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기원 l (10)

신의 기원 l (10)
돌연, 검치 호랑이의 시체와 부상자를 둘러멘 사람들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는 우버가 그 앞전에 있었다.
그들은 손짓을 했다. 뒤를 따라오라는 것이다.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은 아까 그 키리 할멈이 가리켰던 동굴이었다.
저 동굴의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난동을 부리면 안 된다. 이 많은 원시인들이 이렇게 근접한 상태에서 한꺼번에 덤벼들면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이들과 거리상으로 떨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저 외따로 떨어져 있는 동굴이 최적이다.
콘라드들에게는 저들이 상상치도 못할 무기가 있다. 저들을 전멸 시킬 수도 있을 정도의 화력이다.
시간을 ᆞ두고 저들을 상대해야 한다. 콘라드와 로체스터는 순순히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 * *
동굴 앞에는 한 여인이 엎드려 있었다. 슬피 울며 무언가를 계속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그들이 와도 모르는 듯, 엎드린 자세 그대로 울며 몸부림 치고 있었다.
그러나, 돌도끼를 들고 동굴 입구를 지키는 남자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안에서도 아이 우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일행은 검치 호랑이의 시체를 선두로 동굴로 들어갔다.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다. 저 끝까지 희미하게 햇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동굴은 바깥 날씨보다 더 서늘했다.
입구에서 조금 더 들어간 곳에 한 아이가 쓰러져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섯 살 정도 된 남자 아이였다.
그의 두 손 두 발은 칡덩굴로 묶여 있어 입구로는 기어나갈 수 없는 것 같았다.
원시인들은 동굴 중간쯤에 검치 호랑이의 시체와 부상자를 내려놓고 황급히 나갔다.
우버도 미안한 표정으로 콘라드들에게 허리를 굽히더니 뒷걸음질로 동굴을 빠져 나갔다.
어둠에 어느 정도 눈이 익자, 동굴의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깊이는 50 미터 정도의 동굴이었다.
의외로 내부의 습기도 적정했다. 저 안 쪽 어딘가에 물이 올라오는 웅덩이가 있을 것이다.
몇몇 동물들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돌로 된 움푹한 돌이 몇 개 놓여 있고, 그 안에는 자연에서 채취한 듯한 열매와 낱알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렇게 낱알들이 가득 쌓인 우묵한 돌들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추측컨대, 여기는 원시인들의 식량 창고인 듯했다.
"토기가 발견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들이 구석기 시대인이라는 것이 확실하군요. 토기는 기원 전 1 만 2 천년 전에 발명 되었다고 했으니까요. 어제 우리가 예측했던 1 만 2 천년에서 2 만년 사이가 이걸로 입증 되었네요"
콘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금 동굴의 내력보다 쓰러져 있는 사람들에게 더 신경이 쓰였다.
일단, 이들의 상태가 어떤지 만이라도 파악해야 한다. 우선은 배를 움켜잡고 뒹구는 아이부터 살펴야 한다.
팔다리가 가느다랗고 얼굴이 파리한 남자 아이다. 저 밖에서 울고 있는 여자는 아마 이 아이의 엄마일 것이다.
아이의 발목을 묶고 있는 밧줄부터 풀었다. 느슨히 묶여 있어 아이가 정신만 차린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풀 수 있을 정도였다.
아이는 모로 쓰러져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극통으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이제는 제대로 울지조차 못한다. 이대로 놓아두면 하루 이내로 죽을 것이다.
아이를 내려다 보던 로체스터가 돌연 아이의 배를 기리켰다. 불룩한 아이의 배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안에서 무언가 요동치고 있었다. 아이의 배를 주의깊게 내려다 보던 로체스터가 말했다.
"단장님. 아이의 배 속에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디서 들은 적이 있읍니다. 극빈국 아이들 중에는, 배 속에 기생충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요. 아마 그것인 것 같습니다"
콘라드가 가만히 내려다 보니, 아이의 배가 내부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저 정도로 외부에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라면, 엄청나게 큰 기생충일 것이다.
"회충?"
콘라드와 로체스터가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외쳤다. 아마 그럴 것이다.
뱃속에서 서식할 수 있는 것 중, 저 정도로 큰 기생충이라면 회충 밖에 없다.
회충은 한껏 자라면 길이가 30 센티가 넘는 것도 있다. 내장을 뚫고 나가기도 한다.
지금의 움직임으로 보건대, 이 흉물들 수 십 마리가 한데 엉켜 장폐색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체스터가 황급히 이머전시 팩을 뒤졌다. 있다. 구급낭에는 다행히 구충제가 있었다.
적진에 떨어져 야생의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에 대비한 군의 세심한 배려다. 군의 약품은 효능이 강력하다.
아무런 저항력이 없는 원시인에게 이 약을 먹여도 좋을지 어떨지는 모른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로체스터가 물병의 물과 함께, 약을 가루로 만들어 아이에게 먹였다.
이번에는 아까 우리와 같이 들어온 환자다. 아까 검치 호랑이의 발톱에 뼈가 보일 정도로 등가죽을 찢겨 많은 출혈을 했다.
그는 엎드려서 연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혈액 부족에는 수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로체스터가 동굴 저 안쪽에서 조그만 웅덩이를 발견했다.
부상자에게 물을 먹이며 그의 상세를 살펴봤다. 그는 고열로 몸이 펄펄 끓고 있었다.
혈액 부족도 문제지만, 상처를 통해 들어간 세균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킨 것 같았다. 화농균은 수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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