 아닙니까? 주인공 이름이 '멀더' 였죠?"
"그렇다면 얘기가 쉽겠군. 지금 우리가 그 상황에 처한 것 같아. 지금의 여기는 우리가 살던 세상이 아냐. 다른 세계로 떨어졌다고 봐야 해"
- 작가의말
1 년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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